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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전국노래자랑 :: 70년대 가요에서 추억을 읽다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2. 6. 2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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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전국노래자랑 리뷰 :: 70년대 가요에서 추억을 읽다.
- 글: 김현동(cinetique@naver.com)

+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이냐 복수냐 그것이 문제로다.
+ 과거사 묻지 말라는 청춘 남녀의 구애지사

전국노래자랑 하니 떠오르는 장면은 국민 대표 사회자인 송해씨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우리 내 이웃의 구수한 방담이다. 걸쭉한 입담에 넉살좋은 이웃집 할아버지의 풍모를 하고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닌 기간만 32년이라는 데. 스쳐간 사연만 이야기로 엮어도 한 트럭 이상은 공히 나올 KBS1의 간판 프로그램이 아니던가.

딩동댕~ 허공을 가르며 울려 퍼지는 실로폰 소리에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도 전국노래자랑에서만 목격되는 모습이다. 관객이 만들어 낸 구수한 에피소드는 때로는 술안주 거리로 때로는 잊지 못할 이야기 거리가 되어 추억을 자아냈다. 때문에 그 현장을 떠들썩한 축제의 장이요 삶의 희로애락이 머무는 광장임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보고만 있어도 신명나는 가락에 인생 이야기가 샘솟는 전국노래자랑 현장이 대학로에 마련됐으니 눈과 귀가 모이는 것이 당연하다.

| 익숙한 노래자락 두루 갖춰 향수 자아내

제목만큼이나 시작부터 노래와 율동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여느 작품과 달리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등장하는 가락은 하나같이 20-80세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당 시대를 대표한 대중가요 일색이다.

김원준의 쇼,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 산울림의 나 어떡해, 터보의 트위스트 킹, 박진영의 허니,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 임상아의 뮤지컬, 싸이의 연예인,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윤복희의 여러분이 1막을 장식하며,

2막에서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자우림의 하하하쏭, 진주의 난 괜찮아, 이소라의 마이 로미오와 난 행복해, 엠블랙의 전쟁이야 그리고 싸이의 챔피언이 뮤지컬 음악으로 등장한다.

우리가 공중파를 통해 익히 들어왔던 트로트풍의 전국노래자랑과는 다소 거리가 먼 선곡 센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다. 나중에 알고 난 사실은 노래는 트릭에 불과하다는 것. 노래와 상관없이 꿈틀대는 남다른 인생사가 전국노래자랑의 본 무대라는 것을 누가 눈치 챘겠는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빠질 수 없다. 수세기에 걸쳐 소설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와 연극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어 무대에 올랐으며 시대가 흐른 지름 식상함에 대한 우려가 색다른 장르로의 변화를 재촉했다.

뮤지컬 전국노래바랑과 무슨 연관 있냐고 묻는다면 전국 노래자랑의 배경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것과 너무도 흡사하다는 것이다. 단지 사랑에 얽매여 죽느니 마느니 하는 구시대적 사랑이야기가 아닌 쿨 하게~ 생각 맞고 마음 통하면 우리 만날래? 하는 현대의 신세대적인 사랑 이야기로 각색된 것이 다른 점이랄까!

물론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는 있다. 용서할 수 없는 분노에 비극적인 사건이 덮쳐 야기된 집안 대대로 내려온 원한관계라는 것. 이를 종합하면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위장해 우리 곁에 돌아온 셈이다. 따져보면 제법 흥미진진한 전국노래자랑이다.



| 치졸과 치욕으로 얼룩진 지난 과거

전국노래자랑에서 한 번쯤 울려졌음직한 노랫가락이 맛깔나게 울려 퍼지고 이를 배경으로 두 앙숙 집안의 피할 수 없는 과거지사가 구구절절 무대 위에 펼쳐진다. 사연은 지금부터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 끓는 청춘남녀의 기막힌 구애가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하나의 계기로 본격화 될 무렵. 청혼을 하기로 마음먹은 김 회장의 계획을 무산시킨 것은 절친 이었던 이 회장이 아니었던가. 딩동댕이 아닌 땡이라는 판정을 선물 받고 이를 계기로 김 회장의 그녀였던 혜원이 이 회장과 결혼을 하게 되면서 보복심에 불타던 김 회장은 지현과 백년가약을 맺는 기막힌 인연의 고리를 맺는다.

막말로 콩가루 집안도 아니고 보복을 하기 위해 결혼을 하게 된다는 두 어르신의 기막힌 러브스토리. 두 집안의 보복은 이때부터 본격화 됐다. 보는 입장에서고 그저 헛기침만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복수심과 응징의 칼날을 갈며 엎칠락 뒤칠락 거리며 서로를 견제하며 좀처럼 끝을 보이지 않던 어느 날 하늘이 도왔던지 전국노래자랑 개최 소식이 김 회장과 이 회장의 귀에 들어갔다.

단 한순간도 잊지 않고 지내온 지난 25년의 세월동안 전국노래자랑이라는 기회를 계기로 질긴 고리로 연결된 매듭을 풀기 위해 두 집안은 얼마나 기다렸던가! 1등을 따내 기필코 상대방에게 굴욕을 안겨주겠다는 심산이다. 집착도 도를 넘으면 병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쯤이면 치료받아야 상황이다. 누가 이 두 사람 좀 말려야 할 것 같다.

이 와중에도 김 회장은 재차 복수심에 불타고 이 회장은 과거를 인정하기 싫었음에 반복된 두 집안의 비극적인 에피소드는 그렇게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수단을 사이에 두고 다시 불탄다.

| 원한이고 뭣이고~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

지칠 만도 하지만 두 집안의 25년간의 다툼은 2차전에 돌입하고 이를 바라보며 자라온 아이들에게 부모의 원환 따위는 그저 남의 집 불구경 하는 정도랄까! 이러다가 눈 맞으면 복수고 보복이고 다 물거품 되는데 하는 우려가 샘솟는 그 때 역시나 김 회장과 이 회장의 막내아들 준혁과 막내딸 세연은 서로를 향한 구애에 돌입해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인다. 그 장면이 마치 세레나데를 펼치는 한 마리의 꾀꼬리라고 해야 할까.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유되는 남녀 주인공으로 봐도 손색없는 한 장면이다.

반평생을 티격태격, 아웅다웅, 옥신각신 하던 두 집안의 대를 이은 복수전에 아랑곳 않고 사랑에만 여념 없는 자식들의 구애작전. 옛말에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 않던가. 과거를 되풀이 할 수 없다는 반성을 계기로 두 집안은 극적인 타협 접을 찾고 행복해 진다는~ 해피엔딩 스토리가 어리둥절한 미소를 짓게 한다.

하지만~ 정작 전국노래자랑의 하이라이트는 두 집안의 스토리가 아닌 이야기 중간 중간에 삽입돼 깨알같이 펼쳐지는 이벤트라는 사실이다.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며 등장하는 광신도 이태일 교주는 공연 내내 줄 곳 칙칙한 회색의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산발한 레게 파마 차림으로 동분서주 정신없이 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때로는 해결사로 때로는 쇼 무대의 주인공으로 마이크를 잡고 열연하는 모습에 관객의 배는 아프다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의 역할로써 해당 캐릭터가 없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 정도로 무대 위에서는 특별한 존재감을 부각하며 폭소를 연달아 터트린다. 감히 단언하건데 이태일의 존재 무시할 수 없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애칭만큼이나 현격하게 달라진 배경과 진행 방향으로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 폭소 뮤지컬의 등장. 전국노래자랑이라는 무대에 어울리는 흥겨운 노래 가락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들만의 언어로 해석한 재치가 엿보인다.

게다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되는 탄탄한 스토리를 누가 초연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70년대의 향수를 자극한 가요부터 2012년 아이돌 유행곡의 절묘한 편곡이 가족 뮤지컬의 탄생을 암시한다. 어쩌면 오랜 앙숙집안의 터울싸움이 무너 뜨린 건 오랫동안 케케히 묵은 감정 이외에 세대간의 격차가 포함돼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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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g: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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