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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 마음의 상처를 쓰다듬다.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2. 6. 1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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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과 노래는 도울 뿐 진국은 탄탄한 시나리오
+ 너와 나 그리고 모두를 위한 사랑 나눔 에피소드


2005년 초연돼 7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제목만 보면 영락없이 누군가가 잠든 사이에 발생되는 에피소드 정도가 떠오른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모두가 잠든 사이 실종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극이 진행되지 않았을 테니. 그렇다고 제목만큼이나 우아한 느낌으로 다가오거나 혹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하모니가 감동을 극대화 시키는 것은 아니다.

속된말로 성탄을 앞둔 가톨릭 재단의 무료병원에서 남모르게 자행된 가족 찾아주기 프로젝트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되살려 주는 순박한 작품이랄까! 시작부터 핑크빛 하트를 남발하는 연극은 사랑의 참된 의미를 관객에게 강요한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느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하는 효과라는게 설득력있다. 본격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에 성탄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색다른 작품.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는 아니지만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한 애절함에 무더위가 싹~ 가신다.


| 신부의 fun 한 거짓말에 배꼽 잡다. 

내용은 흥미롭다.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신부의 행동은 시작부터가 이율배반적이다. 남에게는 정직과 신뢰를 강요하지만 신부 스스로는 이 모든 것을 저버리고 좋은 일을 한다는 취지로 거짓과 사기를 강행하니 말이다. 따져보면 엄연한 사기극인데다 하필 하반신이 마비된 602호 붙박이 환자 최병호가 D데이를 앞두고 실종되는 억지까지 발생되니 관객 입장에서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앞뒤 따져본다면 한편의 추리소설 그것이다. 시작은 고도의 추리소설을 떠올리게 하지만 작품이 진행될수록 훈훈한 가족애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 묘한 구성이 이 작품의 묘미다. 단연 클라이맥스는 범상치 않은 캐릭터가 절묘하게 맞물려 펼치는 과거 회상분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잊기 위해 마신 술로 인해 알코올중독자가 된 정숙자의 사연, 6.25 전쟁의 상흔을 가지고 치매에 걸려 과거의 남편을 그리워하는 이길례 할머니. 사랑을 찾기 위해 자원봉사온 김정연 그리고 가족에게 짐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세상과 단절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최병호의 사연이 하나하나 풀어질수록 관객의 한숨 또한 깊어진다.

게다가 시점도 세상의 모든 소외된 이웃이 축복받아야 할 12월 24일. 가난한 자선병원 원장인 베드로 신부가 병원을 살리기 위해 세상을 상대로 사기극을 빙자하는 과장은 철두철미 했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밝혀질수록 당혹감과 안쓰러움에 이들의 쓰라린 상처를 감싸주고만 싶어진다. 상처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지만 베드로 신부가 운영하는 병원의 환자는 마음의 상처가 깊은 자들이 아니던가. 사연 많은 캐릭터가 안쓰러워지기 시작한다.


| 세상을 향해 동정어린 시선을 거부하다.

시작은 행방불명이었다. 따져보면 신부를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던 조작된 사건. 초반의 어리둥절한 602호 최병호 환자의 행적은 실종이 아닌 것이 드러나는 순간 관객의 마음도 좌불안석이다.

어린 딸 앞에서 무릎을 꿇는 최병호의 모습. 굳어버린 두 다리 떨리는 두 손으로 간신히 모은채 머리를 떨구는 모습은 보는 이라고 편하겠는가. 당신의 하나 뿐인 여식에 대한 미안함에 머리를 떨군 체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반복하는 그 순간 객석도 미안함에 정적을 감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얼마나 외쳤을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은 보는 이도 같다.

상처를 지닌 이들의 종착역인 이곳.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이들의 하모니는 보는 이로 하여금 흥겹게 하지만 반대로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러운 마음 숨길 수 없게 한다. 결국은 이 모든 것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것. 지켜주지 못해서. 누군가는 받아야 할 상처 이들이 대신 받아줘서 미안할 뿐이다.

| 잔잔한 감동에 깊은 여운만 남아.

여타 작품과 달리 작품의 시작과 끝은 일치하지 않는다. 시작은 불편했지만 끝은 한 없이 훈훈한 온기만 남기는 것이 오! 당신이 잠든 후에의 묘미다. 게다가 부끄럽다. 왜냐고 묻는다면 정곡을 찌르는 대사 때문이다.

“상처는 깊이만 있지 크기가 없어요. 그래서 누가 더 상처가 크다고 할 수가 없어요.”
“사람은 버릴 수 없어요. 사람을 소유할 수 있나요? 애초에 소유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버리겠어요.” 등의 누구나 했음직한 사연을 대사로 풀어내 사랑에 상처 입은 너와 나를 쓰다듬고 어루만진다.

누구나 치료받고 싶은 상처 하나 쯤은 있다. 하지만 그 상처에 대해 치료약이 없다고만 여겼다면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후에를 권한다. 진심은 표현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법이다. 단지 필요한 것이 있다면 작품은 거짓 없는 사랑이라고 외치고 있다. 그게 바로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후에가 뱅뱅 돌려 표현하고자 했던 외침이다.

writtened by Oskar (cinetique@naver.com)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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