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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린 연주 들을 준비됐나요?

생활/문화/리뷰 2019. 2. 24. 23:37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뮤지컬 파가니니, 관전 포인트
신들린 바이올린 연주장면 부담 큰 장면, 전공자도 힘들었다는 후문




[2019년 02월 24일] - '신들린 연주'라는 표현 어법 그대로, 종교가 지배하던 시기에 실존하던 천재 뮤지션은 늘 신과 연관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그 실력이 너무 특출나 사람의 오해 아닌 오해를 산다면 당 시대에는 악마와 거래해 얻어낸 신기라는 누명과 함께 당사자의 삶이 꼬이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세종문화회관 무대 위에 오른 파가니니 또한 마찬가지 인물이다.

19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니콜로 파가니니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을 당하고 죽어도 편히 죽을 수 없는 벼랑 끝 상황에 놓였다. 그의 유일한 핏줄인 아들 아킬레가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 재판. 일단은 악마라는 억울한 누명에 제대로 눈감지 못하고 있던 아버지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 먼저일 터. 교회 공동묘지 매장 허가를 윤허해달라며 지루한 법정 다툼을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극 중 배우 간의 지루한 심리전이 느리게 전개된다.

실제 파가니니 상당 부분은 이의 과정을 다루며 인물 간의 심경 변화를 관객에게 전하는 데 중점을 뒀다. 호불호는 갈리지만 사실 내용 면에서는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다. 사실 뮤지컬이라는 요소들 사이에서 악마라 불리던 한 남자의 비루한 인생은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러한 이유로 웃고 떠들고 다투는 과정이 안겨줄 재미가 우리가 익히 떠올리는 요소가 아닌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거슬리고 그 와중에 깨알같이 전개되는 남녀 간의 미묘한 관계가 툭툭 튀어나오는 것 또한 몹시도 부자연스럽다. 아마라 불리던 억울한 한 남자를 조명하는 시도는 훌륭하나 고증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극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환상적인 연주 실력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한 파가니니 역은 콘(Kon, 본명 이일근)이 담당했다. 그의 한 손에 들려 있던 작은 바이올린이 만들어낸 선율은 때로는 빠른 속도로 관객을 숨죽이게 했고, 때로는 구슬픈 선율을 자아내 보는 이를 애달프게 만들며 쥐락펴락 했다.

이 또한 문제라면 보편적인 뮤지컬 배우 그 이상의 능숙한 연주 실력에 회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타며 감탄사를 자아냈는데, 그 때문에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의구심 하나! 절대 단시간에 익혀 뽐내기는 힘든 실력이며, 저건 연기일 뿐이다. 라는 것. 과연 연기라는 지적은 사실일까?

또 하나의 특이점이라면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마치고, 서울로 무대를 옮긴 작품이라는 사실. 서울에서 먼저 관객을 만나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일진대 뮤지컬 파가니니는 그와 반대의 행보로 서울 공연을 알린 케이스다. 이 또한 본 작품을 보는 이가 떠올려볼 물음표다. 본 공연은 지난 2월 15일 첫 개막을 시작으로 오는 3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 뮤지컬 파가니니 연출 및 배우와 1문 1답》


Q.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15주년 기념으로 HJ컬쳐와 공동으로 올린 작품으로 알고 있다. 여타 공연이 서울에서 초연하는 것과 달리 유독 대전에서 먼저 선보였는데 이유가 뭔가?
A. (대전예술의전당 장소영 PD) 2019년 ~2021년이 대전 방문의 해로 지정되면서 더 많은 이들이 대전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뮤지컬이 되었으면 했다. 그렇게 시작한 파가니니라는 창작 뮤지컬이 초연으로 대전 무대에 올랐다.

Q. 뮤지컬 배우라는 것이 단순히 얼굴만 잘생긴 것이 아닌 노래도 잘해야 하는데, 파가니니는 연주까지 해야 하는 어려운 작품이다. 그런데 극 중 세 가지 조건을 너무 완벽하게 충족해서 원래 실력이 뛰어난 것인지, 연락을 많이 한 것인지 혹은 편집을 교묘하게 한 것인지 궁금하다.
A. (콘배우)클래식 바이올린 전공에 뮤지컬 경험이 있다. 작품을 준비하던 중 때마침 파가니니 제작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고 우연히 오디션을 보게 됐다. 파가니니는 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전설 같은 인물이며, 특히 이 작품에서는 신들린 연주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기에 전문 배우는 아니지만,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했다.

Q. 파가니니 라는 인물에 대해 고증할 자료가 없는 것으로 안다. 실제 영화에서 다루는 내용도 다 저마다인데,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춘 건가?
A. (김은혜 작가)파가니니는 실제로 실존한 인물이나 구체적으로 남아 있는 기록이 없어 자료 취합이 쉽지 않았다. 그중 그가 굉장히 잘 가던 음악가에서 쇠락하는 포인트가 있었는데,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고민하게 됐다. 주변의 유명한 예술가나 체육인 보면 여러 사업 제안이 들어오고 실패해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은데, 당시 파가니니 또한 카지노 사업 제안으로 준비과정에 허가가 나지 않아 이미지가 추락하던 시기가 존재했다. 그때가 음악가로서 갈망도 심했고, 건강 또한 악화하던 시기이기에 이 시점을 파가니니 인생의 포인트로 잡고 극에 녹이려고 했다.


Q. 대전 무대와 구성 그리고 크기는 같은가?
A. (김은영 연출)서울 무대와 대전 무대는 같다. 실제 그대로 그대로 옮겨왔다. 무대의 주요 이미지와 철골 회전 무대는 아예 대전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다른 점이라면 대전과 서울은 1층 바닥 정도와 무대 규모가 달라졌기에 동선이 수정됐다. 여기에 서울 작품에서는 인물 간 연결 고리가 좀 더 보강됐다.

Q. 파가니니가 전설 같은 존재라고 했는데, 클래식 전공자로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역에 부담을 가졌을 것 같다. 정말 잘하는 연주를 보여주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A. (콘배우)일단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빌려 파가니니가 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파가니니라는 사람이 되어 어떤 마음으로 그가 연주했을까를 생각하고 무대 위에서 표현했다. 특히 뮤지컬이다 보니 액션이 요구되는 부분이 있다. 당혹스러운 부분은 모든 연주자는 무브먼트가 연기에 도움 되는 부분만 취하지만, 파가니니는 멋있는 포즈로 연주를 해야 한다. 그럴 경우 음이 흔들리거나 실수할 수 있는데 몇 번 하다 보니 완벽한 연주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노력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 악마의 연주는 평소보다 더 격려하고 과격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에 평소 모습보다 오버페이스로 임하고 있다. 파가니니의 연주가 사람을 홀릴 정도로 설득력이 있어야 하기에 팔이 부러져라. 임하고 있다.

Q. 루치오 아모스 역의 대역이 높은데, 그렇게 한 이유가 있나?
A. (김경수 배우)고난위 넘버라 생각하고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편한 것은 아니지만 제게 맞춰 연주가 이뤄지기에 편안한 상태에서 열심히 넘버를 소화하고 있다.

Q. 그동안 반고흐나 모차르트, 베토벤까지 위대한 예술가를 주로 다뤘는데, 이번에는 파가니니 차례가 된 듯싶다. 뮤지컬로 조명한 이유가 뭔가?
A. (김은혜 작가)HJ컬쳐 제안이자 예술가를 여러모로 조명하는데 남다른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제작사다. 참여하면 느낀 점은 예술가라고 똑같이 표현하는 건 아니구나. 예술가라는 장르라는 범주 때문에 공식이 세워지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작가로 참여하며 느낀 포인트는 대중이 알고 있는 파가니니의 이미지와 광고에서 듣던 음악과 실제 음악과 떠도는 소문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나 다른 점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했다. 특히 사적인 기록은 생각보다 없는데 음악은 너무 명료하게 남아 있고 이 두 가지를 풀어낼 구심점이 없어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Q. 극 중 콜랭 보네르라는 캐릭터는 어떤 역할인가?
A. (이준혁 매우)신분 상승을 꿈꾸는 사업가다. 샬롯과는 약혼자로 파가니니와 동업을 시작하지만 일이 꼬이면서 본심을 드러내는 복잡한 심리를 지닌 인물이다.
(서승원 배우)악역을 연기하는 게 배우로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악역은 많은 종류가 있고 콜랭처럼 돈을 위해 모든 것을 만족하지 못하는 악역도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많은 미드를 보며 악역을 연구했다. 악역만의 제스처를 만들고자 미친놈처럼 외치고 다녔고, 지금은 골랭만의 고뇌가 완성단계에 이르렀기에 주변에 악을 전파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은 제 안에 선의가 더 많기에 악을 드러내는 게 약간은 불편하다.(웃음)

Q. 현대 작품을 많이 하며, 드레스 이미지보다 털털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이번 작품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A. (하현지 배우)정곡을 찌른 질문이다. 운 좋게 합류하며 파가니니의 뮤즈를 연기하고 있다. 샬롯 드 베르니에는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역할이다. 그 점에서 털털하고 폭주하는 역할을 주로 하던 내가 어떻게 내면의 아름다움을 드러낼까를 고민했다. 이번 작품 합류가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부족한데, 잘 봐줘서 감사하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극 초반과 후반 아킬레 느낌이 다른데, 표현에 어렵지 않나?
A. (박규원 배우)극 초반의 아킬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가득하지만, 후반에서는 분노가 가득한 모습이다.
(유승현 배우)이 작품을 하게 되면서 서적을 많이 뒤져봤다. 파가니니는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아들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사실 그러한 이유로 가슴 아프고 슬플 수 있지만 극 중에서는 시대적 배경을 떠올려야 하고, 교회가 정치권에 이입할 정도로 영향력 있던 시대이기에, 교회에 묻히지 못한 안타까운 심정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뒀다.

Q. 이런 음악극. 예술이나 뮤지션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잡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무리 오래 해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의 경우 콘배우가 있었기에 이 정도 극을 소화해내는 것이기에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은데, 그러한 상황에서도 어려운 극을 자꾸 시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A. (대표)딱히 이유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고 하다 보니 예술가 시리즈를 주로 다룬 것 같다. 예술가와 인물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 때에는 사실 상당히 괴롭다. 오랜 시간 준비하게 되고 의견충돌도 많고. 인물 해석도 각기 다르기에 고뇌도 심하다. 김은영 연출의 경우 파가니니 라는 예술가의 심정을 잘 아는 연출이 있어야겠다 생각해서 섭외했다. 따라서 이러한 작품을 연기할 배우를 캐스팅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물론 작품을 끝내면 다시는 안 해야 하는 생각을 하는데 뒤돌아보면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김은영 연출이 욕심이 많아서 해낸 거 같다. 몇 번이나 이거 할 수 있겠어? 물어보면 매번 할 수 있다는 답을 하기에, 나 또한 이런 팀워크라면 못할 게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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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가무극 ‘금란방’ 성적 금기를 깨다.

생활/문화/리뷰 2018. 12. 27. 02:41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발칙한 가무극 ‘금란방’ 성적 금기를 깨다.
술과 여자, 발칙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비밀스러운 무대




[2018년 12월 27일] - 유쾌하지만 발칙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내는 그 자를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이같이 불렀다. 당대 최고의 입담꾼 전기수. 이야기를 듣는 이들은 제법 거나하게 취한 상태인데, 무릇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에 술이 빠질 수 없겠다. 주거니 받거니 춤도 추고 음주·가무 한번 제대로 즐기니 분위기 한번 흥이 오를 대로 올라 신명 난다.

오가는 내용이 궁금한 나머지 귀 쫑긋 세워 들어보니 에구머니나~ 그저 망측할 따름이다. 오늘날에나 남녀 간의 사랑이 아름답지 과거에도 그러한 모습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 대상이 동성 간의 이야기라면 행여 누가 들을까 싶어 조용한 수군거림이 상식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조차도 한방에 무너뜨리고 욕망을 무대 위에 올리려 한 풀이 하듯 표현해낼 수 있는 자리였으니 사람들은 이곳을 당대 최고의 비밀스러운 공간 금란방(金亂房)이라 했다.

아무리 가무극이라 하지만 극 중 배경인 18세기 조선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고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다.’는 표현이 역설적으로 가당키나 할 소리인가 싶다. 물론 그 말에 굳이 토를 달고 싶지 않다. 분명한 것은 영조가 엄하게 다스리던 금주령에 민초는 억압된 본능을 풀어낼 곳이 이곳에 유일했다는 것.

좋게 말해 금기가 허용된 공간이지 이곳에 단속반에 들이닥치기 전까지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든 소재라면 일명 ‘야설’이었고 그 수위도 18금을 지나 19금을 코앞에 두던 상태였다. 그렇다면 사대부 정신을 중히 여기고 삼강오륜을 따지던 시대적 배경이 어쩌다 이처럼 추락했을까?

온몸을 똘똘 감싸고서야 외출할 수 있던 당대 여성을 억압하던 모든 굴레는 마치 오늘날 억압하고 탄압받던 여성이 인권 해방을 외치는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 와중에 남성성을 상징적인 권력이라 여기던 궁궐에서는 타락한 임금의 속된 본능을 충족고자 급기야 서간 관리자 김유신이 민가에 내려와 금기를 깨나가는데, 극은 이러한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의지가 있돼 허락되지 않던 시대상에 여자에게 주어진 것이라면 보아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이 유일했으니 극 중 정희와 해후의 인형극에는 절실함을 넘어서 슬픔까지 묻어있다. 아마도 딸 가진 죄인이라는 말에 고개 숙여야 할 가련한 여식이자 동시에 얼굴도 모른 채 억지 결혼을 해야 할 여인의 미천한 운명을 표현하기에는 수동적인 움직임만 허락된 인형 이외에는 시대 배경을 녹여낼 방법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와 같은 해석에 혹자는 너무 과도하게 나아간 것 아닌가! 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 점에 대해 일부는 인정. 하지만 분명히 짚고 가야 할 점이라면 금란방이 유쾌 상쾌 통쾌를 내세우는 가무극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대부를 상대로 감히 여자가 다그치는 모습 하며 사랑에 얽힌 사연을 꺼내 들고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모습, 남자가 여자로 위장해 여성의 본능에 한발 다가가는 시늉은 감히 한마디 하건데 그 어떠한 것도 허락되지 않는 여성의 운명같이 비장하며 동시에 몸 달아올라 추스르지 못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듯 도발적이다. 어쩌면 가무극 금란방이 내세우고자 했던 것이 억압당하던 금기를 무너뜨리고 관리가 아닌 존중을 받고자 했던 여성의 삶이 아니었을까 싶다.


By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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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배경 연극 막다른 곳의 궁전

생활/문화/리뷰 2018. 12. 3. 03:19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걸프전 배경 연극 막다른 곳의 궁전, 오는 16일까지 공연
놀랍도록 담담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현실




[2018년 12월 03일] - 2018년 디렉터그42가 선택한 막다른 곳의 궁전은 2003년 이라크 제2차 걸프전쟁을 배경으로, 그 상황에 놓여진 3명의 인물들의 개별적 이야기를 통해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의미로 상처주고, 고통받는 인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더 나아가 이라크라는 단순히 먼 나라의 오래된 이야기가 아닌, 2018년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질적인 나라인 이라크의 실제 사건을 조명함으로써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 세상이 타인의 고통에 대해 점점 더 무뎌지고 무심해지는 것은 아닌지,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하는지를 이야기 하고자 했다.

본 연극은 작가 주디스 톰슨(Judith Thompson)의 작품으로 ‘Susan Smith Blackburn Award’(영어권 여성극작가가 쓴 그해 최고의 작품에 수상)와 ‘국제 엠네스티 Freedom of Expression Awards’(인권이라는 주제를 가장 잘 묘사한 작품에 수상) 수상하였고, Canadian Stage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 여러 언어로 공연한 바 있다.

2003년 이라크 제 2차 걸프전을 기본 배경으로, 그 상황이 개인에게 어떻게 작용했고, 어떻게 반응하게 했는지 세 편의 독백을 통해서 그려냈다. ▲나의 피라미드 ▲해로우다운 언덕 ▲갈망의 도구들로 구성한 세편의 독백에는 국가에 대한 그릇된 충성으로 반인권적인 폭력을 행한 사람, 국가라는 이름으로 타국에 자행된 그릇된 폭력에 눈감은 사람, 그리고 국가의 반인권적인 폭력으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언젠가 평화가 올 때까지 지켜보는 세 명의 인물의 시선이 담겨있다.

작가 주디스 톰슨(Judith Thompson)의 인터뷰에 따르면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학대 행위를 했었던 미군 여성의 사진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난과 무지로 사회의 바깥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놓였던 23살의 미국 여성이 왜 이렇게 끔찍한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조사하면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보통 독백으로 이루어진 연극은 인물 간의 소통과 관계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할 거라는 우려를 받기 쉽지만 막다른 곳의 궁전은 세 편의 독백을 통해서 관객의 공감뿐만 아니라 인물 사이의 소통을 그려냈다. 작품 속에서는 폭력으로부터 생존한 사람들과 그 폭력으로 황폐해진 사람들을 보여줌으로서 폭력을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 이 작품을 통해서, 인간인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한편, 연출가 마두영, 번역가 겸 드리마터그 이홍이, 마정화로 구성된 디렉터그42가 한국에 소개된 적 없는 해외작품을 저작권을 해결해서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작품을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단체다. 막다른 곳의 궁전은 11월 29일부터 12월 16일까지 나온 씨어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진실, 진실, 진실,
끔찍하고 무서운 진실.


막다른 곳의 궁전의 작가 주디스 톰슨은, ‘자신은 작품을 정치적이나 사회적 입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피를 종이에 옮기는 걸로 시작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즉 인물의 사적인 삶으로 들어가서 그 인물을 연기한다고 생각하고 만들어낸다고 부연하면서 미군 병사의 모델인 린디 잉글랜드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난하고 희망이 없는 가정에서 도덕적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채로 살아 온 한 여성이 그 불결하고 폭력적인 환경을 벗어날 외모나 지능과 같은 다른 재능마저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그런 사람에게는 어떤 생존의 선택이 가능할까? 작가는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린디 잉글랜드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쓴 가장 큰 근육은 부정(denial)이라고 보았다.

사실 우리 모두 뭔가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구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참혹함을 부정하고, 전쟁으로 인한 난민을 부정하고, 당장 이 추운 거리에 있는 노숙자들의 현실을 부정하고, 자살로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매일 부정하고 외면한다. 린디 잉글랜드는 그런 우리 중의 하나였다.

군대를 가기 전에는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친구들에게 기생하고, 군대에서는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동료들의 학대 행위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더 끔찍한 학대 행위를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그 미군 병사는 결국 그 무게에 짓눌릴 때까지 부정과 외면의 근육을 계속 키워 나간다.

데이빗 켈리는 린디 잉글랜드처럼 참혹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현실 부정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평안과 안위를 위해 부정과 외면을 선택한다. 사회의 강자가 부정근육을 사용했을 때는 더 큰 보상이 뒤따른다. 그는 자신의 연금을 위해, 명성을 위해, 그밖에 얻을지도 모르는 사회적인 특권을 위해서 바로 발 밑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목소리를 외면하려고 애쓴다.

어쩌면 현실 부정과 외면이 더 잘 살아남기 위한 임시 방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데이빗 켈리는 이러한 외면과 부정을 계속하면서 자꾸 넘어지고 다치고, 모든 일에서 실수를 저지른다. ‘부정의 커튼’을 쳤을 때, 자발적으로 그 커튼을 내린 사람마저도 빛을 보지 못해 넘어지고 두려움에 떠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부정의 커튼을 들어 올릴 때 비로소 우리는 세상을 온전히 직시하게 된다. 그 끔찍한 세상을. 그리고 그 세상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세상을 직시할 수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막다른 곳의 궁전은 우리의 선택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 이 세 명의 인물들을 통해서 2018년 우리는 묻고 싶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사회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살아남을 것인지.

2018년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설고 이질적인 나라인 이라크의 실제 사건을 조명함으로써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 세상이 타인의고통에 대해 점점 더 무뎌지고 무심해지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기 위해 서는우리가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하는지 작품을 통해 사유하길 기대해 본다.


By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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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를 통해 비꼰 우리네 직장생활

생활/문화/리뷰 2015. 12. 13. 23:42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 평론 · 영화 ]
탈탈털린 영정페이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이 시대를 사는 직장인의 씁씁한 현실보고서





- 제목부터 ‘열정’깔아뭉갠 비통한 영화 한 편
- 수습기자를 통해 까발린 사회생활의 참담한 이면
- 아무리 뛰어봤자 결국 자본 앞에선 정의도 협상 대상
- 편법으로 어렵게 쟁취한 승리가 무슨 의미?

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영화(http://me2.do/G7BPGMpi) 바로보기




[2015년 12월 13일] - 예비역에게 설령 꿈이라도 다시 입대하는 꿈은 악몽과도 다름없다. 직장인에게는 억만금을 준다고 한들 사회초년생을 다시 하라면 그건 고문과도 다름없다.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시키는 대로 움직여야 하는 몇 년간의 생활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처신을 못 하면 눈치 없다고 면박 당하는 그때 그 시절. 누구나 겪는 과정이지만 지나고 봐도 그게 참 끔찍하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며 혀를 끌끌 차는 상사의 행동을 보며 뒤돌아서 ‘꼰대’라는 말을 했지만, 어느덧 내가 그 자리에 서보니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렇게 얻은 결론이 그렇다. 아등바등 살아보니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 과거 커뮤니티에서 화자 되었던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은 어느 조직에나 ‘진상’은 있게 마련이고 그 ‘진상’을 피해 다른 조직으로 옮겼을지라도 다른 형태의 ‘진상’은 항상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더러워서 일 못 해먹겠네~라며 호기롭게 사표를 던지고 다른 곳으로 옮긴 들 월급쟁이 생활이 거기서 거기다.

그렇다 보니 사회생활을 갓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이나 수년을 버텨온 사회 선배나 직장이라는 터울에 몸담은 이의 애환은 그 형태만 다를 뿐 동일 선상에 있다. 그것을 얼마나 일찍 깨닫는지가 사회생활을 잘하고 못하고를 결정하는데 영화는 못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움직인다.

우수한 졸업성적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적고, 오라는 곳도 없는 도라희(박보영)의 사회생활은 현시대를 사는 대학생의 모습 그대로다. 어쩌다 보니 언론사에 취직해 ‘수습기자’라는 딱지를 차고 첫 발걸음을 땐다. 남들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데 하필 만난 직속 팀장은 괴팍한 성격에 툭하면 욕설을 내뱉고 직원에게는 잔소리와 막말을 일삼는 캐릭터. 누구라도 편할까 싶다만 영화 속 신입사원은 딱 봐도 쉽지 않겠다 싶다.


# 나라면 저렇게 했다. 자신할 수 없는 영화.
대책도 대안도 없는 환경에서 기댈 것은 오직 천운
왠지 경험 했봤음직한 사회초년생의 무대뽀 정신
그래서 더욱 애잔한 수습기자의 생활이 펼쳐졌다.



그렇게 일한 대가로 지급된 한 달 급여는 97만 6,900원. 아무리 사회초년생이라고 하지만 4년제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재원에게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김밥 한 줄로 한 끼를 간신히 때우던 그 순간 폭언과 욕설이 쏟아지는 전화 한 통으로 식욕마저 달아났다. 그렇게 돌아온 사무실에서는 밥이 들어가느냐며 자존감을 짓밟는다.

그러한 환경에서 무슨 긍지와 자부심을 기대하느냐 만은 영화 속 캐릭터는 못할 것 없는 거침없는 열정을 발휘한다. 열정페이에 불과해도 대가를 받았으니 열심히 일해야 하는 처지이며, 위에서 시키는 대로 특종을 만들어내고 이 와중에 상하로 나뉜 위계질서의 쓴맛 단맛도 호기롭게 풀어냈다.

하지만 결정적인 장면은 그 순간에 나타났다. 하재관부장이 무게 중심을 잃고 흔들리던 그 순간 드라마 ‘송곳’ 구고신의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라는 대사가 문득 떠올랐다. 바닥에 나뒹굴던 금두꺼비를 보며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의 마음에는 순간 ‘쿵’하고 바윗돌이 떨어졌으리라!

그 모습이 수습사원의 위치에서는 비리로 보였겠지만 부장의 시선에서는 분명 타협과 협상이며 동시에 관계 유지 차원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기자라는 조직에 빗대어 풀어냈기에 최근 논란이 되는 ‘기레기’와 연관될 여지를 남겼으나 분명한 것은 본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띄어 쓰지 않고 팍팍하게 적어 내려간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제목은 느낌에도 숨이 턱턱 막히는 오늘날의 현실을 대변한다.

100만 원도 안되는 급여로 생활하며 잔액부족으로 전전긍긍하는 신입사원의 애환. 현실에서는 200도 안 되는 급여로 4인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애환. 형태만 다를 뿐 결론은 같다. 참 살기 힘든 세상에서 지내는 직장인은 오늘도 현실에 안주하며 참으로 바쁘게 움직일 뿐이다.

신입사원이 희망하는 급여의 마지노선이 월 200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직장인 가운데 48.3%가 월평균 200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있다고 한다. 4년제 대졸 지원자의 지원서 상당수에 기재된 희망 연봉이 2,400인 것을 고려하면 대기업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180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201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임금근로자 1,908만 1,000명 가운데 월평균 임금 ‘100만 원 미만’을 받는데 그게 11.9%(227만 9,000명)에 달하며, ‘100만~200만 원’은 36.4%(693만 700명)로 조사됐다. 즉 대한민국 근로자의 절반 정도가 월 200만 원도 못 받는 환경에서 사회생활과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말이다.

늘 돈 없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종료되었지만 도라희와 선우 사이에 오간 대사가 자꾸 떠오른다.

도 : 우리 부장 좀 싼마이 아니에요?
선 : 우리 부장 싼마이 맞아. 근데 소신은 있는 사람이야
도 : 무슨 소신이요?
선 : 제 새끼들 밥그릇 챙기겠다는 소신


아울러 약 2만 3,100원이 부족해 채 100만 원을 넘지 못한 돈으로 지내는 도라이 기자의 휴대전화기에는 잔액부족이라는 경고 문구가 떴다. 그것도 급여가 입금되던 당일 각종 공과금과 월세로 빠져나갔으니 말 그대로 통장을 스쳐 지나간 셈이다. 탈탈 털린 급여만큼 탈탈 털린 자존감으로 고단한 직장인의 애환을 까발린 영화는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직장인이 처한 씁쓸한 현실을 너무도 짙게 그려냈다.


ⓒ no.1 media rePublic '위클리포스트' (www.weeklypost.org) / 기사제보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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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열정,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영화,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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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로미오와 줄리엣(2013) : 철딱서니 없는 사랑의 비극적 결말!

생활/문화/리뷰 2013. 4. 25. 00:47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사랑하면 안될 자의 ‘자업자득’ 결과물 완성판!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 철딱서니 없는 사랑의 비극적 결말!
글. watch!t (cinetique@naver.com)
윈두커피 향 머무는 감성웹진. 워치잇 (http://watchit.kr/)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가장 많은 사랑을 작품이 아닐까 싶다. 서로 목복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로미오와 줄리엣이 첫눈에 반해 불꽃같은 사랑을 나눈 것도 부족해 헤어지라는 양쪽 가문의 반대도 불사하고 사랑을 지키려다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비극적인 내용. 하지말았어야 하는 본격 연애사를 가지고 그간 우리는 너무 많은 콧물과 눈물을 쏙 빼왔다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 아직 덜 성숙한 철부지 어린 남녀의 금지된 사랑 내용을 아름다운 사랑으로만 미화시키는데 급급했지 그 문제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다른 시선으로 정곡을 찔렀다. 현대적인 해석으로 고전인 원작을 냉철하게 해석한 것도 부족해 고전의 지루함까지 날려버린 풍자극이라 언급하고 싶다.



원수 집안의 아들과 딸이 하지 말라는 결혼을 하게 되면서 난장판이 되는 이야기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최악의 상황을 보고 낭만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던 건 사랑을 아름답게 풀이하고 싶었던 평론가의 고지식한 편견이 아닐까 싶다. 이 결혼은 시작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

비극적인 결말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앞뒤 안 가리고 덤벼든 구애를 막지 못한 두 집안도 잘한 건 없다. 혈기 왕성한 철부지 어린 남녀가 가문의 법도를 무시한 채 사랑이랍시고 날뛰면 어떤 결말에 이르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았더라면 적어도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하는 사태에 이르지 않아도 됐을 테니 말이다. 한마디로 풀이하자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금지된 사랑을 선택한 자가 감내해야 할 ‘자업자득’ 결과극인 셈이다.



# 금지된 사랑의 시작, 2013년 판으로 컴백!

시작은 '쿨' 했지만 마지막은 '핫'했다. 14살 어린애를 상대로 한 혈기어린 어른의 저돌적인 사랑 극은 진지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묘한 매력을 풍겼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모티브로 따왔지만 현대식으로 풀이한 연출의 의도가 십분 반영 돼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의 식상함은 온데간데없이 젊은 감각 만으로 완성됐다. 덕분에 감칠맛 나는 사랑싸움이 아닌 피 튀기는 사랑싸움의 절정을 기대해도 좋다. 극이 종료될 때까지 다섯 명의 배역이 자비 없는 죽음으로 내몰리는 극이 어디 흔한가!

다르게 생각해본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원수 집안이 딸과 아니었다면 다섯 생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분명 축복받으며 결혼식은 올렸겠지만 14살의 철부지 줄리엣은 뒤 늦게 세상 물정을 깨닫고 로미오에게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을 테고, 로미오 또한 첫눈에 반한 줄리엣에게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바람기 다분한 청년으로 되돌아갔는 식상한 내용이 되겠다. 따져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늘날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금지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게 되는 반발 심리의 재발견이랄까! 원래 금지된 사랑이 재미난 법이다.


# 고전의 유쾌한 재발견, 로미오와 줄리엣

눈물 콧물 쏙 빼는 원작의 아련함은 발견하기 힘든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약 1시간 50분간의 러닝타임 중 셰익스피어 고전이 현대를 배경으로 각색돼 관객을 맞는다. 거대한 계단무대로 나뉜 두 개의 공간이 합쳐지고 다시 분리되면서 단절과 화합을 상징했다. 첫 눈에 반한 두 남녀의 첫 사랑의 풋풋함부터 농염한 사랑까지 고르게 답습했다. 아쉬운 점은 원작에서 클라이맥스만 따왔음에도 내용이 많았다는 것.

지금껏 접할 수 없던 색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의 묘미를 더해주지만 원작의 요소는 과감히 치고 젊은 감각 위주로 내용을 부각시켰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여운이 남는다. 그렇지만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영화 속의 음악을 접하게 될 줄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동시에 유모의 립싱크 장면은 관객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여기에 뻣뻣하게 굳어진 줄리엣의 연기에 극중 진행되는 분위기와 다르게 객석은 이미 웃음폭탄을 맞은 지 오래.

게다가 원작의 잔혹함이나 복수와 응징, 죽음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호탕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답습한 구성 때문에 완전히 별개의 작품으로 완성될 수는 없었겠지만 극중 배경인 몬태규 가문과 캐플렛 가문의 딸과 아들이라는 점을 빼면 新 로미오와 줄리엣인 셈이다.

복수를 앞세운 ‘로맨스’ 러브스토리 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색다른 재발견. '사랑' 앞에서 한 없이 강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이지만 '사랑' 때문에 한 없이 약해질 수 있는 것 또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2013년 현대판 이야기는 그렇게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로미오 역에 홍아론, 줄리엣 역에 함수연, 유모 역에 곽수정, 캐플리트 역에 이종승, 캐플리트 부인 역에 강정윤, 에스컬러스 영주 역에 김무형, 몬테규 역에 황석하, 몬테규부인 역에 한은주, 로렌스신부 역에 이승헌, 티볼트 역에 강신구, 머큐쇼 역에 서유성, 벤블리오 역에 이성열, 패리스 역에 유병조, 피터 역에 장근영, 하인 역에 허정이와 김하늘이 열연했다.

기획 공연제작센터, 양승희 연출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4월 19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 오른다. 평일 7시 30분, 토요일 3, 7시, 일요일 4시 관람가능. 공연문의 010-4806-2341 ⓒwatch!t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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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내용, 로미오와줄리엣, 리뷰,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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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환상의 커플(2012) :: 꼬라지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

생활/문화/리뷰 2012. 8. 5. 22:40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뮤지컬 환상의 커플(2012) :: 꼬라지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 
- 글·사진: 김현동(cinetique@naver.com) 

+ 작업 남 김철수가 말하는 ‘난 이렇게 나상실을 꼬셨다’
+ 돈 대신 마음을 선택한 나상실의 러브스토러


돈은 넘치는데 상대적으로 없는 게 너무 많다. 개념 없고, 싸가지 없고, 눈치도 없다. 게다가 결혼도 한 유부녀 아니던가. 그리 인기 있을만한 조건이 아니다. 따라서 천방지축에 안하무인인 나상실 같은 캐릭터 앞에서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주눅들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주변인은 나상실 앞에만 서면 제대로 얼굴을 들지 못하고 쩔쩔댄다. 왜냐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결정적인 것이 너무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 권력으로 화자 되는 ‘돈~’이다.

입도 거칠다. 달고 다니는 “꼬라지 하고는~”라는 말이 쩌렁쩌렁 울린다. 충분히 기분 나쁠 뉘앙스지만 단 한 사람만 예외다. 몸이 전 재산인 김철수의 귀에는 그 소리마저 사랑스러운가 보다. 서로 죽일 듯이 아웅다웅 거리더니 어느 순간 떨어져서는 한 시간도 지낼 수 없다고 가슴앓이 하는 모습을 보이니 말이다.

혼자 좋아하면 가슴 아픈 짝사랑이라지만 나상실 만큼이나 김철수도 나상실을 좋아하고 있으니 둘의 감정은 사랑이 분명하다. 다만 둘 의 사랑이 극히 정상적인 것이 아니기에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사연이 궁금해진다.

부족할 것 하나 없는 태평천하의 삶을 누리고 있는 무개념 녀 나상실이 몸 하나가 전 재산에 불과한 너무도 평범 남 김철수와 사랑을 시작한다는 언빌리버블 스토리. 자의든 타이든 좋다며 애정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구멍 송송 뚫린 티셔츠 선물해주며 생전 처음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모든 것이 처음인 나상실의 러브스토리는 핑크빛이긴 한데 석연치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공연명: 뮤지컬 환상의 커플 (2012)
공연장: 대학로 문화공간필링1
공연기간: 2012. 07. 19 ~ 2012. 08. 26
러닝타임: 140분
문의: MBC 02)766-7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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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2에 돌입한 드라마컬 ‘환상의 커플’

2006년 MBC드라마를 통해 수많은 어록을 남긴 환상의 커플이 지난해 시즌1에 이어 2012년 시즌2로 돌아왔다. 드라마 속에서 자장면에 과도한 집착을 보였던 한예슬 캐릭터의 나상실은 변함없이 자장면에 무한 사랑을 보였다.

대표적인 어록 중 “어린이들! 지나간 자장면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등의 대사가 16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린 이후에도 입에 오르내렸다. 혹시나 몰라 뮤지컬 시즌2에서 거론되나 봤으나 여전히 거론되지 않는다. 드라마 내용 16부작에서 핵심만 추려 3시간 이내로 함축시켜 무대에 올려놓은 기본 골자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를 요약해보면 ‘운명 같은 사랑’ 이랄까! 좀 비약하면 ‘노동착취 사기극’ 이정도로도 통용된다.

결혼한 처자를 납치한 것에도 부족해서 집에서 가정부로 부려먹고, 사랑에 빠진다는~ 훈훈한(?) 내용은 드라마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때문에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면 이 작품 또한 추억 회상하는데 제격이다.

이것저것 다 따져가면서 실속 챙기려 드는 이라면 필시 공감하기 힘들겠지만 묘하게도 다 따져가며 콧대 세우던 주인공 나상실이 딱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 라인은 공감대 보다는 재미라는 요소에 더 가깝다. 자칭 ‘지 잘난 맛’에 살던 김철수가 어느 순간 좋다고 앞뒤 안 가리고 덤비는 여자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 나상실과 김철수의 연예스토리, 개봉박두

사람 마음이란 것이 참 그렇다. 그렇게 밉던 상대가 어느 순간 자꾸 눈에 밟히고 조금 지나면 좋아지는 감정으로 이어진다. 막연하게 내가 받은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꾀였으나 한편으로는 미안한 감정이 솟구친다.

그렇다가 어느 순간 자꾸만 끌리는 감정으로 흔들리는 김철수. 멋도 모르는 나상실은 김철수가 좋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동시에 두려운 마음도 있다. “저 여자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어떻게 나올까?”에 관한 심정이다. 웃을 수도 없는 다 큰 어른들의 철부지 어린애와 같은 장난이란 말인가.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는 돈 많은 여자가 허우대만 멀쩡한 평범한 남자를 만나 인생이 뒤 바뀐다는 이야기는 드라마에서도 그랬지만 뮤지컬로 돌아와도 생뚱맞다. 드라마로 익히 알려진 대사 “꼬라지 하고는~”이 귓가에 맴도는 한 꼬라지 있는 뮤지컬의 컴백은 꽤나 인상적이다.

나상실과 장철수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핵심이지만 이를 중심으로 주변에 펼쳐지는 러브라인 구성도 꽤나 흥미롭다. 예를 들자면 장철수가 매정하게 차버린 과거의 연인 역으로 등장하는 오유경이 나상실(조안나)의 남편인 빌리박과 눈이 맞는 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보면 철수와 빌리박, 나상실과 오유경은 넘지 말아야 할선을 넘어버린 불륜풍자 뮤지컬의 중인공이 된 셈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해함은 극에 달했다.

머리에 꽃을 달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이던 강자 또한 ‘사랑’이란 방자한 장난질의 수혜대상이다. ‘얼음’ ‘땡’ 놀이를 반복하던 강자와 우연한 계기로 키스 하게 된 공 실장 사이의 러브라인이 극적으로 형성된다. 결국 뮤지컬 환상의 커플에서 싱글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이 작품 혼자 봐야 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필시 대사 하나하나에 듬뿍 담긴 애정행각에 오글거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 시즌2로 업그레이드 된 뮤지컬

작년 다소 밋밋했다고 평가를 받은 시즌1에 비해 볼거리부터가 남다르다. 규모는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 가능한 소극장이지만 무대 변화 효과나 영상미를 더해 이야기를 회상 신을 완성시킨 요소가 그 것.

여기에 시즌2는 출연진도 화려하다. <넥스트투노멀> <서편제>로 알려진 한지상과 <젊음의 행진> <락 오브 에이지>를 통해 뮤지컬 연기 수업에 푹 빠진 천상지희 선데이가 합류했다.

<모범생들> <마리아마이라> <환상의 커플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함께 한 김보강, <사랑은 비를 타고> <화차>의 김이안, <그리스> <환상의 커플 시즌1>의 이가은, <모차르트 오페라락> <싱글즈> <맨오브라만차>의 김민주가 환상의 커플2에서 하모니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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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김철수, 나상실, 리뷰, 뮤지컬, 연극, 환상의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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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vru.gencbeyin.net/ BlogIcon oakley sunglasses cheap 2013.04.10 04: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사람에서 다른 사람의 정신적 활동을 이해하고, 사물을 보는 개념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연극 ‘그 놈을 잡아라’:: 연쇄살인범에 대한 고찰

생활/문화/리뷰 2012. 8. 1. 21:50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연극 리뷰‘그 놈을 잡아라’:: 연쇄살인범에 대한 고찰 
- 글: 김현동(cinetique@naver.com) 

+ 연극 한 편으로 서스펜스 스릴러의 정석을 체감한다.
+ 드라마인가? 연극인가? 눈앞에 펼쳐진 한 편의 수사반장


연극을 이해하는데 IQ가 뭔 필요가 있겠냐만 이 작품 친절하게도 IQ 100 이하는 볼 생각을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그만큼 이해하기 어렵단 말인가 생각하게 되는 그 순간 친절하게도 심혈을 기울여 봐달라는 설명을 곁들인다. 연극을 보면서 이해하기 위해 애쓰라고 강요하는 작품은 그 장르조차도 생소한데. 추리극? 액션? 그렇다고 멜로는 더욱 아니다. 그러하면 복합장르란 말인가!

이상하게도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감이 충만하다. 반복되는 긴장감에 한편으로는 짓누르는 느낌의 무거운 압박감. 쓸쓸하지만 순간순간 웃게 만드는 묘한 재치까지 다양한 장르를 고루 섭렵하고 있는 한 편의 작품을 마주한 그 순간 떠오르는 장르가 있으니 “이건 드라마야!”라는 외침이다.

주최 측의 설명을 차용하자면 코믹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너무 거창하게 설명한 나머지 신빙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막을 순 없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연극을 보면서 드라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은 처음이 아닐까 한다. 딱히 코믹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진한 여운이 남는 것도 아닌데도 볼수록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묻어난다. 2012년 6차 앙코르 공연을 시작한 연극 ‘그 놈을 잡아라’가 그렇다는 말씀.


공연명: 그 놈을 잡아라
공연장: 드림시어터(구 PMC 소극장)
공연기간: 2012. 05. 11 ~ 오픈 런
문 의 : 드림시어터컴퍼니 070)8780-0096
홈페이지 : http://club.cyworld.com/dtc-g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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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내에 찌든 남자냄새 베어 나오는 작품

시작부터 왠지 모를 비위가 상한다. 바람하나 통하지 않을 것 같은 꽉 막힌 사무실에 목이 다 늘어진 헐렁한 셔츠차림의 형사가 등장한다. 보고만 있어도 ‘더럽다’ 그 모습은 마치 책상 위 재떨이에는 수북하게 쌓인 담뱃재가 가득하고 서랍에 대충 던져 둔 양말은 몇 번은 뒤집어 신었는지 지저분하다 못해 고린내가 풀풀 풍기는 것과 어울리는 이미지랄까! 작품 속 주인공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왠지 너무 캐릭터가 친환경적이다.

성격은 또 얼마나 저돌적인지. 사건을 진득하게 조사하는데 필요한 치밀함과 분석력은 온데간데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대는데 일가견이 있다. 전형적인 형사 캐릭터다. 하지만 이 형사를 통해 관객은 인간냄새 풀풀 풍기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엄연한 사실인 것을.

자세히 살펴보니 흐트러진 상태의 떡진 머리는 기름져 있고, 표정을 보아하니 마지막으로 집에 들어간 것이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지쳐있다. 스트레스 털어버릴 곳이라곤 길 건너 순댓국밥집인데, 먹으면서도 맛없다고 푸념 일색이다. 그러면서도 매번 찾아가는 모습하며 매사가 귀차니즘에 찌들어있다.

여과 없이 표현했기에 살짝 의심도 되겠지만 실제 연극 ‘그 놈을 잡아라’속의 캐릭터가 이렇다. 꾸미고 다듬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극중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만큼의 리얼리즘을 발휘하고 있으니 작은 소극장위에서 마주한 관객이 느낄 현장감에 대해 두말해서 뭐하리. 뻔한 사랑이야기나 뻔한 멜로가 아니기에 어디로 튈지 예상되지 않는 극은 점점 남자들만의 세상으로 관객을 이끈다.

| 시작은 살인사건 하지만 살펴보니 자존심 싸움

그렇다 보니 주최 측의 농간으로만 보이던 코믹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구색을 찾아야 할 순간도 마주한다. 해답은 극의 시작에 있다. 비가 오는 날 발생하는 살인사건. 그것도 매번 같은 날 3월 7일. 음력이던 양력이던 개의치 않고 3월 하고도 7일이 되기라도 하면 매년 반복되는 살인사건. 이에 좌충우돌 갈피를 못 잡고 휘둘리는 경찰을 보며 관객은 무능함에 넘어 울분을 삭힌다. ‘그 놈 하나를 못 잡아서’ 라는 화가 목 끝까지 치밀어 오르지만 따져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디까지는 연극은 연극이니깐.

살인사건과 함께 시작된 시나리오는 자신을 드라마 작가라며 신분을 속이고 접근한 극중 배역 남지운 작가를 통해 본격적으로 물살을 탄다. 사건이 발생하는 그 장소마다 등장하고 휘젓고 다니면서 경찰 행세를 하는 남 작가의 신출귀몰한 행각은 결국에는 발각된다. 뒤늦게 눈치 첸 조용두 형사의 배신감을 모를 리는 없지만 ‘그럼 그렇지’하는 안도가 먼저 나오는 건 무슨 연유인지.

타이트하게 짜인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살인사건과 늘 한 발 늦게 도착하는 조용두 형사의 뒷북 행차. 그 투박하고도 거친 말투 속에 묘한 인간미가 녹아 있긴 하지만 동시에 무능함의 전형도 보이고 있으니 암울한 현실이 아니꼬울 뿐이다. 관객에게만 IQ100 이상을 논하지 말고 극 중 형사의 IQ도 살짝 의심되는 순간이다. 앞뒤 꽉 막혀도 저렇게 막무가내로 무식할 수 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만큼 물불을 안가리고 행해지는 무식한 행동과 말도 안 되는 변명 동시에 말도 안 되는 안타까움이 교차하며 극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시작은 살인사건 이었지만 나중에는 신분을 위장하고 접근한 남지운 작가와 조용두 형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밀한 두뇌싸움이 긴장과 재미 사이를 정신없이 오간다. 여기에 간간히 등장하는 멀티맨과 멀티우먼이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행해지는 입담과 재치 가득한 몸동작을 보는 쏠쏠한 재미가 연극 ‘그 놈을 잡아라’의 숨겨진 코믹요소다. 촘촘한 수사망을 비웃기라도 하 듯 날뛰는 연쇄살인마와 조용두 형사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구심점이랄까!

| 막걸리 한 사발에 섞인 애환 들이켜 보니

하지만 보는 내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연극 ‘그 놈을 잡아라’를 보고 있으면 과거 안방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수사반장’이 그 것. 그때에도 그랬다. 깨끗함과는 거리가 먼 형사의 이미지와 범죄가 예고하고 터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에 무능함을 한탄하며 들이키는 한잔 술잔에 삭혀버린 애환장면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마찬가지로 연극 ‘그 놈을 잡아라’에서도 막걸리를 둘러싼 애환이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죽네 사네 했지만 결국에는 남지운 작가나 조용두 형사 모두 상처받은 영혼으로 드러난 그 순간 측은함에 두 사람 격려하고픈 마음뿐이다. 초반엔 긴장과 스릴에 관객이 숨죽여야 했으나 후반에 들어선 두 사람 모두 세상에 상처 받고 버림받은 영혼의 소유자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웃음 보다는 안쓰러움과 한숨이 짙게 묻어나온다.

한 사람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마음에 묻고 또 다른 사람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추억에 묻어야 했던 사실은 관객의 가슴도 먹먹하게 만든다. 긴장하다가 웃고 어느 순간 애절하게 변하는 분위기 하지만 잠시 후 다시 웃게 만드는 빠른 시나리오 전개는 극의 재미뿐만 아니라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초를 다투는 긴박감을 연출한다. 이 작품을 보며 딴 생각 할 여유가 없는 것은 빠르게 급변하는 스토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 진득한 재미와 삶의 해학을 동시에 담았다.

상업 작품의 공통점인 억지웃음이나 허탕함을 남기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해하기 어렵거나 정신없게 만드는 해학이 숨 쉬는 것도 아니다. ‘범죄’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되는 잔악무도한 연쇄살인 사건 또는 실체를 모르는 연쇄살인 범을 쫒는 과정을 그려낸 나름 심오한 작품이다. 구태여 꼽는다면 약간의 코믹요소가 가미됐으며 캐릭터 하나하나가 뽐내는 개성이 어우러져 참신함이 돋보인다는 것.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작품은 연극 보다는 한편의 드라마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대학로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형식 임에도 자꾸만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중독성을 발휘한다. 혹자는 그랬다. 웰메이드 연극이라고. 의미인 즉슨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작품이 주는 진정한 재미를 알고 싶다면 연극 ‘그 놈을 잡아라’가 유일한 대안이다 는 것. 예상컨대 이 작품을 견제할 만한 작품 당분간 등장하기 어렵다. 그만큼 변질된 공연계에서 손꼽히는 몇 안 되는 작품으로 연극 ‘그 놈을 잡아라’는 상업연극이 아닐지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조용두 형사 역에는 정형석, 윤상현이 임형사 역에는 허지나와 김선혜가 더블캐스팅 열연했다. 남지운 작가 역에는 송동환, 이중호 역에는 이윤선, 멀티우먼 역에는 곽수정, 박준석이 참여했다. 멀티맨 역에는 한승수와 하성훈이 최형사 역은 유철중이 연기 했으며 선희역은 박상민 배우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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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 동성애로 그려낸 순애보 사랑

생활/문화/리뷰 2012. 7. 31. 00:02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 동성애로 그려낸 순애보 사랑 
- 글: 김현동(cinetique@naver.com) 

+ 10년 만에 돌아온 영화 속 감동, 재현할 수 있을까?
+ 엇갈린 인연에 애간장 태우게 만드는 순박한 사랑이야기


정말 이런 사랑이 있을까 싶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얼마나 사랑했기에 시공간을 초월해 한 사람만을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기다릴 수 있단 말인가. 가정이 있으며 학교 선생님이라는 번듯한 직업을 지닌 자가 게이라는 오명을 써가면서까지 모든 것을 다 버릴 정도라면 더 이상 설명해서 뭐하랴.

마음속에 간직한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모습은 집착 이전에 순수한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다만 행해진 방식에 있어 좀 심하게 비하시켜 표현한다면 집착으로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기에 애절했지만 안타까운 사랑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었다.

물론 대중이 접한 영화 속의 영상은 '사랑' 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충분히 아름다웠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었지만 뮤지컬은 우려했던 한계를 넘기에는 글쎄~ 소통했다고 보기에는 시나리오가 다소 빈약한 것. 2001년 작 이병헌, 이은주 주연의 '번지점프를 하다' 에서의 사랑은 아름다웠지만 2012년 뮤지컬로 태어난 먼지점프를 하다에서의 사랑은 안타까움이 너무 짙다.

그러서일까! 영화보다 애절함이 더욱 짙었던 두 주인공의 엇갈린 후반부 이야기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비오는 날 시작된 두 사람의 운명 같은 만남 속 이야기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였다면 뮤지컬은 교통사고라는 복선이 만들어낸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에 가깝다. 영화를 먼저 떠올렸다면 다소 느낌이 색달라 보이는 작품은 그렇게 10년이 넘은 세월을 지나 2012년 뮤지컬로 각색돼 우리 곁에 돌아왔다.


공연명: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2012)
공연장: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공연기간: 2012. 07. 14 ~ 2012. 09. 02
러닝타임: 140분
문의: 뮤지컬해븐 02)744-4033
홈페이지: http://www.musicalbunge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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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배경으로 뮤지컬로 돌아왔다.

영화로도 큰 인기를 끈 작품인 만큼 기본 배경은 익히 알려진 것과 다르지 않다. 첫 만남은 비오는 날 버스정류장 앞에서 이뤄졌다. 갑자가 쏟아지는 장대비에 소리 없이 우산 속으로 들어온 그녀. 같이 쓰자는 말에 목석이 된 것 마냥 굳어버린 남자주인공의 태도는 보고만 있어도 '킥킥'거리며 웃음이 나온다. 긴장하면 딸꾹질 하는 몹쓸 버릇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괜스레 머슴적다. 객석에 앉아만 있어도 사춘기 소년이 풋풋한 첫 사랑을 시작하던 그때의 그 기분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 이런 기분 오랜만에 느껴본다.

알듯 모를 듯 옆에서 가슴 설레게 하는 여학생의 고혹적인 매력. 그러다 훌쩍 떠나버리는 뒷모습만 하염없이 보며 가슴앓이 해본 경험이 시작부터 관객의 마음을 쥐어짠다. 풋풋함과 두근거림 그리고 짝사랑의 애절함이 동시에 교차하며 오글거림을 선사하는데 연애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이런 사랑은 십중팔구 질투심 자극할 만한 장면이다.

그래서일까!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봐야 할 작품이다. 사랑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건 여타 작품과 다르지 않지만 사랑의 진행은 느리지만 진솔하게 표현됐으며 여기에 시대적인 배경이 더해져 부모세대라면 야릇한 향수에 심취할 수 있다. 눈만 마주쳐도 불꽃이 튀던 현 세대의 화끈한 사랑이 아닌 은근한 불에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과거의 진득한 사랑이 관객의 애간장을 태운다. 혼자 본다면 왠지 슬퍼질 것만 같다.

| 동성애를 다룬 비극적인 사랑

다시 배경은 17년이 지났다. 입영영차라는 구구절절한 소회를 뒤로 하고 극은 2막에 들어서 10년이란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시작된다. 이 무렵에도 극 중 손가락 걸고 한 여자만 사랑하겠다는 주인공은 자신의 고백을 지키리라는 굳은 결심을 다짐한다.

여자가 죽던 그날 태어난 아이의 한 마디 "젓가락, 숟가락의 시옷, 디귿 받침이 붙은 이유"를 묻는 장면이 되풀이 되면서 남자는 17년 전의 입대 일을 떠올리는 시점이다. 아무런 연고도 없던 사제지간에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며 복선의 시작이 예고됐다. 마치 비 오던 그날 남녀 주인공의 인연의 시작을 알렸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 속의 비극적인 장면도 섬세하게 표현 했다. 대상이 남자라는 것과 수군거리는 모습을 통해 주인공의 참담함을 극으로 몰아갔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지극히 공감 가지 않지만 오죽 사랑했으면 이라는 심정 전달에는 부족하지 않다. 무엇보다 극은 인연의 고리를 재차 강조하고 있는데 무대를 뺑 둘러싸고 스크린에 투시되는 흰색 선은 시작 전부터 관객을 맞는다. 그렇다보니 아무런 음악도 없이 한 줄기 선만 펼쳐진 공허한 무대를 보며 "저게 뭔가?"라는 의문이 남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 다소 큰 무대가 재미를 반감시켜

다만 중극장이 아닌 소극장에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본 작품은 이병현과 (故)이은주 주연의 '번지점프를 하다'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시작 전부터 관객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5년의 창작 과정이 더 해졌고 지난 2009년에는 시범 공연을 통해 작품의 론칭을 알렸다. 그리고 3년이라는 숙성기간이 지나 정식으로 무대에 오른 작품은 시작부터 기대 하던 것 이상의 대형 캔버스 위에 화려하게 담아져 관객을 맞았다.

인연이라는 매듭 강조하기 위한 의도 이었던 듯 무대를 가로지르는 한 줄기 선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펼쳐지는 일련의 사연들이 연출의 고뇌를 알게 한다. 처음 선보인 창작뮤지컬이기에 그 어려움이 한두 가지에 그쳤겠는가.

그렇게 펼쳐는 효과는 큰 무대를 이분법으로 활용해 퍼즐 맞추기 하는 것처럼 사연이 하나하나 펼쳐졌다. 좌측이 과거라면 우측은 현재 그리고 다시 좌측의 과거 이런 식의 교차효과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집중도 면에서는 반감시킨 요인이다. 큰 무대에서 전해지는 큰 감동이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뮤지컬이라는 기본 틀에 영화가 줬던 감동이 섞여 재미를 선사했지만 무대가 지나치게 크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 조금은 더 작았더라면 관객이 마주했던 일련의 사건이 좀 더 진솔하게 다가갔을지 모를 일이다. 여기에 아름답게 보여야 할 사랑이 다소 우울하게 보이는 점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 부모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작품

무려 10년이다. 강산이 바뀌어도 서너 번은 바뀌었음직한 세월을 탄 영화 속 작품이 창작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관객 앞에 섰다. 극은 1막을 통해 80년도의 배경을 살려 냈고 2막을 통해 2000년대의 세련미를 더했다. 중년의 부모세대라면 남다르게 다가오는 일련의 사건이 야릇한 향수를 자아낸다.

입영열차라는 배경을 깔아놓고 막걸리와 장발 그리고 청바지라는 키워드를 놓고 그때 그 시절의 분위기를 잘 녹여냈다. 공중전화라는 도구를 통해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그리움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는 낯설지가 않다. 그때가 아니면 체감할 수 없던 이야기가 극중 곳곳에서 드러난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간의 세대차이가 난들 이런 장면을 어찌 공감하지 않겠는가.

최고의 명장면은 극 마지막에 나온다. 인우가 입영열차를 타는 그 시점이다. "늦게라도 간다고 기다려 달라는"주인공 태희가 끝내 그 자리에 나오지 못했던 사연이 그 것. 영화 속의 그 장면에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사랑하는 남자를 보기 위해 뛰어가는 여자의 모습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장면이다.

물론 전반적인 작품의 줄거리만 보면 동성애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사랑에 목마른 학교 선생이 학생을 통해 과거의 첫 사랑을 회상해낸다는 다소 뻔뻔한 스토리라는 것이다. 비난을 맞아도 부족할 판에 사랑을 이뤄낸다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진행이지만 그 누구도 이를 지적하지는 않는다.

애초부터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전달코자 했던 의미는 '인연' 이라는 매듭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누구였던 간에 사랑했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아름답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는 극중 명대사만큼이나 영화와 뮤지컬로 선보인 '번지점프를 하다'도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극적인 하룻밤, 막돼먹은 영애씨, 풍월주의 이재준 연출,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Adrian Osmond 각색/연출의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오는 9월 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무대에 오른다. 인우 역에 강필석, 김우형이 태희 역에 전미도와 최유하가 더블캐스팅 됐다. 현빈 역에 윤소호와 이재균이 대근 역에 임기홍과 진상현이 참여했다. 혜주 역에 송상은, 재일 역에 김성일, 인우아내 역에 김경희에 열연했다. 이 외에도 김성현, 안재영, 김찬호, 황호진, 최종선, 박태영, 이효림, 신혜원, 이경진, 강지혜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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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내용, 동성애, 리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번지점프를하다, 연극,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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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불 좀 꺼주세요 :: 늦깎이 불륜~ 아름답진 않다.

생활/문화/리뷰 2012. 7. 23. 00:21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연극 불 좀 꺼주세요 :: 늦깎이 불륜~ 아름답진 않다. 
- 글: 김현동(cinetique@naver.com) 

+ 우정과 사랑의 경계선을 타는 중년 남녀의 회고록
+ 몸 따로 마음 따로 인 2중적 시선을 통해 조명해본 인생 이야기


고전 하면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떨칠 수 없다. 때문에 20만 명의 관객이 찾아온 희대의 화제작이라는 명칭이 있음에도 ‘먹힐까?’ 라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시대는 변했고 의식도 함께 변한 것이 그 이유다. 다만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고 했던가! 오전 시대에 방영되는 아침 드라마의 소재와 같이 진부함이 농염하게 녹아있음에도 오감을 자극하는 소재는 세월을 탔음에도 말초신경을 짜릿하게 자극하며 온 몸의 신경을 집중시켰다.

약간의 노출과 약간은 선정적인 줄거리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곤 말할 수 없다. 게다가 강산이 변해도 4번은 변했을 20년간의 세월을 탄 작품 치고는 연극 ‘불 좀 꺼주세요’의 노골적인 유혹이 아직도 통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면 작품이 원하는 대로 불 좀 꺼볼까?

불 좀 꺼주세요? 야릇한 상상에 왠지 모를 기대를 하게 된다. 사상이 불순해서가 아닌 제목만큼이나 19금(禁)이라는 팻말이 붙어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오는 반응이다. 1990년대 이만희 작가의 작품이 대학로 무대에 재공연 된다는 소식에 과거의 회상신을 내심 기대한 것도 없진 않다. 내심 20세 이상 관람가인 연극 ‘불 좀 꺼주세요’가 전하고자 했던 속내가 통할까 했던 기대도 변치 않았다.

상상하던 것 그대로 불을 꺼야만 이뤄질 행위를 위한 전초전인 셈이다. 다만 전초전이 지나치게 길다보니 19금(禁)이라는 팻말에 남다른 상상력을 펴낸 관객이라면 실망의 여지가 크다. 왜냐고? 손만 잡아도 부끄럽고 눈만 마주쳐도 설레던 20년 전의 풋풋함이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정이 있는 중년의 남녀가 서로를 향한 탐닉의 시간을 갖는 과정이 마냥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생각을 했음 직 하지만 그렇다고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기에 연극 ‘불 좀 꺼주세요’를 보고 공감한다는 것은 호불호가 갈린다. 다만 이들이 상처받은 지난 과거를 듣고 나면 왠지 모를 안쓰러움에 용납되는 수준이랄까. 마찬가지로 왜냐고? 사람은 원래부터가 외로운 동물이기 때문이다.



| 공연사진 더 보기




| 중년의 남녀를 통해 들어본 발칙한 이야기.

물론 외롭다고 모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전초전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서 밀당. 바람을 필까? 말까? 이런 식이다. 하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두 사람은 이미 가정이 있는데다가 직업이 사회적으로 책임을 요하는 것에 있어 쉽지 않았음이 짐작된다. 생각해보자 남자는 국회의원이고 여자는 교사였다는데 함부로 몸을 놀릴 수 없는 거 아닌가! 물론 요즘 국회의원 하는 짓을 보면 이보다 더한 짓도 가능하지만 이 작품이 시작된 시기가 아름다운 20년 전이다. 강산도 맑고 사람의 인격 또한 몹시도 아름다운 시절의 불륜이라. 발칙하기 그지없다.

그래서인가? 좀처럼 진도를 빼지 못한다. 알거 다 아는 중년 남녀가 뭐하는 짓인가 싶은데 그 순간 내면의 젊은 남녀가 먼저 등장해 서로의 속내를 까발린다. 여과 없는 대사에 여과 없는 몸동작. 짧은 핫팬츠 차림을 한 여자에 좀 생겼다 싶은 남자는 서로를 향해 거침없는 구애를 펼친다. 그렇고 보니 이 두 사람 왠지 숨기는 것이 너무 많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캐릭터는 요즘 세태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다. 세월의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온 부모세대의 이야기는 지금 봐도 안쓰럽다. 피 끓는 젊은 시대에는 먹고살라 바쁘게 지내다 저 사람이 내 사람인가 가늠만 해보다가 정작 결혼은 엄한 사람과 하게 되는 드라마 소재가 마냥 현실성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술자리 안주삼아 떠올리는 과거 연애사가 먹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두 사람의 부진한 진도는 아무리 사회통념상 그리고 사회적인 지위 때문이라고 해도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좁은 방 그것도 침대 위에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거부하지도 않는 몸을 머리가 마다한다. 아니 두 사람 모두가 딴생각으로 정신없는데 20대의 분신은 자꾸만 작업에 돌입하는데 정신없다. 공감 가지 않는 두 사람의 밀당 대신 20대의 분신을 통한 대리만족은 관객의 호기심을 절정에 이르게 한다.

고리타분한 대사를 펼치는 중년과 달리 노골적인 대사를 뽐내는 20대 분신의 상반된 모습을 통해 우리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20대 때는 제법 발칙하긴 한데 중년이 된 두 사람은 볼수록 안쓰럽다.

| 몸 따로 마음 따로. 통할 수나 있을까?

이야기는 매듭을 끊듯 끊어 진행됐다. 두 사람의 인연은 시골 학교에서 시작됐다. 산골 여고사와 학교 농장일꾼으로 만나 여자가 남자를 향해 호감을 보이지만 이 남자 좀처럼 눈치가 없는 듯 밀어내기만 한다. 서로 싫지 않는 눈치를 주지만 뭔가 숨기는 남자의 수상한 행동. 그와 중에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려 서로의 인연은 풀 수 없게 꼬여버리고 여자는 남자의 친구와 혼인을 하게 된다는 것. 남자를 찾아다니는 여자가 기절한 순간 친구의 못된 본능에 당해버린 여자는 슬퍼하면서도 그 관경을 지켜보는 관객은 짠한 마음뿐이다.

짧게 나오는 정사신은 분명한데 그 과정에 앞뒤 토막내버린 생선마냥 몸통만 뚝 떼놓고 펼쳐지니 이야기 연결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뭐 이 순간 중요한 건 둘 의 정사신이니까 납득되는 수준이다. 조명도 붉은색에 본능에 마음을 맡긴 두 사람. 반면 남자는 과거나 현재나 같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함께 재직했던 학교의 여자다. 허나 나설 수 있는 환경을 탓하며 마음을 숨기는 데만 급급하고 그러다가 만난 지금의 아내와 혼인하게 된다. 한 없이 엇갈린 두 사람의 속마음은 내숭에 충실한 나머지 새드엔딩으로 치닫게 한 단초가 된다. 비극과 사랑의 차이는 백짓장이랄까! 그만큼 아픔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 앙큼한 내면에 불침을 꽂는 작품, 불 좀 꺼주세요.

한 무대를 통해 조명해본 현재와 과거 그리고 내면의 세계는 발칙하지도 깜찍하지도 그렇다고 마냥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분신을 통해 중년남녀의 속내를 까발려 봤더니 20대의 그것과 다를 건 없다는 것도 작품이 주는 재미다. 지금의 본 모습이 중후했다면 과거에는 발랄했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관건은 총 4명의 남녀가 한 무대에 동시 등장해 호흡을 맞춰 내면과 외면의 환상궁합을 뽐내는 과정이다. 실시간으로 교차하는 생각의 차이가 전달되는 순간순간이 관객의 반응을 변화시켰고 불이 꺼지는 야릇한 상상 그 순간에도 복잡한 내면과 외면을 통해 일상을 탐지했다. 서로 다른 분신을 통해 시기적절하게 끼어들고 빠지는 절묘한 타이밍을 맞추는 일이 반복된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연기력이 흩트려 진다면 관객이 눈치를 채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만큼 연기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세월을 탄 작품인 탓에 전반적으로 배경이 낡은 것과 고즈넉한 대사가 많다는 것 그리고 조명에도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녹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의 삶은 매듭이다. 어떤 매듭을 먼저 푸느냐에 따라 고리에 달려 있는 결과도 다르기 마련이다. 중년의 남녀를 통해 조명해본 인생이란 매듭은 그렇게 낭만 있게도 그렇다고 억척스럽지도 않았다. 단지 둘을 통해 살펴 본 인생이라는 것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안쓰러울 뿐이다. 우연을 인연으로 맺지 못해 뒤늦게 맞바람이라는 묘한 목표를 향해 몸을 맡겨보지만 그것조차도 속내처럼 추진하지 못한 두 사람의 미적미적한 행동에는 분명 어느 한쪽의 리더십이 필요했다. 극이 종료되기 전 여자가 내뱉은 한 마디 “불 좀 꺼주세요”가 인상에 남는 이유다.

강영걸 연출과 이만희 작가의 연극 ‘불 좀 꺼주세요’에는 연출자의 딸이자 배우였던 연기자 강윤경이 여자 분신 역으로 출연한다. 이어 88서울올림픽의 굴렁쇠 소년 윤태웅이 남자 분신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 외에도 여인 역에 남기애, 이효림, 사내 역에 박성준, 여자 분신 역으로 박아름, 여자다 역에 이현주와 장정선 그리고 남자다 역에 신승용이 출연했다. 공연은 오는 9월 9일까지 대학로극장에서 한다. 문의)극단 완자무늬 02-929-8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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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차르트 :: 악마와 계약한 레퀴엠. 전율이 흐르다.

생활/문화/리뷰 2012. 7. 18. 23:47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뮤지컬 모차르트 :: 악마와 계약한 레퀴엠. 전율이 흐르다.
- 글: 김현동(cinetique@naver.com)

+ 고뇌에 가득한 모차르트를 조명한 인생 뮤지컬
+ 웅장한 하모니에 절도 있는 군무가 보는 재미 듣는 재미를 선사


태생부터가 비극적인 삶이었다. 부와 명예 둘 중에 아무것도 지니지 않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자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이었던 천재성. 그것을 담보로 관습과 대적했지만 문턱은 높았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천재 모차르트는 없었고 무대 위에 서있던 남자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던 나약한 모습의 청년에 불과했다.

레게머리에 찢어진 청바지 차림으로 젊음을 뽐내려 했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음을 경험했으리라. 젊음을 꽃피우기도 전에 세상의 굴레만 억압당해 숨통을 조여지던 모습을 보였으니까.

벗어나려 애를 쓰고 가족이 박해를 당하는 못된 수모도 차갑게 외면해 봤지만 부질없는 짓으로 돌아갔다. 못마땅하게 여기던 그의 아버지는 마지막 모습까지 따뜻하긴 커녕 차가운 태도로 일관했다. 가족에게 외면당했고 세상에서 까지 버림받은 모차르트가 유일하게 의지할 상태는 음악에 불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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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MK)



| 천재성에 발목 잡힌 어린 삶

이 과정에서 주옥같은 작품도 등장했지만 모차르트가 경험했던 인간적인 고뇌와 맞바꾸기에는 부족해보였다. 가학적인 삶과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 모차르트와 젊음을 불태우고 싶었던 그 나이 또래의 모차르트가 무대 위에서 사정없이 난도질당했다.

하지만 모차르트 자신을 사슬에 얽매여 놓게 한 결정적인 것은 세상이나 가족이 아닌 어린 시절 표출되었던 천재성이다. 모두의 주목을 받았고 이를 통해 부까지 거머쥘 수 있었지만 부질없다고 여기고 표출한 모차르트의 한 순간 반항심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려 놔 버린 것. 

결국은 자신을 향한 기대가 한 순간 꺼져버린 것처럼 모차르트를 향한 세상의 관심도 사라지자 과거의 명성을 쫒기 위해 음악에 집착을 보인다. 이로 인해 모차르트는 죽음을 만나게 되지만. 제대로 된 사랑 한 번 받지 못하고 사랑 한 번 하지 못한 모차르트의 삶은 비극이라는 단어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무대 위에서 끔찍하게 내팽개쳤다.

천재라는 단어로 이 모든 것을 표현하기에는 한 명의 인간이 느껴야 했던 고뇌가 너무도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천재 모차르트와 인간 모차르트 둘 모두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 이 사이에서 고뇌하던 모차르트는 천재성을 담보로 인간이 겪어야 했던 모든 고통을 다 맞바꾼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행복이냐 천재성이냐를 두고 그 사이에서 저울질 해야만 했던 인간의 고뇌는 결국 삶을 유지하기 위한 천재성에 손을 들어줬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삶도 처참히 망가진 과정이 무대위에서 표출됐다.

내재된 욕망과 표출된 열등감 그리고에 어린 시절의 자아와 수없이 맞닥뜨려진 모차르트는 수없이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며 신을 꿈꿨을 만 하다. 그렇게 고통과 맞바꾼 현란한 음표 뒤에 등장한 자유와 사랑에 대한 갈망은 뮤지컬을 통해 관객에게 아픔으로 기억될테니. 천재의 비극적 삶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작품이 바로 뮤지컬 모차르트다.

| 주옥같은 명곡이 보는 맛 살려

충격적인 장면은 계속됐다. 천재라는 그림자에 가려져 좀처럼 관심 받을 수 없던 삶을 조명한 뮤지컬 모차르트는 인간의 욕망과 열등감 사이를 교묘히 이간질 시켰다. 생활고 속에서 어린 모차르트가 자신의 재능을 담보로 돈과 맞바꾸면서도 청년 모차르트는 이를 거부했다. 어린시절의 자아와 성년에서의 자아가 서로 상충되는 순간이다.

결국 수없이 두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뒤로 하고 자식의 천재성을 가능한 상품화 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은 갈등의 고리가 됐다. 이를 거부한 모차르트는 모든것을 잃게 되면서 죄책감에 시달렸고 저승사자로 등장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모차르트와 관객은 한 순간 공포를 맞봐야 했다.

후반에 등장하는 비밀결사 단체는 다소 생뚱맞긴 하다. 모차르트에게 마술피리를 완성시킬 것을 강요하면서 세상과의 단절을 재촉하는데 이 과정에서 모차르트가 곡을 향한 집착이 극대화 됐다. 가족을 모두 외면하고 음표 속에 담아낸 자신의 생이 주옥같은 음악으로 승화됐지만 이 과정이 마냥 아름답지 않은 이유다.

단연 손꼽히는 장면은 극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주옥같은 하모니다. 한 천재 작곡가의 비극적인 삶을 등지고 귀를 간질이는 음악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절제된 표현력도 빛을 발했다. 모차르트의 분신으로 나오는 어린 모차르트인 아마데가 잉크를 대신해 모차르트의 피를 찍어 작곡한다는 장면이다. 미완성된 레퀴엠의 작곡은 모차르트를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고 관객은 이 장면을 통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18세기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은 배우가 대규모로 등장하고 이를 배경으로 들리는 오케스트라 선율 여기에 세종문화회관의 넓은 공연장을 상대로 펼쳐지는 군무는 여타 뮤지컬을 압도할 정도로 인상적인 볼거리다. 여기에 초연이 아닌 연이어 합류한 배우의 안정된 성량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껏 올려놨다.

다만 모차르트의 전 삶을 아우르려 하다 보니 맛배기로만 지나간 것이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한 인간이 지녔던 고뇌는 사무치고 비극적인 면이 도드라지는 것이 재미를 반감시킨다. 음악적인 영감이나 예술 부분의 이야기 보강이 좀 더 되었더라면 달랐을 것이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원작자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의 작품으로 모차르트를 의지의 주체인 볼프강(Wolfgang)과 재능의 근간인 아마데(Amade)로 분리해서 표현하는 발상이 본 작품의 특징이다.

2010년 초연 이후 임태경, 박은태, 장현승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재무장하고 지난 7월 10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오는 8월 4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최성희(바다), 오진영, 민영기, 윤형렬, 이정열, 윤승욱, 신영숙, 이경미, 임강희, 김재만이 열연했다. 문의) EMK뮤지컬컴퍼니 02-6391-6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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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작업의 정석, 작업 남 작업 녀의 발칙한 연애 공식

생활/문화/리뷰 2012. 7. 9. 12:49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 #연극 #대학로 #작업공식 #러브코칭 ]
작업 남 작업 녀의 발칙한 연애 공식
대학로 연극 작업의 정석



▲ 사랑을 책으로 배운 자에게 추천 공익 연극



- 놀아본 늑대와 발칙한 여우를 통해 배워보는 러브코칭
- 그래도 안생겨요!를 명심하고 볼 뼈아픈 연극
- 무작정 퍼주는 당신이 봐야 할 체감형 코믹 연애극

By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2012년 07월 09일] - 이성을 끝없이 그리워하며 잦은 만남의 기회도 주어지지만 좀처럼 진도를 빼지 못하는 선남선녀가 봐야할 작품이다. 늘 외로움을 호소하기에 주변에서는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매번 똑같은 이별만 되풀이하는 모습에 괜한 짓 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친구 혹은 동료라는 타이틀만 없다면 외면당했을 싱글남녀가 처한 오늘날 현실이다.

그렇다고 남 일이라고 매도하며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일.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형식상 이뤄지는 매정한 도움의 손길 보다는 되풀이 하는 실수를 고칠 수 있는 뼈있는 조언이다. 만약 주변에 “자주 만나보면 알게 돼~”라는 식으로 연애를 단순한 수학공식처럼 매도하는 이가 있다면 늦기 전에 멀리하라. 자주 만나더라도 문제가 반복된다면 똑같은 되 아픔만 겪게 되기 때문.

연극 작업의 정석은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는 싱글남녀를 위한 뼈있는 러브코칭 극이다. 만약 자신이 혹은 주변의 지인이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헛된 조언 보다는 본 작품을 추천하라. 그간 연애는 구전을 통해서만 정립되고 금기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명문화되었길 바랐던 소망에 불과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줄 만한 작품의 등장이라는 것. 연극 작업의 정석을 통해 진단해보는 ‘당신이 연애를 못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 늑대 남과 여우 녀를 통해 배워보는 행동양식


오지랖이 넓은 탓일까? 자신도 싱글이면서 남의 연애 사에 사사건건 관여하며 코칭 하는 이가 제법 있다. 믿어야 할지 외면해야 할지 모를 호통에 그저 고개만 끄덕여야 했던 것과 달리 연애 좀 해본 선수를 내세워 작업 방법을 진단한다. 듣다보면 제법 그럴싸한 정황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는데, 경험을 토대로 한 신빙성 있는 말에 눈과 귀가 점점 긴장된다. “이대로 하면 나도~ 싱글을 벗어날 수 있는 건가!”라는 내심 기대까지 하게 되는 묘한 흡수력에 관객은 초 긴장상태로 몰입한다.

시작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만남이다. 만남이 없는데 무슨 관계가 성립되겠는가. 서툰 남녀라면 “저기요~ 그쪽이랑 대화 좀~” 십중팔구 이랬을 텐데. 연애 고수라서 시작부터 남다르다. 아무 일도 없든 듯 손목 스냅만으로 상대방을 가격하는 커피 한 잔의 위력. 물론 이후의 모습도 남다르다. 당황스러운 척 자연스레 접근하는 공식이 예사로 볼 것은 아니다.

여자라면 따라 해볼까? 하는 기대가 성립될만한 순간. 선수 남도 이에 질세라 세탁비를 요구한다. 한술 더 떠 꽤나 비싼 옷이라며~ 으름장을 놓는데. 이후 즉석에서 벗는 장면에 잔 근육으로 단련된 몸이 드러난다. 그 순간 객석에서 쏟아내는 탄성~ “와~” 십중팔구 여성 관객의 호감을 샀다는 의미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선수 남의 반격에 선수 녀의 당황한 기색이 영력하다. 누가 먼저 시작하자고 할 것도 없이 단지 스쳤을 뿐인데 밀당에 돌입한 두 남녀. 늑대 남과 여우 녀의 스침이라서 그런지 느낌부터가 예사치 않다.

그래~ 연애는 이렇게 하는 거야! 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연극 작업의 정석은 상식을 벗어나 또 다른 전환의 계기를 맞고 새로운 필연을 만들어 낸다. 저게 될까 라고 의심이 들지만 그럴 때 마다 예상하지 못했던 순발력으로 엮어내는 작업 남의 재치 넘치는 반응. 여기에 작업 녀 또한 만만치 않는 대응에 관객은 혀를 내두른다. 시작부터 끝까지 펼쳐지는 작업 녀와 남의 범상치 않는 두뇌싸움은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든다.


# 본능에 몸을 맡기고 감정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두 사람.


피 끓는 젊은 청춘이 만났으니 몸이 당기는 것은 당연한 현실. 두 사람의 만남 직후부터 서로의 몸을 탐닉할 기회는 극중 계속 반복됐다. 분위기 좋고 조명 좋고 게다가 두 사람만 있는 좁은 집에 남자는 누워있고, 여자는 연신 수건에 물을 묻혀 남자를 간호한다. 관심이 없는데 이제 겨우 두 번 대면하는 남자를 상대로 선심을 베풀겠는가!

이처럼 연극 작업의 정석은 있음직한 예시를 통해 남녀간의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을 끌어냈다. 물론 바라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에이~ 저게 무슨!” 이라고 여길 가능성도 있다.

그저 한 번 길에서 스치고 이리 저리 끌려 다니다가 늦은 밤 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창문으로 넘어온 작업녀. 게다가 차림이 하이힐에 짧은 스커트차림이라는 것이 포인트다. 적나라하게 만남을 기대했는데 시작과 달리 지지부진한 연애 진도. 확 달아오르는 화끈한 장면을 기대했고 만약 아직도 싱글이라면 그게 바로 당신이 연애를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렇다 보니 제목만 보고 작업을 하는 방법을 배워보겠다는 심산으로 온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연극 작업의 정석은 연애를 가르치기 위한 작품이 아닌 연애를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내용 위주로 극이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하지만 사실 두 남녀 배우의 외모는 수준급이다. 평범한 일반인도 라는 생각에 고개가 절로 흔들린다. 좌절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닌데 본의 아니게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그렇다면 질문이 나올 만하다. 연극 작업의 정석의 본질이 뭐냐고? 시작은 영화다. 지난 2005년 개봉한 영화 ‘작업의 정석’을 원작으로 연극으로 각색된 작품으로 당시 손예진과 송일국 두 명의 명배우가 작업의 고수로 등장해 작업의 기술을 여과 없이 보여줘 화재가 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연극은 2012년 현 젊은이들의 시대 배경을 추가로 넣어 약간은 자극적이며 좁은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호소력을 살려냈다.


#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랑, 돈으로도 못 사는 사랑.


극중 주연답지 않은 조연의 등장은 또 하나의 가르침을 남긴다. 돈이면 모든 것이 다 될 것만 같았던 우리의 사고를 무너뜨린 일련의 행동이다. 헬기로 이동하고 땅을 파면 돈이 나온다는 어처구니없는 설정에 말도 안 된다는 탄식이 나오지만 어쨌든 돈이 많으니까~ 라고 여겼던 편견이 여과 없이 무너졌다. 돈이면 살 수 있다고 여겼던 사랑이지만 연극 작업의 정석에서만은 적어도 통하지 않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몸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봐야 할 상황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몸으로 시작된 사랑이라는 구절로 엮을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안 끌리는데 몸이라고 다르겠는가. 가정한다면 짐승 같은 본능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1회성 만남이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연극 작업의 정석에 드라마에서 자주 목격했던 식상한 장면을 더는 안 봐도 된다는 사실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통쾌한 일 아닌가!

작업 고수 남자와 작업 고수 여자가 계획적인 만남으로 서로에게 접근한다는 가정에서 시작한 작품을 통해 알아본 작업의 정석. 이렇게 하면 되더라. 혹은 저렇게 하면 되더라는 일명 카더라는 기반으로 시작한 연애가 아닌 지라 과정이 제법 흥미진진하다. 다소 아쉬운 것은 등장하는 극중 배역의 배경이 현실감 없게 잘나가는 직업군이라는 것과 이를 통해 다소 허탈감을 안겨줬다는 사실이다. 있는 놈은 뭘 해도 된다는 ~ 우려가 없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거르지 않고 역설적인 해학을 통해 연애에 대한 감각을 자극한 시도는 나름 참신하다.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혹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구에게 상처를 줘야 하는 반복이 아닌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이뤄지는 사랑을 이뤄냈다는 내용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현대인은 외롭고 그래서 더욱 사랑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외로움이 단지 사랑 하나만으로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극중 돈 많은 헬기 남이 그랬듯 본질을 외면하고 목적만을 이루고자 했다면 결국 남는 것은 허탈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아니 그 말은 연극 작업의 정석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 저작권자 ⓒB급 팩트, 고품격 황색 언론 '위클리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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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공연, 내용, 대학로, 데이트, 러브코칭, 리뷰, 연극, 임성언, 작업의정석, 줄거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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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weeklypost.org BlogIcon 위클리포스트 2012.07.09 12: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07.09~07.19] 연극 작업의정석에 초대 합니다.
    이벤트 참여 안내: http://dailyinside.net/278

  2. BlogIcon 20층카라티 2012.07.18 1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므너므 재미있을것같네요!! 짝이 없는 사람도 보면 좋겠지만 짝이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또 도움이 되겠죠?ㅋ

연극 허탕 :: 통속적인 언어로 비웃는 세상의 허탕함

생활/문화/리뷰 2012. 7. 2. 22:43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연극 허탕 리뷰 :: 빛바랜 시대상을 장진의 언어로 해석하다.
- 글: 김현동(cinetique@naver.com)

+ 이상과 현실 속 당신의 선택을 비웃다. 결국은 허탕한 웃음 뿐.
+ 현실 속 짜릿한 대가를 통속적인 언어로 풀이했다.


[인사이드=공연리뷰] 이상과 현실은 늘 상충한다. 그럼에도 어느 한 가지만 충족된다면 인간은 금세 적응하게 되고 더 많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보이는 것도 부인한다.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혹은 다수에 이끌려 행동하는 군중심리에 편승하기 직전 까지가 마지노선이다. 그 이후는 안 봐도 뻔하다.

불안한 증상을 띄면서 난폭함까지 표출하니 지켜본다면 꽤나 흥미로운 모습이지 않겠는가!

여기 럭셔리한 공간이 있다.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구질구질한 사각의 퀴퀴한 곰팡내 가득하고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고 치자. 고급 오피스텔 부럽지 않는 널찍한 공간은 아늑한 느낌을 풍기는 육각형의 형태로 지어졌다. 인정하건 부인한건 그건 관객의 상상속의 세상이다.

신경 써 인테리어를 갖춘 것 마냥 백색의 깔끔한 색상 톤에 듣기 좋은 음향을 품어내는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졌다. 게다가 각종 편의 시설이 즐비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곳이 감옥이라는 사실이다. 좋게 말해 별 7개짜리 7성급 감옥이다.

상식에 반하는 감옥에서의 삶이지만 이정도의 시설이라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순 없다. 단지 스스로에게 자유가 조금 억압되고 외출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생활이 가능해 보인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이상과 현실에서 한 가지만 포기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삶. 얼추 빗대어 보니 우리가 생활하는 세상과도 비슷하지 않던가! 이해하기에 다소 난해한 감이 없진 않지만 연극 허탕은 인간의 삶을 감옥이라는 환경에 빗대어 풀이해 놨다.

감옥은 사회며, 인간은 사회라는 공동체에 소속되어 생활하는 구성원이다. 결정적인 것은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지닌 모순이 적나라하게 밝혀지는 순간에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다는 것을 연극이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상대로 그 모습은 눈을 찡그리게 할 정도로 끔찍했다.


| 공연사진 더 보기



| 인간의 내면을 후벼 판 작품.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그리고 차례대로 등장하는 3명의 죄수. 남자 둘 에 여자 한명 게다가 그 여자는 임산부다. 이들 모두는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말 그대로 하루하루를 무의미 하게 적응해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삶이자 낙인 셈이다.

모든 것은 다 갖춰졌다. 미치도록 벗어나고 싶겠지만 인간의 가장 은밀한 장소까지 비추고 있는 감시 카메라를 통해 모든 것이 드러나는 생활에 하루빨리 적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적응한 죄수 1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곳에 익숙해져 여유를 만끽한다. 부족함도 있겠지만 1번 죄수 스스로는 이 정도라면 충분히 괜찮은 삶이라고 다독이며 안주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는 관객의 표정에는 “당신 무기력해요”라는 의미가 영력하다.

곧이어 등장하는 죄수 2번.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초반에는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며 벗어나려 발버둥 친다. 그러나 현실을 알게 된 직전부터 놀라운 적응력을 보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게 따지면 2번 죄수는 제법 괜찮은 능력을 지닌 셈이다. 모범수라는 타이틀이 어울린다.

그리고 곧 이어진 문제의 3번 죄수 등장. 그것도 여자다. 남자만 있는 세상에 겁 없이 발을 들여다 놓은 여자 죄수. 보는 관객도 ‘뭐하자는 건가’라는 의문이 샘솟는 상황에서 죄수 1과 2도 혼란을 겪는다. 자신과 다른 생명체의 등장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수컷 생명체의 거침없는 몸놀림.

그 모습이 암컷을 향한 구애 또는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기 위한 공격적인 성향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분명한 것은 3번 죄수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갈수록 관객의 호기심을 절정에 이르게 하는 엉뚱한 극의 진행 방향.

관객이 알고 있는 것은 연극 허탕이 사회 풍자극이라는 사실 하나 뿐이다. 허나 다뤄지는 내용을 사회 풍자와 연계시키기에는 다소 난해하다. 도대체 극이 말하고 했던 바가 무엇이란 말인가?

| 허탕한 심정 가득 안긴 허탕한 작품

좁은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을 관객은 360도 개조된 무대를 통해 지켜본다. 그 과정은 때론 적나라하게 때론 음침하게 혹은 수줍게 그려진다. 이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는 5개의 캠코더와 8대의 모니터는 그 어떤 사실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차차 적응해가는 죄수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은 사전에 의도하던 바로 흘러가고 그곳에 순응해 가는 구성원은 생각과 행동까지 세뇌돼 간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변화 과정이다. 이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관객의 눈도 마찬가지로 이들의 행동에 반응한다. 관음증이라고 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 외에는 관심 없다는 표정이다.

내 모습은 아랑곳 않고 캠을 통해 비춰진 모습에만 급급해하는 또 다른 시선의 등장. 이 순간 드는 생각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대인의 비극적인 사고방식을 풍자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물론 극중 배경이 1990년대인지라 2012년도인 지금과 괴리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때문에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따져보면 이렇다. 장진 감독이 초연으로 본 작품을 론칭 했을 1995년 당시 시대상에는 사회 세태를 비웃는 사회풍자 성격의 작품이 대세였으며 연극 허탕 또한 그러한 배경에 등장한 것임을. 때문에 지금 시대와 작품을 연계 시켜 풀이하기엔 시대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90년도 포스터모더니즘이 만연한 시대상의 작품을 무려 13년이나 묵혀 다시 올려놨으니 보는 관객이나 이를 표현하고자 했던 연출자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 리가 만무하다. 종합해보면 허탕이라는 작품에는 제목 그대로 허탕함이 농후하다!

| 비현실을 통해 관객의 눈을 뜨게 하다.

연극 허탕에서 논한 모든 장면은 분명 비현실적이다. 360도 지켜보는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관객은 가공된 정보를 접하고 나름대로의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여 작품에 접근한다. 비극적 혹은 비약적이라는 단어로 논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감옥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드러낸 속내는 우리가 속세에 찌들어 적응해가는 과정을 비약해낸 것이라 봐도 틀리지 않다.

죄수도 적응했으니 너도 적응해봐라 는 식의 논리도 꺼내들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앞뒤 꽉 막힌 환경에 적응해 허탕한 세상에서 죄수들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자신이 원했던 정보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는 그 순간 비극적인 결말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가장먼저 허상에 적응했으며 가능 늦게 허상을 깨닫게 된 죄수 1의 선택은 결국 탈출이다. 그토록 열리지 않던 문이 열리고 그리워했던 세상을 향해 내 딛는 발걸음은 기대와 달리 허망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허탕했을지 모른다. 밝은 조명이 비추던 세상은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상상하던 것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편견과 편협한 사고가 조장한 그동안의 실상은 부정만 해왔다는 그간의 모습이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때문에 옳고 그름이 가려졌을 때 사실을 부인하려 들지 않는다.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가 허탕함을 겪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장진 감독은 연극 허탕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로 현대에 사는 우리의 치부를 들춰냈다. 1990년도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빗대어 이를 지적했으니 이해 까지는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다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들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철창에 톱질을 하며 탈옥을 꿈꾸는 죄수 역은 연극배우 김원해와 이철민이 연기했다. 저돌적인 죄수2 역에는 연극배우 김대령과 이진오가 더블 캐스팅 출연했으며, 죄수3으로 등장하는 여자 역은 연극 '너와 함께라면'을 통해 연극판에 발을 들여놓은 이세은과 연극배우 송유현이 열연했다.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 

* tag: 연극, 허탕, 장진, 사회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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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어려워어려워 2012.07.03 15: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난해했던 작품입니다. 장르가 코믹이라고 했지만 전혀 코믹스럽지 않았다. 또한 로맨스도 아니였다.
    인간의 무미건조한 삶속에서 행복이라는 착각을 씌어주기 위해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던져 주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된다.
    ....편한게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연극이 주였는데 오랜만에 본 무거운 연극이었다.

  2. 박인선 2012.07.30 16: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극을 한번도 본적은 없어서 잘 이해가 될런지는 모르겠으나, 공연리뷰를 읽고나니 흥미가 생기네요! 공연 보고 싶습니다~

연극 권력유감(權力有感) :: 발칙한 권력에 일침을 놓다.

생활/문화/리뷰 2012. 6. 28. 00:07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 문화·뮤지컬/연극  ]
발칙한 권력에 일침을 놓다.
연극 권력유감(權力有感)





- 발기불능에 걸린 권력자의 말 못할 속사정
- 뒷골목 1인자의 권력 탐침사건~ 보는 이도 실소
- 여자는 절대 모를 남자 이야기

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권력이라는 것은 알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것임이 확실합니다. 연극 권력유감이라는 작품이 올 초인 4월 29일까지 대학로극장 무대에 올랐습니다만 해당 작품에 대한 리뷰를 당시에는 등록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근본적인 것을 꼽는다면 시기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안이므로 공개를 보류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진 거죠.

결국, 2개월이 지나서야 해당 작품의 리뷰를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인사이드는 작품에 대한 언급을 여기에서 마치고자 합니다. 다만 이 글을 읽는 구독자에게는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허상으로 무장한 권력과 현실에서 이뤄지는 정치와의 차이가 아닐까요.”

남자는 힘 여자는 미모라는 말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인간도 짐승과 다름없는지라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능에 몸을 맡긴 결과다. 오죽하면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나왔을까!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권력이 자리한다.

과거 원시시대의 권력은 힘이었고, 자본주의가 되면서 권력은 돈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21세기인 현대 권력의 실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연극 권력유감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권력이 나오는 뿌리를 남자의 성기로 비유했다. 욕정에 따라 커졌다 쪼그라드는 실체와 같이 권력 또한 한순간에 피고 지는 성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설명을 듣자하니 그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째 비유가 생각할수록 발칙하다. 피고 지는 권력의 생리가 성기의 발기와 같다는 말에 웃을 수도 울을 수도 없이 그저 실소만 내뱉을 뿐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권력도 자연스러운 하나의 현상이란 말인가?


# 여자는 절대 모를 남자 이야기



시작부터 힘자랑이다. 힘이 곧 권력이고 힘이 센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믿음을 지닌 어두운 세계의 두목 덕구를 통해 권력의 양면성을 파헤쳤다. 여기에서 좀 더 응용해 사회 각계의 지도층까지 권력으로 엮어가며 권력 라인을 그려나가는 모습도 흥미롭게 그려냈다.

이 와중에 거론되는 가슴 안팎에 금배지를 차고 권력을 탐하는 자를 국회의원이라고 지목했으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힘을 휘두르는 자를 검찰이라 칭했다. 펜대를 잡고 여론을 앞세워 힘을 키우는 자에게는 기자라는 팻말을 붙이는 등 각각 처한 상황을 도마 위에 두고 인정사정없이 난도질한다.

그리고 덕구 스스로는 이 모든 것의 약점을 잡아 휘두르는 것이 곧 권력의 심장이자 자신을 이끌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그것은 덕구 자신의 착각이었을 뿐 한순간 남성의 성기처럼 푹 꺼져버리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어느 순간 발견한다. 세상 무서울 것 없었던 조직폭력배의 두목이었던 덕구의 기를 죽인 결정적인 사건의 본질은 두려움이다.

그럴수록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권력을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이라는 방식을 동원하는데 뒷골목 조폭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일련의 과정이 제법 철두철미하다. 그 모습이 마치 사회 속에 깊게 뿌리박힌 각종 비리의 탄생과도 연관될 정도이니 연극 권력유감은 권력의 이야기인지 사회 고발 패러디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어쩌면 권력을 난도질하는 권력이야기를 꾸리기 위한 작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닐지도!



# 허상에 불과한 권력에 놀아난 덕구



덕구가 치료받기 위해 찾아간 그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비뇨기과다. 한낮 비뇨기과에 가서 조폭 두목이 자신감을 되찾는다는 황당한 이야기에 관객의 실소는 쏟아지나 덕구는 마냥 진지하다. 바지를 벗어보라는 말에 머슴 쩍은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 이에 질세라 당당하게 말하는 여의사 왈 “비뇨기과 의사가 창피한 것인가요? 아니면 본인이 발기부전이라는 것이 창피한 것인가요. 라며 캐묻는다.

정답이 무얼까? 비뇨기과 의사가 여자라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남자가 세상에서 남자 구실 하나 제대로 못 한다는 것도 동급의 사건이니 한 가지만 고르기가 난해하다. 게다가 이 의사는 환자를 상대로 사리사욕까지 채우려 하니 시작은 권력이었던 이 작품. 중반에 접어들면서 로맨스로 가는 것이 어째 난해하다.

그곳이 고장 난 덕구와 그곳을 고쳐주겠다는 비뇨기과 의사의 황당무계한 상황은 어느 순간 서로의 몸을 탐하는 동물적 감각상태로 돌입하고, 조폭 세계에서 권력을 거머쥔 덕구는 비뇨기과에서만은 실세였던 여의사에게 몸을 맡긴다. 남자는 거들뿐 여자가 끌고 가는 이상하고 야릇한 장면의 등장. 뭐랄까……. 지극히 공감되지 않는 대사와 행동임에도 나름 정사 장면인지라 눈길을 뗄 수가 없다.


# 권력과 비뇨기과의 상관관계



누구나 원했던 권력인지라 손안에 들어오면 놓지 않지만 결국 이를 제대로 감당하는 이 하나 없다는 것이 권력유감이 까발리려 했던 진솔한 내용이다. 욕심내지 말고 분에 맞게 살라는 말인지!

예를 들어 대검 중수부 부장은 섹시한 부인과 일주일에 세 번씩 관계를 가진다. 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결국 발각된 사실은 이 내용도 거짓이며 그 또한 비뇨기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권력의 허상은 그릇된 자신감의 결여 혹은 허세 위에 세워진 남자들의 세상이라고 해도 틀릴 게 없다.

그렇다고 시작부터 남성의 성기를 두고 권력으로 비유하는 것은 다소 비약된 감도 있다. 물론 연출자의 의도는 권력과 성의 비유가 아닌 사회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권력을 ‘발기불능’에 걸린 보스를 통해 풍자하려 했다는 것이다. 주장하고자 했던 바와는 거리가 있는 사건과 눈에 보이는 대로만 풀이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 건 피할 수 없다.

권력을 다양한 시선에서 다양한 비유를 통해 난도질한 연극 권력유감. 아니려니 한 것은 이 작품이 정치를 풍자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이 현 정치 세태와 유사하며 국민이 하고 싶은 지적을 다수 소화해내고 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힘을 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슬픈 현실이 등장한다. 사회풍자극 속에서까지 인정해야 했던 사회 부조리.

세상은 변해도 권력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시들 뿐이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생생한 모습으로 국민 앞에 군림한다. 이와 같은 권력의 생리를 잘 묘사한 그것의 실체가 바로 시작부터 관객을 낯 뜨겁게 했던 남성의 성기다. 필요할 땐 세워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하는 그것. 이쯤 되면 연극이 하고자 한 말은 한 가지다. ‘뭐든 적당히 하자’ 하지만 말이 쉽지 현대인에게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란 말인가!

영화 ‘웰컴 투 동막골’ ‘바람난 가족’의 배우 정재진과 영화 ‘부러진 화살’ 연극 ‘이(爾)’의 ‘장생’ 역인 이승훈이 출연했다. 최고 권력가이자 보스인 덕구역에는 정우준이 열연했으며, 이우천 연출이 지휘봉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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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권력유감, 블랙코메디, 아큐, 연극, 이우천, 정치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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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전국노래자랑 :: 70년대 가요에서 추억을 읽다

생활/문화/리뷰 2012. 6. 25. 23:50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리뷰 :: 70년대 가요에서 추억을 읽다.
- 글: 김현동(cinetique@naver.com)

+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이냐 복수냐 그것이 문제로다.
+ 과거사 묻지 말라는 청춘 남녀의 구애지사

전국노래자랑 하니 떠오르는 장면은 국민 대표 사회자인 송해씨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우리 내 이웃의 구수한 방담이다. 걸쭉한 입담에 넉살좋은 이웃집 할아버지의 풍모를 하고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닌 기간만 32년이라는 데. 스쳐간 사연만 이야기로 엮어도 한 트럭 이상은 공히 나올 KBS1의 간판 프로그램이 아니던가.

딩동댕~ 허공을 가르며 울려 퍼지는 실로폰 소리에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도 전국노래자랑에서만 목격되는 모습이다. 관객이 만들어 낸 구수한 에피소드는 때로는 술안주 거리로 때로는 잊지 못할 이야기 거리가 되어 추억을 자아냈다. 때문에 그 현장을 떠들썩한 축제의 장이요 삶의 희로애락이 머무는 광장임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보고만 있어도 신명나는 가락에 인생 이야기가 샘솟는 전국노래자랑 현장이 대학로에 마련됐으니 눈과 귀가 모이는 것이 당연하다.

| 익숙한 노래자락 두루 갖춰 향수 자아내

제목만큼이나 시작부터 노래와 율동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여느 작품과 달리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등장하는 가락은 하나같이 20-80세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당 시대를 대표한 대중가요 일색이다.

김원준의 쇼,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 산울림의 나 어떡해, 터보의 트위스트 킹, 박진영의 허니,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 임상아의 뮤지컬, 싸이의 연예인,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윤복희의 여러분이 1막을 장식하며,

2막에서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자우림의 하하하쏭, 진주의 난 괜찮아, 이소라의 마이 로미오와 난 행복해, 엠블랙의 전쟁이야 그리고 싸이의 챔피언이 뮤지컬 음악으로 등장한다.

우리가 공중파를 통해 익히 들어왔던 트로트풍의 전국노래자랑과는 다소 거리가 먼 선곡 센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다. 나중에 알고 난 사실은 노래는 트릭에 불과하다는 것. 노래와 상관없이 꿈틀대는 남다른 인생사가 전국노래자랑의 본 무대라는 것을 누가 눈치 챘겠는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빠질 수 없다. 수세기에 걸쳐 소설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와 연극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어 무대에 올랐으며 시대가 흐른 지름 식상함에 대한 우려가 색다른 장르로의 변화를 재촉했다.

뮤지컬 전국노래바랑과 무슨 연관 있냐고 묻는다면 전국 노래자랑의 배경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것과 너무도 흡사하다는 것이다. 단지 사랑에 얽매여 죽느니 마느니 하는 구시대적 사랑이야기가 아닌 쿨 하게~ 생각 맞고 마음 통하면 우리 만날래? 하는 현대의 신세대적인 사랑 이야기로 각색된 것이 다른 점이랄까!

물론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는 있다. 용서할 수 없는 분노에 비극적인 사건이 덮쳐 야기된 집안 대대로 내려온 원한관계라는 것. 이를 종합하면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위장해 우리 곁에 돌아온 셈이다. 따져보면 제법 흥미진진한 전국노래자랑이다.



| 공연사진 더 보기

 


| 치졸과 치욕으로 얼룩진 지난 과거

전국노래자랑에서 한 번쯤 울려졌음직한 노랫가락이 맛깔나게 울려 퍼지고 이를 배경으로 두 앙숙 집안의 피할 수 없는 과거지사가 구구절절 무대 위에 펼쳐진다. 사연은 지금부터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 끓는 청춘남녀의 기막힌 구애가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하나의 계기로 본격화 될 무렵. 청혼을 하기로 마음먹은 김 회장의 계획을 무산시킨 것은 절친 이었던 이 회장이 아니었던가. 딩동댕이 아닌 땡이라는 판정을 선물 받고 이를 계기로 김 회장의 그녀였던 혜원이 이 회장과 결혼을 하게 되면서 보복심에 불타던 김 회장은 지현과 백년가약을 맺는 기막힌 인연의 고리를 맺는다.

막말로 콩가루 집안도 아니고 보복을 하기 위해 결혼을 하게 된다는 두 어르신의 기막힌 러브스토리. 두 집안의 보복은 이때부터 본격화 됐다. 보는 입장에서고 그저 헛기침만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복수심과 응징의 칼날을 갈며 엎칠락 뒤칠락 거리며 서로를 견제하며 좀처럼 끝을 보이지 않던 어느 날 하늘이 도왔던지 전국노래자랑 개최 소식이 김 회장과 이 회장의 귀에 들어갔다.

단 한순간도 잊지 않고 지내온 지난 25년의 세월동안 전국노래자랑이라는 기회를 계기로 질긴 고리로 연결된 매듭을 풀기 위해 두 집안은 얼마나 기다렸던가! 1등을 따내 기필코 상대방에게 굴욕을 안겨주겠다는 심산이다. 집착도 도를 넘으면 병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쯤이면 치료받아야 상황이다. 누가 이 두 사람 좀 말려야 할 것 같다.

이 와중에도 김 회장은 재차 복수심에 불타고 이 회장은 과거를 인정하기 싫었음에 반복된 두 집안의 비극적인 에피소드는 그렇게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수단을 사이에 두고 다시 불탄다.

| 원한이고 뭣이고~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

지칠 만도 하지만 두 집안의 25년간의 다툼은 2차전에 돌입하고 이를 바라보며 자라온 아이들에게 부모의 원환 따위는 그저 남의 집 불구경 하는 정도랄까! 이러다가 눈 맞으면 복수고 보복이고 다 물거품 되는데 하는 우려가 샘솟는 그 때 역시나 김 회장과 이 회장의 막내아들 준혁과 막내딸 세연은 서로를 향한 구애에 돌입해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인다. 그 장면이 마치 세레나데를 펼치는 한 마리의 꾀꼬리라고 해야 할까.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유되는 남녀 주인공으로 봐도 손색없는 한 장면이다.

반평생을 티격태격, 아웅다웅, 옥신각신 하던 두 집안의 대를 이은 복수전에 아랑곳 않고 사랑에만 여념 없는 자식들의 구애작전. 옛말에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 않던가. 과거를 되풀이 할 수 없다는 반성을 계기로 두 집안은 극적인 타협 접을 찾고 행복해 진다는~ 해피엔딩 스토리가 어리둥절한 미소를 짓게 한다.

하지만~ 정작 전국노래자랑의 하이라이트는 두 집안의 스토리가 아닌 이야기 중간 중간에 삽입돼 깨알같이 펼쳐지는 이벤트라는 사실이다.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며 등장하는 광신도 이태일 교주는 공연 내내 줄 곳 칙칙한 회색의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산발한 레게 파마 차림으로 동분서주 정신없이 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때로는 해결사로 때로는 쇼 무대의 주인공으로 마이크를 잡고 열연하는 모습에 관객의 배는 아프다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의 역할로써 해당 캐릭터가 없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 정도로 무대 위에서는 특별한 존재감을 부각하며 폭소를 연달아 터트린다. 감히 단언하건데 이태일의 존재 무시할 수 없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애칭만큼이나 현격하게 달라진 배경과 진행 방향으로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 폭소 뮤지컬의 등장. 전국노래자랑이라는 무대에 어울리는 흥겨운 노래 가락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들만의 언어로 해석한 재치가 엿보인다.

게다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되는 탄탄한 스토리를 누가 초연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70년대의 향수를 자극한 가요부터 2012년 아이돌 유행곡의 절묘한 편곡이 가족 뮤지컬의 탄생을 암시한다. 어쩌면 오랜 앙숙집안의 터울싸움이 무너 뜨린 건 오랫동안 케케히 묵은 감정 이외에 세대간의 격차가 포함돼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 

* tag: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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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공연, 구스체, 김회장,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리뷰, 뮤지컬, 성재준, 엔터테인먼트, 연극, 이다, 이회장, 인사이드, 작품, 전국노래자랑, 줄거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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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이태일짱!! 2012.06.26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90년대 초반에 유행하여 내 입에는 익숙했던 노랫가락들도
    화음과 중창으로 표현하면 소름이 돋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스토리는 약간 억지스러움이 있었지만 초반부터 끝까지 유쾌함을 머금고 있어서 마냥 흥겹게 즐겼습니다.(일어나서 같이 춤추고 싶었다는...ㅎ)
    그 중 이태일님이 유쾌한 연기는 압권이더라구요. 그분의 작품은 꼬박꼬박 챙겨봐야 겠습니다.

  2. BlogIcon 감성모드 2012.07.06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국노래자랑~ 너무 기대됩니다 ^^ 추억이 마구마구 돋는 공연일 것 같아요~
    유쾌한 웃음과 감동적인 노래가 이어지는 전국노래자랑!
    계속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3. BlogIcon 감성모드 2012.07.06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국노래자랑~ 너무 기대됩니다 ^^ 추억이 마구마구 돋는 공연일 것 같아요~
    유쾌한 웃음과 감동적인 노래가 이어지는 전국노래자랑!
    계속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4. BlogIcon 미쿨 2012.07.06 1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국노래자랑~ 글만 봐도 재미지게 보이네요! 너무 기대됩니다^ㅡ^
    배우들의 열연과 신나는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는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정말 유쾌할것 같네요~

  5. BlogIcon 미쿨 2012.07.06 1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국노래자랑~ 글만 봐도 재미지게 보이네요! 너무 기대됩니다^ㅡ^
    배우들의 열연과 신나는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는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정말 유쾌할것 같네요~

연극 배고파6 :: 일상에서 삶의 소중함을 찾다.

생활/문화/리뷰 2012. 6. 21. 22:38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돈으로 대표되는 최근 세태는 물질만능주의의 표본 그 이상의 이기주의가 야기한 것입니다. 너와 나로 표방하는 우리라는 단어가 아닌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한 유아독존으로 대표되는 변화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입히고 있죠.

점차 희석되어 가는 가족애 문제의 본질도 팍팍한 삶에 기반을 둔 것임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만은 정작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이는 가족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이와 같이 소중한 가족이 우리의 곁을 떠나야 한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 시한부 삶을 살게 된 주인공.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면?
+ 통장과 아기 신말, 이모가 남긴 마지막 선물에 진한 감동.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있을까.

미처 깨닫지 못한 자의 때 늦은 통곡은 아픔의 또 다른 표현이다. 변함없이 곁에 남아줄것만 같았던 이의 존재가 어느 날 세상에서 지워져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는 자도 받아들여야 할 당사자에게도 몹시도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있을 때 잘하자!”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 않던가! 그래서 보는 이에게도 복잡한 감정을 남기다.

연극 배고파6는 이별에 관한 소회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재차 반복된다. 어느 날 갑자기 병원에서 내려진 사형선고. 꽃다운 20대 나이의 아가씨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일이지만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누군가 당신에게 죽음 앞에서 태연해질 수 있나요? 라고 묻는 다면 연극은 그에 대한 사례를 제시한 셈이다. 가장 사랑하는 이를 앞에 두고 속으로만 삭히며 행복을 빌어줘야 하는 사연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결국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기에 체념한 듯 보일 뿐이지 그 심정 오죽하겠는가.

만남이 있다면 기간에 차이가 있을 뿐 헤어짐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다만 우리는 당연한 일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토로한다. 잘 만나는 것만큼이나 잘 헤어지는 것도 필요한데 그렇지 못했을 뿐인 것을. 연극 배고파6는 이별을 앞둔 현대인에게 이별하는 자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시작부터 눈시울을 적시는 이별 스토리, 주인공이 처한 가슴아픈 사연 한 번 들어보자.


| 공연사진

 


|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습니다.

보고 있으니 답답하다. “나 아파요. 병원에서는 죽을지도 모른데요” 외쳐줬으면 하지만 그게 그리도 어려울까? 보는 이도 답답한 민서의 행동. 하지만 무슨 연유인지 무거운 입을 열지 않는다. 간혹 밀려오는 고통은 진통제로 간신히 달래며 가족이라곤 하나 뿐인 언니 앞에서 막내의 전매특허인 애교를 부린다. 아무것도 모르게 하고 싶은 언니 영희 앞에서 꺼져가는 생명줄 부여잡고 행복을 빌어주는 모습 공감하기 어렵다.

왜? 저러는 걸까? 라는 의문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말 못했던 사연이 공개되자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부모 없이 자란 지난 날. 언니 영희는 남들에게는 비난 받는 술집 여사장 일지 몰라도 민서에겐 엄마이자 언니 그리고 세상에서 유일한 혈연이었던 것. 술 팔아가며 악착같이 번 돈으로 민서 뒷바라지 했으니 흉한 모습일 지라도 열심히 살아온 방증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동생이 간신히 성인이 되어 꽃을 피워야 할 나이가 되었건만 정작 그와 맞닥뜨려진 현실은 죽음. 위암 말기라는 선고를 받고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해야 되는 상황이다.

그랬다. 자신이 아픈 것 보다는 언니가 받을 충격이 더 버거운 것 때문에 민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인연의 고리로 연결된 이들의 모습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말해줬으면 하는 생각 어떤 관객이 다르겠는가. 지극히 공감되지 않는 상황에 답답한 마저 안겨주지만 마음 한편 안쓰러워지는 애잔한 감정은 내 일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남다르게 다가온다.

| 언니에게 가족을 선물하고 싶었다.

민서의 선택을 달리 보면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간신히 숨긴다 한 들 나중에 혼자 남을 언니의 아픔은 무슨 수로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수시로 재발하는 고통을 약으로 버텨가며 언니 앞에서는 밝은 미소를 보여주고 싶은 민서의 선택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다만 민서도 나름 생각한 것이 있다. 자신의 빈자리를 오랜 시간 언니 영희를 짝사랑해온 영업부장 찰리가 대신 채워줬으면 하는 속내다.

이 와중에 아무것도 모르던 영희는 찰리를 계속 밀어내기만 하고, 민서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속상하기만 한 영희는 자포자기로 찰리와 하룻밤을 보낸다.

“너도 내게 들어오고 싶니. 이 밤이 지나가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는 거다”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고 둘은 본능에 몸을 맡긴다. 동생은 시한부 인생에 죽겠다고 하는데 언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육체를 탐닉하는 과정이 어리둥절할 뿐이다.

민서가 이런 것을 바랐던 것인지. 하룻밤에 영희는 찰리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둘 에게 남은 것은 이제 가족의 탄생이다. 다만 아무것도 모르던 영희는 찰리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불편하며, 자신이 내 뱉었던 말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죽음을 앞둔 이의 바램은 소박했다. 민서의 소망을 들어주겠다는 찰리와 뒤에서 이 내용을 엿들은 영희가 한 때늦은 후회에 관객도 눈시울이 시큰하다. 불 꺼진 무대 위에 흐느끼는 울음소리.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의젓하게 언니의 행복을 빌어주고 찰리를 믿어주는 민서의 모습에 관객도 힘을 받는다. “민서야~ 조금만 더 살아주면 안되겠니” 라는 진솔한 마음이 샘솟는다.

| 소박한 행복의 소중함을 알게 하다.

“인간은 외롭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도, 좋아하는 이들이 옆에 있어도, 그것은 영원하지 못한 한순간의 존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외롭기 마련이다.” 엄마, 나 또 올게 의 홍연녀 작가는 자신의 도서에서 위와 같이 표현했다.

유독 현대인이 겪는 심적인 배고픔을 은유적으로 미화시킨 작품인 연극 배고파. 4탄과 5탄에 이어 6탄을 통해 배고픔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외롭다는 단어를 직설적으로 사용한 이전 작과 달리 6탄에서는 외롭다는 것을 우회하여 표현한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민서는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언니 영희의 희생에 자신만 행복 했던 사실이 불편했을 뿐이다. 분에 넘친 행복을 선물해줬지만 그 행복 꾸릴 수 없게 된 것을 알게 된 민서의 선택은 언니가 한 명의 여성으로써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소박함 바램이다.

서서히 꺼져가는 촛불마냥 민서의 생명은 타 들어갔지만 반대로 언니의 행복은 살아나는 불씨 마냥 불붙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신의 빈자리 채워줄 형부 찰리의 등장과 언니에게 삶의 기쁨이 되 줄 아기의 존재가 민서에게 또 다른 행복이 되었음을 아는 순간 관객의 흐느낌도 줄었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고 하지 않던가. 이 순간만큼은 뿔이 나도 괜찮다 싶다. 민서는 떠났지만 민서가 남기고자 했던 그 마음은 진솔 되게 전달되었으니 오랜 시간 마음 한 편에 훈훈한 감정 변치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민서의 빈자리에 남았던 통장과 이모가 주는 신발을 신을 아기를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초반에는 한 없이 아프던 작품은 어느 순간 삶에 대한 의미와 행복에 대한 철학을 만들어 냈다. 거창하고 화려하지 않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감사할 줄 알게 한 연극 배고파6. 행복은 멀리에 있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우리 주위에 널린 세입 클로버처럼 가까이에 있었다. 단지 우리가 못보고 있었을 뿐.

writtened by Oskar (cinetique@naver.com)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 

* tag: 연극, 배고파6, 대학로, 공연, 리뷰,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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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weeklypost.org BlogIcon 위클리포스트 2012.06.24 2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극 배고파6 리뷰 ( http://dailyinside.net/265 ) 글을 읽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정성껏 작성해주신 댓글을 선정. 총 4분(두 쌍)께 연극 배고파6 관람 기회를 드립니다.

    기간 : 2012. 6. 24 ~ 2012. 7. 7

    당첨자는 7월 8일. 오전 10시에 공개됩니다.
    관람권은 공연당일 현장에서 직접 인사이드 관계자가 전달해 드리며,
    응원 사진 촬영이 진행됨을 사전에 고지합니다.

  2. BlogIcon 항상배고파 2012.06.25 1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역시 잘 정리하시네요^^
    내삶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줬던 작품이였습니다.
    그리고 감초역활의 웨이터...씬스틸러...영어대사가 기가 막혔습니다.

  3. 이벤트 당첨자 2012.07.16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배고파6 표를 받아 주말에 관람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1인 다역을 하는 분이 계셔 중간중간 웃음이 쏠쏠했답니다. 이날 참여한 관객도 센스가 있어서 웃겼고요. ㅋ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위암 말기라는 고리타분한 소재.. 억지 눈물을 빼려는 듯한 소재에 아쉬웠습니다. 재미는 있었지만, 뻔한거 말고 다채로운 소재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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