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격소재 불구하고 여성관객에게 어필
+ 죽음이 갈라놓은 금기시된 사랑에 동정론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동성애의 종지부는 세월의 변화에도 마침표가 없다. 이성간의 사랑도 아닌 동성 간의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저 차갑고 비난 일색이다. 그릇된 사고 혹은 비난 받아 마땅한 일로 치부되면서 음지로 기어들어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과거에는 오죽했을까! 뮤지컬 풍월주는 신라 진성여왕 시대에 이뤄진 기생과 왕족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다. 때문에 작품이 그리고 있는 사랑이 단순 그 이상의 충격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소재만으로도 파격 혹은 충격이라는 단어와도 맞아 떨어질 정도의 논란거리다.
이성간의 사랑도 아닌 남성간의 동성애가 과거에 이뤄졌다는 내용 하나만으로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들의 사랑이 이뤄질 수나 있는 것인지? 혹은 당시 사회상에 남다른 감정이 싹틀 기회가 주어졌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작품은 시대적인 배경만 따 왔을 뿐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짜깁기 해 만들어낸 픽션의 일직선상에 놓여있다. 허나 모처럼 등장한 사극 뮤지컬이라는 기대가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맞물리면서 주저앉은 실망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지 답답하다. 일단 주목 받는 데에는 성공했으니 관객의 공감대를 얼마나 끄는가가 관건이다.
| 남자 기생을 사랑하는 여왕의 슬픈(?) 사랑
이 또한 현실과 괴리감을 좁히긴 어렵다. 극중 등장인물과 관객 사이에 간극을 무슨 수로 좁히겠는가. 신라 때 풍월이라 불리는 남자 기생의 이름이 사담과 열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이들이 여성을 상대로 웃음을 팔고 하룻밤 상대역을 자청했다는 내용은 허구임에도 불편하다.
게다가 작품 속 남자 기생 역으로 나오는 사담은 열을 짝사랑하고, 동시에 열은 신라 여왕으로 나오는 진성여왕의 총애를 받는 것도 부족해 복중 태아를 잉태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설정은 억지스럽다. 물론 1,100년 전 신라를 배경으로 동성애를 극대화 하려 했던 연출자의 의도가 엿보이긴 하나 적어도 공감 요소는 남겨둬야 했던 것 아닌가.
남녀 간의 사랑도 이해받기 어려운 세상에 동성 간의 사랑을 그려냈고, 이 사이에 협잡꾼으로 그려진 여왕의 행보는 안쓰럽기 이전에 시작되지 말아야 한 금기된 사랑이란 인식이 먼저 뇌리를 스친다. 사랑을 구애하는 여왕과 사랑을 거부하는 남자 기생. 여기에 사랑 때문에 죽어야만 했던 또 다른 남자 기생의 슬픈 사연이 복잡하게 교차하면서 관객의 머리를 어지럽힌다.
누군가 죽었기에 슬퍼야 함에도 그럴 수가 없는 묘한 상황이 뮤지컬 풍월주에서는 습관처럼 반복된다. 분명 극중 배우는 울고 있으며 보는 관객의 마음도 불편하긴 마찬가지 이지만 그 이유가 동성 간의 사랑 때문이라니 무대에서 펼쳐지는 적나라한 사실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동시에 여왕의 짐승 같은 욕정을 해소하기 위한 하룻밤 상대가 하루아침에 용포를 입는 설정도 그렇고 부와 명예를 뒤로 하고 죽음을 선택하며 자신의 몸에 칼을 꽂는 장면은 지나치게 과장됐다. 사랑은 사랑이되 이뤄져선 안 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에 권력이 개입되면서 슬픈 것도 그렇다고 아름다운 것도 아닌 애매한 설정은 납득될 수준을 벗어난 듯싶다.
| 머리가 아닌 가슴을 자극한 비극적인 작품
욕정에 이끌려 만난 기생과 여왕. 노골적으로 표현한 일회성 쾌락을은 묘한 상상력을 품게한다. 한 장의 타월이 흘러내리고 여왕의 두 손이 기생의 등에 닿는 순간 설마 했던 의문은 현실이 된다. 조명은 어두워지고 다시 밝아진 다음날 아침. 그렇게 비극적인 하루를 보낸 두 사람 사이의 하룻밤 인연은 복중 태아라는 극적인 설정을 개입시켜 복선구도를 만들었다. 사랑을 그리워하던 여왕이 사랑을 찾는 과정은 천박한 수준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천박하다고 느꼈던 남자 기생 풍월의 삶 자체를 위로하고픈 마음뿐이다.
남성이면서 여성으로 등장하는 풍월. 반면 여성이면서 남성의 상징인 권력을 손에 쥐고 세상을 뒤흔든다는 설정은 그릇된 사회의 뒤바뀐 비극적 현실과 일치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대 사회에서도 자연스러운 사랑을 향한 구애. 그러나 여전히 약자로 그려진 여성의 삶은 기구하고 가련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성의 역할은 달라졌지만 뮤지컬 풍월주는 변질된 사회 현상의 그것이다. 변칙적으로 공감대를 자극했는지 유난히 여성 관객의 비중이 높다. 노리개로 전략해버린 기생 풍월과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둘의 기구한 동성애로 촉발된 비극적인 사랑이야기. 설정은 억지에 가깝지만 이들의 살아남기 위한 가녀린 삶에서는 배부른 자에게는 없는 사람 냄새가 난다.
writtened by Oskar (cinetique@naver.com)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