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2012년 07월 09일] - 이성을 끝없이 그리워하며 잦은 만남의 기회도 주어지지만 좀처럼 진도를 빼지 못하는 선남선녀가 봐야할 작품이다. 늘 외로움을 호소하기에 주변에서는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매번 똑같은 이별만 되풀이하는 모습에 괜한 짓 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친구 혹은 동료라는 타이틀만 없다면 외면당했을 싱글남녀가 처한 오늘날 현실이다.그렇다고 남 일이라고 매도하며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일.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형식상 이뤄지는 매정한 도움의 손길 보다는 되풀이 하는 실수를 고칠 수 있는 뼈있는 조언이다. 만약 주변에 “자주 만나보면 알게 돼~”라는 식으로 연애를 단순한 수학공식처럼 매도하는 이가 있다면 늦기 전에 멀리하라. 자주 만나더라도 문제가 반복된다면 똑같은 되 아픔만 겪게 되기 때문.
연극 작업의 정석은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는 싱글남녀를 위한 뼈있는 러브코칭 극이다. 만약 자신이 혹은 주변의 지인이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헛된 조언 보다는 본 작품을 추천하라. 그간 연애는 구전을 통해서만 정립되고 금기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명문화되었길 바랐던 소망에 불과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줄 만한 작품의 등장이라는 것. 연극 작업의 정석을 통해 진단해보는 ‘당신이 연애를 못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 늑대 남과 여우 녀를 통해 배워보는 행동양식
오지랖이 넓은 탓일까? 자신도 싱글이면서 남의 연애 사에 사사건건 관여하며 코칭 하는 이가 제법 있다. 믿어야 할지 외면해야 할지 모를 호통에 그저 고개만 끄덕여야 했던 것과 달리 연애 좀 해본 선수를 내세워 작업 방법을 진단한다. 듣다보면 제법 그럴싸한 정황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는데, 경험을 토대로 한 신빙성 있는 말에 눈과 귀가 점점 긴장된다. “이대로 하면 나도~ 싱글을 벗어날 수 있는 건가!”라는 내심 기대까지 하게 되는 묘한 흡수력에 관객은 초 긴장상태로 몰입한다.
시작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만남이다. 만남이 없는데 무슨 관계가 성립되겠는가. 서툰 남녀라면 “저기요~ 그쪽이랑 대화 좀~” 십중팔구 이랬을 텐데. 연애 고수라서 시작부터 남다르다. 아무 일도 없든 듯 손목 스냅만으로 상대방을 가격하는 커피 한 잔의 위력. 물론 이후의 모습도 남다르다. 당황스러운 척 자연스레 접근하는 공식이 예사로 볼 것은 아니다.
여자라면 따라 해볼까? 하는 기대가 성립될만한 순간. 선수 남도 이에 질세라 세탁비를 요구한다. 한술 더 떠 꽤나 비싼 옷이라며~ 으름장을 놓는데. 이후 즉석에서 벗는 장면에 잔 근육으로 단련된 몸이 드러난다. 그 순간 객석에서 쏟아내는 탄성~ “와~” 십중팔구 여성 관객의 호감을 샀다는 의미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선수 남의 반격에 선수 녀의 당황한 기색이 영력하다. 누가 먼저 시작하자고 할 것도 없이 단지 스쳤을 뿐인데 밀당에 돌입한 두 남녀. 늑대 남과 여우 녀의 스침이라서 그런지 느낌부터가 예사치 않다.
그래~ 연애는 이렇게 하는 거야! 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연극 작업의 정석은 상식을 벗어나 또 다른 전환의 계기를 맞고 새로운 필연을 만들어 낸다. 저게 될까 라고 의심이 들지만 그럴 때 마다 예상하지 못했던 순발력으로 엮어내는 작업 남의 재치 넘치는 반응. 여기에 작업 녀 또한 만만치 않는 대응에 관객은 혀를 내두른다. 시작부터 끝까지 펼쳐지는 작업 녀와 남의 범상치 않는 두뇌싸움은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든다.
# 본능에 몸을 맡기고 감정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두 사람.
피 끓는 젊은 청춘이 만났으니 몸이 당기는 것은 당연한 현실. 두 사람의 만남 직후부터 서로의 몸을 탐닉할 기회는 극중 계속 반복됐다. 분위기 좋고 조명 좋고 게다가 두 사람만 있는 좁은 집에 남자는 누워있고, 여자는 연신 수건에 물을 묻혀 남자를 간호한다. 관심이 없는데 이제 겨우 두 번 대면하는 남자를 상대로 선심을 베풀겠는가!
이처럼 연극 작업의 정석은 있음직한 예시를 통해 남녀간의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을 끌어냈다. 물론 바라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에이~ 저게 무슨!” 이라고 여길 가능성도 있다.
그저 한 번 길에서 스치고 이리 저리 끌려 다니다가 늦은 밤 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창문으로 넘어온 작업녀. 게다가 차림이 하이힐에 짧은 스커트차림이라는 것이 포인트다. 적나라하게 만남을 기대했는데 시작과 달리 지지부진한 연애 진도. 확 달아오르는 화끈한 장면을 기대했고 만약 아직도 싱글이라면 그게 바로 당신이 연애를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렇다 보니 제목만 보고 작업을 하는 방법을 배워보겠다는 심산으로 온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연극 작업의 정석은 연애를 가르치기 위한 작품이 아닌 연애를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내용 위주로 극이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하지만 사실 두 남녀 배우의 외모는 수준급이다. 평범한 일반인도 라는 생각에 고개가 절로 흔들린다. 좌절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닌데 본의 아니게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그렇다면 질문이 나올 만하다. 연극 작업의 정석의 본질이 뭐냐고? 시작은 영화다. 지난 2005년 개봉한 영화 ‘작업의 정석’을 원작으로 연극으로 각색된 작품으로 당시 손예진과 송일국 두 명의 명배우가 작업의 고수로 등장해 작업의 기술을 여과 없이 보여줘 화재가 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연극은 2012년 현 젊은이들의 시대 배경을 추가로 넣어 약간은 자극적이며 좁은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호소력을 살려냈다.
#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랑, 돈으로도 못 사는 사랑.
극중 주연답지 않은 조연의 등장은 또 하나의 가르침을 남긴다. 돈이면 모든 것이 다 될 것만 같았던 우리의 사고를 무너뜨린 일련의 행동이다. 헬기로 이동하고 땅을 파면 돈이 나온다는 어처구니없는 설정에 말도 안 된다는 탄식이 나오지만 어쨌든 돈이 많으니까~ 라고 여겼던 편견이 여과 없이 무너졌다. 돈이면 살 수 있다고 여겼던 사랑이지만 연극 작업의 정석에서만은 적어도 통하지 않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몸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봐야 할 상황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몸으로 시작된 사랑이라는 구절로 엮을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안 끌리는데 몸이라고 다르겠는가. 가정한다면 짐승 같은 본능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1회성 만남이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연극 작업의 정석에 드라마에서 자주 목격했던 식상한 장면을 더는 안 봐도 된다는 사실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통쾌한 일 아닌가!
작업 고수 남자와 작업 고수 여자가 계획적인 만남으로 서로에게 접근한다는 가정에서 시작한 작품을 통해 알아본 작업의 정석. 이렇게 하면 되더라. 혹은 저렇게 하면 되더라는 일명 카더라는 기반으로 시작한 연애가 아닌 지라 과정이 제법 흥미진진하다. 다소 아쉬운 것은 등장하는 극중 배역의 배경이 현실감 없게 잘나가는 직업군이라는 것과 이를 통해 다소 허탈감을 안겨줬다는 사실이다. 있는 놈은 뭘 해도 된다는 ~ 우려가 없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거르지 않고 역설적인 해학을 통해 연애에 대한 감각을 자극한 시도는 나름 참신하다.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혹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구에게 상처를 줘야 하는 반복이 아닌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이뤄지는 사랑을 이뤄냈다는 내용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현대인은 외롭고 그래서 더욱 사랑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외로움이 단지 사랑 하나만으로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극중 돈 많은 헬기 남이 그랬듯 본질을 외면하고 목적만을 이루고자 했다면 결국 남는 것은 허탈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아니 그 말은 연극 작업의 정석에서는 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