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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인과 바다 :: 노인을 통해 삶의 지혜를 쫒다.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2. 3. 1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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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서적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고전이 지루하다는 것은 편견 이상의 교훈으로 봐야 한다. 교양서적이라는 팻말을 단 다수 문학작품이 외면을 받는 것은 재미라는 요소에 비해 철학적인 접근이 우선시 됐기에 발생한 부작용이기 때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 노인과 바다 또한 선입견을 벗어나지 못한 작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만큼 변화가 요구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1년 전인 지난 2011년 초순경 노인과 바다가 연극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에도 그랬다. 익히 알려진 대로 바다위에서 혼자 고독과 사투를 벌이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인 작품을 다양한 시각효과를 더해 만들어봤자 한계가 쉽게 드러나지 않겠냐는 주변의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정작 작품이 무대 위에 오른 이후 모든 것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 증명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파급력은 제법 쏠쏠했다. 다수 학교에서 연극 노인과 바다의 관람을 요청했다. 심지어 지방에서도 관람을 위해 방문했다고 하니 원작의 지루한 편견으로 발생된 우려는 극복한 셈이다. 지난해 노인과 바다는 안 된다고 여겨지던 공연계의 딜레마를 보기 좋게 비웃고 성공한 작품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도전을 감행했다. 연극으로 성공했으니 뮤지컬로도 노인과 바다를 론칭하겠다는 시도다. 연극 출시 직전 노인과 바다 측은 뮤지컬로도 선보이겠다고 자신한 바 있는데 이를 행동으로 옮겼고 2012년 초순경 예정대로 연극 노인과 바다의 뮤지컬 판이 새롭게 등장했다. 게다가 연극은 연극대로 뮤지컬은 뮤지컬대로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자신감은 없다.


● 더욱 흥겨워진 뮤지컬 노인과 바다

교양서적이 연극으로 각색되고 다시 뮤지컬로 연이어 각색되는 보기 드문 시도의 연속. 게다가 연극은 1년이 넘게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뮤지컬이 새롭게 추가되는 것 또한 일전에는 경험할 수 없는 모습이다. 양쪽에서 동시 상영하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더욱 흥미로운 뮤지컬 노인과 바다.

원판인 문학 작품이 전작인 연극으로 완성됐을 때 주효했던 노인의 내면 연기는 관객을 작품에 몰입시키는 데 감초역할을 해냈는데. 뮤지컬로 각색되면서 심오한 표현은 쉬워지고 음악이 더해져 흥을 돋운다. 전반적인 내용만 비교한다면 연극에서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작품은 이 점에 무게를 싣는다. 원작에 최대한 충실해 각색한 결과로 나온 것이 연극이라면 뮤지컬은 대중화를 위해 연극을 좀 더 손본 작품인 셈이다. 망망대해에서 노인이 월척을 낚겠다고 용을 쓰던 장면이라 하면 갈매기를 상대로 말을 하는 노인의 기나긴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뮤지컬은 기다림에 흥미라는 요소를 가미했다.

새롭게 추가된 두 명의 멀티맨은 공연이 진행되는 약 110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다양한 코믹 요소를 들고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의 색다른 재미라고 해도 좋다. 연극에서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시도가 더해져 뮤지컬 노인과 바다는 더욱 이해하기 쉽고 더욱 볼만한 작품으로 변신했다. 데이트를 위한 목적으로 가볍게 볼 형식을 찾는다면 뮤지컬 노인과 바다가 제격이이며 공부를 위한 용도라면 연극이 좋다는 식이다.

● 작은 무대에서 전해지는 큰 감동

그렇더라도 타 뮤지컬과 비교한다면 뮤지컬 노인과 바다의 극적 효과는 극히 미흡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연극과 비슷한 크기에 불과한 공연장에서 주연으로 등장하는 노인과 청년이 극 진행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멀티맨 역으로 두 명의 조연이 새롭게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

역시나 화려한 영상 효과나 음향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무대위의 모든 효과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에 충실하고 있다. 마을사람에게 저주 받은 노인으로 손가락질 받을 때에는 두 명의 조연이 수군덕거리며 비아냥거리는 식이다. 뮤지컬이기에 추가된 노래 또한 마찬가지다. 부족한 음향 효과를 매우기 위해서 두 주연배우와 두 조연배우의 열정은 두 배가 필요하다. 체력의 부침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때문에 뮤지컬 노인과 바다는 연극과 달리 두 명의 노인과 두 명의 청년이 트리플과 더블캐스팅으로 작품을 진행해나간다. 단연 최고의 장면을 꼽는다면 클라이맥스인 노인과 상어의 사투 장면이다. 마을사람에게 재수 없는 노인의 불명예를 한 방에 씻을 수 있는 찬스임에도 예상치 못한 장애물의 등장과 이로 인해 허탈함을 느껴야만 했던 장면에는 관객도 안타까움만 쏟아낸다.

살이 물어 뜯겨 사방으로 찢어지고 피가 낭자한 장면은 여느 뮤지컬과 달리 전형적인 수작업으로만 진행되지만 극중 효과를 결코 비약할 순 없다. 연극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물고기 해체 작업이 진행된다. 옆에서 돕는 멀티맨 두 명. 앞전에 마을 사람으로 나오더니 지금은 사악한 상어로 등장한다. 게다가 뮤지컬로 완성되면서 추가된 노랫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이 작품 왠지 중독성 있다.

뮤지컬 노인과 바다는 노인 역에 정재진, 홍성범, 정성희가 트리플 캐스팅으로 참여했으며 청년 역에 장덕수, 최동호가 열연했다. 이외에도 멀티맨 역으로 김상회, 이소정, 정고은, 진강민, 정성희가 작품의 재미를 더했다.

writtened by cinetique@naver.com ⓒ포스트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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