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다. 아니나 다를까 연관어가 아픔이다. 무슨 이유인과 봤더니 지금의 젊은 세대가 겪는 어려움 때문이란다. 신문 지면에서 자주 접하는 취업, 사랑 그리고 학업 이라는 단어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과거 세대라고 일컫는 지금의 중장년층에게 ‘청춘’은 무엇과 연관 지을 수 있을까? 뮤지컬 ‘롤리폴리’에는 이에 대한 해답이 담겨있다.
학창 시절에 겪어본 풋풋함 경험담이 유쾌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가슴 찡하게 다뤄지고 있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은 그때 그 시절 아니면 절대 경험해볼 수 없는 사연으로 구성됐다. 그렇다 보니 지금의 시대 배경과는 극명하게 갈린다. 자유분방함으로 대변화되는 신세대와 복고로 대변화되는 구세대의 만남이랄까! 과거에서 현재로 다시 과거로의 회상을 통해 그려지는 신구의 만남이 절묘하다.
때문에 관객의 연령대가 폭넓다. 어린아이부터 중장년층 까지 다양한 관객이 한 장소에 포집.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하는 묘한 분위기는 이 작품이기에 가능한 것. 딸을 가진 부모라면 유독 공감대를 사는데 엄마의 옛 이야기를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적합한 작품도 없다. 그랬다. 우리 엄마 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롤리폴리의 매력은 여자라면 공감할 내용이 주가 되고 있기에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 그때 그 일 기억하니?
방송에서 익히 듣고 봐왔던 멜로디가 시작부터 귓가를 맴돈다. 절로 들썩이는 어깨 춤. 하지만 배경은 장례식장이다. 허심탄회한 고백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아니던가. 이들의 소회는 거리낌이 없다. “그때 그 일 기억하니?”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회상. 세상풍파 다 경험해봄 직한 50대 중년여성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무대에 펼쳐진다.
개성만큼이나 사연도 제각각인 이들의 발칙한 과거사 이야기. 지금 되돌아보면 별거 아닌 일인데 그때에는 티격태격 다투고 묘한 감정싸움에 서로의 자존심을 건들었다니. 그때가 어리긴 어렸나 보다.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수다의 수위도 함께 높아가는 이분들. 장례식장에서 뭐하는 짓이냐 할 정도로 시끄럽다. 당신들의 과거 일을 벼슬이라도 한 것 마냥 왁자지껄 떠올리는데, 한 편으로는 눈물샘을 자극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웃음보를 터트리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렇게 롤리폴리는 관객을 복고가 대세이던 그 당시 아련한 추억으로 물들인다.
사연만 본다면 신구의 대립구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더욱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는 작품일 수 있지만 의외로 복고라는 최근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면서 가족단위 관람객과 소통을 이뤄냈다.
즉 아련한 옛 추억을 가지고 맛깔나게 풍자하는 뮤지컬 롤리폴리 속의 사연은 부모 세대가 마음속에 담아놨던 사연 그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아이돌 그룹 티아라 멤버가 참여해 풍자하는데 톡톡 튀는 젊음이 여고시절의 풋풋함과 잘 어우러져 또 다른 볼거리로 탄생됐다.
| 30년 전의 이야기로 관객을 웃기다.
학창시절에 만난 같은 반 급우 다섯 명의 캐릭터가 이렇게 개성 넘칠 수는 없다. ‘현주 – 주영 – 영미 – 미자 – 자현’ 이라는 서로의 이름이 돌림자라는 것을 빌미로 형성된 롤리폴리 씨스터즈 멤버. 당시 돈 좀 있던 집안의 현주를 주축으로 다섯 멤버는 똘똘 뭉쳐 다녔다. 만나면 싸우고 서로의 자존심을 짓누르고 그 와중에 전학생 주영의 합류로 세상 무서울 게 없던 겁 없는 여고생이다.
30년 전 여고에서 펼쳐졌음직한 육성회비 사건에 나이트클럽 단속 그리고 민주화를 갈망하는 대학생의 시위와 함께 등장하는 백골단까지 그때 그 시절에만 있었던 이야기가 여과 없이 담겨져 있다. 학생이 학생주임을 상대로 귀신놀이를 하고 기절시키는 내용이나 대학생과 여고생이 함께 도망가 임신을 시킨다는 내용은 공연 후반에서야 알게 되지만 다소 억지스럽다. 때문에 시대적 배경이 30년 전 과거라는 것도 그렇고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학생 주임을 미친개라고 부르거나 영웅 심리랍시고 모든 잘못을 뒤집어쓰는 모습 등에서는 과거나 지금이나 보는 시선에는 큰 차이가 없나 보다. 밥상 아래에서 가려지는 가정사 이야기도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삼시새끼 – 두식이 등의 남편이 모른다는 것을 전제하고 벌어지는 뒷담화가 나올 때에는 관객의 웃음도 절정에 달한다. 소소한 일상이야기로 소박한 웃음을 안겨주는 매력이 뮤지컬 롤리폴리의 깨알 같은 재미다.
|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
영화에서 시작된 복고열풍이 음악으로 전가되더니 뮤지컬까지 영향을 끼쳤다. 복고 하면 아련한 옛 추억으로만 치부되던 분위기 속에서 뮤지컬 롤리폴리는 복고를 무대 위까지 끌어올려 공감대를 사고 있다. 한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중년이 돼 다시 만난 여고 동창생을 통해 이 시대를 사는 중년 세대의 복고 향수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작품의 오묘한 감동. 분명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초연 작품이기에 덜 가공된 원석 같은 거친 면모도 존재한다.
중년 현주 역은 트리플 캐스팅으로 뮤지컬 배우 박해미와 김신아, 가수 장혜진도 첫 뮤지컬에 도전 혹독한 연기수업을 했다. 어린 현주 역에는 티아라 멤버 소연과 전수미, 최소영이 맡았으며, 어린 주영 역에는 티아라 멤버 지연과 효민이 연기했다. 중년 영민 역은 보컬리스트 가수 김재희가 맡았으며, 어린 영민 역에는 이장우, 성민, 런(송원근) , 서지훈이 참여했다.
이 외에도 영준, 중년 영미와 어린 영미 역에 이미라와 박소형, 중년 미자와 어린 미자 역에 유보영과 배하나, 자현 역에 진아라와 장주현으로 열연했다. 그 외 황원경, 이애린, 김광안, 김형주, 김원목, 박찰리, 김우중, 김주선, 이무현, 이상민, 정은규, 김다혜, 김자운, 박혜슬, 배명숙, 오수아, 임채영, 장유경, 황선식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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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뮤지컬 롤리폴리 : 티아라 연습실
http://weeklypost.kr/154
초기 아이돌 그룹 티아라의 롤리폴리가 뮤지컬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첨 접했을 때 떠오른 단어는 ‘쇼’ 이었다. 방송에서 보았던 흥겨운 무대가 그대로 옮겨진 것이 아닌가? 했는데 역시 시작부터 방송에서 익히 듣고 봐왔던 멜로디가 귓가를 맴돈다.
마지막의 커튼콜은 공연장을 방불케 한다. 라이브 무대를 그대로 옮겨왔는데 아이돌그룹 티아라의 화려한 춤사위에 실력파 가수 장혜진의 가창력이 더욱 돋보인다. 그래서 절로 들썩이는 어깨 춤. 뮤지컬 하면 이래한다고 생각했던 한 명으로써 뮤지컬 롤리폴리는 꽤나 관객을 즐겁게 하는 맛이 있다. 깊이 있는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가족 작품을 손꼽는다면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답은 이미 나왔다. 오는 2월 25일까지 성남 아트센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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