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뮤지컬 넌센세이션, 라스베이거스에서 웃음 판 수녀님 ‘유후~’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21. 22:40

본문

수녀님의 발칙한 상상력이 만든 함박웃음 ‘유쾌 상쾌 통쾌’

이보다 더 흥겨운 수녀님의 무대는 없다. 수녀님의 발칙한 일탈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한 편의 버라이어티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주 예수에게 금욕적인 삶을 약속한 수녀님의 라스베이거스 행. 그것도 생전 처음 연락받은 생소한 무대 위에서 관람하러 온 관객을 상대로 콘서트를 벌인다니 자칫 탈선이 아닐까 염려되는 상황.

머릿속에는 야릇한 상상이 펼쳐진다. 라스베이거스의 현란한 무대 위라면 적당한(?) 아니 과감한 노출에 인간의 말초적 욕망과 상응하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당연시 된다. 하지만 뜨거운 상상력은 거기까지. 역시나 수녀님의 금욕적인 삶은 유흥의 천국인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여전하다.

그것도 누구보다 철칙을 생명같이 여긴 전직 댄서 출신이라는 기막힌 과거를 지닌 원장수녀의 치밀하고 철통같은 감시가 톡톡히 빛을 발휘한다. 게다가 이번 콘서트는 여느 때보다  특별하다고 외치는 이들.

라스베이거스에서 특별한 콘서트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냐 만은 이렇게 모은 성금으로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우물을 파주고 싶다는데 그 뜻 하나만은 갸륵하다. 이쯤해서 이들 수녀님께 박수를 쳐도 무관치 않다.

문제는 장소다. 하필이면 이곳에서 한다니. 사실 알고 보니 이것 또한 하나의 함정인 셈.

성금을 모아 돕겠다는 좋은 취지와 달리 이렇게 먼 곳까지 오게 된 것도 과거 원한을 사고 퇴출당한 수녀의 계략이다. 모든 계획이 흔들리는 것은 한순간. 하필이면 과거 십자가를 머리에 맞고 기억상실증이 걸린 이후 수시로 기억이 깜박거리는 메리 폴 수녀가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트리는 장면이 누군가의 폰카에 찍혀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수녀들의 깜찍한 일탈이 전 세계에 생중계 된다.

이런 상황을 쉽게 풀이하자면 엎친데 덮친 격. 동시에 교황청이 이를 내버려둘 리가 만무하고, 결국 교황청 관계자가 이번 사태 파악을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급파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원장수녀와 한 순간 생에 처음 듣는 오지 섬으로 퇴출당하게 될 메리 폴 수녀의 근심은 더욱 깊어진다. 이대로 가다가는 메리 폴 수녀와 함께 하는 생활은 라스베이거스가 마지막이 될 공산이 크다.


| 뮤지컬 아니 한 편의 버라이어티

배우는 연기하고 관객은 관람하는 전형적인 뮤지컬이 형태가 아니다. 좀 더 색다른 무대가 관객을 반긴다. 웃고 떠들며 박수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녀가 엉덩이를 두드리면 박수가 터지고 머리를 두드리면 함성도 보내야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원장수녀 모르게 진행된 수녀와 관객과의 약속이다. 그리고 예정대로 원장수녀의 등장과 함께 함성이 쏟아지고 환영의 박수갈채가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이렇듯 뮤지컬 넌 센세이션은 초반부터 관객과 배우가 혼연일체가 되어 같이 숨 쉬고 같이 호응하는 참여가 욕구된다. 다르게 말하면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이랄까. 게다가 초반에 지목된 관객은 공연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바늘방석에 앉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게 된다. 이유인 즉. 공연을 직접 관람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약간의 힌트를 주자면 지목 안 당하다는 게 유일하다는 것. 하지만 그 또한 주 예수의 뜻이라 여기고 순응하는 길 밖에 없다. 그 대상은 공연을 관람하러온 관객이라면 모두가 해당한다. 좋은 점도 있다. 경매와 돌림판 유희라는 기회가 주어진다. 라스베이거스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이벤트다.

관객을 상대로 경매가 시작되고 1만원에서 시작된 낙찰가는 1천만 원을 단방에 뛰어넘고 1억이라는 액수에 도달해야만 끝난다.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그 열기만큼은 실 경매장에 뒤지지 않는다. 두 번째는 돌림판 유희다. 상품은 모두의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자동차. 아마도 르노삼성이 해당 작품의 스폰서임이 확실하다. 자동차(?)가 관객에게 지급되니 말이다.

| 넌센스 다섯 번째 시리즈 ‘넌센세이션’

등장하는 수녀는 총 다섯. 여기에 복화술로 눈길을 끄는 신의 자그네스 수녀가 감초 역할과 동시에 사건의 단초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덕분에 메리 폴 수녀가 문제를 일으키고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수녀님의 단출한 언행도 보통 내기가 아니다. 수녀 맞나 싶을 정도로 거친 대사는 “내 조카의 십팔 색깔 크레파스”를 시작으로 “날씨 봐” 여기에 응용된 표현방식의 “십팔 색깔, 날씨봐”가 관객을 배꼽 잡게 만든다. 느리게 들어서는 좀처럼 감흥이 없지만 빠르게 반복하면 여지없이 하나의 욕이다.

단아한 수녀님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욕. 어처구니없고 기가 막힐 뿐이지만 이런 감질맛나는 재미가 수시로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썰렁한 유머도 왠지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는데.  예를 들어 “왜 예수님은 마구간에서 태어났을까”에 대한 답은 “마리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빠르게 발음하면 ‘아~’ 하며 머리를 치게 된다.

일반적인 뮤지컬과는 다른 해석을 요구하는 뮤지컬 넌센세이션. 어렵지만 단순하게 보고 있으면 참 쉽다. 머리 복잡한 관객이라면 일단 머리를 비워놓고 관람하길 권한다. 기대할 것도 기대도 요구하지 않지만 기발한 진행 방향에 관객의 허를 찌르는 예리함까지 갖춘 코미디극이다.

이렇듯 발상의 전환으로 꽤 완성도 높은 작품은 벌써 다섯 번째 개정을 거쳤다. 1986년 미국 극작가 단 고긴이 만든 코미디 뮤지컬 ‘넌센스’를 기반으로 한국에서는 지난 1991년 초연 공연됐다. 이후 넌센스2, 넌센스 잼보리, 넌센스 아멘 든 다양한 버전으로 소개 됐고 다섯 번째 버전이자 21년째 공연된 작품이 바로 넌 센세이션이다.


| 밋밋하고 단조로운 스토리가 유일한 아쉬움

화려한 쇼걸 출신의 원장 수녀 '메리레지나', 원장 수녀의 라이벌이자 조력자인 '하버트' 수녀, 활발하고 리더십 있는 성격이지만 소년원 군기반장 출신의 중장비 면허까지 구비한 '로버트 앤' 수녀, 발레리나를 꿈꿨던 앳된 외모의 레오수녀, 건망증을 가진 사고뭉치 '메리 폴' 수녀, 그리고 단짝인 '아그네스' 수녀가 만든 다양한 쇼만 쉴세 없이 펼쳐진다.

그렇기에 공연이 종료된 이후 깊은 여운이나 감동 혹은 슬픔 등의 감정은 사치일 뿐이다. 수시로 웃고 떠들기는 하지만 가슴속에서 울려 퍼지는 깊은 울림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 내용도 그렇다. 쇼의 형태로 이어지지만 과정이 그다지 매끄러운 것은 아니다. 때론 관객과 함께 하다가 갑작스레 무대 위에 쇼가 펼쳐지는 매우 산만한 형태.

그런데 왠지 모를 흡입력이 있다. 수녀라는 이미지를 내 던지고 관객과 함께 어울러져 해학을 쫒는 모습은 깊은 울림 보다는 환호를 하게 만든다. 마치 문제를 일으키는 메리 폴 수녀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잿팍을 터트렸을 때의 그것이랄까!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수녀라는 캐릭터를 지니고 있지만 통통 튀는 형형색색의 매력을 지니고 망가지는 연기마저 불사하는 이들의 쇼는 가벼운 흥미 이상의 유쾌한 볼거리다. 뮤지컬 하면 관객과 배우의 경계선이 약속처럼 뚜렷하다. 반면 뮤지컬 넌 센세이션은 이 것 마저도 사치로 치부해버렸다.

관객이 곧 배우자 배우도 관객이 되는 독특한 철학이 곧 뮤지컬 센세이션이 내세우는 공식이다. 목에 힘주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관람할 관객이라면 분명 따가운 시선에 뒷목이 근질거릴 것이 분명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하는 수녀님의 어설픈 장기자랑 쇼. 연말 공연계의 함박웃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메리레지나 원장수녀 역에 혜은이와 이태원, 허버트 수녀 역에 이정화와 정영주, 로버트 앤 수녀 역에 이주원, 황보, 메리폴 수녀 역에 송은이와 최우리  그리고 레오 수녀 역에 송상은이 출연했다. 작품은 오는 12월 18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관람할 수 있다. 문의)샘컴퍼니 02-6925-5600

김현동 cinetique@naver.com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