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카메라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여러가지가 나오겠지만 딱히 답은 없다. 카메라 제조사 마음대로... 이기에 대충 만들어 놓고
"하이엔드 카메라입니다. 사주세요~ 뿌잉뿌잉~" 이러면 사실 할 말은 없다. 하이엔드라는데 어쩌겠는가? 그렇게 믿고 쓰는 것이다.
그럼에도 몇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P/S/A/M 수동 기능의 지원 ▲1/1.7인치, 2/3인치 이미지 센서급 이상 채용 ▲마니아와 아마추어 사이를 애매하게 충족(!?)하는 기능이나 성능 등이다. 수 많은 카메라들이 하이엔드 딱지를 붙이고 있다면 적어도 이 정도 접점은 존재한다는 얘기다.
어느 카메라 브랜드건 간에 하이엔드 라인업은 꼭 있다. 그 특징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공통적인 한계가 있으니 바로 '코딱지만한 센서'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DSLR을 넘지 못한다. 그게 하이엔드의 한계고 숙명이다. 왜냐고? 여기서 답답함을 느껴야 DSLR이나 렌즈교환식 미러리스로 점프할게 아닌가.(다 장사 속에 우리가 놀아나는거다.)
과거 DSLR에 준하는 하이엔드가 존재하긴 했다. 소니 DSC-R1이나 올림푸스 CAMEDIA(아... 추억이여) E-10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렌즈는 교환할 수 없었으나 여러모로 DSLR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시대를 풍미한 하이엔드 카메라였다. 문제는 DSLR에 버금가는 판타스틱한 가격과 애매한 성능.
이들 제품이 사실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사이, 기술이 좋아져 센서는 작아졌고 크기도 움츠러졌다. 요즘 점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포지션이 애매한 하이엔드 카메라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 그러나 야심차게 등장한 이 카메라가 나의 두 눈을 번쩍 뜨게 했으니... 그 주인공은 파워샷 G1 X다.
● 어르신들 좋아하실 듯한 투박한 디자인...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캐논 파워샷 G1 X의 디자인. 다분히 캐논 파워샷스럽게 만들었다. 패밀리룩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할...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정말 지쟈쓰아미타불을 외치고 싶을 정도로 개성없는 디자인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이전 파워샷 시리즈의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듯한 디자인이라고 할까?(절대 어르신들을 비하하는게 아니다) 물론 이 디자인을 좋아할 젊은 소비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호불호가 명확하다고 해야겠다.
멀리서 보면 마치 약 10년 전의 디지털 카메라를 보는 듯한 이 아스트랄한 디자인은 제발 추후에 고쳐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이제 베스트라고 한다면 정말 할 말은 없지만... 소니 DSC-R1을 보고 배우라고 하고 싶다.
크기는 조금 크다. 아무래도 사이즈가 좀 큰 이미지 센서를 넣었기 때문에 렌즈도 커지고 덩달아 카메라 덩치도 커지게 된 것이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셈 치면 나쁠 것 없는 거래. 제조사가 밝히고 있는 카메라 크기는 폭 116.7mm, 높이 80.5mm, 두께 64.7mm다. 당연히 소니 NEX-7 보다 크다. 무게도 배터리, 메모리 다 장착하면 534g으로 조금 묵직하다.
다소 촌스러운 디자인이지만 그립감 하나는 정말 발군이다. 손에 쥐었을 때 안정감은 그 어떤 동급카메라도 흉내낼 수 없는 수준이다. 마치 소형 DSLR을 쥐는 듯한 그립부는 두툼하고 고무로 잘 마무리 되어 있어 파지 시에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 많은 하이엔드 카메라를 손에 쥐어 봤지만 이정도로 마무리가 좋은 그립을 가진 하이엔드 카메라가 있었나 싶다.
인터페이스는 제법 훌륭하다. 캐논이나 니콘과 같은 카메라 제조사들은 어떻게 버튼과 기능을 배치해야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쓰기 쉽고 자주 쓰는 기능 버튼을 달아 편의성을 높인다. 이것이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좋은 사진을 남기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결과물은 렌즈와 빛이 만드는 것이라면 그 빛을 잘 조절하게끔 하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이 정확하게 찰나의 순간을 잡게 해주는 것은 적절하게 배치된 인터페이스다.
상단에는 P/S/A/M을 쓸 수 있는 모드다이얼이 자리하고 있고 같은 자리에는 -3에서 +3까지 노출을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이 있다. 조리개나 셔터 속도는 그립과 후면에 있는 다이얼로 해결한다. 직관적이고 손에 잘 잡히는 위지에 있어서 다루는 데 어려움이 없다.
셔터 버튼과 함께 전동식 줌을 쓸 수 있는 스위치도 있다. 전동식 제어도 편하고 좋지만 렌즈에도 줌링을 달아서 수동조작도 하게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전원 버튼은 가볍게 누르면 켜고 끌 수 있다. 좌측에 스위치로는 플래시를 팝업하도록 해준다. 묵직한 카메라에 제법 깜찍한 요소라 변태같게도 느껴진다.
후면에는 버튼과 다이얼이 있다. 기능의 수는 많지 않은데, 우리가 촬영할 때 흔히 쓰는 감도(ISO)나 초점 설정 등을 배치해 메뉴에 들어가지 않고도 즉시 설정 가능하다. 녹화버튼도 따로 있어 누르기만 하면 즉시 빵빵한 고화질 풀HD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메뉴는 타 캐논 카메라와 비슷하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설정하면 되겠다. DSLR은 이미지 설정과 노출, 카메라 설정 등이 분리되어 있는데 대부분 합쳐져 있다는 점은 아쉽다. 주요 기능 설정을 위해 다이얼을 신나게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면 원형 다이얼을 민감하게 셋팅한 듯 싶다. 돌리면 미친듯이 메뉴가 빠르게 이동하는데 다 이를 위한 것이었다니...
파워샷 G1 X의 강점은 액정에 있다. 시원하게 회전하는 3형 크기의 액정은 화소가 무려 92만이다. 같은 급에 후지필름이나 파나소닉, 올림푸스였다면 분명 46만이나 23만 화소의 액정을 달았겠지만 캐논은 달랐다. 덕분에 촬영 후 결과물을 시원하고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남친의 선글래스에 비친 비키니 숙녀도 볼 수 있을 기세다. 제발 이런 것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엄한 곳에다 원가절감 말고...
액정 회전이 가능한 덕에 라이브뷰를 통한 다양한 촬영 앵글을 확보할 수 있다. 하이앵글도 되고 로우앵글도 되고 심지어 셀카도 된다. 셀카... 카메라 디자인이 조금 더 좋았다면...
아, 놓칠 뻔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뷰파인더. 이 제품에는 신기하게도 뷰파인더가 장착되어 있고 더 놀라운 것은 카메라 렌즈의 줌을 조작할 때에 맞춰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얘기를 왜하냐고? 이 뷰파인더는 정말 쓰레기니까 하는 얘기다. 크기도 작고 최대 광각에서는 렌즈 끝 모퉁이가 보인다. 뷰파인더 배율이 정말 최악이라서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기 어려울 때가 많다. 뷰파인더로는 정보도 볼 수 없으며 초점이 맞았는지 조차도 확인할 길이 없다. 그냥 장식이다.
● 대형 이미지 센서가 파워샷 G1 X를 살렸다.
캐논 파워샷 G1 X의 참모습이 궁금해 즉시 촬영을 시작했다. 하이엔드 카메라이기에 별도의 렌즈 교환은 할 수 없으나 초점거리 15.1-60.4mm(35mm 환산 시 28-112mm), 조리개 F2.8-5.8 사양의 캐논 4배 줌 렌즈는 충분한 성능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촬영은 조리개 우선 모드에서 진행했고 이미지 셋팅은 표준으로 맞췄다.
파워샷 G1 X의 포인트는 센서에 있다. 1.5인치의 CMOS 이미지 센서는 크기가 가로 18.7mm, 세로 14mm로 마이크로 포서드와 1:1.6 포맷의 캐논 APS-C 센서의 중간 정도되는 크기로 제법 크다. 화소는 1,430만으로 크기를 본다면 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1.5형의 센서는 2/3인치 센서보다 3배 이상 큰 면적이고 가로 7.4mm, 세로 5.6mm의 캐논 파워샷 G12의 1/1.7인치 센서보다는 6.3배에 달하는 크기다. 센서가 커 심도 표현과 고감도 노이즈에 유리하고 캐논에 미러리스 카메라는 없지만 타 미러리스 카메라와 경쟁도 가능한 수준이다. 소니는 힘들겠지만 마이크로포서드 기반의 카메라들은 충분히 찜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제원은 화려하다. 감도는 ISO 100부터 최대 12,800까지 쓸 수 있고 디직5 이미지 프로세서와 호흡을 맞춰 반응 속도나 고감도 노이즈 억제력 등은 흠잠을 곳이 없다. RAW 촬영은 당연히 지원하지만 EOS DSLR과 동일한 14비트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고감도 노이즈 측면에서 ISO 4,000 부근까지는 좋은 모습이다. ISO 6,400 부터는 디테일은 줄고 노이즈가 증가하지만 제법 뛰어난 억제력을 보여준다. ISO 12,800은 웹용으로 활용하면 좋을 듯 하다.
35mm 환산 기준으로 28-112mm 가량의 렌즈는 화질이나 성능 등에서 비교적 무난하다. 광각에서 준망원까지 커버가 가능해 풍경이나 인물 촬영 등에서 요긴하다. 조금 여운이 남는 것은 조리개. 최대 광각에서 F2.8로 좋은 수준이지만 망원에서는 5.8로 조금 어둡다. 추후 제품에서 F4 가량의 망원 조리개 수치를 보여준다면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캐논이 그런 대인배 짓을 할 리가 없지...
▶ Canon Powershot G1 X ▶ 24mm ▶ ISO 200 / F8 ▶ 1/60초 ▶ 평균측광 ▶ 표준 설정
▶ Canon Powershot G1 X ▶ 17mm ▶ ISO 200 / F3.2 ▶ 1/160초 ▶ 평균측광 ▶ 표준 설정
▶ Canon Powershot G1 X ▶ 24mm ▶ ISO 400 / F4 ▶ 1/320초 ▶ 평균측광 ▶ 표준 설정
결과물은 잘 나와준다. 렌즈의 성능이 조금 아쉽지만 제품의 크기와 포지션 등을 감안하면 감동적이다. DSLR은 크기 때문에 꺼려지고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는 렌즈 교환이 짜증나다 싶으면 파워샷 G1 X 하나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 갈증 해소는 게X레이나 포X리 스웨트를 마셨을 때가 아닌 2% 부족할 때를 마셨을 때의 느낌과 흡사하다. 왜냐고? AF 성능 때문이다.
AF 성능이 썩 좋지 않다. 초점이 잘 잡힐 부분임에도 한 템포 늦게 초점이 잡힌다. 조금 가까이 찍으려고 들이대면 초점을 아예 잡지 못한다. 최소 초점거리가 제법 길다. 접사모드로 바꾸면 조금 나아지지만 AF 속도 자체가 느려서 답답하기만 하다. 요즘 펌웨어 한 방이면 AF도 빨라지는 요즘, 이 부분을 해결할 펌웨어가 나와주길 바란다.
● 하이엔드에 대형 이미지 센서... 어쩌면 이것이 미러리스에 대한 캐논의 대답?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10점 만점에 7.5점 정도 주고 싶다. 다 좋은데 마무리가 덜 되었다는 느낌이랄까? 좋은 것은 합쳐 놓은 듯 한데 정돈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쓰는 내내 들었다. 하지만 대형 이미지 센서 채용과 컴팩트한 사이드,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파워샷 G1 X에 대한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이미 나온 제품이니 펌웨어로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카메라로 거듭나리라 예상된다. 전반적인 완성도는 뛰어나다.
하지만 캐논이 뜻밖의 카메라를 내놓은 것에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논 카메라 중에서는 나름 도전정신이 깃든 제품이 파워샷 G1 X다. 컴팩트 카메라에 그것도 똑딱이 장르에 대형 이미지 센서라니? 아닌 밤 중에 홍두깨 내미는 격 아닌가.
다소 생뚱맞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미러리스에 대한 캐논의 대답이 파워샷 G1 X에 녹아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소니를 시작으로 버티다 못한 니콘까지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였고 아직 이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는 캐논이 유일하다. 대부분 카메라 제조사들이 앞다퉈 렌즈교환식 미러리스에 뛰어드는데 캐논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조차 안개 속에 있다.
캐논은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를 새로 개발하는데 정력을 쏟기엔 늦었다고 판단했을까? 지금 뛰어들기에 경쟁력이 없다고 봤을 수도 있다. 이미 수 많은 제품이 있는 상태에서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틈새시장, 게다가 캐논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 라인업에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진영에 대적할 대형 이미지 센서를 얹어 간을 보고자 한 의도도 있을지 모른다.
이 제품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는 캐논 내부의 윗분들만이 알고 있겠지만, 당장 이 제품 자체만으로 봤을 때는 나쁘게만 보이지 않는다.
writtened by 브라이언 K ⓒ인사이드 ( www.dailyinsid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