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카메라 사업을 시작한 것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물론, 90년이 넘는 일본 카메라/광학기기사들과 그 역사를 공유하기엔 큰 무리수가 따르지만 사진도 어느덧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 갭이 조금 줄어든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랬던 삼성전자도 과거 우연한 기회가 있었는데, 바로 펜탁스와의 만남이 있었던 2006년 경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펜탁스와 제휴해 펜탁스 K 마운트 기반의 DSLR인 GX-1 시리즈를 내놓은 바 있다. 물론 껍데기만 삼성이었지 사실상 펜탁스 ist D 계열과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이후 GX-10, 20 등은 삼성이 이미지 센서나 프로세서 등을 직접 손대기 시작하면서 가능성을 보였던 카메라였다. 아쉽게도 그렇게 큰 재미는 보지 못했고 사장되면서 전설 속에서나 회자되는 제품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DSLR은 저물었지만 삼성전자가 렌즈교환식 카메라에 대한 미련은 접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NX 시리즈다. 처음 선보인 NX10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카메라였다. 당시 처음 진입한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로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 PEN이나 루믹스 G 시리즈가 주를 이루던 때에 시장 경쟁을 부추긴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삼성 NX10은 처녀작이라고 하기에 완성도는 높은 편이었다. 삼성전자가 아우르는 전자 사업부의 기술은 아낌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AMOLED 액정이나 전자식 뷰파인더, 나름대로 구색을 갖춘 3종의 렌즈까지 초기 삼성이 시도한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치고는 제법 매력적인 물건으로 평했다.
하지만 NX10의 디자인은 마치 파나소닉의 루믹스 G와 너무도 비슷해 혹시 표절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사실, 첫 미러리스가 파나소닉 루믹스 G 시리즈였으니 그럴 법도 했다. 출시까지는 시간적 여유도 있었던 터라 이런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왜? 그들은 말이 없었으니까...
아무튼 NX10을 시작으로 NX11, NX5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제품들이 출시됐으며, 이후 야심차게 출시한 NX100은 제법 그럴싸한 디자인에 성능까지 갖추면서 나름대로 인기몰이 했다. 난 아직도 나얼과 한효주가 함께 나오는 TVCF의 임팩트를 잊지 못한다. 타 브랜드의 카메라 광고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NX100은 참신했지만 여전히 삼성전자는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을 들게 한 제품이었다. 디자인에 치중해 그립감은 떨어졌고 인터페이스 또한 정돈되지 않았다. 아이펑션(i-Fn) 이라는 기능도 큰 임팩트를 내게 주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내 손에는 삼성전자 NX100의 후속 모델... NX200이 놓여 있다. 양산형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중 처음으로 2,000만 화소(발표는 NEX-7의 2,430만 화소가 처음)를 찍으면서 성능을 대폭 높인 이 제품이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과연 삼성전자의 디지털 카메라들에 대한 좋지 않은 생각들을 화끈하게 날려줄지 정말 기대된다.
● NX100에서 더 정돈된 느낌... 이 정도면 Good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출시한 NX100은 정말 디자인적으로 인정한다. 잘 빠진 생김새는 "한 번 써보고 싶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주위에 여자들도 NX100의 디자인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립감은 최악이었고 화이트 색상은 처음에만 좋았지 쓰다 보면 이게 원래 화이트였는지 블랙이었는지 가늠하기 힘들 것처럼 예상됐다.
불행하게도 NX200은 이 NX100의 디자인을 거의 따르고 있다. 하지만 참 다행스럽게도 그립감이나 조작성 측면은 개선됐다. 삼성전자가 NX100과의 패밀리룩을 이으면서도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나름대로 고생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고생했다고 전해주고 싶다.
블랙컬러이기 때문에 추후 여려 색상이 출시 됐지만... 화이트 위주인 NX100에 비해 다루면서 생길 불상사에 대한 염려도 적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착시 효과도 덤으로 주고 있다. 재질은 메탈로 플라스틱이었던 NX100 보다 질감적으로 뛰어나다. 여러모로 NX100보다 나아졌음을 느낀다.
크기는 폭 117mm, 높이 63mm, 깊기 36mm로 비슷한 급수인(삼성의 희망사항) 소니 NEX-7보다 조금 작고 카메라 무게는 220g으로 가볍다. NEX-7은 350g이다. 하지만 차이는 있다. NEX-7은 마그네슘 합금 바디고 NX200은 메탈이다. 당연히 NEX-7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오묘하게 무게를 줄여서 원가절감하는 현기차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작기 때문에 그립감이 구릴까 내심 걱정됐지만 NX100보다 쬐끔은 나아진 그립부 덕에 한 시름 덜었다. 손에 쥐었을 때 이질감이 없고 일부는 고무를 덧대 파지감을 높였다. 특히 그립부에 삼성 로고를 넣어 손에 쥐었을 때 가려지게 한 것은 정말 잘 한 듯하다.
버튼 인터페이스는 여느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처럼 무난하다. 상단에 모드 다이얼을 달아 P/S/A/M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다이얼에는 여러 자동 모드도 추가해 편의성을 더했다. 이 부분은 적어도 NEX-7보다 좋다. 삼성전자가 적어도 이 부분에서 만큼은 카메라 유저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 하다.
후면에는 원터치 녹화 버튼도 달았고 감도나 초점, 노출 등 주요 기능을 배치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후면과 상단의 다이얼을 통해 조리개나 셔터 속도를 조절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감촉도 좋고 반응 속도 또한 적절한 점이 마음에 든다. 버튼을 눌렀을 때의 조작감과 느낌도 좋다.
후면 액정은 3인치 사양의 AMOLED가 달렸다. 61만 화소로 라이브뷰 모드에서 100%의 시야율을 가졌다. 타 브랜드의 후면 LCD가 대부분 채용하고 있는 92만 화소와 비교하면 수치적으로 아쉬울 수 있지만 실제 체감적으로는 92만 화소 사양의 LCD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또, 밝은 주간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장점이 많은 액정 화면이지만 타 카메라처럼 틸트나 회전이 되지 않는 것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액정을 보고 촬영하는 미러리스 카메라인 만큼, 최소한 틸트 정도 달아주는 성의를 보여줘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 곳에서도 삼성전자의 소소한 원가절감의 노력 배어있다. (회장님 원가 절감하셔서 모은 돈으로 무엇을 하시려구요?)
● 번들렌즈에 물린 NX200의 결과물은 실망 그 자체... 고성능 렌즈는 필수
NX200에는 SAMSUNG LENS 18-55mm F3.5-5.6 OIS i-Fn이라는 소위 ‘번들렌즈’가 장착돼 있었다. 샘플이 이렇게 왔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대로 촬영을 진행했다. 쌈마이 번들렌즈라 성능이 의심되긴 하지만 새로 달라고 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라 그냥 진행하기로 한다. 설정은 조리개 우선(A) 모드에서 이미지 설정은 표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번들렌즈와의 조합은 정말 ‘최악 중 최악’이다. 2,000만 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렌즈가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 강하다. 전체적인 디테일이 살아나지 않았다. 향후 해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단렌즈 위주로 테스트를 다시 해보고자 한다.
사양은 먼저 센서가 2,030만 화소의 APS-C 규격을 쓰고 있다. 35mm 필름 대비 초점거리 1.5배 상당으로 18-55mm 렌즈의 경우, 실제 풀프레임 카메라로 적용하면 27-82.5mm가 된다. 감도는 ISO 100부터 최대 12,800까지 지원한다. 나쁘지 않은 사양이다. 문제는 삼성이 아직 고감도 저노이즈 실력이 형편 없다는 점에 있다. 같은 2,000만 화소를 돌파한 소니 NEX-7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ISO 3,200까지는 나름대로 잘 억제하는 모습이지만 ISO 4,000을 넘어가면서 디테일은 줄고 노이즈가 증가한다. ISO 6,400 부터는 붉은색 컬러노이즈가 불규칙한 패턴으로 크게 늘어 전체적인 사진 품질을 떨어뜨린다. 이 붉은 컬러노이즈의 향연은 마치 과거 200만 화소 디카의 그것을 보는 듯한 착각도 불러 올 정도다.
표준 설정에서의 색감은 평범하다. 너무 평범해서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피부를 보정해주는 뷰티샷이나 이미지 후보정 기능인 매직프레임, 스마트 필터 등이 다양한 설정을 통해 사용자 취향에 맞는 색감을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이는 심심한 표준 결과물에 대한 불만을 감추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삼성만의 컬러 밸런스 및 이미지 정책 확립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파나소닉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권한다.
NX200은 JPG 처리는 빠르지만 RAW 데이터 처리는 조금 굼뜬 편에 속한다. 용량이 크기 때문인데 RAW 파일 용량이 45MB가 넘어간다. 이 때문인지 RAW+JPG를 처리하는데 약 3초 가량이 소요되는데, 연사라도 한다면 밀린 버퍼를 처리하느라 카메라가 잠시 정지해 있는 상황도 발생한다. 고화소 이미지는 곧 큰 용량을 의미하기 때문에 카메라는 이를 빨리 처리하는게 포인트다. 그 점이 미흡하다.
● 얘도 소울이 없어요... 파나소닉하고 같이 반성하세요.
정말 많이 좋아졌다. 적어도 NX10, NX100 보다는 나아졌다. 그러나 다른 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NX200이 갖는 장점은? 딱히 없는 듯 하다. 100만 원 이하의 2,000만 화소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점에서는 메리트가 있겠지만 그 이상은 없다.
당신은 화창한 날씨 아래에서만 사진을 찍을건 아니지 않은가? 감도를 높이면 쭉쭉 늘어나는 컬러노이즈는 정말 참아주기 힘들다. 당연히 고감도에서 노이즈가 생기지만 특정 화이트밸런스 하에서 발생하는 불규칙한 붉은색 노이즈 패턴은 이 카메라가 정말 세기말 2012년 카메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처참하다.
화소 하나 만으로 이 제품과 경쟁하는 제품은 NEX-7, 가격대로 보면 대략 NEX-5 급 정도 되는 듯 하다. 이렇게 붙여놓으니 NX200의 포지션이 애매해진다. 화소로 보자니 전체적인 품질 자체로는 400만 화소 더 많은 NEX-7에 상대 안되고 가격으로 보자니 2,000만 화소를 앞세운게 찜찜하고...(사양에 비해서 저렴해 뭔가 썩 내키지 않는 그런 느낌?)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얘도 소울... 영혼이 없다. 기기적으로 정말 흠잡을 곳 없는데, 결과물이 영 심심하다. 따로 따로 놓고 보자니 흠잡을게 없는 것 같은데, 다 모이니까 오합지졸이다. 센서는 좋은데 이미지 프로세서가 뒤따르질 못한다. 삼성은 이제 이미지 품질적인 부분의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도 결국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추후에 NX20, NX300 이런게 나오면 모르겠다. 얼마나 달라질지... 하지만 사진에서 중요한 이미지 처리 기술, 이것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삼성 카메라에는 앞으로도 쭈욱 영혼은 없다. 왜 캐논, 니콘, 펜탁스, 올림푸스... 이런 애들이 나름대로 시장을 확고히 지키고 있는지 되새김질 했으면 한다.
이렇게 결론 지은 것은 아무래도 테스트 샘플로 딸려 온 번들렌드의 취약한 광학 성능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조만간 다시 고성능 렌즈를 위주로 촬영을 진행할 것이다. 그 때 이 포스팅도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 writtened by 브라이언 K ⓒ포스트온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