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다 쓰러져가는 코니카미놀타를 인수한 뒤 미놀타 브랜드를 없애고 소니 브랜드로 본격적인 카메라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국내 기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대부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었고 굳이 인지도 있는 미놀타 브랜드를 없애면서 소니가 DSLR 카메라 사업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첫 DSLR 카메라 α100은 그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빅엿이었다는 얘기)
왜 뜬금없이 DSLR 얘기를 하느냐고? 이 순간이 소니의 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단초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니는 사실 렌즈를 화끈하게 생산할 여력이 없다. 결정적으로 소니 DSLR 대응 렌즈에 G 렌즈 계열이 많지 않은게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칼 자이즈와 G 렌즈가 아닌 알파 마운트 렌즈는 대부분 탐론의 OEM 생산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미놀타를 부활시키자니 처음의 외침을 갈아 엎는 것이다 보니까 신중한 고민 끝에 끌어들인게 칼 자이즈(Carl Zeiss)다. 오랫동안 소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칼 자이즈는 본격적으로 소니에 DSLR 렌즈를 공급하게 된다. 실제로
Planar T* 1.4/85 ZA,
Sonnar T* 1.8/135 ZA,
Distagon T* 2/24 ZA,
Vario-Sonnar T* 2.8/16-35 ZA,
Vario-Sonnar T* DT 3.5-4.5/16-80 ZA,
Vario-Sonnar T* 2.8/24-70 ZA 등은 칼 자이즈 홈페이지(
www.zeiss.com)에 등록되어 있다.
칼 자이즈를 품에 안으면서 소니는 프리미엄 렌즈를 확보할 수 있고 전 세계에 깔려 있는 수 많은 칼자루 덕후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알파를 지탱하고 있는 힘은 사실상 칼 자이즈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G 렌즈가 후지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좋은 렌즈를 확보한다는 것은 마음껏 화소 장난을 쳐도 품질이 확보된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처음으로 2,430만 화소를 돌파한 α900이 흥할 수 있었다.(동시에 칼자루 렌즈가 1억 화소도 커버한다는 드립도 잊지 않았다.) 사실 이 녀석이 흥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저렴한 풀프레임 DSLR 이라는 점도 있었고 칼 자이즈의 덕도 있었고 푸짐한 화소의 덕도 있었다. 이것은 크롭바디(흔히 APS-C 포맷 센서 채용)인 DSLT A77/A65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그리고 소니는 미러리스에도 2,430만 화소 장난질로 렌즈 뽐뿌를 유도하고 있다. NEX-7이 그 주인공이라 하겠다. 응? NEX-7이 지금까지 NEX에 들이댄 그 허접때기 렌즈들로 2,400만 화소를 커버 하겠다고? 그래서 소니가 때를 놓치지 않고 준비한
Sonnar E T* 1.8/24 Z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뭔가 적절한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현재 E마운트용 자이즈 렌즈는 자이즈 홈페이지에 정보가 없다.)
| 좋게 말하면 ‘완성형’, 나쁘게 말하면 ‘재탕’... 뭔가 설명하기 애매한 디자인
솔직히 매체에서 몸 담그며 디지털 이미징 파트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NEX-7은 프리뷰(라 쓰고 거의 리뷰)가 한 번 진행됐다. 민망하지만 그 때 나는 NEX-7에 대해 완성형이고 흠잡을 데 없다고 했는데, 이거 구라다. 그냥 귀찮아서 이렇게 쓴거다. 사실 흠잡을 곳 겁나게 많다.
개인적으로 NEX 시리즈의 디자인 자체에 뭐라 하고 싶지 않다. 미러리스 치고는 좋은 그립감에 무난한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NEX-7에서는 어떻게 보면 NEX-C3와 NEX-5N을 짬뽕한거 같기도 하다. 그립은 5N, 디자인은 C3... 마치 신세계와 구세계의 중간 느낌이 나고 본 듯 하면서도 보지 않은 듯한 풍경이 보이는 그런 찜찜함이 느껴진다.
인터페이스는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만들다 그만 둔 것 같은 인터페이스는 순식간에 좌절과 분노의 도가니 속으로 밀어 넣는다. 상단에 다이얼 두 개 올려 놓을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1개에 모드다이얼 역할 정도는 부여해 줬으면 이런 얘기는 하지 않는다.
두 다이얼은 뭐하는거냐고? 수동 모드에서는 노출과 조리개를 담당하고 조리개 모드에서는 노출과 조리개를 담당한다. 응? 그게 다라고! 후면에 원형 다이얼과 일부 기능이 겹치게 한 것은 정말 실수 중에 실수라고 평하고 싶다.
상단에 모드다이얼이 없기 때문에 조작은 여느 NEX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엿같다. P/S/A/M 모드 전환하려면 상큼하게 후면 원형 다이얼 중간에 있는 OK 버튼을 상콤하게 눌러줘야 한다. 이것도 좀 꾹 눌러줘야 작동한다. (망할...)
불행 중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NEX-7은 기존 소니의 핫슈를 쓴다. 이는 머리가 90도 꺾이는 궁극의 플래시 HVL-F58AM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얏호!) 그러나 작은 이 녀석보다 큰 플래시를 과감하게 쓸 용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 하지만 그럴싸한 사진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쪽팔림은 이겨내야 진정한 포토그래퍼가 될 수 있다. (응?)
후면, 버튼 옆에는 3인치 크기의 틸트 액정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다. 92만 화소 사양으로 트루블랙
기술이 쓰여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 주간에도 시인성이 좋고 광시야각이라 불편함이 없다. 이거 하나만큼은 칭찬하고 싶다.
이것만 있다고 하면 곤란! 후면 좌측 상단에는 A65나 77에 채용된 OLED 트루파인더를 장착했다. DSLT에 쓰인 사양과 동일한 230만 화소 사양으로 시야율 100%, 1.09배 배율을 자랑한다. 때문에 작은 뷰파인더에서도 시원하게 피사체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다소 생뚱맞게 위치하고 있어 전체적인 미관을 어색하게 하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 A77의 축소판, E 마운트 기본렌즈로는 제 성능 발휘 어려울지도...
NEX-7은 미러리스 카메라 최초로 2,000만 화소를 돌파한 것으로 유명하다. 삼별전자 NX200이 최초라고 드립을 치긴 하는데, 엄밀히 발표는 NEX-7이 먼저다. NX200은 첫 발매된 2,000만 화소 렌즈교환식 미러리스라고 하는게 맞다. 본래 NEX-7이 NX200과 비슷한 시기에 발매될 예정이었지만 태국홍수로 인해 발매가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화소... 2,430만은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풀프레임과 단순 화소 비교라면 α900이나 850, 니콘 D3X와 같다. 캐논 것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그런데 APS-C라는 크롭 포맷은 2,430만 화소를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ISO는 100부터 16,000까지 대응한다. 2,430만 화소 APS-C 타입 센서치고는 꽤 넓은 범위의 감도를 제공한다. 생각 외로 고감도 노이즈 억제력도 좋다. ISO 6,400까지 놓고 찍어도 노이즈 패턴이 제법 곱다. 화이트밸런스 검출 실력 또한 수준급이고 초점 속도도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감도를 높이면 당연히 디테일 감소와 노이즈 증가가 동반되지만 렌즈 덕인지 꽤 좋은 퀄리티를 보여준다는 점이 놀랍다.
ISO 1,600 이하에서의 촬영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칼자이즈 렌즈와의 조합은 뛰어난 선예도와 품질을 보장한다. (실력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것을 갖다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공된 NEX-7 샘플은 칼 자이즈의
Sonnar E T* 1.8/24 Z 렌즈가 함께 왔다. 아마 대부분의 매체가 이 렌즈 조합으로 리뷰를 진행했을 것이다. 또한, 어디선가 진행했을 체험단에도 이 조합으로 제공됐을거다. 이것은 단순히 신제품을 띄우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 뒤집어 말하면 이 렌즈를 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소니가 이렇게 돈을 쏟아 부어야 할 정도로 NEX 기본 렌즈 성능이 쓰레기라는 얘기다.
실제로 체험한 NEX-7과
Sonnar E T* 1.8/24 Z의 조합은 훌륭하다. 뛰어난 선예도에 발색 능력 또한 만족스럽다. 단렌즈라 그렇지 향후 칼자이즈 베이스의 E 마운트 렌즈가 기대될 정도로 마음에 쏙 든다.
문제는 NEX-7의 조작성이 꽤 유쾌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덩치가 좀 커서 그렇지 단순 조작성만 놓고 본다면 DSLT α77이 저 좋다. 가격도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α65랑 비교해도 크기를 제외하면 NEX-7이 갖는 메리트가 떨어진다. 차라리 삼별 NX200 대비 10~15% 정도 높은 가격을 책정했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삼별 NX200은 인터넷 최저가가 70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
|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소니...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NEX-7은 기존 NEX 시리즈의 아쉬움을 100% 해소해주지 못한다. 적어도 모드 다이얼 정도는 달아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은지라, 적어도 늘 하는 말처럼 차기 제품에서 개선하길 바란다. 아니면 최소한 메뉴 이동 동선을 줄여준다면 이런 불만도 조금은 해소되리라 본다. 지금의 NEX 인터페이스는 뜯어고쳐야 할 부분이 태산같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까 NEX-5N이 1,600만 화소인데 NEX-7이 갑작스럽게 800만 화소를 높여버렸다. 이건 어딘가 뒤가 구린 느낌이 난다. 이는 동시 발매한 칼 자이즈 렌즈를 보면 조금은 답이 나온다.
화소에 의한 고해상도 이미지와 고성능 렌즈와의 시너지 효과. NEX-7이 노리는 것은 여기에 있다고 봐도 될 듯 하다. 렌즈의 힘을 빌어 NEX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우는 것과 동시에 전 세계에 숨어 있는 칼 자이즈 덕후의 팬심을 자극해 판매량을 늘려보겠다는 속셈이다.
일단 전략은 좋은 듯 한데, 미러리스에 이런 렌즈가 가당키나 한지는 모르겠다. 둘이 합쳐 거의 300만 원이 필요한데, 그만한 가치를 주느냐에 대한 것은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향후 선보일 칼 자이즈 렌즈의 배리에이션을 생각하면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다. 특히 다음 렌즈는 줌렌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 지금 NEX의 기본 줌렌즈는 쓰레기니까. 적어도 NEX-7과
Sonnar E T* 1.8/24 Z 렌즈의 조합은 프리미엄이라 부르기에 아쉬움은 없다.
그런데 최근 카메라 시장에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부쩍 눈에 띈다. 후지필름도 지들 말로 프리미엄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X-Pro1을 발표했다. 이건 카메라 바디만 190만 원대에 판매할 예정이란다. 렌즈도 70~80만 원대에 형성된다. 그것도 단렌즈가... 전 화각대 렌즈를 구비하려면 4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겠지만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시장이 언제 소수를 위한 제품이 되었는지는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writtened by 브라이언 K ⓒ인사이드 ( www.dailyinsid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