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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조로, 영웅이 된 남자, 인간미를 드러내다.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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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분서주 정신없는 이 남자 한마디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하반기 최대 기대작 뮤지컬 조로, 조승우 매력에 관객 반응 ‘Wonderful’


뮤지컬 캐스팅 1순위 하면 배우 조승우를 빼놓을 수 없다. 173cm에 불과한 평범한 키에 아담한 체구를 가진 조승우의 티켓 파워를 구태여 거론하는 건 무의미하다. 그가 출연한 회차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불과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매진되는 것이 기본이다. 평범한 외모를 가진 평범한 배우 조승우의 매력이 관객에게 충분히 어필하고 있다는 증거다.

뮤지컬 조로에서 주인공 조로 역을 맡은 조승우는 능청맞은 연기와 깨알 같은 유머로 관객을 이끌어갔다. 집시로 등장한 조로의 섹시한 남성미는 여성 관객의 애간장을 태웠으며, 가면을 쓰고 등장한 조로는 강인한 정의사도가 되어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겼다. 때론 가벼운 웃음을 앞세운 간신배로 비웃음을 샀으며, 때론 뜨거운 열정을 마음속에 간직한 모두의 영웅으로 변신해 환호를 샀다.

그렇기에 조승우 출연이라는 언급만으로도 최고의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주기에 부족하지 않는 뮤지컬 조로. 관객을 쥐락펴락 하는 러닝타임만 약 190분간에 달한다. 여기에 커튼콜 이후 진행되는 5분여의 역동적인 쇼가 더해져 2011년 연말 잊지 못할 진한 감동을 남긴다.


물론 뮤지컬 조로에는 조승우 외에도 박건형, 김준현이 트리플 캐스팅 되어 조로 역을 열연했다. 그럼에도 조승우 출연작을 거론하지 않고는 뮤지컬 조로를 설명할 수 없다. 그건 왜 일까?

| 기대를 충족시킨 대작, 뮤지컬 조로

불이 꺼지고 막이 오르기 직전 조로의 공연장은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부터 시작한다. 작은 램프를 하나씩 들고 서있는 각각의 배우가 노래 한 소절씩을 나눠 부르는 데 절절한 선율에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뮤지컬 조로의 서막을 연다. ‘더 레전드 어브 조로’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한다.

뮤지컬 조로는 칠레 출신 극작가 이사벨 아옌데(69)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작품이 거론되자 마자 최고 작품의 등장이라는 수식어를 꿰찼는데 2008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대형 라이선스 작품인데다 지킬 앤 하이드로 최고 뮤지컬 스타 자리를 굳힌 조승우와 박건형, 김준현, 조정은 등의 화려한 출연진 덕분이다.


극 중 배경은 19세기 초, 당시 스페인이 지배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 황량한 벌판을 개간해 거대한 도시를 세워 모두의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던 스페인 귀족 돈 알레한드로 시장이 후계자로 자신의 아들 디에고를 지목하면서부터 일은 시작된다.

시장 자리를 조건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군사학교에 보내지만, 철부지로만 지내온 그는 학교에서 뛰쳐나와 집시들과 어울리며 방탕한 생활에 접어든다. 그러던 중 자신의 연인 루이사를 통해 함께 자라온 친구 라몬이 예전과 다르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아버지를 감금하고 마을을 장악한 채 폭정을 일삼는다는 것. 이에 저항하는 영웅 디에고의 모험담이 뮤지컬 조로의 기본 골자다.

| 능청맞은 연기에 웃고 떠들며 즐기는 작품

살아도 우리, 죽어도 우리라고 외치는 집시 친구들과 함께 고향에 돌아온 디에고. 기억 속에 남아있던 생동감 넘치고 활기차던 고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무거운 세금에 가혹한 착취에 지쳐버린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그를 반겼다.


그 순단 디에고가 선택한 것은 정의와 진실. 아버지이던 시장이 이룩한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무너뜨린 라몬을 상대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기 위한 저항하는 것.

그 혼란함 속에서도 펼쳐지는 조로의 연인 루이사와의 감칠맛 나는 속삭임. 밀고 당기기의 연애 공식을 찾는 다면 루이사와 조로의 사랑싸움에서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여기에 조로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든든한 친구 역으로 등장하는 이네즈도 밀고 당기기의 진수를 펼친다. 순박하다 못해 바보 같은 라온의 오른팔 가르시아를 적당히 튕기면서 애간장을 녹인다.

동시에 어드벤처 뮤지컬을 표방한 작품답게 4층으로 구성된 높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와이어 액션과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펜싱 검을 이용한 활극은 짜릿한 쾌감 그것이다.

이와 중에도 조승우의 매력은 빛을 발한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현란한 칼싸움에서도 능청맞은 연기로 관객을 웃기는 묘한 매력은 조승우 답다.

진짜 조로가 저랬을까 하는 의심까지 드는 조승우의 연기는 코믹연기로 무르익지만 마술연기를 통해 정점에 달했다. 여기에 능청스러운 애드리브까지 더해지니 티켓파워의 진수가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하는데, 이 남자 볼 수록 매력적이다.

| 화려한 군무와 애절한 선율의 극과 극

핍박과 착취에 찌들어가는 마을 주민의 모습과 억압을 거부하는 집시의 자유분방함은 극과 극을 달린다. 스페인 식 마을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흰색 배경에서 암울하게 펼쳐지는 마을 주인의 앙상블은 내적 갈등을 함축해 안타까움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동시에 집시가 밤볼레오, 조비조바를 외치며 연출하는 탭댄스는 자유를 향한 간절함을 겉으로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뮤지컬 보다는 하나의 댄스 공연장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춤사위에 절도 있는 군무는 뮤지컬 조로를 감상하는데 주목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수시로 등장하며 관객의 흥을 돋우니 작품이 끝나고 춤바람에 빠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조로 작품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이자 동시에 복잡한 갈등이 표출되는 명장면이다.


동분서주하는 조로를 표현하기 위해 ‘진짜 조로’ 외에 한명의 배우가 조로와 똑같은 분장을 하고 나타난다. 공연 막판 검술 대결에서는 주인공을 포함한 배우 7명이 똑같은 조로 차림으로 등장해 눈길을 잡는다. 물론 주인공은 똑같은 옷 일곱 벌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하며 관객을 배꼽 잡게 만든다.

| 영웅이 된 이 남자, 무거운 캐릭터가 단점.

동분서주 하며 뛰어다니며 숨넘어갈 것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조로는 영웅다운 면모를 보였다. 와이어에 몸을 맡기고 화려한 춤사위에 강렬한 군무 여기에 치밀하게 계산된 심리전까지 하나의 잘 짜인 각본에서 하나의 영웅이 등장했다. 관객이 조로를 통해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것 또한 잘 계산된 공식에 기반을 둔다.

그렇기에 아쉬움도 있다. 화려한 효과에 가벼운 웃음을 선사했지만 캐릭터에 의존해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넘지는 못했다. 조로라는 캐릭터에 관객의 반응이 엇갈리게 된 이유다. 티켓파워 조승우 출연작은 사실상 전 공연이 매진된 셈이다. 이는 평범한 배우가 뽐내는 범상치 않은 캐릭터의 이미지가 일치했기 때문.


반면 트리플 캐스팅에도 조승우 외의 배우는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다. 뮤지컬을 관람하는 요소가 ‘재미’라면 그 재미라는 요소를 반감시키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것. 키가 크거나 혹은 지나치게 근육질이라는 지적도 한 가지다.

뮤지컬 조로에서 그저 보기 좋은 관상용 완소 남은 그다지 인기 없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평범한 배우가 인기를 얻는 대작의 컴백. 평범한 관객이 보기에 이보다 더 인간적인 작품은 없다. 따져보면 작품 자체보다는 조승우라는 배우의 이미지가 더 어필하고 있다. 조승우가 조로이자 조로를 거론하면 조승우가 빠질 수 없는 이유다.

예술성 보다는 대중성이 가미해 가벼워진 뮤지컬 조로에는 주인공 조로 디에고 역으로 조승우, 박건형, 김준현이 트리플 캐스팅 됐으며, 루이사 역에는 조정은과 구원영이 라몬 역에는 최재웅과 문종원 그리고 이네즈 역에는 이영미와 김선영이 더블 캐스팅 됐다. 가르시아 역에는 박성환, 돈 알레한드로 역에는 김봉환이 열연한다.

이 외에도 열정적인 집시로 등장하는 배준성, 유미, 심재현, 이수현, 김윤지, 강운곤, 김동현, 임유, 서승원, 김현준, 이현정, 공민섭, 나아름, 신동아, 양경원, 박중금, 윤민우, 정영일, 서희재, 이혜정이 화려한 앙상블을 펼친다.

정열의 집시들이 뿜어내는 화려한 플라멩코에 라틴의 열정이 넘치는 집시 킹스(The Gipsy Kings)의 흥겨운 음악이 인상 깊은 뮤지컬 조로, 지상 4층 높이에서 밧줄 하나에 의지해 현란한 검술 실력을 뽐내는 검은 마스크의 검객 조로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내년 1월 15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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