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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디션, 달콤해야 할 청춘, 씁쓸한 현실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11.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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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2030 현실을 비꼰 냉철한 뮤지컬
차압당한 미래를 좌절로 그려낸 청춘 스토리

미래를 향한 부푼 포부와 꿈을 키워야 할 2030 젊은 청춘이 냄새나는 지하에서 연습에 몰두한다. 지치다 못해 포기해버린 이들의 모습은 처참하다 못해 참담하다.

알바를 전전해 번 돈으로 월세를 내고 콜라 한 잔을 여럿이 나누어 먹다 못해 리필을 8번이나. 이보다 더한 궁상이 있을까 싶다. 소외된 젊은 청춘의 한줄기 희망을 그린 뮤지컬 오디션은 시작부터 지친기색이 영력하다.

삶에 지친 표정은 대사에도 녹아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음악만 해서 먹고  살게 될까?”는 질문에 “그럼 조금만 먹어”라는 대답을 듣는 순간 머리는 멍해지고 마음 한쪽은 시리다 못해 시큰거린다. 

이런 밴드가 있을까 싶지만 가진 것 보다 부족한 것이 많은 밴드가 보컬을 구하기 위해 라이브카페를 들락거리는 모습에는 절실함이 느껴진다. 의상만 그 자리에서 벗었을 분인데 그들의 간절함이 영력하다. 그렇게 해서 합류한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보컬 선아. 
 
하지만 그 또한 상처 많은 영혼이다. 이혼가정에서 외롭게 자랐고 성인이 되어 독립하면서 더욱 큰 외로움을 체감하던 보컬 선아는 가난한 밴드 복스팝에서 처음으로 가족의 따뜻함을 느낀다. 소박한 행복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이들. 복스팝의 멤버는 서로가 지닌 말 못할 상처를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치유하고 소통하며 세상에 내딛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세울 것도 그렇다고 욕심도 없다. 막연히 나이가 들면  “뭐가 돼도 될 거라 생각했지” 라던 만연한 꿈은 현실에서 장밋빛 미래로 바뀌지 않았다. 환기조차 제대로 안 돼 불쾌한 냄새 자욱한 지하 연습실에서 열정을 불태우지만 매번 가능성은 희망사항으로 남겨졌다. 

밴드랍시고 오디션은 빠짐없이 참석하지만 매번 실패만 거듭하는 가난한 밴드 ‘복스팝’ 그들에게 세상은 넘기 힘든 벽이다.  


| 2030 젊은이의 현실을 대변한다.
 
소심한 성격에 연습은 뒷전인 알바인생 기타리스트 병태는 천부적인 보컬 기질을 숨기고 있지만 무대 울렁증에 좀처럼 실력을 뽐내지 못한다. 답답하기로는 둘째가라 서러운 팀의 리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대책 없는 복스팝을 대책 없게 한 원흉이 바로 리더 준철이다. 
살림꾼이자 매니저이면서 동시에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홍초롱, 소극적인 성격에 부끄럼도 잘 타지만 보컬이 꿈인 실력 꽝 ‘홍다복’ 둘은 남매다. 공연 내내 손에 꼽을 정도의 대사만 내뱉는 기타리스트 정찬희. 연주할 때는 멋있지만 입만 열면 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사를 최소한으로 줄인 연출가의 의도가 십분 담긴 캐릭터다. 
 
따져보면 이들의 모습은 2030 젊은이의 모습을 대변한다. 크게 다를 바 없는 현실의 모습이 뮤지컬 오디션에 그대로 녹아들어 마음한쪽을 찌른다. 보증금 300에 월세 40만원이던 계약은 벌써 8개월째 밀려 20만원을 더 얹어줘야 할 판이다.

나가라는 주인과 못나가겠다고 버치는 리더. 똥고집 하나 제대로 벌이면서 ‘임대차보호법’을 들먹인다. 거주할 권리가 있다나 뭐라나. 결국 집 주인은 참다못해 최후통첩을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예정된 오디션 일정은 성큼 다가오고. 상금 5천만 원 이라는 부품 꿈을 앉고 연습에만 몰두하는 ‘복스팝’ 예상치 못한 일이 이들의 앞길을 가로 막고 공들이던 계획은 한 순간 송두리째 날아간다.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곳을 바라봤던 복스팝의 멤버이자 오랜 친구의 죽음. 그날 이후로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이들은 서로에게 작별을 고한다.
 
시작은 화려하지만 끝은 비극적인 결말. 하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숨긴 뮤지컬 오디션의 결말은 결코 중요치 않다. 작품속 청춘을 곱씹는 예리한 칼날은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돼 있다. 
 
| 곱씹는 미래, 누구에겐 달콤한 미래
 
매표소부터 범상치 않다. 야광 막대를 지급해주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게다가 지급해주는 막대를 가방에 넣으라는 시작 멘트에 관객은 폭소를 연발한다. 곧이어 귓가에 울려 퍼지는 감미로운 멜로디.
출연자 모두 보통내기는 아니다.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지만 가수라고 해도 부족함 없는 실력을 뽐내는데, 요즘 연기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문희준의 출연으로 주목받았던 오디션의 앙코르 공연이 다시 대학로 무대에 올라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2007년 대학로 초연을 시작으로 2011년 2월에 11차 공연을 기록했으며 하반기에 12차를 넘어 13차 공연에 돌입했다.

회차가 거듭할수록 보강되는 시나리오에 탄탄해지는 시놉시스. 여기에 출연자의 내공은 갈수록 깊어지니 가난한 뮤지션의 장밋빛 미래는 시간이 더해질수록 참담함을 넘어 절실하게 다가온다.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라는 연출자의 의도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만드는데 영향을 줬으며, 합류하는 연기자 또한 보통 내공은 아닌 듯싶다. 오디션이라는 제목답게 오디션으로 시작해서 오디션으로 끝나는 한 편의 작품은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 이면서 동시에 한 편의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한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갑작스런 찬희의 죽음이라는 돌발 상황에 대한 전후 개연성이 납득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이겨낼 것만 같았던 멤버간의 사기가 한 순간에 이유 없이 꺾이는 모습은 순풍을 타고 나아가던 밴드의 모습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설령 극적인 반전을 연출가가 의도했을 지라도 지나친 비약에 오버액션은 무심하다는 배신감으로 남는다.
 
꿈꾸는 2030 젊은 청춘의 도전과 열정을 솔직 담백한 음악으로 풀어낸 뮤지컬 오디션. 대사 하나 하나에 구구절절한 아픔과 사연이 담겨 있고 각 캐릭터가 처한 현실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동정심을 자아내는 작품은 오는 12월 31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관에서 볼 수 있다.
 
최준철역에 박호산, 이석, 오의식, 이태화, 박병태 역에 송용진, 허규, 장덕수, 조정환, 정찬희 역에 정찬희, 이건호, 홍초롱 역에 오미란, 박혜원, 김선아 역에 이은, 이은정, 홍다복 역에 임종완, 최혁이 열연했다. 공연문의 이다 엔터테인먼트 02)762-0010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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