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오국환(cinetique@naver.com)
스토리지는 언제나 시스템의 병목구간으로 눈총받는다. 아무리 빨라도, CPU나 메모리가 가진 성능을 따라가는데 명확한 한계가 있다. 더구나 초당 150MB 남짓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밖에 없는 HDD는 최신의 번개 같은 시스템의 메인 드라이브가 되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지난 20여 년 간 프로세서와 메모리의 속도는 과거와의 비교가 무색할 만큼 엄청나게 발전했다. 이미 수백 배 이상 빠른 프로세서와 메모리, 개선된 BUS를 통해 거대한 데이터가 이동하는 시스템, 그러나 정작 데이터를 품고 있다가 필요할 때 시스템에 공급해 주어야 할 스토리지 장비는 여전히 제자리인 느낌이다.
물론, HDD 역시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 8TB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용량의 제품이 시장에 출시돼 있고, 초당 30~40MB 수준의 데이터를 전송하던 능력은 대폭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초당 수십GB의 데이터를 요구하는 PC이고 보면, HDD의 성능은 이제 OS를 구동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 바야흐로 SSD 전성시대
플래시 메모리를 병렬로 묶어 성능을 향상한 SSD는 그런 점에서 보면 참으로 적절할 때 등장해준 대안이 아닐 수 없다. HDD와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용량과 높은 가격으로 등장했지만, 그런데도 SSD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HDD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던 새로운 세상을 사용자들이 만끽하게 하여 주었다.
물론, 초기의 예상처럼 SSD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능과 용량의 개선이 이루어지며, 이제는 부담 없는 가격에 OS를 구동하기에 넉넉한 저장공간까지 갖추며 명실공히 시스템의 메인 드라이브 자리를 꿰차게 됐다.
▲ SSD 대중화를 알렸던 인텔 X25 시리즈 SSD
현재 시장에서는 10만 원 이하의 가격에 250GB 용량의 SSD를 구매할 수 있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OS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수준의 제품을 과거 HDD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 것. 초당 500MB 수준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한 성능은 같은 시스템에서 HDD를 SSD로 교체할 경우에도 드라마틱한 성능의 향상을 체감할 수 있게 해 준다.
다만,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던 HDD 역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은 과거의 예상과 조금 다른 부분이라 할 것이다. 사용자들이 손쉽게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며, SSD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저장공간이 개인에게도 필요해졌다. 그래서 현재 사용자들은 SSD를 PC의 메인 드라이브로, HDD를 데이터의 저장용도로 이원화시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500MB로도 부족한 당신을 위한 선택, 인텔 SSD 750
초당 500MB 남짓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개선된 성능의 SSD가 보급되며, 사용자들은 그간 PC의 느린 속도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일까? 최신의 인텔 6세대 스카이레이크 프로세서와 DDR4가 가진 대역폭은 이만한 데이터의 전송능력도 역시 ‘부족하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기실, 500MB 수준의 전송률이 PC가 가진 본연의 성능을 모두 발휘하도록 만드는 데 부족한 것은 이미 꽤 오래된 일이기도 하다.
이런 사용자들은 새로운 방식의 SSD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차피 기존의 SATA 6Gbps로는 750MB 이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없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SATA 방식으로는 SSD의 성능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인터페이스의 제약으로 인해 현재보다 크게 향상된 성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SATA 인터페이스도 새로운 드라이브가 가지는 빠른 성능을 보조하기 위해 새로운 규격을 발표했지만, SSD의 급격한 성능향상을 인터페이스가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 구매 전 시스템부터 확인해야
가장 빠른 SSD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그래서 기존의 인터페이스를 포기하고 PCIe(PCI-Express)를 직접 이용하는 형태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PCIe의 높은 대역폭과 다수의 레인을 이용하게 되므로 적어도 대역폭의 제약으로 인해 드라이브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은 미리 방지할 수 있다.
▲ 애드온 카드처럼 생겼지만, 엄연한 저장장치다.
인텔 SSD 750 역시 PCIe 방식의 SSD. 기존의 SATA나 M.2 등의 인터페이스와 달리 PCI-Express 레인에 직접 접속하게 되므로 그 생김 역시 기존의 드라이브와는 판이하다. 마치 과거 PC의 기능 확장을 위해 사용하던 확장카드와 같은 생김새를 가졌다.
인텔은 SSD 750시리즈에 PCIe 슬롯에 직접 연결되는 애드온 카드 형태와 SFF-8639 포트를 지원하는 2.5인치 등 두 가지 타입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SFF-8639를 지원하는 기반이 아직은 미약하므로, 애드온 카드 형태의 제품이 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인텔 SSD 750을 고려하는 유저라면, 자신의 메인보드에 PCIe 슬롯의 여유가 존재하는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2010년 이후 생산된 메인보드는 이를 지원하고 있지만, 폼팩터와 사양에 따라 가격을 낮추기 위해 슬롯 지원을 줄이는 예도 있어 사전에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여기에 인텔 SSD 750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PCIe 3.0을 지원해야 한다. 2010년 11월에 새로이 제정된 규격이므로 2012년 중순 이후 출시된 메인보드라야 이를 온전히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네 개의 PCIe 레인을 사용해야 하므로 PCIe 3.0 x4 이상의 슬롯에 여분이 존재하는지 먼저 확인하자.
# 압도적 성능은 역시 SSD 750의 강점
일반 HDD와 비교하면 5배가량 빠른 SSD. PC의 OS 구동 드라이브를 SSD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는 기대하던 이상의 성능 향상을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순식간에 반응하는 빠른 응답 속도는 SSD로 인한 체감성능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SSD의 성능은 대개 초당 500MB가량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수준이다. HDD에 비할 바 아니지만, 앞서 언급했듯 오늘날의 PC 시스템이 요구하는 막대한 데이터를 고려하면 이만한 성능이 ‘충분하다’고 하기엔 무언가 부족함이 있다. 인텔 SSD 750시리즈는 바로 이런 생각을 하는 유저를 위한 제품이다.
인텔이 안내하고 있는 SSD 750의 성능은 위와 같다.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읽고 쓸 경우, 무려 초당 2GB 이상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수준. 이는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SSD의 성능보다 4배가량 빠른 수준이다. 가장 큰 용량인 1.2TB 제품의 경우 쓰기 역시 초당 1.2GB 수준에 달한다.
실제로도 그만한 성능을 낼 수 있을까? 정답은 YES. 환경이 갖추어지기만 한다면 어떤 시스템이든 오차 없이 인텔이 제시한 성능을 충족한다. 따라서 인텔 SSD 750의 사용환경에 문제만 없다면, 인텔이 제시한 성능 정도를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 NVMe로 최적화된 퍼포먼스
인텔 SSD 750이 이처럼 상상 이상의 성능을 갖게 이유는 성능을 위해 기존의 제약사항들을 과감히 포기했기 때문이다.
SATA 인터페이스에서 오는 제약, 그리고 이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SSD 컨트롤러가 가지는 제약. 결국, 인터페이스와 SSD 자체에서 스스로 제약을 가하게 되는 한계를 과감히 무시하는 것에서 이 엄청난 성능이 시작됐다. 물론, 이로 인해 가격까지 우리가 예상하는 범주를 벗어난 건 다소 아쉬운 일이지만 말이다.
이처럼 엄청난 퍼포먼스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 새로운 명령어셋의 지원이나 개선된 드라이버 정도로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아니다. 그런데도 하나 정도는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바로 인텔 SSD 750이 새로이 지원하는 NVMe라 할 수 있다.
NVMe는 기존의 HDD가 명령어의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하던 AHCI의 발전형, 또는 SSD 최적화형으로 볼 수 있는 기술이다. PC를 오래 사용해온 유저라면 HDD에 AHCI가 정상적으로 지원되기 시작한 순간, 시스템이 더없이 부드럽게 동작했던 과거의 기억을 새로이 떠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하드웨어의 개선이나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하드웨어가 더욱 빠르고 매끄럽게 동작할 수 있도록 동작 과정을 최적화하는 데에서 얻어낼 수 있는 장점이었다.
NVMe는 과거 HDD의 AHCI처럼 SSD의 동작을 최적화하기 위한 기술이라 보면 이해가 쉽다. 다만, HDD와 달리 SSD는 응답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고, 물리적으로 막대한 데이터의 전송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어떤 명령이 입력될 때 이에 따르는 지연을 최소화하고, 인터페이스가 가진 물리적 대역폭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명령어의 실행 구조를 개선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 게이머, 마니아, 크리에이터…
지금껏 어떤 드라이브도 제공하지 못했던 퍼포먼스는 글로, 말로 설명한다 해도 별다른 의미가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만한 퍼포먼스가 필요한 영역에서 직접 사용해 보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경험이 없으므로…
인텔 SSD 750은 최근 급격히 무거워지고 있는 PC 게임에서도 로딩 시간과 순간적인 프레임 드롭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개인 사용자 차원에서 구매하기엔 다소 고가의 제품이므로 이보다는 PC 기반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창조적인 작업에 더욱 높은 효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음악이나 영상의 편집 등 결과물은 크지 않지만, 제작 과정에서는 막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송돼야 하는 영역에서 인텔 SSD 750은 그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각종 그래픽 편집, 일러스트 등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용자에게 이 새로운 SSD는 한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1/4로 줄여주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
이런 사용자들 대부분이 이런 빠른 하드웨어에 대한 정보가 없어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 아무튼, 인텔 SSD 750은 각종 크리에이티브한 영역과 하드웨어 마니아, 게이머 등에게는 분명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퍼포먼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인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