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서 ‘해치백’이라는 단어는 ‘실용’을 상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컷이 해치백을 선택한다면 ‘실용’보다는 ‘허세’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평범하지 않은 매력이 풍겨야 함은 물론이며 달리기 위한 성능도 빠져서는 수컷의 시선을 이끌 수 없다.
그렇기에 장보러 갈 때 편리한 차. 또는 유모차를 가지고 다닐 때 유리한 다수의 해치백은 자연스럽게 눈밖이다. 막상 사용해보면 실용성이 매우 우수한데다가 해치백의 특성상 연비도 인정할 수 있지만 멋이 없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견을 한 번에 무너뜨린 계기가 있는데, 폭스바겐이 ‘골프’를 내놓으면서 부터다.
‘골프’ 라는 단어에 주목하자. 대통령 아가씨가 활성화 하자고 언급했다가 ‘욕을 쳐 잡수신(?)’ 나름 전망 밝은 ‘국민 스포츠’가 아니다. 스포츠에서 골프는 이제야 국민 스포츠가 되겠다고 쇼를 하고 있으나 본 글에서 언급할 골프는 아주 오래전에 대중화라는 단어를 획득한 그렇기에 절로 목에 힘들어간 독일 출신의 ‘골프’님 되시겠다.
# 유감이지만 벌써 7세대. 하지만 리뷰는 6세대
6세대 ‘골프’ 로 골프의 진가를 확인하다.
파워트레인을 비롯하여 확 바뀌었지만 구관이 진정 명관
폭스바겐 가문 출신의 이 친구(골프)는 글로벌 스테디셀러임과 동시에 깐깐한 독일차라는 수식어를 지녔다. 대표적인 독일 차에는 비머(BMW)와 벤츠(BENZ)가 있지만 이 사이를 비집고 인정받은 녀석이 폭스바겐이라~ 얼마나 대견한가. 하지만 벤틀리, 부가티, 람보르기니, 아우디 등 서로 잘랐다고 아우성인 고급차의 텃세에 밀려서 그냥 국민차(돈 되는 차)라며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으니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는 제법 효자 브랜드인 셈이다.
벌서 7세대에 접어들 정도로 ‘골프’는 불혹(40년)의 나이가 되었지만 회춘이라도 한 것마냥 쌩쌩한 정력을 뽐내고 있다. 판매 수치만 봐도 역대 최대라고 손꼽을 수 있는데 단종된 6세대(2009. 9 ~ 2013. 5) 가 3년 8개월간 1만 7,694대나 팔렸다. 7세대의 경우 가볍게 1만대를 넘었으니 그 인기 요인이 내심 궁금하다.
부동의 수입차 판매 순위 1위 주인공인 폭스바겐 골프! 이 녀석이 세상을 향해 처음 ‘응애~’하고 울음을 터트린 것이 1974년이다. 1세대 골프 GTI는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제타를 포함해 약 699만 대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전설’이라는 꼬리표를 달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 인기가 한국까지 이어질까 누가 예상했을 까만은 ‘통일은 대박’이라는 것 마냥 한국 시장에서도 ‘대박’을 내며 골프 마니아를 양산했다. 이의 단초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골프로 평가되는 6세대 모델이다.
한국에 안착한 것은 지난 2009년 9월 21일 되겠다. 대강 눈대중으로 봐도 전 세계 시장에 ‘골프’라는 이름표를 단 차량이 무려 2천6백만 대 이상의 누적판매 기록을 세우며 명실상고한 베스트셀러이자 경쟁 모델들의 벤치마킹에도 흔들림 없이 견제하고 있는 자체는 대단하다 못해 도도하다고 여겨질 뿐이다.
그리고 고대하던 본 글의 주인공인 골프 6세대를 날씨도 선선한 2009년 9월5일에 경기도 파주에서 열린 프리뷰행사를 통해 만나봤다.
전체적인 외관은 5세대에 비하면 큰 변화를 준 것은 아니지만 앞모습은 시로코의 영향을 받아 스포티하고 날렵한 인상으로 변했으며, 측면은 5세대 골프의 뭉툭했던 캐릭터라인에서 6세대 골프는 헤드램프부터 테일 램프까지 일자로 눈에 띄게 쫙 뻗어있다.
●전면 : 블랙하이그로시 마감으로 도드라지게 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역대 골프와 마찬가지로 가로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강렬한 눈매의 블랙 베젤 헤드램프로 이어져 와이드하고 안정감 있는 이미지로 완성됐다.
●후면 : 뒷모습은 친숙한 예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탄력 있는 엉덩이 라인은 5세대 골프와 비슷하고, 투아렉을 연상시키는 테일 램프는 한눈에 봐도 '아, 폭스바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눈에 띄게 달라진 테일 램프는 납작하고 넓은 형태로 진화해 차폭이 커져보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무난한 익스테리어
붉은색 조명은 전형적인 유럽스타일~을 답습한 형태
5세대와 같은 체급이지만 달리는 성능만은 일치월장
수컷의 완성은 헤어스타일이라면 자동차의 완성은 휠이다. 6세대 골프 2.0 TDI에는 'Atlanta' 6.5J X 16" 알루미늄휠을 기본으로 205 55 16사이즈의 피렐리 P7타이어가 장착되어 출고된다. 꼴랑 16인치에 불과한 타이어임에도 나름 이름값 좀 하는 브랜드이니 순정 이후로 본 타이어를 고집할 오너가 몇 이나 되겠나 싶다.
운전석에서 바라본 수준을 본 리뷰가 쓰여진 2009년도 환경에서 설명하자면 실내 재질은 상당히 고급스럽다. 그럼에도 몇몇 편의장비들의 부재(스티어링휠리모컨, 아이팟USB단자 등)가 아쉬움을 남기고, 차량 내 각종 버튼과 다이얼의 반응 또한 불편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안정된 수준을 갖췄다.
각종 버튼의 디테일도 역시 ‘독일차’라는 이미지에 부합하며 라이트를 키면 붉은색의 은은한 조명이 들어오는데 이 또한 전형적인 ‘유럽 스타일’을 표방한 결과다.한 마디로 독일차다.
시인성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계기판은 예외인데 화이트 조명을 도입해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의 중간을 추구했다. 이는 젊은 사람을 타깃으로 제품을 내놨다라고 풀이해도 좋을 특징이다. 게다가 최근 차량에서는 흔한 기능이지만 계기판 중간에 작은 디스플레이화면을 통해 차량의 상태를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기능도 도입했다. 이를 제대로 써먹기 위해서는 차량 구입 후 설명서 정독 1회가 필요하지만...
6세대 골프 2.0 TDI의 차체 크기를 보자면,
전장 / 전폭 / 전고 각각 4,199mm / 1,786mm / 1,512mm에 2,575mm의 휠베이스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5세대 골프와 흡사하다. 배기량 1,968cc의 2.0 TDI엔진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자식 커먼레일 디젤 직분사 엔진으로 피에조 인젝터와 가변 지오메트리 터빈을 장착하여 4,200rpm에서 14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1,750~2,500rpm의 영역에서 32.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특히 발군의 연비가 압권인데 이는 6단 DSG변속기와 결합하여 정지 상태에서도 시속100km/h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다소 느린 약 9.3초를 기록함과 동시에 약 17.9km/ℓ에 달하는 매우 우수한 표준연비를 제시했다. 따져보면 골프의 인기 요인에서 연비가 결코 빠지지 않는데 해치백의 주요 용도가 아이들 통학 및 마트용임을 감안하면 생활비 절감을 제대로 현실화시켜주는 차종임이 분명하다.
골프의 6단 DSG변속기는 듀얼 클러치방식인데 여태껏 클러치 방식의 오토 미션에서 느꼈던 거칠고 울컥거린 특성 대신 의외로 부드운 변속감 때문에 일반 자동변속기를 다루는 것 같고 미션 반응도 독일차 특유의 우수함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는 언덕에서 뒤로 밀리지 않게 도와주는 힐 홀드기능도 기본 제공되기에 역시 아이들 통학용에는 최적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독일차라면 특유의 승차감이 있다. 폭스바겐 골프 또한 이 기대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데 적당히 편한 승차감에 적당히 잡아주는 승차감이 그것. 호불호가 나뉘겠지만 도로위의 상황을 운전자에게 친절하게 전달해주는 수준으로 설명을 마친다. 참고로 국산 현대·기아차의 승차감울 따라오지는 못했는데, 이 부분만은 가격대비 국산차의 강점이라고 귀띔한다.
# 해치백 스타일 차량 치고는 우수한 특성
피쉬테일 현상을 현저히 줄인 것은 물론 주행 안정성 높아
실내 소음도 적어 장시간 운전에도 만족스러울 듯
전반적으로 통통 튀지 않고 불편하지 않은 승차감을 가짐과 동시에 고속 주행 시 안정된 주행 모습을 발휘한다. 가령 고속으로 코너를 돌아가는 중 과속방지턱을 만나면 보통 차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 대부분인데, 골프6세대는 자유로의 코너를 시속 200km/h 부근으로 돌아나가며 방지턱을 지나가도 흔들림 없이 차량의 자세를 잡아 운전자가 운전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한다.
괜찮다고 평가되는 점은 주행 중 유입되는 실내 소음인데 동 급대의 차량과 견주었을 때 상위 급의 차종과 견주어도 될 정도로 정숙하다. 물론 가격대를 감안하면 당연한 모습이지만. 아쉬운 점은 핸들링인데 반응이 다소 느려 성격이 급한 오너라면 초기에 스트레스로 작용할 요인이 다분하다. 부드러운 핸들링을 추구한 것인지 늦게 따라오는 앞머리에 적응을 하면 불편함은 없겠지만 즉각적인 반응을 원하는 오너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독일차 특유의 특징은 우수한 강성인데, 마찬가지로 차체 강성이 좋다고 소문난 골프답게 6세대 골프는 70미터에 달하는 레이저 용접으로 차체강성을 확보해 한계로 몰아붙이는 코너링에도 차체 비틀림을 운전자가 체감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제동력은 기대 이상으로 민첩하다. 브레이크에 살짝 발만 올려놓아도 쿡 하고 반응이 올만큼 브레이크가 민감하게 세팅되었으며, 꾸준히 감속을 할 때에도 성능 저하가 없을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나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브레이가 반응하기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부터 대관령 등지의 변덕스러운 지형에서도 제동력으로 인한 스트레스 걱정은 덜어도 좋다.
6세대 골프에서 주목할 점은 무엇보다 안정성이다. ESP와 ABS가 기본이며, 한국에서는 2015년 차량부터 적용되는 타이어 공기압 경고장치가 2009연식 골프에는 이미 기본 적용 된 상태다. 여기에 운전석 조수석 에어백 및 커튼형 에어백에 전 모델에 무릎 에어백까지 기본으로 제공되어 적어도 운전하다가 에어백 미전개로 죽을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본 시승기는 2009년 국내 출시를 앞둔 상황에 작성된 글이다. 당시를 회상하면서 작성된 6세대 골프 시승기는 폭스바겐 골프가 왜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는 골프 마니아를 양산했고 이제는 골프라는 차종으로 인해 인기가 수그러든 해치백을 선택하는 운전자도 등장했다.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고, 앞으로 더욱 개선된 골프로 사랑을 이어갈 6세대 골프. 물론 이 글을 접하게 될 쯤에는 7세대 골프가 바통을 이어받아 인기를 수성할 테지만 얼마나 더 오랜 시간동안 인기가 지속될지는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그 시기가 생각보다 앞당겨진 것 같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7세대 골프에 대한 평가가 6세대를 견제할 만큼 후하지 않았다는 글이 대거 쏟아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자동차 잡지 지면광고에서 본 6세대 골프의 광고카피가 인상적이다.
‘세상의 모든 차들이여, 폭스바겐을 용서하라’ 다소 어처구니없다고 생각되는 문구이긴 하지만 골프이기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객기도 애교로 통하는 것이 아닐까! 골프여 안주하지 말고 조금 더 달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