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정경학(자동차 PD)
현대자동차(http://www.hyundai.com/)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 오피러스, 다이너스티 그리고 아슬란. 이름만 나열했지만, 눈치가 빠른 이라면 느낌이 올 것이다. 다름 아닌 상용차 제조사가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했거나 판매 중인 차종의 네이밍이다. 이 중에서도 유독 장수하는 차종이 있으나 바로 그랜저라고 할 수 있다. 그랜저는 현대자동차를 대표하는 고급 차의 대표격이자 성공한 사람들의 차라는 이미지까지 확보한 모델이다.
1세대 그랜저가 등장한 것은 지난 1986년. 현대자동차는 미쓰비시 데보네어 베이스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첫 고급 차 시장의 포석을 깔았다.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했지만 '마초'적인 이미지의 각 그랜저가 바로 그것. 곡면이나 곡선은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네모 반듯한 각으로만 구성되어 당시 시대상인 '군부독재' 문화와 일맥상통했다. 맞다! 유독 한국 군대에서만 목매달고 있는 필요 없는 세습문화 하면 '각' 이 빠질 수 없지 않던가.
부를 거머쥔다는 일명 '상류층'에게는 유독 '부의 상징'으로 그랜저는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는데, 횟수로만 29년이 된 그랜저가 5세대를 맞아 '성공한 이의 대표적 아이콘'으로써 다시 한 번 몸풀기에 나섰다. 시대가 변하면서 초기의 '무뚝뚝한 각'이 없어지고 둥글둥글 한층 부드러워지는 형태로 페이스 변화가 이뤄졌다.
5세대 그랜저 HG는 2011년 첫 론칭된 이후 '가장 많이 팔린 차' 이자 '가장 확실한 상품성을 지닌 차'로써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심지어 더 벙커(THE BUNKER) 베스트셀링카 특집 방송에서 해당 차종이 등장할 정도로 인기가 입증 된 차량이 바로 이 놈이다.
다만 적당히 젊어졌음에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너무도 원숙한 이미지가 앞선 까닭에 젊은 재력가의 입김을 당기는 것에는 실패했는데, 현대는 후륜구동 럭셔리 세단이라는 이미지를 감싼 제너시스를 지난 2008년 선보여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그리고 2012년 프로젝트 AG로 시작된 전륜 구동 프리미엄 대형 세단으로 개발된 아슬란이 해외 고급 차를 대적하기 위해 2014년 10월 공개되면서 현대차 내부에서도 대형 고급 차의 자리다툼이 치열하게 되었음을 알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승용차와 고급이라는 두 가지 동시에 단어를 꿰차기에는 '그랜저' 만한 것이 없다. 영화에서 조폭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각그랜저 부터 5세대에 접어든 그랜저 HG까지 거쳐오며 대한민국 국민에게 그랜저는 '사장님'을 위한 대표적인 모델로써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 5세대에 접어든 그랜저 HG
대한민국 고급세단의 자존심이라 칭한다.
사장님을 위한 고급 차의 럭셔리 드라이빙
감히~ K7과 알페온이 그랜저를 넘봐!!!
그러한 그랜저의 독주. 계속될 수 있을까? 과거 잠시였지만 그랜저의 명성에 금이 간 적이 있었으니 바로 4세대인 그랜저TG 시절 기아자동차가 K7 을 출시하던 무렵이다. 당시 분위기는 그랜저 TG의 풀 교체가 예고된 시점. 그렇다 보니 HG의 출시를 기다리는 사용자가 외도하며 판매량이 잠시 꺾인 바 있다. 그 당시 기아자동차 K7이 그랜저의 판매량을 뛰어넘어 나름(?) 선방을 했지만 역시 그랜저의 대적 상대로는 부족했던 것.
2011년 1월 5세대 그랜저가 전격 출시되었고 K7도 질세라 연식변경을 통해 신형 그랜저와 같은 엔진을 얹으며 신형 그랜저를 상대로 눈을 치켜세웠다. 동시에 경쟁사인 쉐보레(한국GM)도 이때를 노리고 알페온을 발매하면서 3자 대결구도가 형성했지만, 그랜저를 대적할 상대는 아니었던 것.
그랜저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차'라는 명성을 지녔으며 막히는 시내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대형 배기량으로써 충분한 만족감을 안겨준다. 여기에 준대형 세단답게 정숙성과 묵직함 여기에 역동성과 고급스러움 그리고 실외에서는 풍부한 입체감과 웅장함을 동시에 더한 외형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 당신의 오늘을 말해줍니다”라는 CF는 다름 아닌 그랜저의 인지도와도 맥을 같이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설명하지 않아도 이름만 들으면 '사장님 차'라고 끄덕이는 차. 바로 그러한 '국민차'인 그랜저의 대중성을 그랜저 HG를 통해 살펴봤다.
# '대중 속'으로 파고든 그랜저
특유의 세련된 이미지에 중후함을 살려
고급스러움과 날렵함 두 가지를 모두 가미
국민차로써 손색없는 자격 갖춰 등장
그랜저 HG의 디자인 콘셉트는 '웅장한 활공'이다. 그 결과 역동적이며 날렵한 외형으로 완성되었는데, 전작인 그랜저 TG의 F/L 모델에서 미리 맛보기로 등장한 LED 헤드라이트는 그랜저 HG로 접어들면서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 여기에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상도 차체를 더 넓어 보이게 깔끔하게 잘 다듬어지면서 30년의 내공을 제대로 발휘한 모습이다.
전통이라는 것은 계승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필자는 개인적으로 '혁신'이라는 단어를 선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에 대해서는 '계승'을 선호한다. 그랜저는 모든 것을 혁신하지 않았다. 뒷모습은 1세대부터 적용된 전통을 이어받아 테일라이트를 이어붙였고 요즘 대세인 매립형 머플러를 적용하여 깔끔한 디자인을 연출했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앞모습보다는 뒷모습이 더 잘 다듬어진 느낌이고 테일라이트의 세련된 그래픽도 인상 깊다.
뭐. YF쏘나타 판박이 논란은 TG와 NF 때처럼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졌지만, 여전히 소나타와 흡사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실내의 변화는 구태여 확인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을 안겨주리라 예상한다. 사실 현대자동차의 감성품질은 이미 세계 유수의 자동차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진화했다. 시트 착지 감이나 내부 익스테리어 디자인 등 개인적으로 본다면 이점에서는 독일의 그것 보다는 앞서 있다고 평하고 싶다. 하지만 현대는 정작 원가절감을 한답시고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지 않던가!
실내로 들어가면 수많은 라인과 버튼이 무척이나 혼란스럽게 있어 초반에는 안락함과는 거리가 있다. 사실 버튼이 많아 다루는 데 불편하진 않을까 하지만 막상 사용해보면 금방 익숙해질 정도였고 각종 편의장비로 무장한 실내는 쏘나타와도 흡사하지만, 또 다른 고급 차라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켜준다.
# 체급 업그레이드 한 그랜저 HG
4세대에 비해 더욱 안락해진 실내공간 확보
고급 차 답지 않게 복잡한 실내는 마이너스
단순하고 직관적인 조작 버튼이 어울릴 듯
그랜저 HG의 크기는 전장, 전폭, 전고 각각 4,910mm, 1,860mm, 1,470mm이며, 바퀴 간 거리인 축거(휠베이스)는 기존 모델보다 65mm보다 늘어난 2,845mm로 안락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4세대에 비해 전폭, 전고 부분은 차이가 별로 없지만, 높이가 낮아졌고 휠베이스는 무려 6cm나 길어졌습니다. 즉, 몸집은 그대로지만 자세를 좀 더 낮추고 네 개의 다리를 넓게 벌려 안정감을 더 주었다고 보면 된다.
시승한 차종은 그랜저 HG300 모델인데 해당 차에는 2,999cc V형 6기통 람다2 3.0 GDI 엔진을 장착했다. 해당 엔진은 직분사 방식으로 최고출력 270마력/6,400rpm, 최대토크 31.6kg·m/5,300rpm으로 고속주행에 맞춰 튜닝된 것으로 보면 된다. 분명 같은 엔진을 쓰는 K7을 제외한 동급 국산 차를 비교해봤을 때는 국내 최고의 출력 수치이며,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하여 공인된 연비는 11.6km/ℓ를 자랑한다.
어중간한 디젤 SUV 견주었을 때에도 손색없는 연비인데, 그랜저 HG가 3천cc 대형차라는 고려하면 이 정도 연비면 정말 황홀하다고 생각하면서도 4천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주고 이런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과연 연비를 따지겠느냐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찌 되었건 본 그랜저 HG는 서민을 위한 모델이 아닌 성공한 사장님을 위한 차량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달려볼까? 스로틀 페달의 반응은 한템포 늦고 부드럽게 셋팅이 되어있어서 안락한 주행을 할 수 있고 체급이 큰 차량인 만큼 무게가 있어 정지상태에서 초반 가속이 늦는 편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빨리빨리 가 아닌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오너의 특성을 고려한 그랜저 특유의 세팅이라고 파악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바로 반응이 오기에 그랜저의 느긋함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람다2 3.0GDI 엔진은 엔진 회전수를 높일수록 매끄러운 6기통 사운드를 뿜어내는데 시속 60킬로가 넘어서는 순간까지 안정적인 가속빨을 지속한다. 최대 토크가 고 RPM에서 이뤄지도록 세팅이 된 까닭에 아마 상당수 운전자는 이 차의 한계를 끌어내기란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운전자 직접 드라이빙이 아닌 기사를 대동한 운전을 진행할 경우에 한해서다.
# 고품격 준대형 세단, 그랜저 HG
그랜저의 브랜드 정통성을 계승한 5세대 상품
2007년부터 프로젝트면 HG로 개발 착수
약 3년 6개월간 총 4,500억 투입으로 완성
기아자동차와 K7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5G 그랜저는 TG와 비교하면 서스펜션 세팅이 단단하지만 그래도 30~40대를 위하여 K7보다는 무른 편이고 안락한 세팅을 제공한다.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18인치 휠에 적용된 타이어는 YF쏘나타의 17인치 휠 타이어에서 그랬듯이 타이어바운스가 있어 한 치수 큰 19인치 휠이 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에프터마켓을 이용하도록 현대가 배려해 3.0 모델에서는 순정 19인치 휠은 옵션으로도 제공하지 않는다.
물론 3.3에서는 3.0과는 또 다른 변화가 이뤄졌다. 그랜저 3.3 셀러브리티 모델은 최대출력 294ps, 최대토크 35.3kg.m, 연비 10.9km/ℓ으로 기름을 바닥에 흘리고 다니는 차로 체면치레가 불가피하게 되었지만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해 최고급 모델의 품격과 우아함을 강조했으며, 블랙컬러의 헤드램프 하우징과 고휘도의 HID램프를 적용한 전용 헤드램프를 통해 카리스마의 이미지를 강조 또한, 전용 19인치 하이퍼실버 알로이 휠을 적용해 고성능의 이미지와 파워 드라이빙을 부각했다.
뿐만 아니라, 3.3 모델만을 위해 ‘유명인사, 명성’을 의미하는 ‘셀러브리티(Celebrity)’라는 별도 서브모델명을 운영하고, 차량 후면에 고유 엠블렘을 부착하는 등 차별화 요소를 도입해 3.0과는 또 다른 멋을 제공한다. 물론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LDWS, Lane Departure Warning System)도 도입되어 안정성을 높였다고 한다. 제발 제대로 작동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지만...
다시 그랜저 3.0 HG 모델로 들어가서 운전성을 살펴보면 스티어링휠의 리스폰스도 역시 반박자 쉬고 들어가게 되는데 그래도 일단 코너를 진입하게되면 빠릿빠릿 하게 잘 감아 돌아간다. 주행중이나 아이들상태에서도 훌륭한 정숙성과 편안함을 갖추고 있는 점은 백점 만점에 백점을 줘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브레이킹능력은 초반 응답력이 높았던 쏘나타나 아반떼에 비해서 대형차 답게 부드럽게 셋팅되었으며, 간혹 브레이크의 성능이 뒤진다고 느낄 운전자도 있겠지만 초반 응답력만 예민하지 않는 셋팅이기에 이후에는 서서히 꽉 잡아주며 훌륭한 감속능력을 발휘한다. 운전을 하면서 한번씩 뒷좌석이나 조수석에 동승한 사람들이 있을때면 브레이크와 악셀을 최대한 부드럽게 다루며 신경을 쓰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콱 잡아주거나 툭 튀어나가는 예민한 셋팅보다는 부드럽게 주행하는 세팅을 더 좋아합니다.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은 ‘웅장한, 당당한, 위엄있는’을 뜻하는 ‘그랜드(Grand)’와 ‘미끄러지듯 움직이다. 활공하다’의 ‘글라이드(Glide)’가 합쳐진 ‘그랜드 글라이드(Grand Glide)’ 콘셉트를 바탕으로 ‘웅장한 비행체가 활공(滑空)’하는 듯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현대는 이러한 디자인 콘셉트로 완성된 차체 위해 1)GDI 엔진 2)샤시 통합 제어 시스템 3)9 에어백 시스템 4)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5)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을 장착했다고 알렸다.
물론 9개의 에어백이 나름 현대에서 그렇게 사랑하는 충돌각(?)을 빗나가도 제대로 터질지는 며느리도 알 수 없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며, 백날 안정성을 외친다 한들 시간이 지날수록 원가절감(?)을 현실화하는 '창조경제'의 끝판왕인 현대가 초기 상품에서 보여준 안정된 품질을 쭉~ 유지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본 필자는 점점 형편없어진다는 것에 95% 건다.
그렇지만 신형 그랜저의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생각할지라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만한 가격대에 이만한 편의장비와 주행능력을 가진 대항마가 없다고 본다. 그래서 신문 지면광고를 통해 그랜저HG를 자신감 있게 건드린 알페온은 지금 생각해보면 무지했다. 라는 것이 결론이다.
어찌 됐건 5G 그랜저 출시 이후 그랜저의 한 달 내수 판매실적이 1만 대를 넘으며 승승장구하는 상황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고 옆집인 기아의 K7, 그리고 판매율을 뽑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망조가 든 쉐보레의 알페온은 참패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짧고 굵게 표현하자면 가격을 내리던가 아니면 판매 중단을 선언하는 것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