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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연출, 정민아 작가를 통해 들어본 뮤지컬 풍월주

생활/문화/인터뷰/칼럼

by 위클리포스트 2012. 6.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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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연출, 정민아 작가를 통해 들어본 뮤지컬 풍월주
- 글: 김현동(cinetique@naver.com)

뮤지컬 풍월주를 기다린 지 1년여, 지난해 3월에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리딩공연으로 선보인 ‘신라시대 남자기생 이야기, 풍월주’올 초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 설문을 통해 2012년 가장 보고 싶은 신작 뮤지컬로 선정된 작품이다. 

| 정민아 작가와 박기헌 작곡가, 그리고 이재준 연출 인고의 결실

연극 <꽃밥><무어별>, 뮤지컬<커피 프린스 1호점>등의 작가로 내공을 쌓아온 정민아 작가는 <풍월주>의 공모 당시 심사위원들로부터 기존 ‘기생’ 캐릭터에 대한 역발상이 흥미롭고, 스토리와 구성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영화 <내사랑 내곁에><도마뱀><효자동 이발사> 등 영화음악을 맡아 온 박기헌 작곡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로 영역을 넓혀 영화에서 보여주던 서정성과 라이브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밀도감을 음악에 담아 중독성 강한 뮤지컬 넘버를 작곡했다.

여기에 지난 연말 대학로 최고의 화제작 <막돼먹은 영애씨>와 연극 <극적인 하룻밤><그자식 사랑했네>를 통해 최근 공연계에서 가장 핫한 연출가로 손꼽히는 이재준 연출이 함께해 두 풍월과 여왕의 엇갈린 사랑을 세련되고 완성도 있게 표현했다.

신라시대, ‘운루’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일하는 풍월들과 풍월을 사랑하게 된 여왕을 표현하기 위해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운루에서 가장 인기 높은 풍월이자 진성여왕의 총애를 받는 ‘열’에는 성두섭과 이율이 캐스팅 됐으며, ‘열’의 오랜 벗이며 특별한 교감을 나누는 ‘사담’으로 김재범과 신성민이 출연한다.

카리스마 넘치며 권력으로 열의 마음을 뺏으려 하는 ‘진성여왕’ 역할은 구원영과 최유하가 연기하며 운루의 수장이자 진성여왕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진 ‘운장 어른’에는 김대종이, 미남은 아니지만 귀여운 풍월 ‘궁곰’ 역할로 원종환이 출연했다. 여기에 운루를 드나드는 부인들 역할을 신미연과 임진아가 연기했다.


| 인터뷰 :: 이재준 연출


1. 뮤지컬 풍월주의 리딩 공연부터 함께 했다. 어떤 부분이 이 작품만의 매력인가?

이 작품은 소재, 대사, 스토리, 음악 등 작품의 다양한 부분에서 슬픔에 대한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뮤지컬과는 다른 느낌의 음악도 아련함을 더해주는 가사와 맞물리면서 신선함을 준다. 그리고 리딩 공연 때보다 캐릭터들의 사연이 보강되면서 전체적인 스토리가 더욱 탄탄하게 짜였다. 여러 각도에서 풍부한 정서를 전달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2. ‘사담’, ‘열’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나?

작가는 이 작품의 인물들을 통해서 죽음을 넘어선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무엇에 대한 이야기다. 연출로서 그러한 포인트를 견지하고자 한다. 주인공 사이의 아련하면서도 단단한 감정을 동성애로 보는 분들도 있지만, 작가는 극작을 할 때 남자끼리의 사랑을 염두에 두고 쓰지 않았다.

신라시대 남자 기생이 있었다는 설정과 남자 기생을 사랑하는 여왕이 있는데, 그 기생은 왜 여왕을 사랑할 수 없었을 지에 대한 답을 함께 동고동락하고 서로를 살린 다른 남자 기생에서 찾은 것이다. 그래서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랑은 ‘동성애’가 아니라 여자, 남자를 초월하여 내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3. 신라시대 배경에 진성여왕이 등장한다.
실제 역사가 반영되어 있나? 아니면 새롭게 창조한 세계인가?

역사를 그대로 고증하지 않았고, 대부분 상상에서 출발했다. 역사 속에서 ‘풍월주’는 화랑의 우두머리를 지칭했지만 이 작품에서 풍월주는 지체 높은 부인들을 위로하고 접대하는 남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모여 사는 배경 또한 ‘운루’라는 가상의 공간이다. 모든 풍월들이 가지고 있는 ‘칼’도 그들의 천민으로서의 삶을 부각시키는 도구로 사용된다. 그리고 진성여왕의 경우, 작품에서는 상상 속의 새로운 캐릭터를 위해 심한 피부병에 걸린 설정과 극중 성격을 표현했다. 하지만 벼루나 주령구 같은 소품 디자인의 경우 신라 역사에서 차용했다.

4. 진성여왕이 드라마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남자들의 이야기인가?

이 작품의 드라마에서 사담과 열은 진성여왕으로 인해 가지고 싶은 삶을 가지지 못한다. 그리고 진성여왕의 입장에서는 사담이 그런 존재이다. 미로처럼 얽히고 설킨 관계를 극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이야기의 핵심인물이며 운장 어른이 이런 진성여왕 곁에서 아버지 같은 사랑으로 지켜주는데 이 또한 서로 엇갈린 감정선을 표현하고 있다. 남자들, 주인공들만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극중 캐릭터 모두가 각각의 사연과 정서를 가지고 있다.

5.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이번 작품을 통해 슬픔과 눈물의 의미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신파의 의미가 아니라 작품으로 인한 감동이나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흘리게 되는 눈물이다. 참고 살 수 밖에 없는 삶 속에 찌든 스트레스나 내면에 쌓여있는 먼지 같은 잔여물을 깨끗이 씻어 내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 인터뷰 :: 정민아 작가의 말


기생이란 비단 술잔을 채우고 주린 욕정을 달래주는 이들이 아니라 아픈 속을 들어주고 만져주는 이들이기도 합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그들은 예인의 길을 지켜오며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사람의 속사정을 풀어놓는 고백의 창이 되어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창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면 어떨까요. 이름도 생소한 남자 기생들이라니. 그 상상에서부터 풍월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고대’라는 진흙 같은 시간 속에서 꺼낸 이야기이기에 조금은 낯설지만 새로웠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살았던 세상이 지금 여기,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주되 마음은 주지 않는 ‘풍월’과 죽음을 통해서라도 그를 갖고자 했던 ‘여왕’을 통해 사랑과 욕망. 그 아슬한 줄타기에 함께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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