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인과 바다 배우·연출 인터뷰 “13곡 노래에 11번 수정, 통으로 외워 연습”
- 글·사진: 김현동(cinetique@naver.com)
+ 배우 정재진․최동호, 연출 김진만을 통해 들어본 뮤지컬 노인과 바다 이야기
+ 연극이나 뮤지컬이나 힘든 건 매 한가지~ 관객만 재미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적인 소설 노인과 바다가 1년전 인 2011년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 적 있습니다. 김진만 연출의 지휘아래 배우 정재진씨가 노인의 역을 맡아 이슈가 된 바 있었는데요. 딱 1년만인 2012년 두 사람이 연극에 이어 뮤지컬 론칭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서 만나봤습니다. 연극에 이어 뮤지컬이라~ 왠지 기대되는데요. 무슨 생각으로 뮤지컬까지 진출하게 되었는지 그 내막을 공개합니다.”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한 눈에도 낡아 삐거덕 거릴 것만 같은 배를 끌어가며 대학로는 거닐었던 배우 정재진. 지난해 이를 본 누리꾼의 사진이 SNS를 통해 이슈가 된 바 있다. 당시의 퍼포먼스는 연극 노인과 바다의 홍보를 위해 주인공인 정재진 배우가 제안을 한 것인데 반응이 이렇게 나올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것.
이 같은 남다른 발생의 전환으로 초연이던 노인과 바다를 성황리에 안착시킨 두 주인공은 극단 앙상블 김진만 대표와 배우 정재진 이다. 그리고 연극에 이어 뮤지컬이 2012년에 새롭게 시도됐다. 하지만 연극과 뮤지컬이 별개의 것이 아닌 초기 기획 단계부터 같은 라인에서 시작되었다고 언급한다.
단지 두 작품이 각기 다른 시기에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부득이하게 필요했던 숙성과정이라는 이유까지. 게다가 연극과 뮤지컬이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닌 같은 작품이며 의도적으로 같게 만들었다고 재차 강조한다.
분명히 뭔가 할 말이 많을 것 같은 두 사람.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2월 경. 환상 콤비를 자랑했던 극단 앙상블 김진만 연출과 배우 정재진의 인터뷰를 진행 한 바 있는데 정확히 1년 만에 뮤지컬로 다시 화려한 소식을 알려 이유를 물어봤다.
1년 만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질문에 두 사람의 명쾌한 답변은 지난해와 비슷한 어투다. 환상 콤비라는 문구가 이래서 붙는 구나 뇌리를 스친다.
“매우 바쁘게 지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고행길이라고 해야 하나요. 연극도 해야 하고 뮤지컬도 해야 하는데 악보를 볼 줄을 알아야죠. 노래는 좀 부르는데 악보를 모르니 통으로 외우는 방법 외에 달리 방도가 없었어요.”라는 정재진 배우의 목소리에는 백발의 멋들어진 외모와 달리 장난기가 가득하다.
김진만 연출도 이에 질세라 한 말을 거둔다. “지금까지 버틴 것이 성과죠. 쉽지 않았어요. 작품이 워낙 화재가 되었어야죠. 여기저기서 문의 오고 심지어 뮤지컬을 론칭하고 배우를 공개 오디션으로 뽑는데, 출연해볼만 한 작품으로 알려졌나봐요. 배우를 뽑는 데만도 진땀 흘렸어요.”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랬다. 연극 노인과 바다는 초연 작품임에도 치밀한 각본과 계산된 연출의 결과가 톡톡히 빛을 발했다. 그 결과 1년 내낸 오픈런 공연이라는 좀처럼 유례없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에 맞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을 좀 더 보기 쉽게 만들어 보자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인데 연극이 이의 대안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그러한 자신감으로 뮤지컬을 낸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웬걸. 답변은 연극을 정식으로 론칭할 당시 뮤지컬도 론칭될 예정이었다고 답 한다. 완성도를 위해 늦추다 보니 그게 1년째인 지금까지 연장되었다고 해명한다.
구체적으로 이유를 들어달라고 했더니 “노인과 바다라는 작품이 드라마틱한 내용이 아니잖아요. 그렇다 보니 연극으로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뮤지컬로 하려고 하니까 더 어려운 거예요. 원래는 작년 10월에 선보이려고 했는데 막상 작품을 보니 조금 더 작업이 필요하겠다고 판단이 되어 준비를 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며 관심을 당부한다.
그래도 연극과 뮤지컬이 같다고 하니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연극과 뮤지컬의 드라마 자체는 동일해요. 연극에 음악과 노래가 추가되고 등장인물이 두 명 더 추가된 것인데요. 분량이 연극보다 더 많아지고 배우가 해야 할 역할이 많아졌어요. 두 명이서 하면 안 되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라는 김진만 연출.
“총 13곡의 노래가 추가됐고요. 대본은 11번 수정 작업을 거쳤어요. 연극과 동일한 8고 과정에서 뮤지컬과 연극으로 나누는 성격이 더해졌거든요. 노인과 바다가 연극과 뮤지컬을 같다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의미에요. 기본 골격이 원고 8번 수정까지는 같았기 때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엄연히 연극과 뮤지컬은 같지만 다른 성격의 작품이라는 의미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같지만 다른 제품. 알쏭달쏭 듣는 사람조차도 헛갈리게 하는 대답에 왠지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대중적인 것이 큰 차이점일거에요. 연극은 예술과 문학적인 면을 추구했어요. 원작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어 하는 관객을 타깃으로 맞췄죠. 뮤지컬은 연극보다는 좀 더 편하게 관람하는 게 초점을 뒀어요. 관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좀 더 쉽게 만든 것이 뮤지컬이라고 보면 되죠.
때문에 같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무대 효과도 연극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여기에도 이유는 있다. “노인과 바다에서 추구하는 정서 자체가 대단히 서민적이고 남루한 배경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노인의 정신인데, 엄청난 배우가 나와서 거대한 뮤지컬을 한다면 어울리지 않잖아요. 라고 밝혔다. 때문에 연극에서 보던 극히 아날로그적인 효과를 더욱 살리고 여기에 음악을 곁들어 흥을 돋우게 되었다는 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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