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2018년 01월 14일] -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더구나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주변에서는 한사코 말렸지만,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에서 결단을 미룰 수는 없었다. 상승가도를 달리던 중견기업에서 팀장으로 승승장구하던 그였기에 주변의 만류는 더 단호했다. “이 방법이 최선이야? 다시 생각해봐. 쉽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흔들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안정된 월급쟁이를 고수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거다. 주변의 우려는 사업 초반이 되면서 현실이 됐다. 역시나 가족에게 미안했고 함께 나아가던 동료에게도 면목 없던 시기였다. 어느덧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고 그사이에 큰 변화가 생겼다. 물론 긍정적인 발전이다.
아이들이 먼저 찾는 흥미로운 놀이기구가 탄생했고 대회와 행사에서 연이어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그 간의 마음고생도 보상받았다. 회사 창업 이후 인터뷰를 이렇게 많이 해본 것은 처음이라고. 짧은 시간임에도 척박한 국내 시장을 넘어 치열한 해외 시장까지 진출해 입지를 다졌고 실적도 기대 이상을 올리면서 선방했다는 평도 들렸다.
그사이 두터운 팬도 생겼는데, 나름 눈에 띄는 가시적인 성과라고 할까! 멀리서 아토큐브 선생님을 보고 “아토큐브다~” 외치며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달려오는 어린이집 꼬마들이다. 그 모습을 접하면 그렇게 마음이 뭉클해진다는 한상택 CEO. 오늘도 아토큐브를 만지는 어린아이의 눈높이를 맞추고자 책상 앞에 앉아 해맑은 표정을 짓는다.
# 기성 교육에 반기를 든 교구, 정답 보다 생각하는 힘 무게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는 순환학습법
아토큐브는 정육면체로 된 큐브 9개로 구성된 블록형 장난감이다. 조합 가능한 패턴의 수는 약 23억 개에 달하는데, 큐브 개수가 늘어날수록 확률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기본적인 알파벳을 시작으로 각종 이미지나 형상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 관건은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것. 학습하는 환경에 따라 그리고 다루는 아이의 상상력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린다.
덕분에 익숙하게 들어왔고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여겨왔던 “다시 한번 해볼까~” “이렇게 하니까 되네~” 라는 지적과 “이렇게 하는 거야~” 라는 식의 정답을 유도하는 학습법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그저 정육면체 블록을 만지고 조합하고 이리저리 맞춰가면서 나올 만한 형태를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시도하는 과정에 아이는 저절로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성취감을 경험한다고.
효과는 놀라웠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다 보니 “하기 싫어~ 안 할 거야 투정도 현저하게 줄었다.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동시에 학습효과가 발현됐고 생각하는 방법까지 터득하는 일석 삼조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아토큐브 블록과 콘텐츠를 교구로 채택하는 문의가 쇄도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한상택 CEO의 뇌리를 스쳐 간 결정적인 사연이 한 가지 있다. “지금 우리의 교육 환경은요 19세기에 완성된 교실에서 20세기에 가르침을 받은 교사가, 21세기에 살아갈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이 말을 듣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오래전 방식으로 미래를 사는 아이를 가르치는데 정답일까? 경직된 교육 현실 앞에서 한동안 고민했다는 것.
21세기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알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그래왔기에 당연히 과거의 지식을 내리사랑이랍시고 의문없이 답습하고 주입해왔다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변화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한상택 CEO 또한 아이를 키우는 한 명의 부모였기에 내일 같았다는 거다.
그러한 사연을 시작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아토큐브. 단순한 블록을 조립하는 도구에 불과했다면 지금에 이를 수 없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선생님 없어도 아이들이 혼자서 학습하고 터득할 수 있다. 일반적인 블록 장난감이 불과 30분 안팎의 집중도를 보였다면, 1시간 이상 만지고 학습하는 아이도 등장했다. 그 연령대 어린이에게 접하기 힘든 모습을 가능케 한 아토큐브의 경쟁력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검증됐다.
“블록도구가 세상에 나온 지 200년이 넘었습니다. 2차원 놀이기구에 머무른 사이 블록의 가능성도 오랜 시간 제자리걸음을 지속해왔는데요, 아토큐브는 기존의 단편 일률적인 블록을 3차원으로 키워 가능성을 키운 제품입니다. 우리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IOT와 연계하여 아이 스스로 학습할 가능성도 열어 놨어요. 물론 앞으로 기능은 계속 추가할 계획입니다.”
# 사람이 핵심, 창업 후 9개월 간 동료 수소문
내 뜻에 맞는 사람 찾아 러브콜, 지금의 동료
그렇다면 불과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아토큐브가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 저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흔히 거론하는 ▲남다른 아이디어 ▲과감한 추진력 ▲발 빠른 대처능력 ▲내일 같이 움직여 준 마음까지 물론 이러한 요건이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한상택 CEO가 내세우는 핵심은 사람이다. 아이디어 하나 가지고 맨몸으로 창업 시장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나아가 줄 동료를 찾는데 근 1년여를 소요했다. 그만큼 중요했다. 하지만 형편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 잘 나가던 여타 스타트업과 달리 매력적인 조건을 내세울 수 없었고 그렇다고 주머니 두둑한 페이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임에도 한상택 호가 이끄는 아토큐브에는 실력자가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다 감사하고 고맙지만, 조직을 꾸미고 이끄는데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낸 이는 다음 아닌 문성혁 CTO다.
심지어 유명한 에피소드도 있다. 결혼식 당일 새벽인 12시까지 동료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저 내일 결혼식이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사무실에서 나온 일화다. 분명 누가 봐도 일에 빠져 지내던 한상택 CEO. 그의 눈에 들어온 문성혁 CTO는 더 쿨~ 했다.
“내게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개발자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같이 일 하고 싶어 제안한다. “는 말에 고민 없이 “그래요. 합시다” 주저 없이 회신했다. 이유인즉슨 “한상택 CEO의 눈에 독기가 서려 있었어요. 이 분은 이 일을 성공시킬 거야. 라는 독기요”
이후 동료 섭외에 가속도가 붙었다. 전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이왕모 이사도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이고 영업총괄로 합류했다. 그렇게 총 10여 명의 동료가 아토큐브에 열정을 담보로 구성원이 됐다.
혼자 걸어가던 고독한 외길에 든든한 동료가 생겼고 때마침 결과물도 완성되었다. 주저 없이 그 제품을 들고 현장으로 나갔다. 사용자 반응에 관한 것부터 개선 점까지 어린아이가 모이는 있는 곳이라면 아토큐브가 함께 했다. 그렇게 모인 피드백은 완성도를 높이는 데 쏟았다. 상품성을 개선할 수 있다면 가감 없이 의견을 받아들였다. 떡잎부터 달랐던 아토큐브가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 목표는 글로벌 시장, 블록을 핵심으로 게임 버전까지 계획
IT 기술을 접목한 아날로그 융합, 놀이 교육 콘텐츠가 목표
2014년 3월 문을 연 아토큐브. 어느덧 4년 차를 향해 달려가는 젊은 스타트업의 패기와 끈기는 유아 교육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획을 그었다. 200년간 변함없던 블록 도구에 IT 기술을 접목했으며 이를 통해 교육 효과를 노린 시도는 아토큐브 만의 경쟁력으로 승화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요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답습했냐는 건데 이 점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자 동시에 실제 사용자의 의견을 귀담아들어 제품에 전적으로 반영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을 걸었기에 힘든 시기도 있었고 그러한 이유로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라고 말하는 한상택 CEO. 창업 이후 변화가 있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물론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창업이나 직장생활이나 똑같아요. 처한 환경과 일의 형태만 다를 뿐 사업을 하는 것이나 직장에서 내게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이나 결국에는 정해진 목적을 완수하기 위함이죠. 과거 직장의 조직 안에서 팀원과 일을 하던 모습과 아토큐브라는 조직에서 일하는 모습은 다를 게 없어요.”
그래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조직 내에서 조율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일을 처리하는 노하우다. CEO이자 동시에 동료이며 마지막으로 사령탑이기에 매 순간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변함없는 사실은 재차 강조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것. 제법 알려졌음에도 이제 겨우 한 발을 뗀 것에 불과하다는 겸손한 모습을 끝까지 고수했다. 그만큼 이 분야가 치열하고 변화도 빠르기에 CEO로서 안주하기보다는 방향 설정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