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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OM-D(E-M5) 아날로그 감성에 짬뽕한 디지털 기술

IT/과학/행사/취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5. 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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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는 디지털 이미징 시대에 오면서 나름대로 발 빠르게 시대의 흐름을 주도한 브랜드다. 라이브뷰를 처음으로 DSLR 시스템에 적용하기도 했고 먼지제거 시스템이라던가 센서식 손떨림 방지 기능 같은 참신한 기능도 다수 있었고 많은 카메라 제조사들이 이 기술을 따라 적용하기도 했다.

이 정도라면 시대를 호령할 법도 한데, 다소 작은 판형의 포서드 센서는 APS-C나 풀프레임에 길들여진 우리네 정서와는 사뭇 다른 이질감으로 다가왔고 이는 올림푸스를 디지털 세대에 와서 마이너 브랜드로 강등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이것 말고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신기술은 잘 적용했는데 다 남줘서 묻혀버린...)

DSLR의 부진을 만회할 회심의 일격도 올림푸스가 제안했다. 그간 조용했던 포서드 연합이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을 들고 나오면서 ‘소형 렌즈교환식 카메라(미러리스)’의 윤곽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나온 펜(PEN) 시리즈는 제법 좋은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세대를 거듭하고 라인업이 확대되면서 PEN은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100% 긁어주지 못했다. 특히 처음에 PEN 디자인을 계승했다며 등장했는데 막상 세대를 거듭하니까 그런 느낌은 다소 떨어지고 기능만 업그레이드 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느낌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PEN E-P1을 보유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성능 좋은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PEN의 정체성을 다시 들여다 보고 전환점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이 때, 마침 올림푸스에서 큰 사건이 터지고 만다. 바로 분식회계... 최근에서야 다양한 쇄신책을 마련하면서 돌파구를 찾는 듯 하지만 이것 한 방으로 올림푸스가 무너지네 안 무너지네 말들이 무성하게 들려나왔다. 소니와 호야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외신도 많이 접했다.

자칫 신제품도 없을 것 같았던 올림푸스에서 분식회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충격을 주는 신제품을 공개했을 때 이 바닥은 나름 떠들석했다. 그 주인공은 OM-D, 과거 1973년 출시된 OM 시리즈를 베이스로 아날로그 감성에 디지털 기술을 짬뽕한 그야말로 올림푸스 블록버스터였다. PEN 처럼 지 멋대로 아날로그 감성을 최신 유행에 적용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올림푸스 클래식’ 자체였다. 그리고 그 OM-D가 내 손에 쥐어졌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왜 그런지 천천히 살펴보자.



● 발가락만 담근 레트로 디자인 NO! OM 유전자 잇는 파격 디자인
 

OM-D... 제품명은 E-M5로 사실 OM-D가 더 기억하기에 좋다. 그래서 편의상 OM-D로 부르기로 한다. 디자인에 대한 첫인상은 정말 좋다. OM 시리즈의 뾰족한 피라미드형 헤드 부분과 직선을 강조하는 라인은 마치 2012년에 OM이 다시 돌아온 듯하다. 당연히 디지털로 돌아왔지만... 과거 OM에 추억이 많은 분들에게는 이 제품이 좋은 선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레트로 디자인이라고 해서 현대인들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것도 아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전반적인 인터페이스도 클래식하다. 후지필름이 시도하고 있는 셔터속도 조절 다이얼까지는 아니더라도 외관 만큼은 충분히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조작성도 좋은 편이고 위치 또한 적절하기 때문에 큰 불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멋과 실용성 모두 살린 듯 하다.


그립은 PEN E-P3와 비교하면 조금 낮게 디자인 되어 있다. E-P1이나 E-P2 수준 정도는 되는 듯하다. 다소 불편해 보이지만 당장 손에 쥐는 맛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장시간 쥐고 있으면 이질감이 생기면서 불편함이 느껴진다는 점인데 이것은 세로그립을 장착하면 단번에 해결된다. 물론... 세로그립은 옵션이다.

버튼 인터페이스는 PEN 시리즈와는 차이가 있다. 후면에 다이얼이 제외되고 이것이 상단으로 이동했다. 상단 다이얼로는 노출과 조리개, 셔터속도 등을 조절할 수 있으며 엄지와 검지로 빠르게 조작할 수 있어 제법 직관적이라는 느낌이다. 후면에는 여러 버튼들이 위치해 있는데, 샘플로 전달 받은 제품의 문제인지 알 수 없으나 버튼 감촉이 물컹한 느낌으로 다소 이질감이 있다.


후면에는 3인치 사이즈의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다. PEN의 46만 사양이 아닌 드디어 OLED 디스플레이가 채용됐다. 61만 화소 사양으로 92만 LCD와 비교해도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간에서 시인성 또한 좋아 마음껏 쓸 수 있다. 틸트가 된다는 점도 좋고 터치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기능(셔터 릴리즈, 확대, 라이브 가이드, AF 포인트 선택, 영역 확대, 프레임 이동, 재생 등)을 쓸 수 있다. PEN 상위 기종으로 최대한 신기술을 접목하려 노력한 흔적이 다분하다.

모니터는 휘도와 색온도 조절이 각각 2단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단순히 밝기만 조절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사용자 입맛따라 선택의 폭을 줬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향후 이런 방식으로 제공되는 카메라가 늘지 않을까 싶다.


● 이 악물고 달려들었나? 올림푸스가 달라졌다.
 

올림푸스 OM-D를 가지고 촬영을 진행했다. 제공된 렌즈는 OM-D와 호흡을 맞추는 M.ZUIKO DIGITAL 12-50mm F3.5-6.3 EZ로 OM-D와 함께 방진방적을 진행하는 나름대로 하이엔드 줌렌즈다. 전동 줌 기능과 매크로 촬영 등이 제공된다. 35mm 초점거리로 환산하면 24-100mm로 제법 다목적 렌즈라고 할 수 있다. 조리개가 조금 아쉬운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다.

여튼 OM-D의 결과물은 정말 만족스럽다. 파나소닉의 1,600만 화소 이미지는 소니 같은 느낌을 줬다면(화소 뻥튀기로 깔끔하지 못한 이미지) 올림푸스의 신형 이미지 센서는 마이크로포서드 포맷에서 보여줄 것은 철저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고 좋은 결과물을 보여준다.

1,610만 화소 사양의 이미지 센서. 감도는 ISO 200부터 25,600까지 1/3 스텝씩 조절 가능하고 12bit RAW 촬영을 지원한다. 최근 DSLR 카메라에 쓰이는 이미지 센서와 비교하면 무난한 사양이지만 판형의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포서드에서 이 정도 사양을 구현한 것에는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올림푸스가 마이크로포서드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기술 개발을 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DR이 개선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명부와 암부의 계조가 제법 좋아져 촬영한 결과물을 봤을 때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PEN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만약 추후에 E-5의 후속이 이를 개선한 센서를 쓴다고 가정하면 올림푸스 DSLR 카메라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셋팅만 잘하면 E-1 때의 쫀득한 색감에 최신 카메라 다운 고감도 저노이즈 구현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렌즈는 쓰임새가 제법 좋다. 파나소닉 X 시리즈 렌즈와 같은 전동식이지만 스위치가 아닌 렌즈 줌링을 돌려서 작동하는 방식이기에 스위치 방식인 X 시리즈보다 좋은 조작성을 기대할 수 있다. 렌즈 화질도 뛰어난데다 매크로 기능까지 있어 말 그대로 다목적 렌즈라고 부를만 하다. 단, 매크로 작동시에는 초점거리와 조리개가 50mm F6이 된다. 이 때는 당연히 조리개만 조절할 수 있다.


조작감은 생각보다 썩 좋지 않다. 특히 버튼을 눌렀을 때의 감촉에서 불만이 느껴진다. 버튼 단차가 높고 물렁하게 셋팅돼 있어 제대로 눌렀는지 아닌지 난처해질 때가 종종 있다. 이는 특히 상단에 위치한 리뷰와 기능 1번 버튼에서 극대화 된다. 너무 높게 나와 있어 누르기가 불편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디자인도 좋지만 편의성도 조금 고려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또 다른 아쉬움을 논하자면 크기다. OM-D 자체가 작지만 렌즈가 더해지니 제법 덩치가 커진다. DSLR 보다는 작다고 항변하겠지만 동급 미러리스와 비교하면 작다고 하기에 난감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품질과 크기는 반비례 한 법. 어느정도 양보하면 무난하게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 이제 분식회계는 잊으세요. 올림푸스가 부활할 것 같으니까요.
 

 
올림푸스의 이미지는 분식회계 사건으로 한 번 얼룩지게 됐지만 OM-D의 출현은 불미스러운 일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카메라의 마감부터 시작해서 사진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올림푸스가 이 악물고 만든 티가 난다. 지금까지 PEN이 디자인으로는 어느정도 어필이 됐어도 결과물 자체가 좋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반면, OM-D는 휴대성에 고급스러운 디자인, 화질까지 뛰어나니까 보조 DSLR로는 충분한 자질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가격이다. 방진방적을 지원하기 위해 고급 마감을 취하다 보니까 가격이 제법 높아졌다. 당연히 급수는 PEN 위에 놓이게 된다. 말 그대로 마이크로포서드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 군에서는 플래그십에 해당되는 셈이다. 초기 접근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제품 품질을 고려하면 국내 책정 가격이 수긍가는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방진방적을 뺀, 보급형 OM-D가 나오길 희망한다. 번들 렌즈를 포함해 대략 80~90만 원 선에 제품을 내놓는다면 아마 잘 팔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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