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모니터링 비즈니스로 정부 기간산업 주도
[인터뷰] ‘합강테크’ 김창영 대표
[2019년 05월 06일] - 소프트웨어 융합이 전 국가적 어젠다가 되면서 국가 기간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기관 특성상 업무 방식의 혁신이 쉽게 일어나기 어려운 분야인데, 시대가 흐름에 따라 조직의 탄력성이 높아지고 비용 절감 등이 중요한 화두가 되면서 소프트웨어를 통한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태다. 일반 기업에 비해 의사결정 기간은 길지만, 한 번 결정된 것을 잘 바꾸지 않는다는 점에서 협력사들에게는 안정적인 기회의 장이 되는 것 또한 기간산업만의 특징이다.
2013년 창업한 합강테크. 부산, 경남의 환경 관련 B2G(기업-정부 간) 비즈니스를 선도하고 있는 이 회사는 게이트웨이 프로토콜 개발로 시작해 현재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부산환경공단 등과의 협업으로 맨홀 수리, 유량 제어 등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환경 전문 IT 기업이다.
국가 기반 상수도 산업에 IT 혁신
연간 수십 억 국민 혈세 절감에 일조
“스마트폰의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 맵핑을 해서 직접 현장을 가지 않아도 맨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수제어, 하수모니터링, 센싱, BOD및 COD 현황 파악까지 모두 가능하죠. 수십 억의 비용을 줄여줍니다. 기존 업체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것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동의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합강테크 김창영 대표는 전기를 전공한 전형적인 ‘공돌이’다. 5년간 연구소에서 자동차 네트워크 분야에 재직하던 그는 2000년대 IT 붐이 이는 현상을 보고 대학원에 진학해 소프트웨어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는 “소프트웨어라는 분야는 쉽지 않지만 늘 새롭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었다”며 “공무원들과 연구소 시절부터 협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객 니즈는 충분히 파악한 상황에서 확신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합강테크가 비교적 빠르게 자리잡은 배경에는 기술력이 있었다. 지금도 합강테크의 가장 큰 클라이언트 중 하나인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맨홀 수리와 교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꾸준히 한 분야을 맡던 기능직들이 없어지고 조직이 순환보직으로 바뀌면서 매번 다른 담당자가 수많은 맨홀의 위치를 새로 파악해야 하는 문제점이 생긴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현장 출동해서 맨홀을 교체하고 밸브를 잠그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실제 현장은 달랐어요. 도면과 현장의 위치가 달랐던 것이죠. 맨홀이 부산에만 3만 개가 있습니다. 위치에 따라 메뉴얼에 따른 처치법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전 파악이 중요한데, 담당자가 매번 바뀌니 히스토리를 알 수 없게 되면서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자동차가 얼마나 다니는 곳인가, 온도는 높은가 낮은가, 통신 상태는 어떠한가에 따라 장비도 달라지고 소요시간에 대한 파악이 천차만별인 상황. 합강테크는 반 포기상태에 있던 상수도 사업본부에 증강현실을 이용한 맵핑 아이디어로 역제안을 한다. 1년 6개월간의 씨름 끝에 3,000여 개의 데이터를 수집,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특허 등록 건수 5년간 12회 이상
도전의식 멈추지 않고 혁신 강조
회사 설립 후 5년간 등록된 특허만 12건에 이른다. 부산시, 부산환경공단, 동의대학교, 해양대학교 등과 협력을 맺고 함께 기술개발을 진행하며 합강테크만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수도 처리 관련 일들을 하다가 환경 전문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합강테크의 시선은 상하수도에만 머물러있지 않다. 김 대표는 합강테크 초기부터 선박 분야을 머릿 속에 두고 있다.
“자율주행, 보안 문제 등 선박 통신 부분은 아직 개척할 여지가 대단히 많다고 봅니다. 관련 특허도 갖고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은 인력이 부족해 시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합강테크의 모니터링 시스템은 확장성이 대단히 높다고 자부합니다.”
김 대표가 인터뷰 내내 가장 강조하던 단어는 바로 ‘융합’이다. 이미 합강테크가 공개한 미세먼지 측정기, 제수변관리 시스템, 운전자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 주차 관리 애플리케이션 등은 모두 전통적인 산업에 혁신을 입히는 일이다. 그는 “소프트웨어 분야는 과거 3D 직종보다 못하다고 할 정도로 밤샘작업도 많고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면서도 “향후 모든 산업은 IT와 연계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도전의식을 갖고 일정 단계를 넘어가려는 노력을 경주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합강테크 김창영 대표와의 1문1답
Q. ‘합강’의 뜻이 궁금하다.
A. ‘강물이 합쳐진다’는 뜻으로 화합을 의미한다. 대학 시절 서예를 했는데 지도교수님이 지어주신 호다. 막연하게 언젠가 내 사업을 하면 이 이름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IT 기술기업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았나 걱정했는데, 융합을 강조하는 사업의 성격과 부합한다는 확신에 밀어붙였다. 주변 사람들도 뜻을 들으면 대부분 호응하며 인정해주는 분위기라 다행이라 생각한다(웃음).
Q. 사업 과정에서 고비는 없었나?
A. 3년차 때 고비가 한 번 있었다. 부산시와 함께 일을 추진하다가 엎어질 뻔 했는데 오랜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뒷감당이 힘들 뻔 했다. 다행히 이 일을 계기로 오히려 기회가 더 넓어졌다. 인간적인 문제보다는 기술적인 문제였다. GPS 오차 등에 대해 공무원 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을 잘 설득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된 시간이었고, 다른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데도 더 여유가 생겼다.
Q. 소프트웨어 개발을 꿈꾸는 학생이나 청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한 번 빠지면 재미있게, 그리고 열심히 하는데 그 단계 전에 포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특히 언어가 어려우니 포기한다. 하지만 그 단계만 극복하면 운신의 폭은 정말 넓어진다.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융합의 관점에서 생각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면 좋은 게임 개발자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덕후’ 기질을 보이는 어떤 분야라도 좋다. IT는 융합의 학문이다. 어디든 적용할 수 있다.
Q. 합강테크의 올해 과제는?
A. 지금까지는 안정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올해부터는 성장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환경공단과 추진 중인 시범사업을 잘 마무리하고 본격화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많은 설명회를 통해 기업들의 인식을 환기하는 것도 할 일이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매출을 따지는 정부기관에서 투자를 받는데 한계가 있다. 영업인력 채용 등 할 일이 많다. 지금 하는 비즈니스들이 투자를 위한 좋은 계기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적절한 시기에 법인 전환을 추진하려 한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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