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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X10 “사진 찍는 재미 쏠쏠”

IT/과학/행사/취재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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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하면 과거 광학필림으로 이름을 떨치던 제조사다. 지금은 디지털카메라 보다는 인스탁스로 통하는 즉석카메라가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만큼 사용자의 니즈를 잘 반영했다는 것인데, 디지털 기반에서는 도통 힘을 못쓰고 있다.

예로 후지필름의 카메라는 타 카메라와 다른 특별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나 있다. 특히 이미지 프로세서와 센서에 대한 부분이다.(렌즈는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우니 논외로 하자) 과거 허니콤(Honeycomb) 센서를 시작으로 현재 EXR 센서에 이르기까지 후지의 기술은 결과물적으로 사진 애호가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 하드웨어만 제외하면 그랬다.

그러나 경쟁력에 대한 부분은 늘 아쉬움을 줬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DSLR은 자체 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서를 썼음에도 니콘의 카메라 몸체를 빌려다 썼고 당연히 렌즈도 니콘의 것을 쓰게 됐다. 콤팩트 카메라도 결과물이 좋아도 디자인이나 성능 측면에서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후지필름의 카메라가 최근 들어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디지털카메라에 APS-C 센서와 23mm F2의 제원을 갖춘 후지논 렌즈를 매치한 X100이 주인공이다.

후지필름 X100을 예로 들면 디자인과 결과물에 대해서는 만족했지만 인터페이스와 성능, 가격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후속 제품이나 파생 제품에는 이런 아쉬움이 개선되리라 기대했다.

지난 11월 28일, 한국후지필름이 아닌 일본 후지필름이 독자 설립한 법인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FEIK)가 공식 출범하면서 X100의 하위 모델인 ‘후지필름 X10’을 선보였다. 1,200만 화소 2/3형 크기의 이미지 센서를 얹고 조리개 F2.0-2.8의 광학 4배 줌 후지논 렌즈를 장착한 이 제품은 과연 X100의 아쉬움을 넘어 만족을 줄까?



| 클래식한 디자인, X100의 느낌 그대로

X10의 디자인은 X100 베이비라는 느낌을 충분히 주고 있다. 후지필름이 X 시리즈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런 디자인 방침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 싶다. 충분히 고급스럽고 깔끔한 느낌이다. 실버/블랙 투톤이었던 X100과는 달리 블랙톤으로만 디자인해 어색하지 않고 더 묵직한 느낌을 전달한다.

크기는 예상 외로 작다. 가로 117mm, 세로 69.6mm, 높이 최대 56.8mm로 X100과 비교하면 약 2/3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게는 350g으로 다소 묵직하다. 하이엔드 카메라에 고급 DSLR 카메라에나 쓰일 법한 마그네슘 합금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수치적으로 무겁지만 실제로 손에 쥐면 단단한 느낌과 함께 적당히 묵직해서 촬영에 도움된다.




그립부는 작은 크기를 감안하면 무난하다. 제품 자체가 조금 두께가 있어 오래 쥐고 쓰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전체적인 인터페이스는 X100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모드다이얼이 없던 X100과 달리 X10에는 모드다이얼이 노출돼 있어 조작성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 외에 노출 보정 다이얼이나 플래시가 팝업 형태로 되어 있는 부분은 클래식하면서 전문적인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후면에는 2.8인치 액정이 자리한다. 46만 화소 사양으로 시야율은 100%다. 최근 3형 크기 이상의 제품이 나오는 상태에서 2.8형 액정은 약간 생소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지만 이는 작은 용량의 배터리(940mA 용량의 NP-50)도 영향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46만 화소 사양은 92만에 밀리지만 크기가 작아 약점을 보완해 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 만족스러운 성능, 사진 찍는 재미 쏠쏠... 결과도 우왕굿!

후지필름 X10을 가지고 사진을 촬영했다. 설정은 조리개 우선 모드, 이미지는 보통에 맞췄다. 환경은 오후 시간대라 빛이 충분한 상태였기에 좋은 결과물이 기대됐다. 후지필름 카메라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먼저 촬영할 때의 느낌은 좋다. 마치 필름카메라를 다루는 듯한 느낌에 다가서 있는 것은 좋게 평가할 부분이다. 질감이나 녹음된 소리를 들려주는 수준이지만 셔터 소리 등은 사진 애호가들의 옛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X100에서 아쉬움으로 지적한 바 있는 반응속도는 빠르다. 렌즈를 회전시키면 바로 전원이 켜지면서 촬영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전원을 켜고 촬영 자세로 돌입하기까지 시간이 적다. 스냅 촬영에 적합한 구조라고 평가하고 싶다. 촬영 후, 결과물을 메모리에 저장하는 속도 또한 빠르다. RAW 저장시 굼뜨던 속도도 많이 개선됐다.

촬영한 결과물은 괜찮다. 크기가 작은 CMOS 센서임에도 디테일이나 계조 등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노출 상황에서 나타나는 화이트홀 현상은 개선이 필요하다. 정확하게 정의내리기 어렵겠지만 노출 보정과 측광, 이미지 프로세서가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 미스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펌웨어로 개선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미지 센서는 1,200만 화소 사양의 CMOS 센서가 장착돼 있다. 크기는 2/3형으로 하이엔드 카메라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콤팩트 카메라에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지 않을 정도로 큰 크기지만 DSLR 센서에 턱없이 모자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X10은 작은 센서에 대한 한계를 밝은 렌즈로 극복하려 했다. 후지논 EBC 렌즈로 조리개 F2.0-2.8이다. 최대 광각에서 F2.0으로 밝은 렌즈를 장착한 제품은 많지만 정작 망원에서 F2.8인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는 이것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밝은 조리개를 채용해 작은 센서지만 제법 배경날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초점거리는 7.1-28.4mm로 35mm 필름으로 환산하면 28-112mm에 달하는 정도다. 광각에서 준망원까지 두루 대응하는 거리다.

클래식한 촬영 재미도 매력이다. 다른 카메라처럼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간단하게 제공되는 필름 시뮬레이션으로 제법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준다.

필름 시뮬레이션은 후지필름이 과거 생산했던 필름의 색감이나 질감 등을 디지털로 흉내낸 것이다. X10에는 표준인 프로비아, 선명한 효과를 주는 벨비아, 소프트한 느낌의 아스티아 외에 흑백과 세피아 등 다양한 효과를 제공한다.

EXR 센서는 이 제품의 큰 장점 중 하나다. EXR 모드로 고해상도/고감도 저노이즈/DR 확보 등을 간단하게 설정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최적의 결과물을 보장한다는 점이 X10의 최대 장점이다. 특히 고감도 노이즈 설정은 해상도는 반으로 줄지만 ISO 3,200에서도 소형 센서에 어울리지 않는 좋은 화질과 노이즈 패턴을 보여준다는 점이 놀랍다.

디지털 카메라이기에 갖는 장점도 충실하다. 풀HD 동영상을 촬영은 기본이다.


| 카메라 자체로는 좋지만 높은 가격과 아쉬운 마무리, 일부 문제는 개선요구

후지필름 X10은 최근 출시된 하이엔드 디지털카메라 중에 만족스러운 제품으로 손꼽을 수 있는 제품이다. 일부 문제점을 제외한 다면 흠잡을 데 없다. 국내 제품을 유통하고 있는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FEIK) 정책이 손꼽히는데.

우선 가격, 이 제품은 국내에서 74만 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이엔드 카메라를 70만원 주고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논란의 소지. 이 가격이면 소셜커머스에서 40만원 가량에 판매하고 있는 올림푸스 E-PL2가 더 나아보일 정도다. 동 가격대에 성능 좋은 미러리스 카메라는 얼마든지 있다.

차라리 디자인은 유지하고 재질에서 타협이 필요했다. 굳이 완성도에 집착해 고가의 마그네슘 합금 바디 같은 것을 채용할 필요가 있었나 묻고 싶다.

제품 완성도도 문제다. 최근 한 소비자가 애플 제품에서 X10을 연결하거나 메모리를 아이패드 등에 연결해 데이터를 복사하면 카메라가 오랜 시간 멈춰 있는 ‘프리징’ 현상이 있다고 제보했다.

이후 후지필름 측이 제공한 샘플을 가지고 테스트한 결과도 동일했다, 샘플로 제공된 X10에도 제보자와 동일한 프리징 현상이 발생했다. 증상은 이렇다. 약 5초에서 길게는 10초 가량 제품을 쓸 수 없다. 화면은 켜져 있지만 셔터를 눌러도 반응이 없어 고장이 아닌가 염려될 정도의 상황이다.

이후 시중에서 판매되는 X10을 직접 구매해 테스트한 결과도 동일한 프리징 증상이 목격됐다.

성능을 떠나 품질적인 문제를 보면 이게 정말 74만 9,000원 짜리 카메라가 맞나 의심된다. 가격을 이렇게 책정했다면 그에 맞는 성의는 보여야 할게 아닌가. Made in JAPAN이 정말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QC(Quality Control)이 되지 않은 일부 제품이 결국 X10의 프리미엄을 깎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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