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8월 23일] - 서기 2018년 인텔의 재채기에 맥없이 흔들리던 PC 시장이 반등했다.는 문구를 문헌에서 볼 날이 머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한정판이라는 키워드 하나 들고나와 이벤트랍시고 여기저기 눈길 끌며 참여를 종용하던 브랜드다. 물론 효과는 채 한 달도 못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설계상 스펙터, 멜트다운 버그가 시장에 유출되면서 오랫동안 구축한 끝없이 추락했고, 안일한 대응을 접하자 "그래도 인텔이지~" 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깨알 같은 인내심조차도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바닥난 상황이다. 그 와중에 반성 없이 반짝 이벤트로 판매량을 회복시키려는 꼼수를 부리다가 딱 걸렸으니 AMD의 반격에 회생 여지까지 꺾이는 것을 보던 사용자의 모습에 안타까움보다는 환호가 묻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장담하건대 시장이 이렇게 흘러가리라고는 가히 상상도 못 했을 거다. ▲최고 ▲최초 ▲최다라는 수식어를 꿰차는 것은 늘 인텔의 역할이던 것에서 주도권이 넘어가 분위기 반전을 일반인도 직감하게 될 까지의 간극은 찰라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긴박하게 펼쳐졌다. 급기야 얼마 전에 AMD가 야심차게 선보인 2세대 스레드리퍼가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려 시장 주도권 탈환에 성공하면서 인텔의 처지는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물론 전체 판매량은 워낙 시장에 뿌린 것이 많은 인텔이 우세하다. 하지만 한때 가세가 기울어 시장 철수가 오늘내일하던 과거의 AMD를 떠린다면 지금의 분위기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구도다. 그것도 부진한 모바일 제품군을 제외한 오직 PC에 단일 카테고리만으로 인텔을 추월해버린 것에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이쯤되면 사실상 인텔이 AMD 독주에 제동을 걸 대안은 전무하다.
그러한 변화에 자신감을 얻었을까? 유례없던 이슈가 생겼다. AMD 본사 담당자 6명이 한국을 급히 방문한 것도 부족해 오전에는 기자단을, 오후에는 대중을 상대로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이 중에는 세일즈 담당과 마케팅 담당도 포함이 되어 있어 당장 하반기 시장 전략부터 변화가 일 것을 암시했다. 이 또한 단 한 번도 없던 일인즉슨 AMD의 시장 점유율 상승이 표면화되면서 가시화된 흐름이다.
제품 라인업 정비, 스레드리퍼 2990WX로
최상위 제품군으로 세계 최고 타이틀까지 확보
32코어 64스레드 그 이상도 얼마든지 가능
시대가 변했고 구매 패턴이 변했다. 사용자가 브랜드를 고민하며 제품을 까다롭게 선별하는 시기도 지났다. 한 번 충성 고객은 평생 충성할 것이라고 맹신했던 것인가! 인텔은 마지막까지 현실을 직시하지 않았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상징적인 제품을 선보이면 시장에 물꼬가 트이고 저절로 매출도 상승할 것이라 믿었을지 모른다. 가장 최상급 모델을 선보이던 그 순간까지도 그 여유를 부리더니 급기야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못해 활활 타오를 지경이다.
그 사이 AMD가 꺼내든 필사의 카드 한 장.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며 크리에이터와 혁신가를 위한 제품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선보인 라이젠 스레드 리퍼 2세대인 2990WX다. 인텔 i9-7900K를 상대로 견제를 했다는 표현보다는 발버둥 치는 인텔의 회생 여지조차도 지르밟아버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 그 제품은 시작부터 범상치않다. 필요하다면 더 상위급 제품도 3주 이내에 선보일 수 있다고 하나 이번 연도에서 인텔의 견제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상황이다.
시장이 인텔을 향해 등을 보인 계기는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터지는 보안 이슈에서 CPU가 포함될지는 아무도 몰랐던 것. 인텔이 터트린 결정적인 한 방에 사용자가 경험했을 당혹감을 인텔은 보듬어 주려 했을까? 적어도 10년 전 아니 그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알면서 방치해버린 설계 문제는 고의적으로 숨긴 글로벌 기업의 파렴치한 윤리 문제로까지 전개되며 주홍글씨 낙인으로 기록됐다.
“인텔 대비 성능은 뛰어나고, 코어수는 더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
한국을 방문한 AMD 임원이 기자들을 상대로 강조한 내용이다. 단 한 번도 AMD가 인텔을 상대로 더 우월하다는 이미지를 내비친 적이 없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본격적인 대결 구도가 자리 잡혔다는 것이 첫 번째요, 인텔의 차기 계획을 뛰어넘을 대안도 마련했다는 것이 두 번째다. 누가 더 우월한가!를 두고 첨예한 경쟁 구도를 굳혀 온 양사 간의 다툼에 AMD가 주도권 획득에 성공하며 인텔의 다음 카드가 무엇이 되었건 그 결과는 제법 흥미로울 전망이다.
인텔 : 유일한 희망(?) 노트북 시장을 사수하라.
AMD : 이 순간을 즐기시라~ APU도 출격 준비 끝!
어느 것을 고를까 알아맞혀 봅시다~ 딩동 댕~
인텔이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만년 2위였던 AMD의 반등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과거에 그랬다고 앞으로도 높은 가격 고수했다가는 조만간에 일반 리테일 시장에서는 AMD에 자리를 내줘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용자의 기대가 높아졌고 인텔이 고수하는 그 가격 포지션으로는 충족할 수 없게 됐다. 포기하게 만든 이유 중 한 가지에는 매번 새로운 제품 등장 때마다 반복하던 플랫폼 변경도 포함됐다.
PC 전체 시장의 변화를 꾀할 수 있기에 메모리, 스토리지 그리고 주변 기기 까지 손에 쥐고 휘두를 전략을 펴낸 인텔. 메모리 시장이 DDR2에서 DDR3로 이동했고, 지금은 DDR4로 옮겨간 상황이다. 스토리지도 그러했고 주변 기기도 모두 인텔의 변화만 주시하며 질질 끌려다녔다. 인텔이 주도한 전략에 불필요한 비용 투자는 곧 구매 부담이 됐다.
AMD라고 욕심나지 않았을까! 메인보드도 팔고 관련 컴포넌트도 팔 수 있는 구도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선회했다. 가격 측면의 포지션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AMD가 추구하는 새로운 경험을 더 많은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게 한 전략의 일환이다. 현존하는 가장 빠른 CPU라고 주장한 라이젠 스레드리퍼2 조차도 기존 메인보드에서 BIOS 업데이트만으로 그대로 동작할 수 있다. 혜택을 사용자에게 돌려줬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라면 차기 라인업도 기존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할 확률이 높다.
시장은 AMD를 향해 안방을 내주고 이제 한 가지 숙제인 소프트웨어만 남겨뒀다. AMD가 적극적으로 포섭에 나서야 할 분야이며 문제가 아님에도 문제라도 지적되었던 원흉이다. H/W 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S/W 미비로 제품 효율이 낮았던 것은 자주 번복하던 단점이다. 답이 없는 것도 아니다. 더 많은 사용자가 AMD를 선택하면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까지 인텔을 향해 보여왔던 충성심을 인텔을 향해 선회하는 것에 과감한 결단은 필요 없다. 인텔에서 체감했던 모든 경험은 AMD를 통해서도 모두 가능하다. 그리고 라이젠 코어 기반의 CPU는 더 빠르고 더 힘이 넘치고 더 유연하게 동작하기에 주어진 시간에 여유롭게 컴퓨팅 파워를 만끽할 수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버그에서도 자유롭지만, 결정적인 것은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버그(?) 혹은 최신 플랫폼 이라는 근거 없는 기반에서 행해지던 갈취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매번 고가 정책 일색이던 인텔을 상대로 AMD가 추구한 실리는 오늘날 AMD 임원진 6명의 한국 방문과 함께 그들이 기자를 상대로 외친 목소리에 자신감이 담기는 토대가 됐다.
시장에서 인텔의 가세는 기울다 못해 바닥에 굴러다닌다.
다시 반등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지만, 명확한 사실은 사용자가 인텔의 변덕에 지쳤다는 것.
그 모습은 미운 4살과 흡사했고, 지금으로선 AMD는 가장 완벽한 대안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