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2018년 05월 07일] - 역시나 이번에도 예상은 적중했다. 무거운 현실을 마주하니 훈훈하다 못해 죄다 체념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달인의 경지에 올랐으렷다. 행여 오해가 있을까 형이 진지하게 밑밥부터 까는데~ 결코 브로맨스는 아니다. 우정이자 의리가 만들어낸 진정한 승리의 무대였다는 거다. 한두 번은 그냥 우연이라 여겨도 3회까지 연달아 우정의 무대였다면 다나와 DPG는 남자를 위한 레알 남자만의 행사라고 인정하자.
사회자 또한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너스레를 떨었는데 총인원을 100명이라 가정하고 “이른 아침에 남자만 98명이 모이기란 쉽지 않다”는 말로 무미건조하다 못해 삭막하던 마음에 되돌리기 힘든 대못을 박았다.
그래도 해맑은 영혼을 지녀 상처받지 않는 참석자들. 이유는 있다. 일단 참석하면 투자비용(참가비)을 뽑고도 남을 만큼 풍성한 경품은 기본에다 맛있는 음식이 허기까지 달래주는 혜택이다. 따라서 현장에 없었다면 ‘에게~ 그러게 왜 가~’라는 식의 허튼소리는 절대 하지 않기를 주문한다.
일단 초반에는 예비군 훈련장을 방불케 하는 서먹하고 냉랭한 분위기가 실내에 꽉 차다 못해 간담을 서늘케 했다는 거다. 그러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사회자는 목이 터져라. 외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사회자조차도 체구 건강한 남자였다는 것이 흠이었고, 고로 그분의 목소리가 좀처럼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준 점에 대해 인상적이었기에 한 마디 남긴다. “님 좀 짱인 듯~”
● 이번에도 다~ 나와로 일렬종대~ 헤쳐모여!
알차다 못해 타이트하게 짜인 스케줄부터 빡센 하루를 예상케 했다, 특히 참석부터가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는데, 생체 리듬을 거스르는 시간대인 오전 8시 30분까지 집결지로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섰다.
상당수 덕후님은 오전 7시에 눈을 떠야 하는 참담한 현실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결코 쉽지 않은 인고의 시간을 어떻게 견디었을까? 혹은 어차피 못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라면 차라리 뜬 눈으로 지내고 출발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었던 것인가!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죄다 도착하라던 시간을 준수하는 바람직한 자세로 임했으니 이 또한 인상적이었다.
물론 어디에나 튀는 참가자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한 편견은 이번에도 적중했는데, 딱 한 명 ㅇ선중 참가자만 낮 2시에 도착했다는 점에 주목하다. 그것도 한 손에 미숫가루와 소세지빵을 들고 여유롭게 도착했다. 물론 그렇게 준비한 간식은 필자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니 일단 늦게 도착한 것은 사실이다.
관건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통하지 않는 엄격한 규율이다. 따라서 DPG 캠프는 금강산도 학구열을 불태운 후에나 가능하다. 메인스폰서는 총 5개 브랜드다. ABKO, ALLLooK, ASUS, EMTEK, INTEL이 사전에 준비한 치밀한 강의안에 따라 본격적인 수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평생을 공부와는 담을 쌓은 이가 모인 자리에서 공부를 시키니 계획대로 될 리가 만무하고, 이 과정에서 전날 못다 이룬 수면을 노곤한 몸 의자에 기대어 안락한 자세로 취한 이가 다수 등장했다. 부디 평온한 취침이 이뤄졌길 바라본다.
● 스태프는 안 보이는 곳에서 고생했다. 수고했다!
이번에도 안쓰러운 장면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커플로 참석한 몇 참가자를 제외한 나머지 참가자는 죄다 남자와 손을 불끈 쥐어 잡거나 혹은 손뼉을 치는 만행이 자행되던 그 순간 어떠한 심경이었을지는 지났으니 말인데 찹찹했을 거다.
물론 레크레이션 강사의 치밀한 준비와 함께 발뺌할 수 없게 치밀하게 이뤄졌기에 그 어떤 이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숙연한 마음으로 동참해야만 했다. 손뼉을 마주하는 것은 몸풀기라 여겨도 좋다. 근본적인 원인을 언급하자면 이 모든 것이 여성 참가자의 수가 적어 부득이하게 이뤄진 것임을 지면을 통해 하소연한다.
제발~ 4회에는 정력적인 참가를 주문해본다. 여성 참가자의 수가 50%에 달하면 혹시 아는가! 레크레이션에 사랑의 작대기라도 등장할지. 그날을 간절히 소원해 본다.
준비한 모든 일정이 끝을 보이고 대망의 마지막 일정인 삼겹살 만찬이 성황리에 이뤄지고 나서야 이날 봄 소풍 행사가 막을 내렸다. 좋은 점이라면 1, 2회와 달리 3회 행사에는 야외 연병장에서 이뤄지던 격한 체력단련이 생략되었다는 것인데 이 차이가 땀을 뻘뻘 흘리다 견디지 못해 물을 찾아 헤매는 흉한 모습 유/무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했다.
이러한 와중에 행사 진행에 지대한 공을 세운 이에 대한 언급이 빠질 수 없겠다. 참가자 모두가 웃고 떠들고 남자와 손을 잡아야 했던 찹찹한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던 그 무렵. 한쪽에서는 이날 행사를 위해 진땀을 흘리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스태프다.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않았지만 그러함에도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참가자 뒷바라지하고, 행사 진행하랴 이곳저곳 뛰어다니랴 분주했던 이들의 노고에 오직 참석자 모두는 행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어느덧 3회에 접어들었기에 DPG 캠프는 건강한 청년이 아닌 정신력 하나만 건전한 덕후를 위한 행사로 굳혔다고 볼 수 있겠다. 몸 움직임에 거부감을 보이던 모습에 3회차에서는 그러한 점까지 반영해 몸은 덜 쓰고 두뇌 회전도 크게 하지 않아도 되는 일정에 과거 행사에서 오롯이 치중했던 덕력 증진 보다는 참여의 묘를 십분 발휘하는 데 초점을 둔 행사였다고 평하고 싶다.
● NEVER STOP DPG. 4회 가즈아~
기로에 선 IT업계. 급변하는 기술 변화에 용산 또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출렁이고 있다. 작년부터 불기 시작한 가상화폐 열기에 그래픽카드는 동나고 이제는 메모리도 연일 상한가다. CPU라고 예외는 아니다. 성능저하 버그가 보고되면서 세대교체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신제품 출시와 함께 한때 시끄러웠던 논쟁 또한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시장 분위기도 이를 대비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DPG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업계의 입장을 간접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여전히 참가비는 1만 원에 머물렀기에 부담은 없었고 가벼운 손으로 참석해 무거운 손으로 돌아갈 여지는 회를 거듭할수록 커졌다. 물론 남성의 참석 비중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쩌면 DPG의 전통이 될 만큼 더욱 공고해짐에 따라 유일한 개선의 여지가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소소한 즐거움으로 사고 없이 끝난 3회 행사. 안 보이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린 스텝 그리고 이름 아침부터 현장에 한발 먼저 도착해 준비하랴 강의하랴 바쁜 일정이 되었을 참가업체 모두에게 감사의 박수를 남긴다. 겨우 3회차라고 부르기에는 3년이란 공든 세월의 결실이기에 그 무게가 남다르다. 그러한 의미에서 좀 더 성숙해질 4회를 미리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