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 같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위해 그가 그려낸 우주선에 올라타고 탐험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남자. 때론 과학자의 시선으로 사물을 분석하기를 좋아하며 가끔은 심오하고 이해하기 힘든 철학가적인 사상을 펼치며 그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규범을 통해 이해하기 난해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지독한 프랑스인.
상상력을 글로 표현하기로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를 설명하기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괴짜이면서도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해서 등과 함께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몇 안 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그의 파워는 한국에서 유독 빛난다.
지난 1991년 개미를 출간한 이후 수많은 히트작을 선보였으며, 본 고장인 프랑스보다 한국에 더 많은 팬 층을 확보한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12년을 투자한 개미와 9년의 집필기간을 쏟은 그의 작품 신은 괴짜 작가의 고집을 알게 했으며, 멸종 위기의 지구를 상대로 한 그의 SF소설인 파피용은 작가의 도전 정신을 증명시켰다.
이 외에도 천사들의 제국 등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삶, 인간, 세상, 미래, 우주, 인류에 대해서 색다른 해석을 이뤄냈다. 다양한 작품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내포한 것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만의 특징이다. 그리고 2010년 여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유일한 희곡 작품인 인간이 지난 7월 3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국내 최초로 막을 올렸다.
괴짜 작가는 첫 한국 공연을 통해 어떠한 의미를 던지려고 했을까?
| 이기적인 인류, 결국 지구를 파괴하다.
한마디로 놀랍다. 인간의 이기심이 극에 달해 결국 우리가 사는 터전을 파괴한다는 것을 기초해 시작되는 연극 ‘인간’.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해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상대로 두려움을 펼치고, 인내력을 배우고 협업해가는 일련의 사고 과정에서 자신을 개발하고 터전을 발전시켜가지만 결국 애완용에 불과한 신세라는 사실이 공개되었을 때 더할 나위 없는 충격에 관객은 탄성을 자아낸다.
연극 속에서는 이런 질문도 등장하다. “만약 당신이 세상에서 남은 유일한 인간이라면?”
더 이상 발전할 문명도 없으며 사람도 없이 우주 공간을 떠돌며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간단명료하게 없다. 게다가 여자와 남자라는 서로 다른 생각과 서로 다른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티격태격 해야 할 그래서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두 사람에게 뭘 바란단 말인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교미라도 해서 인류의 대를 이어가라고 하기에는 억지스럽다.
그의 모든 작품이 이런 식이다. 모든 작품이 하나 같이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한 번 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지독한 고집이 반영됐다. 연극 ‘인간’에서 두 남녀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논리적인 남자와 감성적인 여자가 만나 초반부터 대립하던 갈등 구도까지 빠짐없이 그려낸다. 흥미로운 것은 기로에서 등장한 선택은 늘 이분법이라는 것. ‘모’ 아니면 ‘도’ 속에서 결과도 눈에 훤히 보이지만 그것조차도 ‘인간’은 복잡하게 만든다.
스스로를 우월한 인격체라고 자신하며 다양한 법규와 규범, 도덕을 내세워 스스로를 억압하려 했던 인간의 이기심도 결국 한정된 공간에서는 동물과 다른 없다는 것을 증명해내려 했던 연극 ‘인간’ 결국 좁은 공간에 남은 두 사람은 인류란 이대로 사라져서도 인간이 스스로 인류를 끝낼 권리도 없다는 의미를 던지고 미래 인류를 위해 정진한다.
손을 붙잡고 움직이면 음식이 나오고, 끌어안으면 물이 나오는 공간에서 애완동물 같은 삶을 투정하지 않으며 적응해가는 과정은 억지스럽다. 그럼에도 연극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현대인의 치부를 들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보는 내내 부끄러울 정도다. 괴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연극 ‘인간’을 통해서 인간세상의 이중성을 난도질 했다.
| 단출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기발한 상상력
화려하지 않은 소극장에서 접하는 수수한 무대. 네 개의 기둥과 햄스터를 위해 마련한 것만 같은 쳇바퀴. 그리고 잠깐 등장하는 사다리를 통해 행복과 공포 그리고 희망을 표현했다. 따져보면 인간도 동물이다. 그런 존재가 문명을 등에 업고 세상을 지배하려 하고 있으니 웃기지 않는가!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기로서니 두려워하는 나약한 존재인데도. 말이다.
90분 동안 인간의 모든 것을 표현해버린 연극 ‘인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유일한 희곡 연극 '인간(Nos Amis les Humains)'은 2003년 10월 프랑스에서 발간되어 25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작품으로 2004년 9월 9일 프랑스 파리의 ‘코메디 바스티유’ 극장에서 초연. 이후 스위스, 체코, 러시아 등 유럽 전역에서 공연을 거쳐 한국 땅을 밟았다.
어쩌면 연극 ‘인간’을 보고 난 이후의 태초의 인간은 아담과 이브가 아닌, 연극 인간의 두 주인공인 라울과 사만다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사전에 만들어진 동물 사육장이 될 것일 테니까! 만약 지금 누군가가 지켜본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바로 우리를 사육하는 주인이 될 테니, 손을 흔들어 보라. 연극 ‘인간’에서는 먹을 것이 등장했으니. 밑져야 본전이 아닐 텐가!
공연 문의는 투비컴퍼니(02-747-2090)
김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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