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아본 연인의 러브스캔들,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

연인이라면 한 번쯤 의문을 가질만한 ‘사랑의 유통기한’ 혹자는 평균 6개월이 지나면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어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뎌진다고 말한다. 간신히 위기를 넘기더라도 바이오리듬처럼 반복된다니 따지고 면 사랑이란 건 이래저래 고민만 안겨주는 애물단지다.

180일을 채 넘지 못하고 이별을 반복하는 이들이 더욱 사랑에 다가가길 두려워하는 이유도 반복되는 유통기한을 이겨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흔히 ‘좀 놀아본 자’ 들의 연예 철학을 듣다 보면 ‘부담스럽지 않은 가벼운 사이’라는 것을 전제하는 서로 책임지지 않는 조건이 자주 등장한다. 분명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확실한데 서로를 견제하며 확실한 선을 긋는 에매 모호한 사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를 연극 소재로 다룬 뮤지컬이 ‘로맨스 로맨스’다.

| 뭐가 불만이기에? 가진 자의 색다른 구애 작전

1막과 2막으로 나뉜 색다른 진행 방식의 ‘로맨스로맨스’는 한 공간에서 2가지 주제를 다룬다. 짧은 공연 시간에 2가지 내용이 진행되다보니 내용 전개도 빠르다. 그렇다고 숨 막히는 기승전결 구조는 아니다. 1막은 빠르지만 2막은 숨통이 터질 만큼 답답하다.

먼저 1막에는 일명 선남선녀의 이야기다. 돈 많고 잘생긴 알프레드와 사치와 낭비가 일상생활이 된 조세핀은 흔하디흔한 사랑에 질려 색다른 감정을 찾기를 원한다. 이들이 선택한 것은 ‘서민놀이’

남자는 가난한 시인으로 변장하고 여자는 모자가게에서 일하는 가난한 재봉사로 위장하지만 관객입장에서도 왠지 어색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서민의 삶을 경험해 본적 없는 알프레드와 조세핀은 눈치 채지 못하고 외줄타기 사랑을 키워 나간다는 내용이다.

‘가난’이라는 배경 속에서 열심히 산다는 서로간의 모습은 철저히 포장되어 만들어진 가상이 된지 오래. 더럽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까지 남부럽지 않게 살아온 이들은 나로 인해 상대방이 구원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 하나로 상대방의 미래를 설계한다. 그리고 냄새나고 더러운 외딴 시골의 여관으로 여행을 가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첫 날밤의 뜨거웠던 감정도 이제는 식상해진 두 사람. 그럼에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신분을 완벽하게 위장한 두 사람이 서로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로 평가 받는 배경에 신뢰까지 더해진 억지스런 환경.

몸에 익숙해진 여유로운 삶 대신 가난한 삶을 꿈꿨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도저히 살만한 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뒤 늦게 깨닫는다. 결국 신분을 밝힐 것을 계획하는데. 과연 오랜 시간 서로를 속여 가며 사랑을 키워온 두 사람이 신분을 밝힌 이후에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 너무도 사랑했기에 넘지 못했던 경계

1막에서는 좀 놀아본 연인의 색다른 구애놀이가 눈길을 끌었다면 2막에는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 오랜 친구 이야기다. 또한, ‘현대인은 고독하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달고 있다.

현대인은 늘 주변에 이성친구가 많지만 그들과는 암묵적인 약속이라도 한 듯 친구 이상으로 관계를 발전시키지는 못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게 되면 ‘오빠’라는 단어는 ‘형’으로 바뀌면서 야한 농담까지 서슴없이 할 정도로 경계 없는 사이가 되어버리는데, 바라보는 이들도 이해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관계가 지속된다.

이들에게 소개팅을 시켜주자니 서로의 모습이 너무 우습고, 그렇다고 모른 척 하자니 너무 외로워하고, 이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2막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한다. 정리하자면 간단하다. 가볍게 만나기에는 너무도 사랑하고 있는 사이. 그렇다 보니 서로에게 자신이 부족하다고만 생각하고 일단 한 발 떨어지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감정을 몰랐던 무심한 네 사람. 가정을 꾸린 이후에도 친구로 지내온 이들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 물론 부부동반이다. 서로가 ‘결혼 하난 참 잘했지’라고 말하는 두 가정은 공교롭게도 4명 모두가 엇갈린 선택을 했다. 한 때는 서로에게 이성 친구였던 이들이 지금은 서로의 친구를 배우자로 맞아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웃지 못 할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시간이 지나도 쉽게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으니 ‘우린 서로 사랑하긴 했던가?’ 그렇다. 우정 보다는 사랑을 선택했지만 권태기에 접어든 서로는 다시 우정을 찾게 됐다. 문제는 우정 상대가 이성이고, 가정이 있다는 것. 자칫 불륜이 될 상황이다.

늦은 밤 우연히 소파에 나란히 앉게 된 두 사람. 서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와중에 우리는 끝까지 친구로 남을 거라는 농담 섞인 말 한마디에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

영화 속이라면 키스라도 해야 될 상황이지만 ‘친구’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서로의 감정을 애써 억누르는데. 이야기는 불륜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두 사람이 조용한 장소를 향해 간다는 흥미 진진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과연 이들은 오랜 ‘우정’을 깨고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 외로운 현대인이여, 늦기 전에 사랑합시다.

한 가지 공연에서 두 가지 주제가 다뤄지는 색다른 모습의 ‘로맨스로맨스’는 198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공연을 통해 알려졌다.

당시 작품은 토니상, 작품상, 대본 등 5개 주요 부문을 휩쓰는 기록도 세웠는데, 2010년 한국 대학로 공연에는 조정은, 최재웅, 이율, 전나혜(난아) 등 실력파 배우가 맛깔스러운 연기로 브로드웨이의 감동을 안겨주고자 나섰다.

동시에 특별한 무대도 선사한다. 3인조 보컬 V.O.S의 리드보컬 박지헌이 뮤지컬 배우로써의 한 발을 내딛는 작품에 ‘로맨스 로맨스’가 선정된 것. 박지헌은 주인공 알프레드 역을 맡아 본격 뮤지컬 매우로써의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다.

1막의 마냥 화려하고 부럽기만 한 가진 자들의 연예 편력 이야기와 사랑과 우정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로 사랑을 찾아가는 2막으로 나뉜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

내용은 복잡하지만 로맨스 로맨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요 핵심은 단순하다. 가까이에 있는 사랑을 외면한 채 멀리서만 찾아왔거나, 혹은 부와 명예를 쫒아 고독함을 선택했던 현대인에게 상대방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

좀 놀아본 연인의 발칙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로맨스로맨스’ 공연문의 애플팝 엔터테인먼트 02-501-7888

김현동 cinetiqu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