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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크리스마스, 스크루지~!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롤’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1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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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디에 있냐고 묻지 말아요?
바로 당신 가슴속에 있잖아요.
행복이 어디에서 오냐고 묻지 말아요?
활짝 열린 가슴에서 오니까요 -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롤 中“

바로 옆에 있는 사랑도 바라보지 못하고 멀리서만 찾는 현대인. 작은 행복에 만족하지 못하고 큰 행복만 추구하는 오늘날 우리들은 늘 불만과 찡그린 얼굴을 하고 바쁜 하루를 보낸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 피로에 찌든 몸을 기대며 회사와 집을 오가는 삶 속에서 늘어가는 것은 한 숨이요, 쌓여가는 것은 스트레스니 바야흐로 ‘생계형 직장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우리를 대변하는 공통어가 되어 버렸다.

어느덧 다사다난 했던 한해도 12월에 들어섰고 이제 크리스마스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일 년 중 가장 마음 설레게 하는 이맘때 쯤.

이벤트에 목마른 젊은 연인을 겨냥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고 있으니 공연 마니아라면 가슴 설레게 하는 적기이기도 하다. 특히 ‘호두까기 인형’과 ‘크리스마스 캐롤’은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중에서 매년 무대에 오른 크리스마스 캐롤은 올해 좀 특별한 의미가 더해졌다.
지난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아역배우 왕석현군의 두 번째 공식 무대인 것.

2003년 출신의 어린나이에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뽐내 웃음을 선사했던 왕 군은 지난 12월 1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구 역도경기장) 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뮤지컬 배우의 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고립된 삶 속에서 메말라버린 감정의 소유자

단연 주인공은 스크루지다. 2003년 초연 때부터 도맡아온 베테랑 배우 박석용씨가 2009년에도 바통을 쥐었다. 무르익은 그의 연기는 올해 더욱 독기어린 스크루지의 돈에 대한 강한 집착을 무대 위에서 거침없이 표현한다.

시작과 함께 무대 위를 휘집고 다니는 그의 행동 하나 하나는 세상에서 버림받고 사랑하는 연인에게서도 버림받은 과거 아픈 사연이 발단이 되었다는 데.

“열심히 살아온 것이 죄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 그에게는 ‘구두쇠’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입에 달고 다니는 ‘빌어먹을 크리스마스’ 구절에 조카를 비롯 동네 사람들까지 약속하든 손가락질 하며 비아냥거리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오직 돈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을 보이는 스크루지.

사실 그가 처음부터 괴팍한 노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누구 못지않게 로맨틱한 남자 였지만 결국 살아오면서 겪었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것.

하지만, 도저히 열릴 것 같던 단단한 빗장이 채워진 스크루지의 마음은 진정한 삶의 의미를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찾으면서 변화한다.

모두가 스크루지를 초대하지만 극구 사양하는 그는 7년 전에 죽은 동료 말리의 유령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고, 결국 과거 자신을 사랑했던 연인 ‘벨’을 만나면서 헤어진 이유를 깨닫게 되는데, 이유인 즉. 스크루지의 탐욕.

자신의 탐욕으로 인해 모든 것이 변했으며, 이 대로 살다가는 비참한 최후를 맡게 될 거라는 예언을 경험하면서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결정한다. 물론 결국은 모두에게 흐뭇한 미소를 안겨주는 해피엔딩이다. 스크루지는 물론 주변에 있는 모든 이가 행복해진다는 결말.


| 지독한 구두쇠 ‘스크루지’와 함께 돌아보는 우리 자신

‘크리스마스 캐롤’이 처음 선 보인 것은 지난 2003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오른 이후 매년 공연되고 있다. 찰스디킨스가 1843년 발표한 소설을 바탕으로 짜인 뮤지컬은 매회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높은 인기를 증명한 것은 단순히 이뤄진 결과는 아니다.

서울예술단의 피땀 어린 노력과 이병훈 연출, 그리고 완벽한 19세기 영국 무대 세트에서의 열연은 보는 이에게 행복, 슬픔, 분노 등 다양한 느낌을 전달하며 감정을 더욱 몰입시킨다.

특히 성탄의 기쁨과 감동 그리고 소외 받는 우리 이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강렬한 메시지까지 내포하고 있다.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쉽게 지울 수 없는 여운은 성탄이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오늘날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평가해온 우리들. 어쩌면 스크루지도 이 같은 평가의 희생양일지 모른다.
어느 누가 차갑다고만 보인 스크루지의 마음속에 따스함 온기가 감춰져 있다고 생각했겠는가! 부와 명예라는 잣대로만 평가 받는 현대인에게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롤’은 스크루지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삶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다시 한 번 정립하라고 지적한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사랑.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 하지만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그 것.

뮤지컬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에서는 사랑과 행복에 대한 명쾌한 해답까지 제시한다. 결코 물질적인 가치로는 살수도 평가할 수 없는 사랑과 행복은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처럼 말이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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