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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01 연극 ‘그 놈을 잡아라’:: 연쇄살인범에 대한 고찰
  2. 2012.07.23 연극 불 좀 꺼주세요 :: 늦깎이 불륜~ 아름답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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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 놈을 잡아라’:: 연쇄살인범에 대한 고찰

생활/문화/리뷰 2012. 8. 1. 21:50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연극 리뷰‘그 놈을 잡아라’:: 연쇄살인범에 대한 고찰 
- 글: 김현동(cinetique@naver.com) 

+ 연극 한 편으로 서스펜스 스릴러의 정석을 체감한다.
+ 드라마인가? 연극인가? 눈앞에 펼쳐진 한 편의 수사반장


연극을 이해하는데 IQ가 뭔 필요가 있겠냐만 이 작품 친절하게도 IQ 100 이하는 볼 생각을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그만큼 이해하기 어렵단 말인가 생각하게 되는 그 순간 친절하게도 심혈을 기울여 봐달라는 설명을 곁들인다. 연극을 보면서 이해하기 위해 애쓰라고 강요하는 작품은 그 장르조차도 생소한데. 추리극? 액션? 그렇다고 멜로는 더욱 아니다. 그러하면 복합장르란 말인가!

이상하게도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감이 충만하다. 반복되는 긴장감에 한편으로는 짓누르는 느낌의 무거운 압박감. 쓸쓸하지만 순간순간 웃게 만드는 묘한 재치까지 다양한 장르를 고루 섭렵하고 있는 한 편의 작품을 마주한 그 순간 떠오르는 장르가 있으니 “이건 드라마야!”라는 외침이다.

주최 측의 설명을 차용하자면 코믹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너무 거창하게 설명한 나머지 신빙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막을 순 없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연극을 보면서 드라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은 처음이 아닐까 한다. 딱히 코믹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진한 여운이 남는 것도 아닌데도 볼수록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묻어난다. 2012년 6차 앙코르 공연을 시작한 연극 ‘그 놈을 잡아라’가 그렇다는 말씀.


공연명: 그 놈을 잡아라
공연장: 드림시어터(구 PMC 소극장)
공연기간: 2012. 05. 11 ~ 오픈 런
문 의 : 드림시어터컴퍼니 070)8780-0096
홈페이지 : http://club.cyworld.com/dtc-gep

| 공연사진 더 보기

 

| 땀내에 찌든 남자냄새 베어 나오는 작품

시작부터 왠지 모를 비위가 상한다. 바람하나 통하지 않을 것 같은 꽉 막힌 사무실에 목이 다 늘어진 헐렁한 셔츠차림의 형사가 등장한다. 보고만 있어도 ‘더럽다’ 그 모습은 마치 책상 위 재떨이에는 수북하게 쌓인 담뱃재가 가득하고 서랍에 대충 던져 둔 양말은 몇 번은 뒤집어 신었는지 지저분하다 못해 고린내가 풀풀 풍기는 것과 어울리는 이미지랄까! 작품 속 주인공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왠지 너무 캐릭터가 친환경적이다.

성격은 또 얼마나 저돌적인지. 사건을 진득하게 조사하는데 필요한 치밀함과 분석력은 온데간데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대는데 일가견이 있다. 전형적인 형사 캐릭터다. 하지만 이 형사를 통해 관객은 인간냄새 풀풀 풍기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엄연한 사실인 것을.

자세히 살펴보니 흐트러진 상태의 떡진 머리는 기름져 있고, 표정을 보아하니 마지막으로 집에 들어간 것이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지쳐있다. 스트레스 털어버릴 곳이라곤 길 건너 순댓국밥집인데, 먹으면서도 맛없다고 푸념 일색이다. 그러면서도 매번 찾아가는 모습하며 매사가 귀차니즘에 찌들어있다.

여과 없이 표현했기에 살짝 의심도 되겠지만 실제 연극 ‘그 놈을 잡아라’속의 캐릭터가 이렇다. 꾸미고 다듬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극중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만큼의 리얼리즘을 발휘하고 있으니 작은 소극장위에서 마주한 관객이 느낄 현장감에 대해 두말해서 뭐하리. 뻔한 사랑이야기나 뻔한 멜로가 아니기에 어디로 튈지 예상되지 않는 극은 점점 남자들만의 세상으로 관객을 이끈다.

| 시작은 살인사건 하지만 살펴보니 자존심 싸움

그렇다 보니 주최 측의 농간으로만 보이던 코믹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구색을 찾아야 할 순간도 마주한다. 해답은 극의 시작에 있다. 비가 오는 날 발생하는 살인사건. 그것도 매번 같은 날 3월 7일. 음력이던 양력이던 개의치 않고 3월 하고도 7일이 되기라도 하면 매년 반복되는 살인사건. 이에 좌충우돌 갈피를 못 잡고 휘둘리는 경찰을 보며 관객은 무능함에 넘어 울분을 삭힌다. ‘그 놈 하나를 못 잡아서’ 라는 화가 목 끝까지 치밀어 오르지만 따져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디까지는 연극은 연극이니깐.

살인사건과 함께 시작된 시나리오는 자신을 드라마 작가라며 신분을 속이고 접근한 극중 배역 남지운 작가를 통해 본격적으로 물살을 탄다. 사건이 발생하는 그 장소마다 등장하고 휘젓고 다니면서 경찰 행세를 하는 남 작가의 신출귀몰한 행각은 결국에는 발각된다. 뒤늦게 눈치 첸 조용두 형사의 배신감을 모를 리는 없지만 ‘그럼 그렇지’하는 안도가 먼저 나오는 건 무슨 연유인지.

타이트하게 짜인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살인사건과 늘 한 발 늦게 도착하는 조용두 형사의 뒷북 행차. 그 투박하고도 거친 말투 속에 묘한 인간미가 녹아 있긴 하지만 동시에 무능함의 전형도 보이고 있으니 암울한 현실이 아니꼬울 뿐이다. 관객에게만 IQ100 이상을 논하지 말고 극 중 형사의 IQ도 살짝 의심되는 순간이다. 앞뒤 꽉 막혀도 저렇게 막무가내로 무식할 수 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만큼 물불을 안가리고 행해지는 무식한 행동과 말도 안 되는 변명 동시에 말도 안 되는 안타까움이 교차하며 극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시작은 살인사건 이었지만 나중에는 신분을 위장하고 접근한 남지운 작가와 조용두 형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밀한 두뇌싸움이 긴장과 재미 사이를 정신없이 오간다. 여기에 간간히 등장하는 멀티맨과 멀티우먼이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행해지는 입담과 재치 가득한 몸동작을 보는 쏠쏠한 재미가 연극 ‘그 놈을 잡아라’의 숨겨진 코믹요소다. 촘촘한 수사망을 비웃기라도 하 듯 날뛰는 연쇄살인마와 조용두 형사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구심점이랄까!

| 막걸리 한 사발에 섞인 애환 들이켜 보니

하지만 보는 내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연극 ‘그 놈을 잡아라’를 보고 있으면 과거 안방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수사반장’이 그 것. 그때에도 그랬다. 깨끗함과는 거리가 먼 형사의 이미지와 범죄가 예고하고 터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에 무능함을 한탄하며 들이키는 한잔 술잔에 삭혀버린 애환장면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마찬가지로 연극 ‘그 놈을 잡아라’에서도 막걸리를 둘러싼 애환이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죽네 사네 했지만 결국에는 남지운 작가나 조용두 형사 모두 상처받은 영혼으로 드러난 그 순간 측은함에 두 사람 격려하고픈 마음뿐이다. 초반엔 긴장과 스릴에 관객이 숨죽여야 했으나 후반에 들어선 두 사람 모두 세상에 상처 받고 버림받은 영혼의 소유자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웃음 보다는 안쓰러움과 한숨이 짙게 묻어나온다.

한 사람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마음에 묻고 또 다른 사람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추억에 묻어야 했던 사실은 관객의 가슴도 먹먹하게 만든다. 긴장하다가 웃고 어느 순간 애절하게 변하는 분위기 하지만 잠시 후 다시 웃게 만드는 빠른 시나리오 전개는 극의 재미뿐만 아니라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초를 다투는 긴박감을 연출한다. 이 작품을 보며 딴 생각 할 여유가 없는 것은 빠르게 급변하는 스토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 진득한 재미와 삶의 해학을 동시에 담았다.

상업 작품의 공통점인 억지웃음이나 허탕함을 남기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해하기 어렵거나 정신없게 만드는 해학이 숨 쉬는 것도 아니다. ‘범죄’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되는 잔악무도한 연쇄살인 사건 또는 실체를 모르는 연쇄살인 범을 쫒는 과정을 그려낸 나름 심오한 작품이다. 구태여 꼽는다면 약간의 코믹요소가 가미됐으며 캐릭터 하나하나가 뽐내는 개성이 어우러져 참신함이 돋보인다는 것.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작품은 연극 보다는 한편의 드라마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대학로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형식 임에도 자꾸만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중독성을 발휘한다. 혹자는 그랬다. 웰메이드 연극이라고. 의미인 즉슨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작품이 주는 진정한 재미를 알고 싶다면 연극 ‘그 놈을 잡아라’가 유일한 대안이다 는 것. 예상컨대 이 작품을 견제할 만한 작품 당분간 등장하기 어렵다. 그만큼 변질된 공연계에서 손꼽히는 몇 안 되는 작품으로 연극 ‘그 놈을 잡아라’는 상업연극이 아닐지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조용두 형사 역에는 정형석, 윤상현이 임형사 역에는 허지나와 김선혜가 더블캐스팅 열연했다. 남지운 작가 역에는 송동환, 이중호 역에는 이윤선, 멀티우먼 역에는 곽수정, 박준석이 참여했다. 멀티맨 역에는 한승수와 하성훈이 최형사 역은 유철중이 연기 했으며 선희역은 박상민 배우가 함께 했다.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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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그놈을잡아라, 닥추연극, 대학로, 드라마, 리뷰, 뮤지컬, 세스펜스, 수사반장, 스릴러, 연극, 추천, 코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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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불 좀 꺼주세요 :: 늦깎이 불륜~ 아름답진 않다.

생활/문화/리뷰 2012. 7. 23. 00:21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연극 불 좀 꺼주세요 :: 늦깎이 불륜~ 아름답진 않다. 
- 글: 김현동(cinetique@naver.com) 

+ 우정과 사랑의 경계선을 타는 중년 남녀의 회고록
+ 몸 따로 마음 따로 인 2중적 시선을 통해 조명해본 인생 이야기


고전 하면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떨칠 수 없다. 때문에 20만 명의 관객이 찾아온 희대의 화제작이라는 명칭이 있음에도 ‘먹힐까?’ 라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시대는 변했고 의식도 함께 변한 것이 그 이유다. 다만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고 했던가! 오전 시대에 방영되는 아침 드라마의 소재와 같이 진부함이 농염하게 녹아있음에도 오감을 자극하는 소재는 세월을 탔음에도 말초신경을 짜릿하게 자극하며 온 몸의 신경을 집중시켰다.

약간의 노출과 약간은 선정적인 줄거리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곤 말할 수 없다. 게다가 강산이 변해도 4번은 변했을 20년간의 세월을 탄 작품 치고는 연극 ‘불 좀 꺼주세요’의 노골적인 유혹이 아직도 통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면 작품이 원하는 대로 불 좀 꺼볼까?

불 좀 꺼주세요? 야릇한 상상에 왠지 모를 기대를 하게 된다. 사상이 불순해서가 아닌 제목만큼이나 19금(禁)이라는 팻말이 붙어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오는 반응이다. 1990년대 이만희 작가의 작품이 대학로 무대에 재공연 된다는 소식에 과거의 회상신을 내심 기대한 것도 없진 않다. 내심 20세 이상 관람가인 연극 ‘불 좀 꺼주세요’가 전하고자 했던 속내가 통할까 했던 기대도 변치 않았다.

상상하던 것 그대로 불을 꺼야만 이뤄질 행위를 위한 전초전인 셈이다. 다만 전초전이 지나치게 길다보니 19금(禁)이라는 팻말에 남다른 상상력을 펴낸 관객이라면 실망의 여지가 크다. 왜냐고? 손만 잡아도 부끄럽고 눈만 마주쳐도 설레던 20년 전의 풋풋함이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정이 있는 중년의 남녀가 서로를 향한 탐닉의 시간을 갖는 과정이 마냥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생각을 했음 직 하지만 그렇다고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기에 연극 ‘불 좀 꺼주세요’를 보고 공감한다는 것은 호불호가 갈린다. 다만 이들이 상처받은 지난 과거를 듣고 나면 왠지 모를 안쓰러움에 용납되는 수준이랄까. 마찬가지로 왜냐고? 사람은 원래부터가 외로운 동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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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남녀를 통해 들어본 발칙한 이야기.

물론 외롭다고 모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전초전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서 밀당. 바람을 필까? 말까? 이런 식이다. 하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두 사람은 이미 가정이 있는데다가 직업이 사회적으로 책임을 요하는 것에 있어 쉽지 않았음이 짐작된다. 생각해보자 남자는 국회의원이고 여자는 교사였다는데 함부로 몸을 놀릴 수 없는 거 아닌가! 물론 요즘 국회의원 하는 짓을 보면 이보다 더한 짓도 가능하지만 이 작품이 시작된 시기가 아름다운 20년 전이다. 강산도 맑고 사람의 인격 또한 몹시도 아름다운 시절의 불륜이라. 발칙하기 그지없다.

그래서인가? 좀처럼 진도를 빼지 못한다. 알거 다 아는 중년 남녀가 뭐하는 짓인가 싶은데 그 순간 내면의 젊은 남녀가 먼저 등장해 서로의 속내를 까발린다. 여과 없는 대사에 여과 없는 몸동작. 짧은 핫팬츠 차림을 한 여자에 좀 생겼다 싶은 남자는 서로를 향해 거침없는 구애를 펼친다. 그렇고 보니 이 두 사람 왠지 숨기는 것이 너무 많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캐릭터는 요즘 세태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다. 세월의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온 부모세대의 이야기는 지금 봐도 안쓰럽다. 피 끓는 젊은 시대에는 먹고살라 바쁘게 지내다 저 사람이 내 사람인가 가늠만 해보다가 정작 결혼은 엄한 사람과 하게 되는 드라마 소재가 마냥 현실성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술자리 안주삼아 떠올리는 과거 연애사가 먹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두 사람의 부진한 진도는 아무리 사회통념상 그리고 사회적인 지위 때문이라고 해도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좁은 방 그것도 침대 위에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거부하지도 않는 몸을 머리가 마다한다. 아니 두 사람 모두가 딴생각으로 정신없는데 20대의 분신은 자꾸만 작업에 돌입하는데 정신없다. 공감 가지 않는 두 사람의 밀당 대신 20대의 분신을 통한 대리만족은 관객의 호기심을 절정에 이르게 한다.

고리타분한 대사를 펼치는 중년과 달리 노골적인 대사를 뽐내는 20대 분신의 상반된 모습을 통해 우리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20대 때는 제법 발칙하긴 한데 중년이 된 두 사람은 볼수록 안쓰럽다.

| 몸 따로 마음 따로. 통할 수나 있을까?

이야기는 매듭을 끊듯 끊어 진행됐다. 두 사람의 인연은 시골 학교에서 시작됐다. 산골 여고사와 학교 농장일꾼으로 만나 여자가 남자를 향해 호감을 보이지만 이 남자 좀처럼 눈치가 없는 듯 밀어내기만 한다. 서로 싫지 않는 눈치를 주지만 뭔가 숨기는 남자의 수상한 행동. 그와 중에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려 서로의 인연은 풀 수 없게 꼬여버리고 여자는 남자의 친구와 혼인을 하게 된다는 것. 남자를 찾아다니는 여자가 기절한 순간 친구의 못된 본능에 당해버린 여자는 슬퍼하면서도 그 관경을 지켜보는 관객은 짠한 마음뿐이다.

짧게 나오는 정사신은 분명한데 그 과정에 앞뒤 토막내버린 생선마냥 몸통만 뚝 떼놓고 펼쳐지니 이야기 연결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뭐 이 순간 중요한 건 둘 의 정사신이니까 납득되는 수준이다. 조명도 붉은색에 본능에 마음을 맡긴 두 사람. 반면 남자는 과거나 현재나 같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함께 재직했던 학교의 여자다. 허나 나설 수 있는 환경을 탓하며 마음을 숨기는 데만 급급하고 그러다가 만난 지금의 아내와 혼인하게 된다. 한 없이 엇갈린 두 사람의 속마음은 내숭에 충실한 나머지 새드엔딩으로 치닫게 한 단초가 된다. 비극과 사랑의 차이는 백짓장이랄까! 그만큼 아픔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 앙큼한 내면에 불침을 꽂는 작품, 불 좀 꺼주세요.

한 무대를 통해 조명해본 현재와 과거 그리고 내면의 세계는 발칙하지도 깜찍하지도 그렇다고 마냥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분신을 통해 중년남녀의 속내를 까발려 봤더니 20대의 그것과 다를 건 없다는 것도 작품이 주는 재미다. 지금의 본 모습이 중후했다면 과거에는 발랄했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관건은 총 4명의 남녀가 한 무대에 동시 등장해 호흡을 맞춰 내면과 외면의 환상궁합을 뽐내는 과정이다. 실시간으로 교차하는 생각의 차이가 전달되는 순간순간이 관객의 반응을 변화시켰고 불이 꺼지는 야릇한 상상 그 순간에도 복잡한 내면과 외면을 통해 일상을 탐지했다. 서로 다른 분신을 통해 시기적절하게 끼어들고 빠지는 절묘한 타이밍을 맞추는 일이 반복된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연기력이 흩트려 진다면 관객이 눈치를 채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만큼 연기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세월을 탄 작품인 탓에 전반적으로 배경이 낡은 것과 고즈넉한 대사가 많다는 것 그리고 조명에도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녹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의 삶은 매듭이다. 어떤 매듭을 먼저 푸느냐에 따라 고리에 달려 있는 결과도 다르기 마련이다. 중년의 남녀를 통해 조명해본 인생이란 매듭은 그렇게 낭만 있게도 그렇다고 억척스럽지도 않았다. 단지 둘을 통해 살펴 본 인생이라는 것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안쓰러울 뿐이다. 우연을 인연으로 맺지 못해 뒤늦게 맞바람이라는 묘한 목표를 향해 몸을 맡겨보지만 그것조차도 속내처럼 추진하지 못한 두 사람의 미적미적한 행동에는 분명 어느 한쪽의 리더십이 필요했다. 극이 종료되기 전 여자가 내뱉은 한 마디 “불 좀 꺼주세요”가 인상에 남는 이유다.

강영걸 연출과 이만희 작가의 연극 ‘불 좀 꺼주세요’에는 연출자의 딸이자 배우였던 연기자 강윤경이 여자 분신 역으로 출연한다. 이어 88서울올림픽의 굴렁쇠 소년 윤태웅이 남자 분신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 외에도 여인 역에 남기애, 이효림, 사내 역에 박성준, 여자 분신 역으로 박아름, 여자다 역에 이현주와 장정선 그리고 남자다 역에 신승용이 출연했다. 공연은 오는 9월 9일까지 대학로극장에서 한다. 문의)극단 완자무늬 02-929-8679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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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작업의 정석, 작업 남 작업 녀의 발칙한 연애 공식

생활/문화/리뷰 2012. 7. 9. 12:49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 #연극 #대학로 #작업공식 #러브코칭 ]
작업 남 작업 녀의 발칙한 연애 공식
대학로 연극 작업의 정석



▲ 사랑을 책으로 배운 자에게 추천 공익 연극



- 놀아본 늑대와 발칙한 여우를 통해 배워보는 러브코칭
- 그래도 안생겨요!를 명심하고 볼 뼈아픈 연극
- 무작정 퍼주는 당신이 봐야 할 체감형 코믹 연애극

By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2012년 07월 09일] - 이성을 끝없이 그리워하며 잦은 만남의 기회도 주어지지만 좀처럼 진도를 빼지 못하는 선남선녀가 봐야할 작품이다. 늘 외로움을 호소하기에 주변에서는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매번 똑같은 이별만 되풀이하는 모습에 괜한 짓 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친구 혹은 동료라는 타이틀만 없다면 외면당했을 싱글남녀가 처한 오늘날 현실이다.

그렇다고 남 일이라고 매도하며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일.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형식상 이뤄지는 매정한 도움의 손길 보다는 되풀이 하는 실수를 고칠 수 있는 뼈있는 조언이다. 만약 주변에 “자주 만나보면 알게 돼~”라는 식으로 연애를 단순한 수학공식처럼 매도하는 이가 있다면 늦기 전에 멀리하라. 자주 만나더라도 문제가 반복된다면 똑같은 되 아픔만 겪게 되기 때문.

연극 작업의 정석은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는 싱글남녀를 위한 뼈있는 러브코칭 극이다. 만약 자신이 혹은 주변의 지인이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헛된 조언 보다는 본 작품을 추천하라. 그간 연애는 구전을 통해서만 정립되고 금기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명문화되었길 바랐던 소망에 불과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줄 만한 작품의 등장이라는 것. 연극 작업의 정석을 통해 진단해보는 ‘당신이 연애를 못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 늑대 남과 여우 녀를 통해 배워보는 행동양식


오지랖이 넓은 탓일까? 자신도 싱글이면서 남의 연애 사에 사사건건 관여하며 코칭 하는 이가 제법 있다. 믿어야 할지 외면해야 할지 모를 호통에 그저 고개만 끄덕여야 했던 것과 달리 연애 좀 해본 선수를 내세워 작업 방법을 진단한다. 듣다보면 제법 그럴싸한 정황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는데, 경험을 토대로 한 신빙성 있는 말에 눈과 귀가 점점 긴장된다. “이대로 하면 나도~ 싱글을 벗어날 수 있는 건가!”라는 내심 기대까지 하게 되는 묘한 흡수력에 관객은 초 긴장상태로 몰입한다.

시작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만남이다. 만남이 없는데 무슨 관계가 성립되겠는가. 서툰 남녀라면 “저기요~ 그쪽이랑 대화 좀~” 십중팔구 이랬을 텐데. 연애 고수라서 시작부터 남다르다. 아무 일도 없든 듯 손목 스냅만으로 상대방을 가격하는 커피 한 잔의 위력. 물론 이후의 모습도 남다르다. 당황스러운 척 자연스레 접근하는 공식이 예사로 볼 것은 아니다.

여자라면 따라 해볼까? 하는 기대가 성립될만한 순간. 선수 남도 이에 질세라 세탁비를 요구한다. 한술 더 떠 꽤나 비싼 옷이라며~ 으름장을 놓는데. 이후 즉석에서 벗는 장면에 잔 근육으로 단련된 몸이 드러난다. 그 순간 객석에서 쏟아내는 탄성~ “와~” 십중팔구 여성 관객의 호감을 샀다는 의미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선수 남의 반격에 선수 녀의 당황한 기색이 영력하다. 누가 먼저 시작하자고 할 것도 없이 단지 스쳤을 뿐인데 밀당에 돌입한 두 남녀. 늑대 남과 여우 녀의 스침이라서 그런지 느낌부터가 예사치 않다.

그래~ 연애는 이렇게 하는 거야! 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연극 작업의 정석은 상식을 벗어나 또 다른 전환의 계기를 맞고 새로운 필연을 만들어 낸다. 저게 될까 라고 의심이 들지만 그럴 때 마다 예상하지 못했던 순발력으로 엮어내는 작업 남의 재치 넘치는 반응. 여기에 작업 녀 또한 만만치 않는 대응에 관객은 혀를 내두른다. 시작부터 끝까지 펼쳐지는 작업 녀와 남의 범상치 않는 두뇌싸움은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든다.


# 본능에 몸을 맡기고 감정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두 사람.


피 끓는 젊은 청춘이 만났으니 몸이 당기는 것은 당연한 현실. 두 사람의 만남 직후부터 서로의 몸을 탐닉할 기회는 극중 계속 반복됐다. 분위기 좋고 조명 좋고 게다가 두 사람만 있는 좁은 집에 남자는 누워있고, 여자는 연신 수건에 물을 묻혀 남자를 간호한다. 관심이 없는데 이제 겨우 두 번 대면하는 남자를 상대로 선심을 베풀겠는가!

이처럼 연극 작업의 정석은 있음직한 예시를 통해 남녀간의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을 끌어냈다. 물론 바라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에이~ 저게 무슨!” 이라고 여길 가능성도 있다.

그저 한 번 길에서 스치고 이리 저리 끌려 다니다가 늦은 밤 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창문으로 넘어온 작업녀. 게다가 차림이 하이힐에 짧은 스커트차림이라는 것이 포인트다. 적나라하게 만남을 기대했는데 시작과 달리 지지부진한 연애 진도. 확 달아오르는 화끈한 장면을 기대했고 만약 아직도 싱글이라면 그게 바로 당신이 연애를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렇다 보니 제목만 보고 작업을 하는 방법을 배워보겠다는 심산으로 온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연극 작업의 정석은 연애를 가르치기 위한 작품이 아닌 연애를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내용 위주로 극이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하지만 사실 두 남녀 배우의 외모는 수준급이다. 평범한 일반인도 라는 생각에 고개가 절로 흔들린다. 좌절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닌데 본의 아니게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그렇다면 질문이 나올 만하다. 연극 작업의 정석의 본질이 뭐냐고? 시작은 영화다. 지난 2005년 개봉한 영화 ‘작업의 정석’을 원작으로 연극으로 각색된 작품으로 당시 손예진과 송일국 두 명의 명배우가 작업의 고수로 등장해 작업의 기술을 여과 없이 보여줘 화재가 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연극은 2012년 현 젊은이들의 시대 배경을 추가로 넣어 약간은 자극적이며 좁은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호소력을 살려냈다.


#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랑, 돈으로도 못 사는 사랑.


극중 주연답지 않은 조연의 등장은 또 하나의 가르침을 남긴다. 돈이면 모든 것이 다 될 것만 같았던 우리의 사고를 무너뜨린 일련의 행동이다. 헬기로 이동하고 땅을 파면 돈이 나온다는 어처구니없는 설정에 말도 안 된다는 탄식이 나오지만 어쨌든 돈이 많으니까~ 라고 여겼던 편견이 여과 없이 무너졌다. 돈이면 살 수 있다고 여겼던 사랑이지만 연극 작업의 정석에서만은 적어도 통하지 않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몸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봐야 할 상황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몸으로 시작된 사랑이라는 구절로 엮을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안 끌리는데 몸이라고 다르겠는가. 가정한다면 짐승 같은 본능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1회성 만남이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연극 작업의 정석에 드라마에서 자주 목격했던 식상한 장면을 더는 안 봐도 된다는 사실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통쾌한 일 아닌가!

작업 고수 남자와 작업 고수 여자가 계획적인 만남으로 서로에게 접근한다는 가정에서 시작한 작품을 통해 알아본 작업의 정석. 이렇게 하면 되더라. 혹은 저렇게 하면 되더라는 일명 카더라는 기반으로 시작한 연애가 아닌 지라 과정이 제법 흥미진진하다. 다소 아쉬운 것은 등장하는 극중 배역의 배경이 현실감 없게 잘나가는 직업군이라는 것과 이를 통해 다소 허탈감을 안겨줬다는 사실이다. 있는 놈은 뭘 해도 된다는 ~ 우려가 없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거르지 않고 역설적인 해학을 통해 연애에 대한 감각을 자극한 시도는 나름 참신하다.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혹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구에게 상처를 줘야 하는 반복이 아닌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이뤄지는 사랑을 이뤄냈다는 내용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현대인은 외롭고 그래서 더욱 사랑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외로움이 단지 사랑 하나만으로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극중 돈 많은 헬기 남이 그랬듯 본질을 외면하고 목적만을 이루고자 했다면 결국 남는 것은 허탈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아니 그 말은 연극 작업의 정석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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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공연, 내용, 대학로, 데이트, 러브코칭, 리뷰, 연극, 임성언, 작업의정석, 줄거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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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weeklypost.org BlogIcon 위클리포스트 2012.07.09 12: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07.09~07.19] 연극 작업의정석에 초대 합니다.
    이벤트 참여 안내: http://dailyinside.net/278

  2. BlogIcon 20층카라티 2012.07.18 1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므너므 재미있을것같네요!! 짝이 없는 사람도 보면 좋겠지만 짝이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또 도움이 되겠죠?ㅋ

연극 허탕 :: 통속적인 언어로 비웃는 세상의 허탕함

생활/문화/리뷰 2012. 7. 2. 22:43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연극 허탕 리뷰 :: 빛바랜 시대상을 장진의 언어로 해석하다.
- 글: 김현동(cinetique@naver.com)

+ 이상과 현실 속 당신의 선택을 비웃다. 결국은 허탕한 웃음 뿐.
+ 현실 속 짜릿한 대가를 통속적인 언어로 풀이했다.


[인사이드=공연리뷰] 이상과 현실은 늘 상충한다. 그럼에도 어느 한 가지만 충족된다면 인간은 금세 적응하게 되고 더 많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보이는 것도 부인한다.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혹은 다수에 이끌려 행동하는 군중심리에 편승하기 직전 까지가 마지노선이다. 그 이후는 안 봐도 뻔하다.

불안한 증상을 띄면서 난폭함까지 표출하니 지켜본다면 꽤나 흥미로운 모습이지 않겠는가!

여기 럭셔리한 공간이 있다.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구질구질한 사각의 퀴퀴한 곰팡내 가득하고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고 치자. 고급 오피스텔 부럽지 않는 널찍한 공간은 아늑한 느낌을 풍기는 육각형의 형태로 지어졌다. 인정하건 부인한건 그건 관객의 상상속의 세상이다.

신경 써 인테리어를 갖춘 것 마냥 백색의 깔끔한 색상 톤에 듣기 좋은 음향을 품어내는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졌다. 게다가 각종 편의 시설이 즐비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곳이 감옥이라는 사실이다. 좋게 말해 별 7개짜리 7성급 감옥이다.

상식에 반하는 감옥에서의 삶이지만 이정도의 시설이라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순 없다. 단지 스스로에게 자유가 조금 억압되고 외출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생활이 가능해 보인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이상과 현실에서 한 가지만 포기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삶. 얼추 빗대어 보니 우리가 생활하는 세상과도 비슷하지 않던가! 이해하기에 다소 난해한 감이 없진 않지만 연극 허탕은 인간의 삶을 감옥이라는 환경에 빗대어 풀이해 놨다.

감옥은 사회며, 인간은 사회라는 공동체에 소속되어 생활하는 구성원이다. 결정적인 것은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지닌 모순이 적나라하게 밝혀지는 순간에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다는 것을 연극이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상대로 그 모습은 눈을 찡그리게 할 정도로 끔찍했다.


| 공연사진 더 보기



| 인간의 내면을 후벼 판 작품.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그리고 차례대로 등장하는 3명의 죄수. 남자 둘 에 여자 한명 게다가 그 여자는 임산부다. 이들 모두는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말 그대로 하루하루를 무의미 하게 적응해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삶이자 낙인 셈이다.

모든 것은 다 갖춰졌다. 미치도록 벗어나고 싶겠지만 인간의 가장 은밀한 장소까지 비추고 있는 감시 카메라를 통해 모든 것이 드러나는 생활에 하루빨리 적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적응한 죄수 1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곳에 익숙해져 여유를 만끽한다. 부족함도 있겠지만 1번 죄수 스스로는 이 정도라면 충분히 괜찮은 삶이라고 다독이며 안주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는 관객의 표정에는 “당신 무기력해요”라는 의미가 영력하다.

곧이어 등장하는 죄수 2번.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초반에는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며 벗어나려 발버둥 친다. 그러나 현실을 알게 된 직전부터 놀라운 적응력을 보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게 따지면 2번 죄수는 제법 괜찮은 능력을 지닌 셈이다. 모범수라는 타이틀이 어울린다.

그리고 곧 이어진 문제의 3번 죄수 등장. 그것도 여자다. 남자만 있는 세상에 겁 없이 발을 들여다 놓은 여자 죄수. 보는 관객도 ‘뭐하자는 건가’라는 의문이 샘솟는 상황에서 죄수 1과 2도 혼란을 겪는다. 자신과 다른 생명체의 등장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수컷 생명체의 거침없는 몸놀림.

그 모습이 암컷을 향한 구애 또는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기 위한 공격적인 성향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분명한 것은 3번 죄수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갈수록 관객의 호기심을 절정에 이르게 하는 엉뚱한 극의 진행 방향.

관객이 알고 있는 것은 연극 허탕이 사회 풍자극이라는 사실 하나 뿐이다. 허나 다뤄지는 내용을 사회 풍자와 연계시키기에는 다소 난해하다. 도대체 극이 말하고 했던 바가 무엇이란 말인가?

| 허탕한 심정 가득 안긴 허탕한 작품

좁은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을 관객은 360도 개조된 무대를 통해 지켜본다. 그 과정은 때론 적나라하게 때론 음침하게 혹은 수줍게 그려진다. 이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는 5개의 캠코더와 8대의 모니터는 그 어떤 사실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차차 적응해가는 죄수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은 사전에 의도하던 바로 흘러가고 그곳에 순응해 가는 구성원은 생각과 행동까지 세뇌돼 간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변화 과정이다. 이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관객의 눈도 마찬가지로 이들의 행동에 반응한다. 관음증이라고 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 외에는 관심 없다는 표정이다.

내 모습은 아랑곳 않고 캠을 통해 비춰진 모습에만 급급해하는 또 다른 시선의 등장. 이 순간 드는 생각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대인의 비극적인 사고방식을 풍자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물론 극중 배경이 1990년대인지라 2012년도인 지금과 괴리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때문에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따져보면 이렇다. 장진 감독이 초연으로 본 작품을 론칭 했을 1995년 당시 시대상에는 사회 세태를 비웃는 사회풍자 성격의 작품이 대세였으며 연극 허탕 또한 그러한 배경에 등장한 것임을. 때문에 지금 시대와 작품을 연계 시켜 풀이하기엔 시대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90년도 포스터모더니즘이 만연한 시대상의 작품을 무려 13년이나 묵혀 다시 올려놨으니 보는 관객이나 이를 표현하고자 했던 연출자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 리가 만무하다. 종합해보면 허탕이라는 작품에는 제목 그대로 허탕함이 농후하다!

| 비현실을 통해 관객의 눈을 뜨게 하다.

연극 허탕에서 논한 모든 장면은 분명 비현실적이다. 360도 지켜보는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관객은 가공된 정보를 접하고 나름대로의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여 작품에 접근한다. 비극적 혹은 비약적이라는 단어로 논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감옥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드러낸 속내는 우리가 속세에 찌들어 적응해가는 과정을 비약해낸 것이라 봐도 틀리지 않다.

죄수도 적응했으니 너도 적응해봐라 는 식의 논리도 꺼내들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앞뒤 꽉 막힌 환경에 적응해 허탕한 세상에서 죄수들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자신이 원했던 정보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는 그 순간 비극적인 결말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가장먼저 허상에 적응했으며 가능 늦게 허상을 깨닫게 된 죄수 1의 선택은 결국 탈출이다. 그토록 열리지 않던 문이 열리고 그리워했던 세상을 향해 내 딛는 발걸음은 기대와 달리 허망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허탕했을지 모른다. 밝은 조명이 비추던 세상은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상상하던 것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편견과 편협한 사고가 조장한 그동안의 실상은 부정만 해왔다는 그간의 모습이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때문에 옳고 그름이 가려졌을 때 사실을 부인하려 들지 않는다.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가 허탕함을 겪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장진 감독은 연극 허탕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로 현대에 사는 우리의 치부를 들춰냈다. 1990년도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빗대어 이를 지적했으니 이해 까지는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다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들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철창에 톱질을 하며 탈옥을 꿈꾸는 죄수 역은 연극배우 김원해와 이철민이 연기했다. 저돌적인 죄수2 역에는 연극배우 김대령과 이진오가 더블 캐스팅 출연했으며, 죄수3으로 등장하는 여자 역은 연극 '너와 함께라면'을 통해 연극판에 발을 들여놓은 이세은과 연극배우 송유현이 열연했다.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 

* tag: 연극, 허탕, 장진, 사회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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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어려워어려워 2012.07.03 15: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난해했던 작품입니다. 장르가 코믹이라고 했지만 전혀 코믹스럽지 않았다. 또한 로맨스도 아니였다.
    인간의 무미건조한 삶속에서 행복이라는 착각을 씌어주기 위해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던져 주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된다.
    ....편한게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연극이 주였는데 오랜만에 본 무거운 연극이었다.

  2. 박인선 2012.07.30 16: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극을 한번도 본적은 없어서 잘 이해가 될런지는 모르겠으나, 공연리뷰를 읽고나니 흥미가 생기네요! 공연 보고 싶습니다~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 70년대 가요에서 추억을 읽다

생활/문화/리뷰 2012. 6. 25. 23:50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리뷰 :: 70년대 가요에서 추억을 읽다.
- 글: 김현동(cinetique@naver.com)

+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이냐 복수냐 그것이 문제로다.
+ 과거사 묻지 말라는 청춘 남녀의 구애지사

전국노래자랑 하니 떠오르는 장면은 국민 대표 사회자인 송해씨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우리 내 이웃의 구수한 방담이다. 걸쭉한 입담에 넉살좋은 이웃집 할아버지의 풍모를 하고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닌 기간만 32년이라는 데. 스쳐간 사연만 이야기로 엮어도 한 트럭 이상은 공히 나올 KBS1의 간판 프로그램이 아니던가.

딩동댕~ 허공을 가르며 울려 퍼지는 실로폰 소리에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도 전국노래자랑에서만 목격되는 모습이다. 관객이 만들어 낸 구수한 에피소드는 때로는 술안주 거리로 때로는 잊지 못할 이야기 거리가 되어 추억을 자아냈다. 때문에 그 현장을 떠들썩한 축제의 장이요 삶의 희로애락이 머무는 광장임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보고만 있어도 신명나는 가락에 인생 이야기가 샘솟는 전국노래자랑 현장이 대학로에 마련됐으니 눈과 귀가 모이는 것이 당연하다.

| 익숙한 노래자락 두루 갖춰 향수 자아내

제목만큼이나 시작부터 노래와 율동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여느 작품과 달리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등장하는 가락은 하나같이 20-80세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당 시대를 대표한 대중가요 일색이다.

김원준의 쇼,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 산울림의 나 어떡해, 터보의 트위스트 킹, 박진영의 허니,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 임상아의 뮤지컬, 싸이의 연예인,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윤복희의 여러분이 1막을 장식하며,

2막에서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자우림의 하하하쏭, 진주의 난 괜찮아, 이소라의 마이 로미오와 난 행복해, 엠블랙의 전쟁이야 그리고 싸이의 챔피언이 뮤지컬 음악으로 등장한다.

우리가 공중파를 통해 익히 들어왔던 트로트풍의 전국노래자랑과는 다소 거리가 먼 선곡 센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다. 나중에 알고 난 사실은 노래는 트릭에 불과하다는 것. 노래와 상관없이 꿈틀대는 남다른 인생사가 전국노래자랑의 본 무대라는 것을 누가 눈치 챘겠는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빠질 수 없다. 수세기에 걸쳐 소설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와 연극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어 무대에 올랐으며 시대가 흐른 지름 식상함에 대한 우려가 색다른 장르로의 변화를 재촉했다.

뮤지컬 전국노래바랑과 무슨 연관 있냐고 묻는다면 전국 노래자랑의 배경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것과 너무도 흡사하다는 것이다. 단지 사랑에 얽매여 죽느니 마느니 하는 구시대적 사랑이야기가 아닌 쿨 하게~ 생각 맞고 마음 통하면 우리 만날래? 하는 현대의 신세대적인 사랑 이야기로 각색된 것이 다른 점이랄까!

물론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는 있다. 용서할 수 없는 분노에 비극적인 사건이 덮쳐 야기된 집안 대대로 내려온 원한관계라는 것. 이를 종합하면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위장해 우리 곁에 돌아온 셈이다. 따져보면 제법 흥미진진한 전국노래자랑이다.



| 공연사진 더 보기

 


| 치졸과 치욕으로 얼룩진 지난 과거

전국노래자랑에서 한 번쯤 울려졌음직한 노랫가락이 맛깔나게 울려 퍼지고 이를 배경으로 두 앙숙 집안의 피할 수 없는 과거지사가 구구절절 무대 위에 펼쳐진다. 사연은 지금부터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 끓는 청춘남녀의 기막힌 구애가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하나의 계기로 본격화 될 무렵. 청혼을 하기로 마음먹은 김 회장의 계획을 무산시킨 것은 절친 이었던 이 회장이 아니었던가. 딩동댕이 아닌 땡이라는 판정을 선물 받고 이를 계기로 김 회장의 그녀였던 혜원이 이 회장과 결혼을 하게 되면서 보복심에 불타던 김 회장은 지현과 백년가약을 맺는 기막힌 인연의 고리를 맺는다.

막말로 콩가루 집안도 아니고 보복을 하기 위해 결혼을 하게 된다는 두 어르신의 기막힌 러브스토리. 두 집안의 보복은 이때부터 본격화 됐다. 보는 입장에서고 그저 헛기침만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복수심과 응징의 칼날을 갈며 엎칠락 뒤칠락 거리며 서로를 견제하며 좀처럼 끝을 보이지 않던 어느 날 하늘이 도왔던지 전국노래자랑 개최 소식이 김 회장과 이 회장의 귀에 들어갔다.

단 한순간도 잊지 않고 지내온 지난 25년의 세월동안 전국노래자랑이라는 기회를 계기로 질긴 고리로 연결된 매듭을 풀기 위해 두 집안은 얼마나 기다렸던가! 1등을 따내 기필코 상대방에게 굴욕을 안겨주겠다는 심산이다. 집착도 도를 넘으면 병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쯤이면 치료받아야 상황이다. 누가 이 두 사람 좀 말려야 할 것 같다.

이 와중에도 김 회장은 재차 복수심에 불타고 이 회장은 과거를 인정하기 싫었음에 반복된 두 집안의 비극적인 에피소드는 그렇게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수단을 사이에 두고 다시 불탄다.

| 원한이고 뭣이고~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

지칠 만도 하지만 두 집안의 25년간의 다툼은 2차전에 돌입하고 이를 바라보며 자라온 아이들에게 부모의 원환 따위는 그저 남의 집 불구경 하는 정도랄까! 이러다가 눈 맞으면 복수고 보복이고 다 물거품 되는데 하는 우려가 샘솟는 그 때 역시나 김 회장과 이 회장의 막내아들 준혁과 막내딸 세연은 서로를 향한 구애에 돌입해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인다. 그 장면이 마치 세레나데를 펼치는 한 마리의 꾀꼬리라고 해야 할까.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유되는 남녀 주인공으로 봐도 손색없는 한 장면이다.

반평생을 티격태격, 아웅다웅, 옥신각신 하던 두 집안의 대를 이은 복수전에 아랑곳 않고 사랑에만 여념 없는 자식들의 구애작전. 옛말에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 않던가. 과거를 되풀이 할 수 없다는 반성을 계기로 두 집안은 극적인 타협 접을 찾고 행복해 진다는~ 해피엔딩 스토리가 어리둥절한 미소를 짓게 한다.

하지만~ 정작 전국노래자랑의 하이라이트는 두 집안의 스토리가 아닌 이야기 중간 중간에 삽입돼 깨알같이 펼쳐지는 이벤트라는 사실이다.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며 등장하는 광신도 이태일 교주는 공연 내내 줄 곳 칙칙한 회색의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산발한 레게 파마 차림으로 동분서주 정신없이 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때로는 해결사로 때로는 쇼 무대의 주인공으로 마이크를 잡고 열연하는 모습에 관객의 배는 아프다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의 역할로써 해당 캐릭터가 없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 정도로 무대 위에서는 특별한 존재감을 부각하며 폭소를 연달아 터트린다. 감히 단언하건데 이태일의 존재 무시할 수 없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애칭만큼이나 현격하게 달라진 배경과 진행 방향으로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 폭소 뮤지컬의 등장. 전국노래자랑이라는 무대에 어울리는 흥겨운 노래 가락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들만의 언어로 해석한 재치가 엿보인다.

게다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되는 탄탄한 스토리를 누가 초연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70년대의 향수를 자극한 가요부터 2012년 아이돌 유행곡의 절묘한 편곡이 가족 뮤지컬의 탄생을 암시한다. 어쩌면 오랜 앙숙집안의 터울싸움이 무너 뜨린 건 오랫동안 케케히 묵은 감정 이외에 세대간의 격차가 포함돼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 

* tag: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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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공연, 구스체, 김회장,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리뷰, 뮤지컬, 성재준, 엔터테인먼트, 연극, 이다, 이회장, 인사이드, 작품, 전국노래자랑, 줄거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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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이태일짱!! 2012.06.26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90년대 초반에 유행하여 내 입에는 익숙했던 노랫가락들도
    화음과 중창으로 표현하면 소름이 돋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스토리는 약간 억지스러움이 있었지만 초반부터 끝까지 유쾌함을 머금고 있어서 마냥 흥겹게 즐겼습니다.(일어나서 같이 춤추고 싶었다는...ㅎ)
    그 중 이태일님이 유쾌한 연기는 압권이더라구요. 그분의 작품은 꼬박꼬박 챙겨봐야 겠습니다.

  2. BlogIcon 감성모드 2012.07.06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국노래자랑~ 너무 기대됩니다 ^^ 추억이 마구마구 돋는 공연일 것 같아요~
    유쾌한 웃음과 감동적인 노래가 이어지는 전국노래자랑!
    계속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3. BlogIcon 감성모드 2012.07.06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국노래자랑~ 너무 기대됩니다 ^^ 추억이 마구마구 돋는 공연일 것 같아요~
    유쾌한 웃음과 감동적인 노래가 이어지는 전국노래자랑!
    계속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4. BlogIcon 미쿨 2012.07.06 1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국노래자랑~ 글만 봐도 재미지게 보이네요! 너무 기대됩니다^ㅡ^
    배우들의 열연과 신나는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는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정말 유쾌할것 같네요~

  5. BlogIcon 미쿨 2012.07.06 1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국노래자랑~ 글만 봐도 재미지게 보이네요! 너무 기대됩니다^ㅡ^
    배우들의 열연과 신나는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는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정말 유쾌할것 같네요~

연극 배고파6 :: 일상에서 삶의 소중함을 찾다.

생활/문화/리뷰 2012. 6. 21. 22:38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돈으로 대표되는 최근 세태는 물질만능주의의 표본 그 이상의 이기주의가 야기한 것입니다. 너와 나로 표방하는 우리라는 단어가 아닌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한 유아독존으로 대표되는 변화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입히고 있죠.

점차 희석되어 가는 가족애 문제의 본질도 팍팍한 삶에 기반을 둔 것임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만은 정작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이는 가족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이와 같이 소중한 가족이 우리의 곁을 떠나야 한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 시한부 삶을 살게 된 주인공.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면?
+ 통장과 아기 신말, 이모가 남긴 마지막 선물에 진한 감동.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있을까.

미처 깨닫지 못한 자의 때 늦은 통곡은 아픔의 또 다른 표현이다. 변함없이 곁에 남아줄것만 같았던 이의 존재가 어느 날 세상에서 지워져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는 자도 받아들여야 할 당사자에게도 몹시도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있을 때 잘하자!”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 않던가! 그래서 보는 이에게도 복잡한 감정을 남기다.

연극 배고파6는 이별에 관한 소회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재차 반복된다. 어느 날 갑자기 병원에서 내려진 사형선고. 꽃다운 20대 나이의 아가씨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일이지만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누군가 당신에게 죽음 앞에서 태연해질 수 있나요? 라고 묻는 다면 연극은 그에 대한 사례를 제시한 셈이다. 가장 사랑하는 이를 앞에 두고 속으로만 삭히며 행복을 빌어줘야 하는 사연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결국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기에 체념한 듯 보일 뿐이지 그 심정 오죽하겠는가.

만남이 있다면 기간에 차이가 있을 뿐 헤어짐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다만 우리는 당연한 일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토로한다. 잘 만나는 것만큼이나 잘 헤어지는 것도 필요한데 그렇지 못했을 뿐인 것을. 연극 배고파6는 이별을 앞둔 현대인에게 이별하는 자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시작부터 눈시울을 적시는 이별 스토리, 주인공이 처한 가슴아픈 사연 한 번 들어보자.


| 공연사진

 


|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습니다.

보고 있으니 답답하다. “나 아파요. 병원에서는 죽을지도 모른데요” 외쳐줬으면 하지만 그게 그리도 어려울까? 보는 이도 답답한 민서의 행동. 하지만 무슨 연유인지 무거운 입을 열지 않는다. 간혹 밀려오는 고통은 진통제로 간신히 달래며 가족이라곤 하나 뿐인 언니 앞에서 막내의 전매특허인 애교를 부린다. 아무것도 모르게 하고 싶은 언니 영희 앞에서 꺼져가는 생명줄 부여잡고 행복을 빌어주는 모습 공감하기 어렵다.

왜? 저러는 걸까? 라는 의문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말 못했던 사연이 공개되자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부모 없이 자란 지난 날. 언니 영희는 남들에게는 비난 받는 술집 여사장 일지 몰라도 민서에겐 엄마이자 언니 그리고 세상에서 유일한 혈연이었던 것. 술 팔아가며 악착같이 번 돈으로 민서 뒷바라지 했으니 흉한 모습일 지라도 열심히 살아온 방증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동생이 간신히 성인이 되어 꽃을 피워야 할 나이가 되었건만 정작 그와 맞닥뜨려진 현실은 죽음. 위암 말기라는 선고를 받고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해야 되는 상황이다.

그랬다. 자신이 아픈 것 보다는 언니가 받을 충격이 더 버거운 것 때문에 민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인연의 고리로 연결된 이들의 모습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말해줬으면 하는 생각 어떤 관객이 다르겠는가. 지극히 공감되지 않는 상황에 답답한 마저 안겨주지만 마음 한편 안쓰러워지는 애잔한 감정은 내 일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남다르게 다가온다.

| 언니에게 가족을 선물하고 싶었다.

민서의 선택을 달리 보면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간신히 숨긴다 한 들 나중에 혼자 남을 언니의 아픔은 무슨 수로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수시로 재발하는 고통을 약으로 버텨가며 언니 앞에서는 밝은 미소를 보여주고 싶은 민서의 선택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다만 민서도 나름 생각한 것이 있다. 자신의 빈자리를 오랜 시간 언니 영희를 짝사랑해온 영업부장 찰리가 대신 채워줬으면 하는 속내다.

이 와중에 아무것도 모르던 영희는 찰리를 계속 밀어내기만 하고, 민서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속상하기만 한 영희는 자포자기로 찰리와 하룻밤을 보낸다.

“너도 내게 들어오고 싶니. 이 밤이 지나가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는 거다”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고 둘은 본능에 몸을 맡긴다. 동생은 시한부 인생에 죽겠다고 하는데 언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육체를 탐닉하는 과정이 어리둥절할 뿐이다.

민서가 이런 것을 바랐던 것인지. 하룻밤에 영희는 찰리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둘 에게 남은 것은 이제 가족의 탄생이다. 다만 아무것도 모르던 영희는 찰리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불편하며, 자신이 내 뱉었던 말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죽음을 앞둔 이의 바램은 소박했다. 민서의 소망을 들어주겠다는 찰리와 뒤에서 이 내용을 엿들은 영희가 한 때늦은 후회에 관객도 눈시울이 시큰하다. 불 꺼진 무대 위에 흐느끼는 울음소리.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의젓하게 언니의 행복을 빌어주고 찰리를 믿어주는 민서의 모습에 관객도 힘을 받는다. “민서야~ 조금만 더 살아주면 안되겠니” 라는 진솔한 마음이 샘솟는다.

| 소박한 행복의 소중함을 알게 하다.

“인간은 외롭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도, 좋아하는 이들이 옆에 있어도, 그것은 영원하지 못한 한순간의 존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외롭기 마련이다.” 엄마, 나 또 올게 의 홍연녀 작가는 자신의 도서에서 위와 같이 표현했다.

유독 현대인이 겪는 심적인 배고픔을 은유적으로 미화시킨 작품인 연극 배고파. 4탄과 5탄에 이어 6탄을 통해 배고픔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외롭다는 단어를 직설적으로 사용한 이전 작과 달리 6탄에서는 외롭다는 것을 우회하여 표현한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민서는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언니 영희의 희생에 자신만 행복 했던 사실이 불편했을 뿐이다. 분에 넘친 행복을 선물해줬지만 그 행복 꾸릴 수 없게 된 것을 알게 된 민서의 선택은 언니가 한 명의 여성으로써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소박함 바램이다.

서서히 꺼져가는 촛불마냥 민서의 생명은 타 들어갔지만 반대로 언니의 행복은 살아나는 불씨 마냥 불붙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신의 빈자리 채워줄 형부 찰리의 등장과 언니에게 삶의 기쁨이 되 줄 아기의 존재가 민서에게 또 다른 행복이 되었음을 아는 순간 관객의 흐느낌도 줄었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고 하지 않던가. 이 순간만큼은 뿔이 나도 괜찮다 싶다. 민서는 떠났지만 민서가 남기고자 했던 그 마음은 진솔 되게 전달되었으니 오랜 시간 마음 한 편에 훈훈한 감정 변치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민서의 빈자리에 남았던 통장과 이모가 주는 신발을 신을 아기를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초반에는 한 없이 아프던 작품은 어느 순간 삶에 대한 의미와 행복에 대한 철학을 만들어 냈다. 거창하고 화려하지 않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감사할 줄 알게 한 연극 배고파6. 행복은 멀리에 있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우리 주위에 널린 세입 클로버처럼 가까이에 있었다. 단지 우리가 못보고 있었을 뿐.

writtened by Oskar (cinetique@naver.com)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 

* tag: 연극, 배고파6, 대학로, 공연, 리뷰,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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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공연, 내용, 대학로, 데이트, 리뷰, 배고파5, 사랑, 시한부, 연극,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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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weeklypost.org BlogIcon 위클리포스트 2012.06.24 2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극 배고파6 리뷰 ( http://dailyinside.net/265 ) 글을 읽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정성껏 작성해주신 댓글을 선정. 총 4분(두 쌍)께 연극 배고파6 관람 기회를 드립니다.

    기간 : 2012. 6. 24 ~ 2012. 7. 7

    당첨자는 7월 8일. 오전 10시에 공개됩니다.
    관람권은 공연당일 현장에서 직접 인사이드 관계자가 전달해 드리며,
    응원 사진 촬영이 진행됨을 사전에 고지합니다.

  2. BlogIcon 항상배고파 2012.06.25 1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역시 잘 정리하시네요^^
    내삶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줬던 작품이였습니다.
    그리고 감초역활의 웨이터...씬스틸러...영어대사가 기가 막혔습니다.

  3. 이벤트 당첨자 2012.07.16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배고파6 표를 받아 주말에 관람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1인 다역을 하는 분이 계셔 중간중간 웃음이 쏠쏠했답니다. 이날 참여한 관객도 센스가 있어서 웃겼고요. ㅋ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위암 말기라는 고리타분한 소재.. 억지 눈물을 빼려는 듯한 소재에 아쉬웠습니다. 재미는 있었지만, 뻔한거 말고 다채로운 소재 기대하겠습니다.

연극 우먼인블랙 :: 치명적인 모성애가 촉발한 비극적 공포

생활/문화/리뷰 2012. 6. 20. 00:32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연극 우먼인블랙 리뷰 :: 치명적인 모성애가 촉발한 비극적 공포
- 글·사진: 김현동(cinetique@naver.com)
 
“공연작의 대다수는 사랑이야기 일색이다. 매달 14일의 국적 불명 day 시리즈를 기해 일제히 등장하던 만국불변의 소재인 사랑을 뒤로하고 공포가 다뤄졌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던 작품. 게다가 우먼인 블랙은 연극 이전에 소설과 영화로도 익히 알려져 유명세를 타지 않았던가.

주된 골자는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공포지만 이보다 드러낼 듯 감춰버린 극중 숨은 사연을 찾아내는 묘미도 있다. 물론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15년 간 5,000회 이상 공연된 ‘우먼 인 블랙’(수잔 힐 작ㆍ와이킷 탕 연출)의 한국판 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인사이드=공연] 일본 영화 주온, 사다코 고전의 명작으로 불리는 전설의 고향까지 공포영화 하면 손꼽히는 작품의 공통점은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딱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임에도 체감하는 공포는 상상하는 것 이상의 충격으로 기억된다. 실체를 보이지 않는 그것은 바로 상상력이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두려움을 교묘하게 자극해 극대화 시키는 것. 바로 실체 없는 공포가 몸서리를 치게 하는 기본 형태다.

연극 우먼인블랙은 이점에서 제대로 된 내면의 공포를 안긴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공연장도 지하2층에 자리했다. 발길이 닫는 곳 마다 삐거덕 거리는 객석은 지나가는 관객의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 바람만 불어도 삐거덕 거리는 고택의 그 것을 연상시킨다. 관객이 자리한 이곳은 분명 공연장이 분명하지만 느껴지는 분위기는 공포영화속의 한 장면과 다를 게 없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무겁게 짓누르는 공포. 괜스레 어께가 무겁다.



| 공연사진 



| 사랑 없는 공포? 사랑 때문에 시작된 공포


시작부터 너무 긴장한 탓인지 어디부터가 시작인지도 애매하다. 따저보면 딱히 시작이라 할 것도 없다. 조명이 잠시 어두워지나 싶더니 등장하는 한 남자가 객석의 또 다른 남자를 상대로 손짓을 한다. 여느 작품에서도 봐왔음직한 익숙한 장면이거니 주변의 관객 또한 이벤트라 여기고 반응한다. 잠시 후 그 것도 극의 일부라는 것을 아는 순간 관객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그랬다. 극은 관객이 공연장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시작된 것이다. 연극 우먼인블랙의 공포는 그렇게 소리 없이 다가 왔다.

공포의 시작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인해 공포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가능한 것일까 의문이 남는다? 그게 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궁금증에 눈과 귀는 더욱 예민해진다.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더구나 사랑으로 인해 발생된 공포라고 하니 초반 작품에 대한 이해를 구하긴 쉽지 않다. 게다가 수년간 악몽에 시달린 남자는 자신 하나 편하자고 지난 과거사 한 방에 털어놔 버리니 그 기분 시원하겠다만 보는 관객은 덕분에 악몽에 시달리게 생겼다. 

때문에 연극 우먼인블랙 관람에 임하는 자세는 일단 의문을 버릴 것. 작품에 대해 호기심을 갖지 말 것. 객석에 들어오는 순간 진정한 공포는 시작되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 정신없다. 비명소리에 인형까지

공포영화 하면 떠오르던 고루한 장면이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스쳐지나간다. 배우라곤 달랑 두 명이 전부인 2인극 구성임에도 구현되는 캐릭터는 손꼽아도 부족할 정도로 다양하다. 심지어 극중 등장하는 애완견 역할도 직접 표현하는 친절함까지 지나치다 못해 폭소를 자아낸다. 비명을 지르다가 순간 터트리는 웃음. 관객의 묘한 분위기 누군가의 정리가 필요하다.

무대 위 소품도 성격이 고정되지 않았다. 서류함이던 박스가 어느새 기차가 되고 다시 차량으로 그리고 마차로도 사용된다. 좁은 공연장에서 이보다 효과적인 활용은 없다. 하지만 재활용의 절정은 무대 뒤 소품에 숨겨져 있다.

긴 천막. 한동안 실체를 드러내지 않던 공포는 무대 뒤 천막에서부터 시작한다.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삐거덕 거리는 계단소리가 울려퍼지며 주위가 어두워지는 밤이 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바닥을 쓸고 다니는 소리가 잔잔하게 깔린다. 때마침 조명은 깜박 거리고 실체 없는 공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불이 꺼지는 순간 잠깐 모습을 보이는 흰색 형체. 피부가 다 벗겨져 흉직한 공포의 주인공이 순간 관객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것도 잠깐. 그 순간 혼비백산한 객석. 그대로 굳어버린 듯 누구 하나 숨소리도 내지 않는다.

상상력에 극중 배우의 내면 연기가 빛을 발한다. 여기에 연출자의 의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순간이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가 조여 오는 숨 막히는 두려움이 무대 위 배우를 통해 객석의 관객으로 전해지는 과정은 소름끼칠 정도로 불편하다. 한 여름 무더위를 날리고 싶은 공포작품을 찾았다면 연극 우먼인 블랙만한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작품 우리가 익히 봐왔던 공포와는 격이 다른 공포를 선사한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표출되는 라이브 공연이 아니던가!

| 어색한 연기가 더하는 감칠맛.

그래서일까. 어색하도록 연출된 연기는 안중에도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무대 위에서 관객으로 엄습한 공포로부터의 탈출이다. 시작부터 잠겨 있던 문은 어느 사이에 열리고 그 뒤로 희뿌연 조명이 소품을 드리운다. 벽에 걸린 오래된 그림의 여자는 쳐다만 봐도 닭살을 돋게 만들고 침대 위 인형은 꿈에 나올까 걱정될 정도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흔들의자 위에 있던 인형의 돌발 행동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에 관객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쯤되면 담력이 센 건장한 사내라도 오금이 저릴만 하다.

여간한 배포가 있다 치더라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 공포의 난이도를 매겨야 한다면 중상급 이상이다. 관객의 웃음소리는 언제부터인가 긴장감으로 바뀌었고 스모그가 무대를 가득매울 때쯤에는 숨소리까지 낮추며 집중한다. 뭔지 모를 불편한 기분에 거부감이 들지만 그럴수록 호기심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의 묘한 흡입력. 빠른 장면 전환도 재미를 더한다. 이 작품 공포라고 구태여 설명하지 않더라도 십중팔구 공포의 명작에만 있는 공식을 갖추고 있다.

| 시작부터 끝까지 타이트한 시나리오 

알아둬야 할 것은 제목에 담겨 있다. 우먼인블랙. 어둠속에 가려진 여인은 소리 없이 등장하고 모습을 보이고 사라진다. 아주 짧은 찰나의 등장에도 관중을 압도한다. 게다가 극중 여인의 한이 알려지는 순간 그 또한 시작은 모성애라는 안쓰러운 마음이 관객의 마음을 짓누른다. 안 그래도 공포에 숨죽이고 있는 관객은 더욱 움츠러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허공에서 시작된 공포의 역습. 딱히 실체는 없지만 연극 우먼인 블랙은 시작부터 끝까지 공포가 전부다. 구태여 설명하자면 차용 가능한 단어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모성에, 지나친 사랑, 등등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작품을 이어 나가기 위한 일련의 소품에 지나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공포는 배우들이 어찌하나 보자~ 하며 지켜보던 관객 스스로가 만든 형상에 불과하다.

극이 끝나는 마지막 까지 궁금증을 자아냈던 여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잠깐 소리 없이 등장해 관객의 뇌리에 강한 인상만 심어준다. 하지만 그 또한 스쳐지나간 것임에 내용을 기억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않는 현대인을 쥐락펴락 하며 긴장시키는 작품. 시작은 분위기였지만 마지막은 모성애 이었다는 비극적 사랑. 그리고 여성과 아이는 모두가 죽어나간다는 비극적 내용. 각오를 했더라도 마음 단단히 붙잡아 매야 할 이유다.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

* tag: 연극, 우먼인블랙, 대학로, 파파프로덕션, 리뷰, 줄거리, 내용, 인사이드, 감상, 공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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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c.cyworld.com/30473492 BlogIcon 정연미 2012.07.19 1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먼인 블랙 무더운 요즘 아주 간담이 서늘한 공연일 것 같네요~
    여름에는 역시 공포가… 진리죠! 너무 너무 여름과 잘 어울리는 즐거운 연극일듯!!!
    재미질듯^ㅡ

  2. Favicon of http://hty.shoxskosas.com BlogIcon nike shox 2013.04.26 1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슬퍼서 우는거 아니야..바람이 불어서 그래..눈이 셔서..

  3. Favicon of http://frk.pandoracharmsxx.com/ BlogIcon pandora beads 2013.04.28 09: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은 내가사랑할 만한 사람이 아니예요,사랑하지 않으면 안될 사람이예요.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 마음의 상처를 쓰다듬다.

생활/문화/리뷰 2012. 6. 12. 12:33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 춤과 노래는 도울 뿐 진국은 탄탄한 시나리오
+ 너와 나 그리고 모두를 위한 사랑 나눔 에피소드


2005년 초연돼 7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제목만 보면 영락없이 누군가가 잠든 사이에 발생되는 에피소드 정도가 떠오른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모두가 잠든 사이 실종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극이 진행되지 않았을 테니. 그렇다고 제목만큼이나 우아한 느낌으로 다가오거나 혹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하모니가 감동을 극대화 시키는 것은 아니다.

속된말로 성탄을 앞둔 가톨릭 재단의 무료병원에서 남모르게 자행된 가족 찾아주기 프로젝트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되살려 주는 순박한 작품이랄까! 시작부터 핑크빛 하트를 남발하는 연극은 사랑의 참된 의미를 관객에게 강요한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느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하는 효과라는게 설득력있다. 본격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에 성탄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색다른 작품.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는 아니지만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한 애절함에 무더위가 싹~ 가신다.


| 신부의 ‘fun’ 한 거짓말에 배꼽 잡다. 

내용은 흥미롭다.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신부의 행동은 시작부터가 이율배반적이다. 남에게는 정직과 신뢰를 강요하지만 신부 스스로는 이 모든 것을 저버리고 좋은 일을 한다는 취지로 거짓과 사기를 강행하니 말이다. 따져보면 엄연한 사기극인데다 하필 하반신이 마비된 602호 붙박이 환자 최병호가 D데이를 앞두고 실종되는 억지까지 발생되니 관객 입장에서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앞뒤 따져본다면 한편의 추리소설 그것이다. 시작은 고도의 추리소설을 떠올리게 하지만 작품이 진행될수록 훈훈한 가족애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 묘한 구성이 이 작품의 묘미다. 단연 클라이맥스는 범상치 않은 캐릭터가 절묘하게 맞물려 펼치는 과거 회상분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잊기 위해 마신 술로 인해 알코올중독자가 된 정숙자의 사연, 6.25 전쟁의 상흔을 가지고 치매에 걸려 과거의 남편을 그리워하는 이길례 할머니. 사랑을 찾기 위해 자원봉사온 김정연 그리고 가족에게 짐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세상과 단절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최병호의 사연이 하나하나 풀어질수록 관객의 한숨 또한 깊어진다.

게다가 시점도 세상의 모든 소외된 이웃이 축복받아야 할 12월 24일. 가난한 자선병원 원장인 베드로 신부가 병원을 살리기 위해 세상을 상대로 사기극을 빙자하는 과장은 철두철미 했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밝혀질수록 당혹감과 안쓰러움에 이들의 쓰라린 상처를 감싸주고만 싶어진다. 상처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지만 베드로 신부가 운영하는 병원의 환자는 마음의 상처가 깊은 자들이 아니던가. 사연 많은 캐릭터가 안쓰러워지기 시작한다.


| 세상을 향해 동정어린 시선을 거부하다.

시작은 행방불명이었다. 따져보면 신부를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던 조작된 사건. 초반의 어리둥절한 602호 최병호 환자의 행적은 실종이 아닌 것이 드러나는 순간 관객의 마음도 좌불안석이다.

어린 딸 앞에서 무릎을 꿇는 최병호의 모습. 굳어버린 두 다리 떨리는 두 손으로 간신히 모은채 머리를 떨구는 모습은 보는 이라고 편하겠는가. 당신의 하나 뿐인 여식에 대한 미안함에 머리를 떨군 체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반복하는 그 순간 객석도 미안함에 정적을 감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얼마나 외쳤을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은 보는 이도 같다.

상처를 지닌 이들의 종착역인 이곳.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이들의 하모니는 보는 이로 하여금 흥겹게 하지만 반대로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러운 마음 숨길 수 없게 한다. 결국은 이 모든 것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것. 지켜주지 못해서. 누군가는 받아야 할 상처 이들이 대신 받아줘서 미안할 뿐이다.

| 잔잔한 감동에 깊은 여운만 남아.

여타 작품과 달리 작품의 시작과 끝은 일치하지 않는다. 시작은 불편했지만 끝은 한 없이 훈훈한 온기만 남기는 것이 오! 당신이 잠든 후에의 묘미다. 게다가 부끄럽다. 왜냐고 묻는다면 정곡을 찌르는 대사 때문이다.

“상처는 깊이만 있지 크기가 없어요. 그래서 누가 더 상처가 크다고 할 수가 없어요.”
“사람은 버릴 수 없어요. 사람을 소유할 수 있나요? 애초에 소유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버리겠어요.” 등의 누구나 했음직한 사연을 대사로 풀어내 사랑에 상처 입은 너와 나를 쓰다듬고 어루만진다.

누구나 치료받고 싶은 상처 하나 쯤은 있다. 하지만 그 상처에 대해 치료약이 없다고만 여겼다면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후에를 권한다. 진심은 표현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법이다. 단지 필요한 것이 있다면 작품은 거짓 없는 사랑이라고 외치고 있다. 그게 바로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후에가 뱅뱅 돌려 표현하고자 했던 외침이다.

writtened by Oskar (cinetique@naver.com)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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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연극 모범생들

포토 2012. 5. 28. 22:35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Point 1. 뜨거운 호응 속 시즌 2차 돌입, 더욱 매력적인 ‘모범생들’이 온다!

지난 2월 개막한 연극 <모범생들>이 ‘탄탄한 대사, 연극적 상상력, 극적 구성력, 사회적 메시지까지 두루 합격점을 줄 만한 수작’, ‘머리와 가슴을 압도한 극’, ‘한 마디로 압권’ 이라는 언론과 관객들의 줄을 잇는 호평 속에 순항 중이다. 인터파크 관람후기와 블로그, 각종SNS를 통한 입소문이 이어지며 연일 가득 찬 객석과 함께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는 공연 3개월 째인 지금까지도 식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연극 <모범생들>이 같은 폭발적인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의 시즌 2차 공연이 결정되어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획일화된 국내 연극 무대에서 정극으로는 이례적으로 총 6개월이라는 장기공연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이전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무대와 매력적인 배우들의 절묘한 캐스팅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덕분이다. 작품 본연의 매력이 더욱 살아나면서, 공연 매니아와 학생 관객뿐 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겪었던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공연으로 자리잡으며 관객층 또한 폭 넓어졌다.

그 밖에 공연 외적으로도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이색적인 팬들과의 소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모범생들 페이스북 그룹을 기반으로 배우들과 연출의 주도 아래 깜짝 연습실 방문권, 분장실 투어, 공연팀 MT 함께 가기, 배우와 점식 식사 데이트, 애장품 경매이벤트, 배역을 바꿔서 공연하는 스페셜 플레이 등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혜택의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이벤트들은 다소 무거운 소재일 수 있는 작품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탈바꿈하고,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배우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시즌 2차 공연 역시 시즌1차 공연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폭넓은 소통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장기공연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 연기 앙상블과 훤칠한 외모와 능숙한 연기력을 겸비한 새로운 2차 배우들의 합류는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던 시즌 1차 공연과 마찬가지로 대학로 연극 무대에 다시 한번 ‘모범생들’ 열풍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Point 2. 유쾌하게 진지한 혹은 진지하게 유쾌한! 스타일리쉬 연극 <모범생들>

연극<모범생들>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특목고 고3 학생들을 통해 비뚤어진 교육 현실과 비인간적인 경쟁 사회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그리고 이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욕망이 과연 그들 스스로의 것인지 또한 그 모습을 통해 우리는 과연 정당하게 내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다소 무거우나 곳곳에 포진 된 적재적소의 유머들과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네 명의 캐릭터들의 절묘한 합이 그 무게를 반감하며 극의 균형을 맞춘다.

뿐만 아니라 <모범생들>은 깔끔하고 세련된 연출로 또 한 번 관객들을 환기시킨다. 큰 덩치를 작게 구겨 넣어야 할 것 같은 책상 4개와 의자 4개가 전부인 미니멀한 무대가 화장실, 결혼식장, 교실, 채플실을 오가며 공간을 꽉 채울 때, 그리고 막 패션잡지에서 튀어나온 듯한 매끄러운 수트 차림의 의상이 작은 변화들을 통해 교복이 되어 극을 과거로 되돌릴 때 관객들은 어김없이 탄성을 자아낸다. 그에 더해진 미세하고 감각적인 조명과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음향, 그리고 시계소리, 심장박동소리, 강력한 비트의 음악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배우들의 통일된 군무는 극을 빠르고 리드미컬하게 전개하며 뮤지컬에만 익숙한 관객들마저도 극 속으로 깊숙이 흡입한다. 섬세하고 빈틈없는 스타일리쉬함을 선보이며 <모범생들>은 연극의 날카로움과 뮤지컬의 강렬함을 겸비한 이 시대 젊은 연극의 진수를 보여준다.

Point 3. 새롭게 무장한 강력한 캐스팅! 더욱 완벽한 연기 앙상블로 돌아오다!

태생부터 남다른 잘 생기고 냉소적인 매력의 민영, 상위 0.3%를 꿈꾸며 치밀하게 사건을 주도하는 카리스마의 명준, 말 많고 탈도 많은 눈치백단, 넉살백단의 웃음폭탄 수환, 단순무식한 주먹짱이지만 가장 정직하게 살려고하는 의리남 종태까지 각기 다른 매력의 네 캐릭터. 지난 시즌 공연에서 훈훈한 외모와 함께 매력적인 네 캐릭터와 씽크로율 100%의 능숙한 연기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정표, 이호영, 정문성, 김종구, 홍우진 배우가 이번 시즌2차 공연에서도 활약한다. 게다가 귀여운 수다쟁이 수환역으로 독백씬이 끝날 때 마다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아내었던 김종구 배우가 이번에는 단순무식 의리남 종태역으로 변신해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 배우들에 더하여 이번 시즌 2차 공연에서는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이 함께 합을 맞춘다. 김보강, 박시현, 박훈, 이원 배우가 그 주인공으로 기존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어우러져 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젊음의 행진>, <형제는 용감했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등 다양한 뮤지컬 무대에서 감초역할을 해온 박훈 배우는 이번 무대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명준역으로 180도 변신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며, 수환 역의 이원 배우는 극단 ‘죽도록 달린다’에서 철저하게 훈련된 탄탄한 기본기와 안정된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결을 한층 더 섬세하게 살린 연기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올슉업>, <환상의 커플>을 통해 로맨틱 가이의 면모를 발산했던 김보강 배우는 단순 무식하지만 의리 있는 종태를 연기하며, 오디션을 통해 민영 역에 캐스팅 된 박시현 배우는 제작사가 발견한 샛별 같은 존재로 폭발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연기를 보여줄 것이다.

* 공연 리뷰 더 보기 : 연극 모범생들, 싸구려 가치관에 왜곡된 욕망 (http://dailyinside.net/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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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범생들 :: 싸구려 가치관에 왜곡된 욕망

생활/문화/리뷰 2012. 5. 28. 21:42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싸구려 가치관에 왜곡된 욕망
대학로 연극 리뷰 < 모범생들 >



By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2012년 05월 28일] - 이런 캐릭터에 관한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술안주 삼아 꺼낸 학창시절 이야기에 주먹 불끈 쥐게 하는 동창의 캐릭터. 한잔 술 들이킬수록 재수 없던 행실부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곡을 찌르지만 딱히 대꾸하기도 애매한 캐릭터. 늘 잘난 척에 주변 동기들 사사건건 시비 거는 캐릭터.

보고 있어도 짜증이 나지만 생각하는 것은 더욱 불쾌감을 주는 이들의 존재는 유독 사회에 나오면 빛을 발한다. 인맥, 학연, 혈연으로 얽히고설킨 삶 속에서 인상 찌푸리게 했던 일명 ‘잘난 척’의 주인공은 잘난 행실만큼이나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득이 하게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거나 일부러 친해지려 노력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일각에서는 한국 사회의 그릇된 가치관이라며 잘못된 병폐를 지적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에 핏대 세워 외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킨 한국 한국사회에서 잘난 캐릭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늘 부와 권력 두 가지 모두를 지니고 있는 법. 따라서 이들을 벗어나 잘난 놈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놈은 못난 대로 산다는 ‘세상은 요지경’ 노랫말처럼 세상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연극 모범생들 속 캐릭터가 딱 그렇다. 일명 공부깨나 한다는 범생의 탈을 쓰고 온갖 부조리를 자행하는 그들은 스스로가 사회의 심판자가 되기 위해 학구열을 불태운다.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좋은 성적과 그것을 빌미로 오를 수 있는 상위 1%의 특혜.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닌 선택받은 자에게만 짧은 쾌락만큼이나 주어지는 순간이기에 목적을 달성키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렇게 펼쳐지는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자행되는 초유의 사학 비리. 그 결과는 달콤한 결실을 안겨줬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던가. 머리 위에는 더욱 치밀하게 움직였던 잘난 척의 주인공이 그들을 심판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의지하는 것은 성경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신이다.


시궁창 싸움에 얼룩진 학창시절의 비애
될성부른 인재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비단 연극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일련의 행동이 너무도 사회 속에서 보이는 현상과 비슷하다. 영화 친구와 말죽거리잔혹사를 연상시키는 그들만의 우정행각은 권력 앞에서 내 팽개쳐지고 돈 앞에서 한 없이 무너진다. 그리고 힘 앞에서는 더욱 처절하게 나락으로 떨어진다. 마침 요즘 정치와 연관되어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추적자가 자꾸 생각나는 연유는 왜 일까?

학교라는 울타리 안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에 불과하지만 하는 행동은 최근 신문 지면에 연이어 장식하는 정치권과 권력자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보고 있는 내내 왠지 모를 죄스러운 마음을 떨칠 수 없다. 연극은 그렇게 어른들의 못난 행동에 대한 단죄를 연기를 통해 비웃고 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도 정곡을 찌른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성적은 못 바꾸잖아”
“돈에는 흰 봉투. be white 왜 그런지 알아? 어떤 돈이든, 깨끗해 보이거든.”
“이 학교가, 저 교문 밖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 이 순진한 새끼들.”
군더더기 없는 정제된 단어만을 사용해 극 속 현상을 진단해낸 짧은 멘트.
연극 대사 이상의 호소력 짙은 메아리로 관객에게 외친다.

게다가 등장인물 스스로가 하는 행동은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어른들과 다를 바 없다. 타인의 비리는 볼 수 없다지만 자신의 비리는 사회 정의를 세우는데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모습은 오늘날 정치 세태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어디서부터 잘 못되었는지 스스로에 묻는 순간 연극은 모든 파국의 시작은 잘못된 첫 단추에 있다며 다시 처음으로 되돌린다. 연극 치고는 빠른 화면 전개와 시중일관 지속되는 초초함의 연속은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연극 모범생들. 단순히 관객의 입장에서 가볍게 즐기며 지켜보기에는 꽤나 부담스럽고 무거운 작품이다. 혹자는 그랬던가. 연극 모범생들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무대 위에 끌어올린 느와르 작품이라고. 공감할 수는 없지만 회피할 수도 없는 묘한 이중적 잣대가 드리워진다.


부끄러운 연극 속 사회상
승자와 패자는 노는물이 달랐다.


다시 연극은 처음이다. 불이 켜지고 잘 나가는 검사와 회계사로 등장하는 주인공들. 과거에는 친구였지만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이들의 시선은 누구와 함께 했을 때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되는 가에 집중 돼 있다. 게다가 이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건 과거 그들의 악행에 제동을 걸며 무릎을 꿇게 했던 전교 1등의 결혼식 때문이다.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승자와 패자는 태생부터 갈린다는 슬픈 현실이 연극 속 결론이다. 그들 나름대로 정교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고 이를 엿들은 꼴지 복학생을 방패막이 삼아 합류 시켜 모든 사건을 뒤집어씌우는 마무리 까지 깔끔하게 끝냈다. 그리고 사건은 떡잎부터 누렇던 싹을 잘라내는 것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모두의 기억에서 감춰진다. 따져보면 상위 1%의 잘못은 무슨 짓을 해도 감춰진다는 더러운 세상 속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좁은 무대에서 짧은 시간동안 학교라는 작은 조직을 통해 사회 전체의 문제를 꾸짖는 작품. 학생들의 소꿉장난이라 치부하기에는 그 과정이 치밀하고 정교하며 행동까지도 성인의 수준을 뛰어 넘는다. 게다가 그들 스스로의 신경전에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되었던 그 순간까지도 자신들로 인해 빗어낸 부작용이 아닌 남으로 인해 내가 피해자가 되었던 그릇된 가치관을 합리화 시키는 행동은 보는 내내 경멸스럽다.

특별한 무대 효과나 거창한 음향 효과 없이 일련의 행동만으로 짙은 호소력을 발휘하지만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결국 ‘될성부른 인재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가치관이 연극의 메시지인 만큼 불편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고승덕 변호사의 저서 ‘꿈을 꾸며 노력하면 이루어진다’의 제목처럼 지금의 세상에서도 진짜 노력하면 이루어지는지 누군가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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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연극 배고파5

포토 2012. 4. 9. 00:25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2006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뮤지컬 ‘배고파1’
2007년, 2008년 조용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배고파2’, ‘배고파3’
그리고 연극으로서 주말 온라인 예매율 90%를 육박하던 ‘배고파4’

이렇게 매년 새로운 작품으로 대학로를 찾는 관객들에게 인지도를 높여가는 ‘극단 불꽃’이 2009년 연극 ‘배고파5-사랑공개수배’로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채워주는 새 작품을 선보였다.

‘배고파5-사랑공개수배’는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린 의사 민영과 그의 병원에서 일하며 그를 돌봐주는 억척스런 간호사 민봉순. 그리고 민영의 첫사랑 희선의 삼각관계 이야기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소재들과 진부한 관계를, 독특한 캐릭터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다양한 설정들로 신선하고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원래 백일 때는 커플들끼리 술도 많이 마시고 집에도 안 들어가고 그런 거래! (훗)”
“우리 병원에는 기억을 잃어버린 채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한다.”
“우리 그냥 사랑했으면 충분히 행복했을까?‘

동네 자그마한 ‘김민영 소아과’. 그곳엔 불행히도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린 소아과 의사 민영과 그와 함께 일하며 그를 돌보는 간호사 봉순이 있다. 그리고 민영이 자신을 기억해 주길 바라며 매일 민영의 병원을 찾는 민영의 옛 애인 희선.

무언가 감추는 듯한 희선과 그런 희선이 못마땅한 민간호사. 민영의 기억을 되찾아 주려는 희선의 노력은 매번 민간호사의 훼방으로 무산되는데...

‘배고파5-사랑공개수배’는 우리에게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첫사랑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준다. 그리고 고민하게 한다. 아름다웠던 첫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현재의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의사 민영은 과연 어떤 사랑을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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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배고파5 :: 속는 셈치고 사랑을 공개수배하자

생활/문화/리뷰 2012. 4. 9. 00:15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당신이 기억에서 날 지워도 우리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추억을 기억할 수 있어서이고. 사랑이 아픈 것도 기억된 추억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기억이냐에 따라 한편으로는 행복일 수도. 혹은 반대로 불행일 수도 있다. 연극 배고파5에 등장하는 주인공 민영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너무도 행복한 캐릭터다.

아무런 기억이 없는데도 행복하다고 믿는 주인공. 과연 주인공은 진정으로 행복한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자신의 착각이 아닐까! 이 같은 의문을 남긴 연극은 병원이라는 배경을 설정하고 기억 때문에 아픈 이의 생채기 난 마음을 치료하고자 애쓴다.

어쩌면 아픈 기억일랑 모두 지워버리고 행복한 기억만 다시 만들어내라는 조언일지도 모른다. 이미 어긋난 과거에 연연하며 세월을 탓하지 말고 현명하게 대처하라고 말한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아플 수 있지만 되돌리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느니 현재에 충실할 것! 연극을 보고 난 후 과거의 아픔 때문에 오랜 시간 슬퍼 지냈던 자신에게 부끄러워진다.


| 들이대는 간호사와 무덤덤한 의사 그리고 애절한 환자

주위를 맴돌다가 병원으로 들어오는 한 여자. 치료받으려고 온 건가 했으나 알고 보니 주인공과 연인 이라는 사연을 품고 있다. 과거 사랑했던 연인을 무대에 올려놓고 뭐하는 짓이냐고 할 정도로 당황스러운 설정. 분명 아플 텐데 라는 걱정에 안쓰럽다. 여기에 등장하는 또 다른 여자는 남자를 짝사랑한다. 같이 일하는 간호사 봉순이다.

구성해보면 일명 삼각관계. 드라마 속에서 늘 접했던 진부한 소재를 연극으로 재구성했는데 캐릭터 하나하나가 평범하지 않다. 병원에서 에로틱 분위기의 음악이 들리고 동시에 간호사 봉순은 끈나시 차림으로 민영을 꼬드긴다. 꽤나 화끈하게 연출된 장면임에도 민영의 반응이 영 좋지 않다.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까? 이런 적극적인 캐릭터 괜찮은데.

과거 연인 관계로 등장하는 희선도 안타까운 것은 마찬가지다. 사실상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연이 밝혀지는 순간 관객의 마음도 무너진다. 사랑했지만 헤어진 지 오랜 된 연인의 재회. 게다가 충격으로 남자는 기억을 잃고 여자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는 줄거리는 슬픈 것 이상의 끔찍함 그것이다. 만약 그 순간 남자의 기억이 남아 있다면 남자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또 다른 상상도 해본다.

아픔에 아픔. 연이은 아픔 속에서 사랑이라는 묘한 감정을 싹틔운다는 다소 억지에 가까운 진행이지만 흥미를 끄는 건 사실이다. 적어도 배고파5에서는 내용의 공감대 유무에 관계없이 독특한 개성을 지닌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 하나만으로도 흥겹다.

| 이미 지나간 과거 중요한 것은 지금

뒤죽박죽 모든 것이 복잡하게 엉켜 하나의 스토리로 탄생했지만 따지고 보면 시작은 민영과 희선의 불행한 사랑이다. 이 와중에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등장하는 간호사 봉순의 애절한 구애는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이제 남은 것은 민영의 선택이다. 과거의 연인이냐 혹은 지금의 짝사랑이냐.

다만 행복이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사랑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아픔을 대적하기에는 부족하다. 개그우면 뺨치는 코믹 연기를 선보인 봉순의 개그조차도 희선의 아픈 사연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허나 결정적인 것 한 가지는 연극 배고파5는 멜로나 러브스토리가 아닌 코믹이라는 사실. 꽤나 심오하게 진행되는 줄거리 사이에서 순발력 있게 터져 나오는 캐릭터간의 신경전은 웃음 폭탄을 선사한다. 옛말에 울다가 웃으면 뭐 한다던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제법 부작용이 크지 않을까 우려된다.

| 배고픈 자에게 주는 처방전 ‘노력’

사랑을 꿈꾸는 이는 많지만 그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은 어렵다. 다수가 중도에서 포기하고 이 과정에서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받는다. 사랑을 하는 과정도 밀당 이지만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 또한 주거니 받거니 다름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아프고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행복하다.

연극 배고파5는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을 두고 줄다리기 하는 연인을 타깃으로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에 충실 하라는 조언이다. 무슨 이런 연극이 다 있냐고 말을 할 정도의 명쾌한 해답은 다소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애매한 것보다는 이런 구성이 더욱 설득력 있다. 민영과 봉순의 러브스토리를 구상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다만 희선의 구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타깝다. 시한부도 안타가운데 마지막에는 그토록 되찾고자 했던 사랑마저 실패했으니 보는 이의 마음에는 씁쓸함만 남는다. 그래서 따져보면 후회할 짓 하지 말라는 의미다. 따뜻하게 감싸주기는커녕 시한부에 치매라는 최악의 구도를 두고 난도질 해버린 거친 작품이 주는 묘미. 게다가 이 작품이 코믹이라는 사실인데도 그렇다는 것.

처음에는 웃고 중간에서는 마음을 울리고 후반에 들어서 다시 웃기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관객은 현실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잘했으나 멀어졌다면 연연할 것 없다. 그건 인연이 아닌 것일 테니까!

아무리 징징 짜고 애걸복걸해도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면 아닌 거다. 시한부 인생도 쟁취하지 못한 사랑은 결국 극진한 간호사 봉순에게 돌아갔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사랑도 노력 앞에서는 무릎 끓는다.

writtened by cinetique@naver.com ⓒ포스트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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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페인 :: 건어물녀를 통해 알아본 연애 공식

생활/문화/리뷰 2012. 3. 29. 23:55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사랑이랑? 나이가 어린 만큼의 풋풋한 사랑 혹은 성숙미가 듬뿍 담긴 원숙한 사랑 등 정도만 다를 뿐 그 본질은 사랑이다. 때문에 적어도 사랑 앞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먹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원한 테마이자,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도 넘쳐나는 사랑.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또한 사랑은 단연 최고의 소재다.

그만큼 절박하지만 한 편으로는 속절없는 기다림으로 사람의 애간장을 태우는 못된 감정이 교차한다. 하지만 힘들게 사랑을 시작해고 지속되는 유통기한은 불과 6개월에 불과. 그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콩깍지가 씌었다는 오명을 써가며 사랑 앞에서 남부럽지 않을 구애를 펼친다.

짜릿한 쾌감 혹은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강한 중독성을 띄지만 그게 겨우 6개월에 불과하다니. 마치 소량만으로도 우리를 흥분되게 하지만 흡수와 동시에 배출되어버리는 카페인을 연상시킨다. 사랑도 카페인도 그렇게 우리를 잠깐 흥분시키지만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색 하게 만드는 공통점을 지녔다.

뮤지컬 카페인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세진과 정민도 카페인의 신속성만큼이나 짧은 만남으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매력에 빠지며 뒤늦게 서로의 곁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과정을 소믈리에와 바리스타라는 그럴싸한 직업군으로 포장해 그려냈다. 적당한 밀당과 짝사랑 그리고 곧이어 돌아온 끌림의 반복은 사랑하는 과정의 압축판이다.

짧지만 달콤한 게다가 중독성까지 강한 사랑이야기를 뮤지컬로 승화시킨 카페인. 잘생긴 남자 혹은 마냥 예쁜 여자가 만나는 선남선녀의 이야기가 아닌 진심이라는 본질이 통해야만 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기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현대인의 인스턴트 사랑의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 
 


● 호기심으로 시작한 접근, 돌이킬 수 없는 불장난

시작은 가벼웠다. 연애 쑥맥인 여자 주인공 세진은 이번에도 사랑에 버림받고 일에 매달렸다. 자신의 연예 세포가 없어졌다고 탓하는 본인과 달리 주변에서는 젊은 애가 일에만 매달려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는지 좀처럼 가만 두지 않는다.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사랑 때문에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방황하는 여자 주인공은 건어물녀 그것과 다름없다.

반면 남자 주인공인 정민에게 사랑은 세상 무엇보다 쉽고 간단한 흥밋거리다. 낮에는 바리스타 밤에는 소믈리에가 공존하는 같은 공간 다른 세계에서 근무하는 두 사람이 만나게 될 확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지만, 만나게 된 계기 또한 정민의 장난기가 단초가 됐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몰랐는지 철없는 장난질에 시작된 두 사람의 우연 같은 밀당. 둘 은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라는 것을 몰랐는지 드라마 같은 인연을 이어간다.

건어물녀를 상대로 밤에는 소믈리에로 근무하지만 낮에는 연애 상담사가 되어 여자를 농락하는 정민의 일련의 행동은 통쾌함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교차시킨다. 마찬가지로 여자인 세진의 이상형 찾기 또한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자신의 눈높이에 일방적으로 맞는 상대를 찾는 그녀의 이상형에게 따끔한 조언으로 현실 감각을 되찾으라고 조언하는 정민의 연애상담은 제법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 과정에 서로를 향한 속마음을 말장난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예상치 못한 연애 곡선이 그려질 때면 관객의 반응 또한 웃음 일색이다. 그랬다.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기에 그런 사랑 이야기를 담은 카페인은 분명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작품이다.

● 카페인 같은 사랑을 꿈꾸세요?

카페인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남녀 간의 짧은 쾌락을 먼저 연상시켰지만 내용은 그렇지 못했던 이 작품의 재미는 극 후반까지 계속된다. 시작은 가벼웠지만 그렇다고 결코 진중하지도 않았던 동시에 글의 후반에 들어서면 애절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한다. 연애 같지도 않던 만남이 어느 순간 연애가 되어 버리고 끝날 무렵 완성된 묘한 연애 곡선이 이 작품의 재미다. 건어물녀인 세진을 상대로 정민의 연애조언이 일순간 실망이라는 감정으로 뒤덮일 무렵 펼쳐지는 관객의 실망도 나쁘진 않다.

잘 생기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멋진 구석도 없는 못남인 당신. 왜 연애를 못하는지 궁금하다면 뮤지컬 카페인을 통해 그 이유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마냥 잘난 연애 상담 코치 역을 자청했던 정민이 마지막에 자신의 모습을 되짚으며 진심을 표현하는 그 과정이 이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클라이맥스다.

동시에 극중 사이사이 등장하는 정민의 연애 공식에는 초식남 혹은 건어물녀라면 기억해둘만한 구절이 담겼다. 남녀 간의 알송달송한 사랑 심리를 주인공 세진과 정민을 통해 흥미롭게 펼쳐낸 작품을 통해 따뜻한 봄 연애세포를 자극해보는 것은 어떨지! 평소 사랑이란? 단어의 해답을 찾고자 했다면 그것부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비꼬는 뮤지컬 카페인을 통해 당신의 잘못된 사랑을 되짚어 보기 바란다.

 

writtened by cinetique@naver.com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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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인과 바다 :: 노인을 통해 삶의 지혜를 쫒다.

생활/문화/리뷰 2012. 3. 11. 19:18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비단 서적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고전이 지루하다는 것은 편견 이상의 교훈으로 봐야 한다. 교양서적이라는 팻말을 단 다수 문학작품이 외면을 받는 것은 재미라는 요소에 비해 철학적인 접근이 우선시 됐기에 발생한 부작용이기 때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 노인과 바다 또한 선입견을 벗어나지 못한 작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만큼 변화가 요구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1년 전인 지난 2011년 초순경 노인과 바다가 연극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에도 그랬다. 익히 알려진 대로 바다위에서 혼자 고독과 사투를 벌이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인 작품을 다양한 시각효과를 더해 만들어봤자 한계가 쉽게 드러나지 않겠냐는 주변의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정작 작품이 무대 위에 오른 이후 모든 것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 증명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파급력은 제법 쏠쏠했다. 다수 학교에서 연극 노인과 바다의 관람을 요청했다. 심지어 지방에서도 관람을 위해 방문했다고 하니 원작의 지루한 편견으로 발생된 우려는 극복한 셈이다. 지난해 노인과 바다는 안 된다고 여겨지던 공연계의 딜레마를 보기 좋게 비웃고 성공한 작품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도전을 감행했다. 연극으로 성공했으니 뮤지컬로도 노인과 바다를 론칭하겠다는 시도다. 연극 출시 직전 노인과 바다 측은 뮤지컬로도 선보이겠다고 자신한 바 있는데 이를 행동으로 옮겼고 2012년 초순경 예정대로 연극 노인과 바다의 뮤지컬 판이 새롭게 등장했다. 게다가 연극은 연극대로 뮤지컬은 뮤지컬대로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자신감은 없다.


● 더욱 흥겨워진 뮤지컬 노인과 바다

교양서적이 연극으로 각색되고 다시 뮤지컬로 연이어 각색되는 보기 드문 시도의 연속. 게다가 연극은 1년이 넘게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뮤지컬이 새롭게 추가되는 것 또한 일전에는 경험할 수 없는 모습이다. 양쪽에서 동시 상영하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더욱 흥미로운 뮤지컬 노인과 바다.

원판인 문학 작품이 전작인 연극으로 완성됐을 때 주효했던 노인의 내면 연기는 관객을 작품에 몰입시키는 데 감초역할을 해냈는데. 뮤지컬로 각색되면서 심오한 표현은 쉬워지고 음악이 더해져 흥을 돋운다. 전반적인 내용만 비교한다면 연극에서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작품은 이 점에 무게를 싣는다. 원작에 최대한 충실해 각색한 결과로 나온 것이 연극이라면 뮤지컬은 대중화를 위해 연극을 좀 더 손본 작품인 셈이다. 망망대해에서 노인이 월척을 낚겠다고 용을 쓰던 장면이라 하면 갈매기를 상대로 말을 하는 노인의 기나긴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뮤지컬은 기다림에 흥미라는 요소를 가미했다.

새롭게 추가된 두 명의 멀티맨은 공연이 진행되는 약 110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다양한 코믹 요소를 들고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의 색다른 재미라고 해도 좋다. 연극에서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시도가 더해져 뮤지컬 노인과 바다는 더욱 이해하기 쉽고 더욱 볼만한 작품으로 변신했다. 데이트를 위한 목적으로 가볍게 볼 형식을 찾는다면 뮤지컬 노인과 바다가 제격이이며 공부를 위한 용도라면 연극이 좋다는 식이다.

● 작은 무대에서 전해지는 큰 감동

그렇더라도 타 뮤지컬과 비교한다면 뮤지컬 노인과 바다의 극적 효과는 극히 미흡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연극과 비슷한 크기에 불과한 공연장에서 주연으로 등장하는 노인과 청년이 극 진행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멀티맨 역으로 두 명의 조연이 새롭게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

역시나 화려한 영상 효과나 음향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무대위의 모든 효과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에 충실하고 있다. 마을사람에게 저주 받은 노인으로 손가락질 받을 때에는 두 명의 조연이 수군덕거리며 비아냥거리는 식이다. 뮤지컬이기에 추가된 노래 또한 마찬가지다. 부족한 음향 효과를 매우기 위해서 두 주연배우와 두 조연배우의 열정은 두 배가 필요하다. 체력의 부침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때문에 뮤지컬 노인과 바다는 연극과 달리 두 명의 노인과 두 명의 청년이 트리플과 더블캐스팅으로 작품을 진행해나간다. 단연 최고의 장면을 꼽는다면 클라이맥스인 노인과 상어의 사투 장면이다. 마을사람에게 재수 없는 노인의 불명예를 한 방에 씻을 수 있는 찬스임에도 예상치 못한 장애물의 등장과 이로 인해 허탈함을 느껴야만 했던 장면에는 관객도 안타까움만 쏟아낸다.

살이 물어 뜯겨 사방으로 찢어지고 피가 낭자한 장면은 여느 뮤지컬과 달리 전형적인 수작업으로만 진행되지만 극중 효과를 결코 비약할 순 없다. 연극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물고기 해체 작업이 진행된다. 옆에서 돕는 멀티맨 두 명. 앞전에 마을 사람으로 나오더니 지금은 사악한 상어로 등장한다. 게다가 뮤지컬로 완성되면서 추가된 노랫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이 작품 왠지 중독성 있다.

뮤지컬 노인과 바다는 노인 역에 정재진, 홍성범, 정성희가 트리플 캐스팅으로 참여했으며 청년 역에 장덕수, 최동호가 열연했다. 이외에도 멀티맨 역으로 김상회, 이소정, 정고은, 진강민, 정성희가 작품의 재미를 더했다.

writtened by cinetique@naver.com ⓒ포스트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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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배고파 4 :: 상처받는 것에 익숙한 현대인이여 사랑하라.

생활/문화/리뷰 2012. 2. 9. 21:54 Posted by 위클리포스트
배고픈 두 주인공의 구애. 밀당 없는 불장난의 끝은~

외롭다고 징징대고, 아무리 달래도 뒤 돌아서면 칭얼거리는 이런 캐릭터 정말 짜증난다. 실연 당한이라면 공감하는 모습이지만 현대인에게도 낯설지 않다. 혼자라고 여겨질 정도로 냉철한 세상에서 빈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엄습하는 차가운 고독. 반복되는 일상에서는 고독 마저도 정겹다고 여긴다면 그대는 정말 외로운 것이다. 그렇다. 짜증나는 캐릭터가 바로 자신이라는 현실. 달갑지 않다.

오죽하면 노랫말에서도 고독을 절절하게 표현했을까! “ 전화번호부를 열어본다/가나다순으로 줄 세우니 삼백 명쯤 되는구나...가나다순으로 보다 보니 일곱 번쯤 돌았구나 ― 장기하와 얼굴들 2집. 깊은 밤 전화번호부 대사 中”인정하기 싫지만 이런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음직하다.

누구에게나 노랫말처럼 고독이란 불청객은 가까이 있다. 외롭다~ 아무리 외쳐도 누구 한 번 들여다보지 않는 상황에서 ‘사랑을 다오~’ 라는 푸념은 그저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연관 지으려고 하는 게 사치일 뿐이다.

연극 배고파의 주인공도 그랬다. 고독이란 녀석과도 친해지려고 했지만 그 조차도 버림받은 기분. 외롭다 것 외에는 별 다른 게 없다. 세상에서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주인공의 고독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단으로 표출된다.

허나, 이 같은 상황. 왠지 남일 같지 않다. 갈수록 고독한 상황에 처하는 인간을 두고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며 구호를 아무리 외쳐봤자 정작 누구 한 명 감싸주는 이가 없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따뜻한 배려와 말 상대를 그리워했을 뿐인데 세상은 작은 자비조차도 베풀지 않았기에 배고픈 주인공은 높은 담 위에 오른다. 한걸음 한걸음. 무거운 발걸음을 떼 올라간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차가웠다.


| 공연사진 더 보기


|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참 친절한 작품이다. 외로운 고독에 몸부림치는 현대인의 고독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배고프단다. 얼마나 배고픈 연극일까 했다. 제목과 달리 마음이 고독한 이의 푸념 섞인 자조가 시작부터 무대를 뒤흔든다. 사랑에 지독하게 굶주린 이의 사연이지 않겠나 했다.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 것이 사랑이라고 그랬던 가! 그래서 더욱 그랬다.

지켜보니 사랑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관심이라도 좋다고 여기는 두 남녀 주인공의 지독한 고독과의 사투. 이 둘은 정말 외로운 자다. 아니 극중 표현으로 한다면 배고픈 자다. 너무도 굶주린 나머지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고 처절하게 외친다. 그런데 뭔가 문제가 있다. 진정 배고픈 것일까?

그 나이 또래의 여자애가 늘 그렇 듯 여자 주인공 난자도 동화 같은 사랑을 꿈꿨다. 전날 꿈속에서 만난 백마 탄 왕자가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프러포즈할 것만 같은 생각에 하루 종일 마음이 설렌다.

극중 남자 주인공 정자는 세상의 외면이 싫다. 프로 시인을 꿈꾸지만 매번 낙방에 좌절만 경험한 그는 바깥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하고 혼자만의 세상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둘 다 정상은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겠는가! 사랑받지 못해 이렇게 된 것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자의 전형적인 특징을 지닌 두 주인공을 통해 연극은 현대인의 모습을 되짚는다.

| 준비되지 않은 자의 비극적인 불장난

첫눈에 반한다고 그랬던가. 존나쓴 형사가 제공한 유통기한 넘은 빵이 두 사람을 극적으로 연결했다. 너무도 같은 둘의 모습에 반해버린 두 주인공.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경우도 없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우울하던 공연장이 환해진다. 사랑이란 당사자에게도 행복하지만 주변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닌 것. 그래서 더욱 현대인은 사랑을 갈구한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그래서다.

소꿉장난 같은 사랑을 꿈꾸던 이의 탐닉은 육체로까지 번지고 여느 연인이 그렇듯 미래를 꿈꾸던 두 사람. 하지만 남자 주인공 정자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급기야 유일한 돌파구였던 신춘문예 낙방으로 현실이 된다. 믿고 따르는 여자 하나도 챙길 수 없다는 무능함에 스스로를 탓하던 그 때. 여자의 한 마디 “나 임신 했어” 하지만 곧이어 밝혀지는 거짓말. 모든 것은 남자를 더 많이 사랑했던 여자의 욕심으로 드러났다.

불행에서 행복으로 그리고 다시 불행으로. 롤러코스트 같은 상황 변화에 관객도 불편하다. 사랑에 대한 것을 이처럼 빠른 시간 내에 극적으로 표현한 예는 많지 않다. “빵~ 같이 드실래요?” 한마디 대화에서 싹튼 사랑. 하지만 신뢰가 깨지는 순간 뿌리째 뽑혀 내동댕이쳐진 것도 사랑이다. 그 순간 남자의 극단적인 선택이 여자에게 전가되고 무대는 정적에 감싸인다. 조용히 약을 들이키는 여자. 실연의 아픔에 발버둥치는 여자의 선택은 보고만 있어도 아프다.

| 그땐 덜 성숙해 몰랐던 사랑. 이제야 깨닫다.

마음 한쪽을 찌르는 것 같다. 연이은 비극에 몹시도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작품. 꼭 이렇게 해야만 했을까 할 정도로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상처를 입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남자 주인공 정자와의 사랑이 모두 지워진 여자 주인공 난자. 허나 자살로 죽은 엄마에 대한 기억조차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게 된 여자 주인공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지워졌지만 가장 슬픈 기억도 잊혔졌기에 .

절벽에서 모든 것을 버리려다 어렵게 딛고 일어선 남자. 하지만 어렵게 얻은 행복조차도 지켜낼 자신이 없어 물음표를 떠올린다. 바로 앞의 사랑을 두고도 신뢰하지 못한 남자의 모습은 현대인의 모습 그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도 저런 것이 아닐까 하고 의문을 하게 만드는 그 순간. 관객의 아픔은 절정에 다다르고 모든 것이 초기화된 상태에서 다시 시작된다.

불행한 기억이 없는 그녀는 고독이라는 불청객과 가까이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스케치북에 남자가 그려낼 행복한 그림이 가득해질 게 분명하다. 남자가 곁에서 그녀를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녀석의 마법은 이렇게 싹트기 시작했다.

비극적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론 둘 모두 행복한 해피엔딩인 연극 배고파4. 빵 한 조각으로 이뤄진 사랑의 달콤함을 짜릿하게 표현했고 동시에 사랑에 아픈 청춘의 부작용도 동시에 담아냈다. 죽음마저도 무대 위에 올려 거칠고도 사실적으로 표현해 공감하게 만드는 작품. 사랑이 뭘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묘한 이 느낌 뭘까? 여자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 것이 사랑이다’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면 그대는 진정으로 외로운 사람이다.

writtened by Oskar (cinetique@naver.com) ⓒ인사이드 (www.dailyinside.net)

* tag: 연극, 배고파4, 대학로, 공연, 리뷰, 줄거리,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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