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얼라이언스 / 김현동 · 브라이언.K 기자 cinetique@naver.com
[2017년 05월 03일] - “모름지기 사내라면 집은 없어도 차는 있어야 하겠다.
기왕이면 국산보다 외산이 볼품 있고!”
캐피탈은 그렇게 배를 불렸다. 차를 파는 것보다 캐피탈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짭짤하다는 회사다.
장사를 어떻게 하길래? 지켜보니 ‘과소비’를 제대로 장려하는 마케팅이다.
유달리 ‘척’에 민감한 저렴한 국민성을 잘 이용한 탓에 ‘명차=성공’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남의 시선만 신경 쓰다 보니 국민 소득 대비 외제차가 이리도 많은 국가가 없다고. 해외에서는 나름 명차 부심 부리는 도도한 혈통도 그저 그런 차량 되는 건 한순간이다. 오늘날 현대자동차의 소나타와 동급으로 치는 현상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강남의 소나타’ 혹은 ‘강남의 아반떼’로 불리며 자존심 구겨야 했을까! 국산도 아닌 것이 국산만큼이나 흔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바로 BMW 5시리즈 되겠다. 벌써 7세대에 접어들었으니 꽤 오랫동안 팔릴 만큼 팔렸다. 즉 ‘강남의 소나타’가 허풍이 아니다.
돈이 있건 없건 자동차 면허증을 취득한 젊은 층이라면 남녀를 불문하고 구매 리스트 첫 번째에 오른다. 과시욕을 제대로 딛고 자리매김한 셈이다.
도대체 무슨 매력이 사람을 오도하는 것일까?
그게 뭐 대수라고 하겠지만, 일명 비머(BMW의 독일식 발음) 오너의 부심은 특유의 ‘키드니 그릴(Kidney Grille·2개의 콩팥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BMW 고유의 프런트 그릴 형태)’에서 시작했다.
요즘 나오는 차종은 보행자 안전을 이유로 다소 어색한 디자인으로 퇴보했지만, 본디 비머의 그것은 역동적인 이미지가 넘치다 못해 꿈틀거렸다. 과거의 디자인이 더 좋게 평가받는 이유다.
그러한 비머가 예전 디자인으로 컴백했으니 이목을 받는 건 당연한 일.
강인한 인상을 하고 컴백한 520d 엑스드라이브(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는 2리터에 불과한 작은 심장을 달고 도로 위를 질주한다. 보고만 있어도 ‘일단 달려~’라고 외치는 질주 본능 제대로 자극하는 기분이다.
괜한 기분 탓일까~ 비머 오너의 ‘차부심’을 제대로 체감하기로 했다.
비머 특유의 페이스라고 하지만
주간 주행 등과 맞물려 쩍 벌어진 느낌
세련미보다는 다소 우직해 보여
비머는 시기별로 전면 그릴에 새로운 디자인 시도를 해왔다. 그러한 브랜드가 7세대가 되어서도 여전한데, 가장 인기 많던 디자인을 차용한 시도에는 손뼉을 치고 싶다.
결론부터 설명하자면 썩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라인을 살린 시도는 참신하나 크롬이 너무 번쩍이는 것이 영 신경 쓰인다. 전기차에도 똑같은 짓을 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디젤까지 이 지랄을 해 놨다. 행여 차기 버전에도 그럴까 봐 우려되지만 ‘적당히’ 할 거라 믿는다.
시선을 돌려 범퍼로 넘어가면 비싼 몸값을 상징하는 M 패키지 에어로 파츠와 맞물려 더욱 견고해진 느낌을 풀풀 담았다. 몸값만 7,120만 원에 달하는 고가 모델이기에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측면으로 넘어가면서 확신은 굳어졌다. “애초에 시도하지 말았어야 했다” 디자이너가 뭐에 홀렸는지 아니면 7시리즈에 꽂힌건지... 7시리즈 향 풀풀 풍기게 도배를 해놨다.
어쩐지 5시리즈가 의전 차량만큼이나 둔하게 느껴진다 했다.
이쯤 되면 달리기에는 이미 글렀다.
디자이너가 이러한 시도를 한 분명한 이유가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리뷰어가 그 이유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 됐고. 후면으로 가면 더 둥글둥글하다. 결정적인 점은 바닥이다. 전면은 M 시리즈 느낌을 제대로 답습했는데 후면 바닥으로 이동할수록 디자인은 성의 없어 보인다. 이 차량은 무려 7천만 원이 넘어간다.
그러한 몸값 자랑하는 모델의 똥구멍에서 서민7호가 연상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싱글 똥꼬에서 쌍 똥꼬로 배기구를 확장한 것은 좋으나, 기왕 M 시리즈 느낌 풀풀 풍길 거라면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할 것이지! 라는 소리가 목구멍을 타고 기어 나온다. 볼수록 뭔가 쫓기듯 서둘러 마무리한 느낌의 이번 7세대 520d ‘영 별로다’
실망이 계속되다 보니 실내라고 별반 다를까 싶다.만 여기까지 왔으니 예의상 짚고 넘어가겠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익숙한 것을 보니 차마 실내까지 손 볼 여유는 없었나 보다. 내부는 이전 세대와 흡사한 형태로 10.25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좌우 정확한 대칭형 구도다. 공조기 아래에 오디오 다시 그 아래에 온도 컨트롤러까지 3단 형태다.
“좋게 말해서 그냥 7시리즈를 옮겨온 형국이다. 이러다가 7시리즈는 아예 접는 것 아닌가~”
마지막은 블루투스 연동인데, 비머 입장에서는 최신 트랜드를 반영한 참~ 신한 시도라 손뼉 치며 자평했을지 모르겠으나 사용자 측면에서 보면 괜한 짓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페어링해 이뤄지는 기능의 확장판이긴 하나 결국 운전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될 뿐 자율주행이 현실화되지 않는 한 과도기적인 기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도는 좋았지만 아직은 이르니 나중을 기약하겠다.
낮은 디젤엔진 특유의 ‘갈갈갈~’ 굴러가는 소리
트윈파워 터보(TwinPower Turbo) 로 190마력 뽐내
‘빠릿’ 한 젊은이보다는 ‘점잔’은 중년의 전형
실내와 실외의 디자인이 아무리 불만족스러운들 결국 자동차의 관점은 주행성능 아니던가! 너무나 성의 없는 디자인을 마주하고 한동안 격노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내실을 따지기로 했다.
시동이 걸리자 역시 기대했던 음색이 들린다. 디젤엔진 특유의 엔진음이 ‘겔겔겔’ 소리를 내며 달릴 채비를 끝냈다고 눈치를 준 것이다. 전혀 날렵하지 않은 체급에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중량을 지닌 차종의 질주본능이라 오묘하다.
총 무게는 무려 1.7톤에 달하는 데 트윈파워 터보(TwinPower Turbo)를 거쳐 뿜어내는 총 190마력에 40.8kg/m 토크가 차량을 가볍게 이끈다. 여기에 스텝트로닉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운전자의 의중을 더디게 반영하는데, 그렇다 보니 ‘빠릇’한 느낌은 예전보다 덜 하다.
가속 성능은 다소 부족하나 밀어주는 힘은 꾸준하니 의전용인가?
하긴 이 맛에 BMW 뽑는 것이며, 이 느낌에 수입차 뽑는 것 아니겠나 싶다.
독일 차량 특유의 견고한 차체 강성에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은 거친 바닥 노면을 지체없이 운전자에게 전달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와 달리 안락한 승차감을 꾸준하게 유지한 것으로 봐서 기존 차량과는 다른 세팅 값이 필시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반대로 보면 M 패키지만 보고 성급하게 단정한 탓이다.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고자 했으나 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의 탈을 쓴 격이다. 7세대 제품의 인기가 전작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배경이다.
달리는 것 위주의 세팅을 피한 탓에 연비는 제법이다. 정속주행 80km 기준시 리터당 19km/l를 무난하게 달성했다. 막히는 시내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했음에도 13km/l를 유지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여기에 차선 이탈 경고, 전방 충돌 방지 등의 자율주행을 앞둔 과도적인 기능은 차량의 안전을 유지하는 데 괜찮은 성능을 발휘했다.
물론 제대로 동작을 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최첨단 기능이라고 하니 체감은 하고 싶고 그래서 시도를 해봤더니 정말 도로 사정이 쾌적한 곳에서나 간신히 동작이 보장될 뿐 조금이라도 엉망인 도로 위에서는 돌변했다. 생명 단축하기 딱 좋은 최첨단 기능이라 판단되니 부디 '에이 설마~' 이러며 가벼히 여기지 말고 사용하지 말것을 권한다. 당신의 생명은 소중하니까! 그것도 7천만 원이 넘는 고가 차량에 달린 장비의 완성도가 고작 이 정도에 불과하니 뭐라 할 말이 없다.
비머는 잘못 없다. 단지 도로 사정을 개판으로 한 관계 당국의 탓일 뿐! 이라고 편들어 주고 싶다만, 정말 기능하나 개판오분전이다.
차종 : BMW 520D (어느덧 7세대)
엔진 : 4기통 디젤(최고출력 190마력, 최대 토크 40.8kg·m)
성능 : 0-100km/h(7.6초) 최고속도 237km/h
연비 : 공인 복합연비 13.9km
가격 : 7,120만 원
BMW는 남자의 차다. 그것도 상 남자의 차다. 야성미 넘치는 파워에 거친 주행성능은 단아한 형태보다는 제멋대로 달리기 좋아하는 젊은이의 취향과 어울린다. 하지만 본지가 살펴본 7세대 520D는 그간의 기대를 완벽하게 무너뜨리고 어색한 BMW가 되어 돌아왔다.
디자인부터 크롬을 다소 과하게 사용한 덕에 부조화를 연상시켰으며 여기에 옆면은 7세대를 답습했고, 실내 또한 7세대를 상당 부분 차용하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면모를 갖췄다. 한 가지로 쭉 나가지 그랬냐~ 싶은 대목이다.
전반적으로 5시리즈가 아닌 7시리즈가 되고 싶은 5시리즈의 철딱서니 없는 도전으로 평하고 싶을 정도로 무모했다. 대중이 5시리즈를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BMW 다운 멋과 개성이며, 그 중 3시리즈와 5시리즈는 가장 대중적인 체급이기 때문이다. 허나 이번 5시리즈는 파워나 역동성보다는 7시리즈가 추종하던 안정감을 택한 모양이다.
이미 가격이 7천만 원을 넘긴 차량이기에 시트의 품질이나 완성도를 거론할 단계는 넘었다. 다수 매체가 그 점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나 본지는 언급한 부분에 대해 당연하게 충족해줘야 했음을 재차 지적한다.
중요한 점은 가격대에 걸맞은 완성도라 보며, 그 점에서 이번 7세대 530d는 너무 급조해 발매한 차량 같다. 물론 전기차가 향후 대세라고 하니 어차피 자리를 내줘야 할 차종임에 적당히 마무리 하려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520d가 i3 될 필요는 없지않던가! 아직은 늦지 않았으니 정신 다잡기 바란다. BMW 520d 본연의 정체성이 곧 제품의 가치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편집자 주] “지금까지 나온 520d 중 가장 인기 없게 보이는 생각은 단지 느낌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