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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음식 ‘햄버거’ 몸값 올려 신분상승을 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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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클리포스트 2017. 1.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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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OD · 햄버거 ]
값싼 음식 ‘햄버거’ 몸값 올려 신분상승을 꾀하다.
손을 타는 햄버거, 맥도널드 시그니처 버거




- 전국 167개 매장에서만 파는 도도한 햄버거
- 1만 원 한 장으로 먹을 수 있는 한 끼 햄버거
- 그 어떤 맛을 상상해도 결국은 햄버거와 진배없다.

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2017년 01월 04일] - 어린 시절 울 엄마는 귀가 닳도록 말씀하셨다. 햄버거는 패스트푸드라고. 패스트푸드는 몸에 해롭기에 많이 먹지 말라고. 그러나 맛과 풍미하며 가격 또한 주머니 가벼운 우리의 딱한 사정을 달래기에 매력이 철철 넘치다 못해 매력 덩어리 일지니 햄버거는 만인에게 요긴하게 주어지는 양식이자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먹을 권리를 부여하는 일용한 양식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긴 국민 간식하면 롯데리아 새우버거 또는 델리 치즈버거가 막연하게 떠오를 정도로 햄버거의 가성비는 타 음식이 감히 대적하기 힘들 정도로 우수하다. 그러한 햄버거의 저렴한 이미지가 난데없이 난도질당하기 시작했으니 바로 문제의 메뉴 ‘시그니처 버거’ 님께서 도도한 몸값을 자랑하며 서광을 배경으로 현세에 강림하던 그 무렵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모름지기 햄버거를 패스트푸드라고 칭한다면 주어진 문구에 걸맞은 처신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맥도널드가 선보인 시그니처 버거는 세트메뉴 기준 9천 원을 훌쩍 넘다 못해 몇백 원만 더하면 1만 원을 가볍게 찍을 정도니 이쯤이 되면 패스트푸드라는 값싼 이미지 대신 한 끼 식사라며 버젓하게 대접해줘야 아깝지 않다.


▲ 아삭아삭 신선함이 남다른 시그니처 버거, 하지만 가격은 넘사벽 ⓒ김현동


현 정황은 스스로 몸값을 올린 값싼 음식의 반란이 시작된 형국인데 구매자는 그저 지갑을 활짝 열고 가격표에 적힌대로, 캐셔가 요구하는 대로 결제에 나서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그렇다고 딱히 대안이 있냐? 그것도 아니다. 일반 햄버거도 단품 기준 6,500원이라는 가격을 찍었는데 체감적으로 1만 원 한 장을 지불하고 남는 거스름돈의 가치가 그리 여유 있는 것도 아니다. 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라면~ 분위기가 자연스레 먹는 쪽으로 기운다.

우스갯소리로 맥도널드를 MC도널드 버거라 부르기도 한다. 시그니처 버거는 MC도널드 자체 기준에 따르면 프리미엄 수제버거로 분류하는데 여타 햄버거와 달리 주문과 동시에 햄버거의 조리가 시작되며 주요 재료 또한 품질이 높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사실 먹는 입장에서는 내세운 항목을 분간할 방법도 없지만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햄버거 하나 먹는데 뭘 그리 불필요한 신경전을......

그런데도 프리미엄으로 불리기에는 다소 무모했다고 여겨지는 것은 어차피 시그니처 버거 또한 사전에 미리 만들어 둔 소고기 패티를 기준으로 조리하는 방식은 기존 햄버거와 별반 달라질게 없으며, 광고에 내세우는 100% 호주산 고급 앵거스 소고기로 만든 패티라고 할지라도 어차피 다져버린 소고기 품질에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만약 이 무렵 MC도널드 측이 “다르다. 시그니처 버거는 건강을 생각한 햄버거다”라고 주장한다면 기존에 팔아 온 햄버거는 그저 ‘건강하지 않은 햄버거’라는 것을 자인한 셈이며, 말 그대로 어린 시절 귀가 닳도록 들어온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의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옳을 수 있다.


▲ 포크와 나이프를 보니 햄버거라도 썰어야 했다. ⓒ김현동


▲ 부의 상징으로 통하는 계란조차 신선함이 남다르다. ⓒ김현동


물론 MC도널드가 극찬하는 시그니처 햄버거를 매장에서 주문하고 기다린 직후 차이를 굳이 언급하자면 먼저 햄버거가 완성체가 아닌 형태로 두 조각으로 나누어 박스에 담겨 있다는 것이며,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할 것만 같은 양상추와 방금 구워나온 듯 바삭한 베이컨이 제일 먼저 반긴다는 것이다. 여기에 빵의 신선함도 고스런히 유지하고 있어 일반적인 햄버거에서 목격되던 숨죽인 모습의 햄버거와는 분명 다른 모습을 자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성껏 만들었다 치더라도 결국 햄버거가 패스트푸드의 굴레를 벗고 하나의 주식으로 인정받기에는 문제의 여지가 많다. 주식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어른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하고 삼시세끼의 어디쯤에서 한 끼라도 밥상 위로 당당하게 올라갈 수 있어야 했는데 햄버거의 위치는 여전히 바쁜 일과 중 대충 한 끼 때우는 목적으로 안성맞춤인 귀퉁이의 선택지에 불과하다.

만약 굳이 돈이 있고 시간이 남고 누군가에게 대접해야 한다면 나의 선택은 스스로 몸값 올려 프리미엄이라 자신하는 시그니처가 아닌 밥과 국으로 완성된 그럴싸한 한 끼 식사를 향한다. 햄버거가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스스로를 고급으로 치장한다 해도 결국은 햄버거에 불과하지 그게 밥의 대안이 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이럴 수 밖에 없는 궁극적인 이유인즉 사실 1만 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메뉴에 기대하는 일반적인 기대치와 막상 등장한 프리미엄 햄버거의 격차는 너무 멀었고 몸 값을 수직 상승하면서 꾀한 반란 또한 무모했다.

“어쩌면 몸값 높인 1만 원 짜리 프리미엄 햄버거라는 이유로 너무나 많은 것을 바랬는지 모르겠다. 본질은 사용되는 기본 재료를 나름대로 신경 쓴 햄버거에 그친 것이 아니던가! 프리미엄인데 음료는 여전히 설탕물에 탄산 넣은 콜라가 주어진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지만…”

ⓒ no.1 media rePublic '위클리포스트' (www.weeklypost.org) / 보도자료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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