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2015년 09월 01일] - 마셔라~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 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사회생활의 첫 관문이라 불리는 대학 새내기 시절. 누군가의 젊은 청춘은 처음 술이라는 것을 마주하고 앞으로 맞닥뜨릴 인생의 쓴맛에 눈을 뜬다. 몸에 좋은 것이 입에 쓰다고 믿고 싶다. 초반에는 한약도 아닌 것이 한약만큼이나 쓰고, 후반에는 환각제도 아닌 것이 취하면 정신줄을 놓게 하니~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이 일순간 싹 사라지고~ 알딸딸한 기운에 둥실둥실 춤을 추게 만들다 보니 필시 몸에 좋은 거라고 우겨본다.
그게 바로 술이고 한국인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반드시 거치야 할 문화라는 사실!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우리는 좀 더 맛있는 술을 찾게 됐다. 맥주를 예로 들면 비슷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면 이왕이면 색다른 브랜드를 찾게 됐고, 맥주의 공세가 거센 지금 세상은 넓고 마셔야 할 맥주는 많다는 것을 다양한 루트로 체득한 지 오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국산 맥주의 무덤덤한 맛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바야흐로 지금이 맥주 전성기라도 해도 좋다.
범접하지 못한 맥주 브랜드는 아직도 많고, 당신의 입맛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맥주는 그 어떤 까다로운 취향도 다 포용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을 지니고 도도한 풍미를 뽐내고 계신다. 그 종류만도 헤아릴 수 없으며, 게다가 일부 맥주 마니아는 손수 제조해 심취하는 자가 생산의 경지에 이르게 됐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이왕 마실 맥주라면 기본적인 비겅 지식은 알아둬야 하지 않겠나! 싶어 본 시음 설명서를 시작한다. 게다가 오는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가 독일 뮌헨의 민속 축제이자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Oktoberfes)라는 말씀.
# 한국의 맥주는 1930년 안정기에 접한다.
하지만 맛에 대한 고찰은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시작됐다.
필(필스너), 바(바이첸), 둥(둥켈)이 전부이던 우리의 주류문화
수년 동안 발효는 인간이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그러하기에 구전으로만 전해진 필시 대단한 기술이라 여겨졌다. 술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양조업자도 발효가 맥주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만 알고 있을 뿐 ‘왜?’ 그러한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던 것.
▲맥주는 발효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사람은 미묘한 맛의 차이에 취하고 열광한다.
심지어 독일의 과학자는 발효란 ‘효모 세포가 죽어서 생기는 결과’라는 정반대의 답을 내놓는 등 맥주의 탄생은 한때 미궁에 빠진 바 있다. 물론 나중에 가서야 독일의 생리학자 테오도어 슈반이 ‘발효는 효모 세포가 증식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실증적 데이터를 통해 증명하면서 잠시 산으로 간 논쟁을 간신히 제자리로 돌려놨다.
이후 베일이 벗겨진 발효는 맥주의 종류는 늘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맥주의 시초가 됐다. 다만 한국에서만 오비 라거, 카스, 하이트 등으로 대변하는 신토불이 맥주가 워낙 대단한 텃세를 부린 까닭에 전부인 것 마냥 통용된바 있는데,
그러한 사이 맥주는 하이트, 카스에 불과할 뿐이지 마시는 품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지난 세월 가차 없이 외면되었다. 하지만 사람의 입맛은 간사하다고 하지 않던가! 맥주의 맥아와 효모를 알고 그 맛을 음미하기 시작하면 맥주를 골라마시는 요령에 눈을 뜨게 된다. 왜냐고? 제대로 된 맥주는 고유한 풍미가 다르거든.
1) 바이젠 (Weizen)
독일 남부지역에서 생산되는 밀 맥주의 호칭이다. 동시에 독일어로 밀을 뜻하는데 최소 50% 이상의 밀 맥아와 보리 맥아를 섞어 상면발효 방식으로 양조한다. 바이에른(Bayern)주에서는 뮌헨의 다른 갈색 맥주보다 색깔이 연하다고 해서 하얀색을 뜻하는 바이스(Weiss or Weissbire)로 불리기도 한다.
여과 방식에 따라 효모를 거른 깨끗한 크리스탈 바이젠(Kristallweizen)과 효모를 거르지 않아 탁한 헤페바이스(Hefeweiss), 헤페바이젠(Hefeweizen) 두 가지가 있다. 꽃병 모양의 500mL 전용 잔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며, 헤페바이젠은 잔에 따를 때 3분의 2만 따르고 나머지는 병을 흔들어 따라서 마신다. 밀 특유의 가벼운 풍미와 산미가 일품이다.
2) 라거 (Lager)
‘저장’을 뜻하는 독일어 명칭이 의미하듯 저온에서 일정 기간 숙성시킨 맥주를 의미한다. 동시에 한국인이 그동안 마셔온 상당수의 국산 맥주가 라거에 해당한다. 본격적인 생산은 1840년 바이에른에서 하면발효 라거 효모 품종을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온도가 관건이기에 당시에는 냉장 저장에 적합한 동굴에서 제한적으로 생산이 이뤄졌으며 19세기 냉장기술의 발달과 함께 대량 생산이 이뤄지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다. 상면발효 맥주에 비해 부드럽고 목 넘김이 편하며, 톡 쏘는 청량감이 일품이다. 가장 대표적인 라더는 페일 라거(pale lager)이며, 보크(bock), 필스너(pilsner) 등도 라거의 종류에 속한다.
3) 필스너 (Pilsner)
라거의 효시이자 전 세계 맥주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대중적인 맥주다. 1859년 필스너비어라는 말이 상표로 등록되었고, 1871년 미국에 처음으로 수출되면서 맥주 양조의 황금기를 불러온 주인공. 알코올 함량은 3~4%이며, 탄산이 많아 발생하는 풍부한 거품이 특징, 잡미가 없는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색상은 연한 노란색부터 황금색을 띠며 맛은 홉의 품종에 따라 크게 나뉜다. 가령 체코(Czech-style pilsner) 필스너는 깔끔하고 강한 계피 향을 내는 토종 품종인 사츠 홉을 사용하며, 저먼(German-style pilsner) 필스너는 꽃 향과 흙 냄새가 나는 할러타우러, 스파이시한 향의 수팔트 등을 사용한다.
4) 둥켈 (Dunkel)
독일어로 ‘어두운(dark)’을 뜻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라거 타입의 독일 흑맥주를 일컫는다. 원래 1842년 황금색을 띤 라거 맥주 필스너(pilsener)가 양조되기 전까지 라거 맥주의 색깔은 대부분 검고 진했다. 19세기 후반부터 연한 노란색부터 황금색을 띈 페일 라거로 바뀌면서, 독일 뮌헨의 양조업자들이 현대적인 둥켈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생산한 맥주다. 동시에 둥켈은 밀로 만든 상면발효흑맥주를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5) 페일에일 (Pale Ale)
에일을 대표하는 맥주이자 1703년 영국에서 코크(coke, 석탄으로 만든 연로)로 구운 담색 맥아로 처음 생산됐다. 페일이란 엷은 색이라는 뜻. 페일 에일을 만들 때 사용하는 몰트는 페일몰트 종이다.
이 외에도 사용된 몰트에 따라 앰버 에일(Amber Ale), 아메리칸 페일 에일(American Pale Ale), 버튼 페일 에일(Burton Pale Ale),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 비에르 드 가르드(Bière De Garde) 등으로 나뉜다.
6) 비터 (Bitter)
1830년대부터 영국에서는 비터와 페일은 같은 의미로 쓰였다. 알코올 함량은 종류에 따라 3%~7%로 색상은 황금색에서 어두운 갈색까지 다양하다. ‘비터’라는 말은 홉의 쓴맛을 뜻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쓴맛이 강하진 않다.
알코올 함량에 따라 라이트 에일(Light ale), 세션 오어 오디너리 비터(Session or ordinary bitter), 베스트 오어 스페셜 비터(Best or special bitter), 프리미엄 오어 스트롱 비터(Premium or strong bitter) 등으로 나뉜다.
7) 인디아 페일 에일 (IPA India Pale Ale)
19세기 인도가 영국령일 때 만들어진 맥주로 영국에서 인도로 페일 수출을 목적으로 처음 양조됐다.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방부효과가 높은 홉을 많이 넣어 쓴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 후 인디아 페일 에일은 ‘홉의 쓴맛이 강한 페일 에일’을 지칭하게 되었다. 알코올 도수도 높은 편으로 인디아 페일 에일은 약어로 아이피에이(IPA)라고 부른다.
8) 포터와 스타우트 (Porter&Stoute)
맥아 또는 보리를 볶아서 제조하기 때문에 진한 초콜릿 색깔이 특징이며, 보통 7%~8% 정도의 알코올 함량을 지니고 있다. 18세기 영국 산업시대 초기 런던 길거리나 강가의 짐꾼에게 인기가 있다고 해서 포터라는 이름이 붙었다. 스타우트는 포터와 같은 계열의 흑맥주로 처음에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포터라는 뜻으로 불리다가 스타우트 포터를 줄여 스타우트라고 부른 것이 시초다.
1840년대 아일랜드에서 포터를 생산하던 맥주회사 기네스(Guinness)가 포터 대신 싱글 스타우트(single stout), 더블 스타우트(double stout)라는 이름으로 맥주를 출시하면서 흑맥주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드라이 스타우트 (dry stout),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 밀크 스타우트(milk stout) 등의 종류로 나뉜다. 일정량의 오트밀을 사용한 스타우트는 초콜릿이나 커피 같은 고소한 풍미가 특징이다. 초콜릿 스타우트는 진한 몰트를 사용한다. 실제로 초콜릿이나 커피를 넣는 곳도 있다.
# 알수록 복잡하고 다양한 맥주의 종류
‘상면(上面)발효’와 ‘하면(下面)발효’의 차이로 구분을
가장 많은 맥주의 종류는 라거, 전 세계의 90% 차지
맥주 초보자가 알아두어야 할 ‘맥주 시음 설명서’ 첫 번째 시리즈로 맥주의 종류에 대해 알아봤다. 분류상으로는 총 8가지 제품군으로 나뉘지만 요약하자면 맥주는 크게 발효방식에 따라 에일(Ale), 라거(Lager)외의 다루지 않았지만 람빅(Lambic)의 3가지로 나눠진다는 것이 주된 요지다. 람빅(자연발효 맥주)을 제외시킨 이유는 벨기에의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특산품이라는 것. 그렇기에 맥주는 실질적으로 라거와 에일로 구분할 수 있다.
영국, 미국의 일부, 캐나다, 벨기에 등지에서 생산, 고온에서 발효
구분 | 특징 | 알콜도수 | 색상 |
포터 (Porter) |
영국 맥주로 맥아즙 농도, 발효도, Hop 사용량이 높고 캐러멜로 착색하여 짙은 색상에 맛이 감미롭다. 보통 맥주의 1.5~2배의 홈을 넣고 고온에서 발효시켜 향이 강하며, 후숙기간이 짧아 탄산가스와 거품이 적고 쓴맛이 강하다. | 5% | 담색 |
에일 (Ale) |
포터와 비슷한 특징을 지닌 맥주로 Ale 중 제일 약한 맥주인 Pale Ale과 농색이고 맥아 맛이 온화한 Mild Ale, 향기가 짙은 Scotch Ale 등이 있다. | 5% | 담색 |
스카우트 (Stout) |
포터와 에일 보다 더욱 검고 탄 냄새를 지니며 강한 맥아 향을 풍긴다. 약 6개월 이상의 후숙기간을 가지며 최종 발효는 병속에 담아서 시킨다. | 8~11% | 담색 |
림벅 (Lambic) |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양조, 60%의 맥아와 40%의 밀로 제조된다. 호프를 많이 사용하면서 야생효모, 젖산균 및 브레타노 마이세스(Birettano-myces) 등의 균을 사용한 자연발효가 특징. 하나의 용기에서 발효 후 2~3년 이상 후숙한다. | · | · |
세계 맥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며, 저온에서 발효
구분 | 특징 | 알콜도수 | 색상 |
라거 (Lager Beer) |
원맥즙의 농도가 11‒12%인 보편적인 맥주, 저장기간과 발효후 기간이 길어 향미가 좋은 맥주. 60℃에서 30분 정도 살균처리한 후 병입 | 5% | 농색, 담색 |
드래프트 비어 (Draft(Draught) Beer) |
생맥주로 통용되며, 저온살균처리를 거치지 않아 발효균이 포함된(unpasteurized) 맥주 | 4~5% | 담색 |
필스너 (Pilsener Beer) |
연수(단물)를 사용하여 담색맥아로 만들기 때문에 맥아 향기가 약한 황금빛깔의 담색맥주이다. 맛은 담백하며, 쓴맛이 강하고 상큼한 맥주로서 알코올 함량은 3‒4%이다. | 3~4% | 황금빛 |
뭔헤너 (Munchener Beer) |
경수(센물)를 양조용수로 사용하여 맥아 향기가 짙고 감미로운 맛이 나는 대표적인 농색 흑맥주로 알코올 함량은 약 4%이다. 이와 유사한 맥주로 Kulmbach Beer, Number Beer 등이 있다. | 4% | 진한 흑맥주 |
도르트문트 (Dortmund Beer) |
양조용수는 황산염을 함유한 경수(센물)를 사용하여 필젠타입보다 발효도가 높고 향미가 산뜻하며 쓴맛이 적은 담색맥주이다. | 3~4% | 담색 |
보크 (Bock Beer) |
원맥즙의 농도가 16% 이상인 짙은 색의 맥주로 향미가 짙고 단맛을 띤 강한 맥주이다. 이것은 발효통을 청소할 때 나오는 침전물을 사용하여 만든 특수한 맥주로 미국에서 주로 봄에 생산된다. | · | · |
그렇다면 누가 더 오랜 된 맥주일까? 이는 저장기술과 연관 깊은데 에일이 라거보다 먼저 등장했다. 냉동기술이 없던 시절의 맥주는 오늘날 명당 찾는 것 마냥 그 장소 선정에 꽤나 까탈스러움이 요구됐다. 가령 지하를 보유하고 있기에 온도차가 크지 않는 교회나 수도사가 제조에 수월했고 그러한 환경에서도 여전히 냉장과는 거리가 있었기에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온 환경에서도 발효가 이뤄지는 표면발효효모를 사용한 에일 형태의 맥주가 필시 제조에 유리했을 터. 동시에 음식 섭취가 일정 금해지는 금식주간에 유일하게 허용되는 식품이 맥주라는 것 또한 생산을 재촉한 원동력이 됐다.
▲홉의 형질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맥주는 천차만별의 맛을 표현한다.
그나마 제조가 수월했던 에일 품종은 맥주를 발효시킬 때 위로 떠오른다고 하여 ‘상면(上面)발효 맥주’라고도 불리는데, 과일과 같은 향긋한 맛과 진하고 깊은 맛이 특징이다. 주로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와 같은 연중 일교차가 크지 않은 데다 여름에는 선선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후가 유지되는 지역에서 제조됐다. 에일 맥주 계열에는 포터, 페일 에일(비터), 스타우트, 마일드 에일, 브라운 에일, 바이젠, 트라피스트 비어 등이 있다.
이후 15세기경 뭔휀을 중심으로 바이에론 지방의 수도원에서 낮은 발효온도와 장기간의 숙성을 특징으로 하는 맥주의 양조가 시작됐다. 대중화가 이뤄진 시기는 19세기 중반. 이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맥주를 발효통의 아래에 가라앉는 ‘하면(下面)발효 효모’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하면발효 맥주’로 부른다.
하면발효 맥주의 대표격인 ‘라거(Lager)’는 독일어로 ‘저장’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에일과 달리 과일 향이나 깊은 맛이 없는 대신 부산물이 적어 깔끔하고 시원한 청량감이 특징이다. 라거 맥주 계열에는 필스너, 둥켈, 슈바르츠, 엑스포트 등이 있다.
▲ 바이엔슈테판이 매년 한정판으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맥주 와인 인피니티. 한 병에 10만원이 넘어가는 비싼 몸값 자랑하는 이녀석의 생산 과정은 무척 특별하다.
알아두어야 중요한 사실은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상당수의 맥주가 라거 계열이라는 점과 특히 라거 계열의 맥주 가운데 필스너 맥주(또는 필스너 계열의 맥주)가 전 세계 맥주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지녔다는 것. 우리의 입맛에 익숙한 대중적인 맥주의 특징인 ‘높은 탄산 함량에 스파이시한 풍미’가 바로 필스너 계열의 맥주에서 파생되었다고 이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