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스트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2017년 10월 04일] - 남자가 주방을 들락거리면 큰일을 못한다는 것은 대체로 뼈대 깊은 가문이 공통으로 지닌 오랜 편견이라고 하지만, 요즘 대세는 요리 잘하는 남자다. 조상님의 충고를 따르자면 이미 글러 먹은 것이니 고로 큰일보다는 작은 일에 치중하는 것이 현명한 줄로 받아들이고, 요리를 익히는 것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색시를 만나 장가가는 지름길 되겠다.
이를 증명하듯 허세 최현석 셰프는 소금을 허공에 투척했고, 상당량이 갈 곳 잃은 채 바닥으로 추락해 고귀한 생을 다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심으사 오늘날 성스러운 경지에 이르지 않았던가! 모름지기 요리하면 맛도 중요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 점에서 요리 좀 하는 남자라면 돌 절구 하나쯤은 소유하는 것이 암묵적인 유행이 됐다. 무겁고 크고 투박한 절구라니! 의아하게 여길 수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돌절구만큼 안전한 조리기구도 없다. 버튼 하나로 움직이는 도구가 넘쳐나는 요즘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영양소 파괴가 흔하며, 너무 곱게 갈아버리는 제품 특성상 다지는 것을 넘어서 분쇄를 하기에 씹는 느낌도 없다.
그 점에서 돌절구는 다소 느리지만 비교적 안전하고 음식 본연의 영양소까지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으니 최근의 트렌드로 빠르게 부상한 슬로우푸드를 대변하는 대표 주방 아이템으로 손색없다. 여기에 작고 아담한 디자인을 한 까닭에 주방 소품으로도 그 역할을 해내니 이렇게 좋은 제품이 어디에 또 있을까 묻고 싶다.
# 어떻게 쓸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라!
커피 원두 분쇄부터 마늘다지는 용도까지
무궁무진한 활용성에 놀라고, 쓰임새에 반하다.
어디에 쓰긴? 마늘 빻을 때 제격이다. 마늘 2개 정도 넣고 콩콩콩 찧으면 초반의 실한 형태는 온데간데없고 수저로 삭삭 긁어 찌개 속에 투척하기 좋은 모습으로 탄생하니 된장찌개, 김치찌개 그리고 각종 탕 요리에 그 쓰임새가 제법 빛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용처는 틀에 박힌 사고에서나 가능한 것이기에 조금만 눈을 돌리면 가능성은 다양하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굳이 그라인더를 돈 들여 구매할 필요는 없다. 그 느낌은 몹시 이색적일 수 있지만 비단 커피 원두를 갈아야 한다는 법만 있던가! 절구로 빻은 후 내려 마시는 커피의 맛과 향은 더욱 풍부하고 진하다. 실제 전동 그라인더보다 핸드 그라인더에서 분쇄한 커피의 향이 더 좋다고. 그렇다면 거친 절구로 갈아보는 커피의 맛은? 필시 투박한 형태로 태어난 원두는 뜨거운 물을 만나 오묘한 멋과 맛을 펴내지 않을진대 기대해볼 만 하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돌절구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시원하게 한잔 들이키는 것도 나름 멋일 수 있겠다. 절구라는 제품의 특성상 그리 자주 쓰일 만한 주방 도구는 아닐지라도 쓰임새를 고민하면 다방면으로 활용될 가치를 지녔기에 한번 사두면 오히려 전동 그라인더나 전동 다지기보다는 범용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물론 사용 전 준비과정이 다소 번거롭다. 제아무리 단단한 화강암으로 만들었다고 쳐도 돌가루까지 제거해서 나오는 것은 아니기에 베이킹파우더와 밥을 이용해 몇 차례의 세척작업과 연마작업을 거치고 나서야 '이제 준비됐어요 신호를 보내기 때문. 가장 마지막은 참기름 혹은 들기름으로 곱디고운 꽃단장이 기다린다. 여기까지가 기본적인 준비과정이라는 것.
품명 : 마리슈타이거 돌절구
재질 : 화강암
규격 : 13x10cm / 5x16cm (절구/공이)
무게 : 2.25kg / 0.75kg (절구/공이)
문의 : 마리슈타이거
무척이나 번거로운 과정임에도 돌절구의 활용성은 제이미올리버의 요리 프로를 비롯해 삼시세끼까지 거쳐오면서 우리에게 제법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다. 추가로 참깨나 마른고추도 돌절구로 가공할 수 있다. 스테이크를 즐겨 먹는다면 이제 향까지 품고 있는 통후추를 추천한다. 사용 직전 원하는 굵기로 빻은 후 사용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 때문에 주방의 만능 조리도구라는 애칭에 손색없으며, 이렇게 무궁무진한 활용성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즐거움까지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