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수로만 15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 비트에서 인상 깊은 장면 하면 단연 도로위에서 펼쳐지는 오토바이 질주 컷을 빼놓을 수 없다. 세상에 억압되고 규정에 얽매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내제된 분노를 질주 본능으로 승화시킨 주인공의 모습은 당시 10대 중후반의 청소년에게 오토바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대림 VF나 VR 혹은 효성 엑시브 카울을 내려 섀시를 강조하는 등 불법 개조가 승행했으나 지금 생각해도 당시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오토바이라는 것에 대해 삐뚤어진 시선이 만행했으며 동시에 영화 속에서 등장하던 CBR600 기종은 1천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 이었기에 현실적으로 괜찮은 오토바이라는 것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
시대는 변했고 저렴한 비용에 세련미를 갖춘 오토바이도 많이 들어왔다. 간혹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명이 다된 폐차량을 헐값에 수입해 마술 같은 솜씨로 새것으로 둔갑해 파는 일도 비일비재 하다. 안정성을 따진다면 정품 수입된 제품만한 것도 없다.
혼다 PCX는 지난해 혼다코리아를 통해 정식 유통된 스쿠터 모델로 125CC의 고 배기량을 갖춘 고급형 모델이다. 공식연비만 따지면 리터당 50km를 뛰어넘으니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는 기름 냄새만 맡아도 달린다는 표현이 제격이다. 그렇다 보니 실 사용자의 평가도 비교적 후한 편이다.
실속파라면 관심 가져볼만한 기종이라는 것과 함께 군더더기 없이 스쿠터 본연의 특징을 잘 살린 모델이라는 평도 등장한다. 달리는 자유를 만끽하기에 오토바이만 한 것도 없다면 혼다 PCX는 가격적인 부담과 주유비 부담 게다가 아이들링 스탑 기능을 통해 환경까지 생각한 일석 4조 모델이다.
| 기름 냄새만 나도 움직인다. 리터당 50km
차량과 비교하기에는 성격이 다르지만 연비만큼은 단연 돋보인다. 정속 주행에 에코 드라이브 주행을 아무리 시도한다 한들 바퀴 4개나 달린 자동차로는 한계가 뚜렷한 것이 연비 향상이다. 디젤 방식에 하이브리드를 선택해도 리터랑 20km가 불가능하다. 허나 125CC 배기량의 혼다 PCX는 무려 리터당 두 배를 뛰어 넘는 54.1km/L를 자랑한다.
장착된 엔진은 수랭식 4스트로크 단기통 구동방식에 전자제어 연료분사장치(PGM-FI)를 탑재했다. 권장 운행 속도는 60km이니 시내 주행에는 과속을 일삼아야 할 폭주 드라이버가 아니라면 만족해도 좋은 스펙이다.
/ 속도 계산 없이 시내 주행시 평균 리터당 36km 정도가 실 효율
물론 정속 주행만으로 가능한 수치이지만 배기량이 125CC에 달하는 고 배기량에 이 같은 연비는 주목할 만하다. 예로 혼다의 50CC 배기량의 인기모델인 줌머는 리터랑 75km/L의 연비를 내세웠다. 연비만큼은 최고라고 손꼽을 수 있지만 문제는 권장되는 적정 속도다. 시속 30km 주행을 권장하니 조금 과장해서 내리막길에 탄력 받은 사이클에 버금간다. 뒤따라오는 차량의 따가운 경적소리를 얼마든지 기대해도 좋다.
동시에 숨겨진 비장의 기능이 있는데 연비하면 거론되는 기능이 아이들링 스탑 기능이다. 신호나 대기 등으로 3초 이상 차량 운행이 안 될 경우 엔진의 공회전을 스스로 멈춰 낭비되는 연료 소모를 줄이는 기능이다.
다시 출발하고자 할 때에는 “절대 의식하지 마시고 부드럽게 스로틀을 당기세요”라는 것이 정답이다. 생소한 기능이기에 긴장하고 강하게 당길 경우 급출발 모드로 돌변해 튀어나가는 일이 발생하기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물론 한 번 경험해보면 두 번 실수는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이 기능이 막연히 좋은 것만은 아니다. 좁은 골목길 주차나 후진에는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수시로 동작할 수 있기에 불편함을 피할 수 없다. 분명 환경과 연비에 도움 되는 기능이긴 하지만 불편함도 가중될 수 있는 양날의 칼 같은 기능이다.
배기량이 크다 보니 체형도 일반적인 스쿠터에 비해 큰 편이다. 작고 귀여운 스타일의 스쿠터를 생각했다면 권하지 않는다. 남성미를 강조한 투박한 외형에 선을 강조한 개성 여기에 튀어나온 체형은 우람한 근육을 지닌 운동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 보니 좋은 점도 있다. 일단은 시트가 넓어 승차감이 좋다. 스쿠터 하면 혼자 운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간혹 뒷좌석에 동승자가 탑승하는 일도 발생한다. 1인승 스쿠터라면 불가능했고 배기량이 작아서 언덕을 오를 때에는 행여 엔진이 꺼질까 식은땀 흘려야 했다면 그런 걱정은 덜어도 좋다.
게다가 시트가 넓은 만큼 수납공간도 넓다. 시트 아래 수납공간은 25L에 달하며, 프런트 카울 안쪽에는 작은 제품을 수납할 수 있는 1.5L 용량의 글러브 박스를 갖췄다. 게다가 수납공간은 오픈 스위치를 통해 원터치로 개폐되니 쓰기에도 좋다.
오토바이를 운행하면서 얼마나 많은 짐을 구비하겠냐 하지만 그래도 필요한 만큼은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을 지녔다. 게다가 큰 차체에서 발생되는 안정성도 여타 제품에 비해 높다. 때문에 파손에 따른 수리비 부담도 적다는 것이 실 사용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방어운전 안전운전을 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일이다.
연료주입구 위치도 일반적인 차량과 다르게 위치한다. 핸들 아래에 감춰져 있어 디자인이 깔끔한 것도 장점이다. 일체형 키박스(시동, 핸들 잠금, 시트&캡오프너 등)에 키를 돌려놓고, 우측에 구성된 스위치 버튼(SEAT, FUEL)을 누르면 열린다. 또한 키셔터를 기본으로 갖춰 키구멍을 파손해 스쿠터를 훔쳐가는 행위를 미연에 방지했다. 키박스 우측 벽의 상태표시창은 CBS 브레이크 브레이크액의 레벨을 확인할 수 있는 리저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른 나라에 판매되는 사양과 달리 국내 정발 모델에는 기본 경보기(단방향)가 빠져있다는 것. 키셔터와 더불어 기본 경보기가 달려 있다면, 소비자가 도난 방지를 위해 추가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생긴다. 하지만 '국내 실정상 경보기가 제외됐다'는 이유는 별로 달갑지 않다.
단점도 있다. 바퀴가 지적되는데 직경 14인치의 알루미늄 휠을 사용해 지면과의 접지력이 자주 거론된다. 사실 스쿠터에 14인치 휠은 굉장히 큰 스펙이다. 2~4인치가 더 크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안정성도 높다. 문제가 거론 되는 것은 그만큼 혼다 PCX의 단점이 적은 것도 한 몫 한다.
휠이 얇으면 빗길 주행에는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배수가 잘되기 때문이며 눈길에서도 이득이다. 어디까지나 도로 포장이 잘 된 아스팔트 주행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하면 비포장도로에 혼다 PCX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얇은 휠의 단점이 접지력이라 한다면 자갈길이나 비포장도로에서는 상대적으로 슬립 가능성이 크다. 시골이나 외곽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어 비포장도로를 만나는 확률이 높다라면 혼다 PCX외의 다른 제품을 권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승차감이 아주 몹쓸 모델은 아니다. 평소에 지나가던 도로임에도 분명 미세한 차이가 드러난다. GP125Fi 서스펜션(싱글쇽)의 경우 비교적 딱딱하고 강성이 센 편, 게다가 10인치 휠을 채택했기에 노면의 충격을 완화시키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서, 주행 시 허리에 부담이 있는 편이다. 특히 맨홀이나 요철 구간을 빠르게 지날 때, 서스펜션이 충분히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혼다 PCX의 경우 듀얼 댐퍼형 서스펜션과 14인치 휠을 채택해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사실 14인치 휠은 이 보다 작은 사이즈 휠에 비해 고속 주행 시 안정성과 요철 구간에서 승차감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준다. 실 운행에도 시내 주행에는 고속 주행 시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소통 상황에 따라 차선 변경이 잦은 주행 스타일에도 부족함 없이 맞아 떨어지는 느낌은 일품.
14인치 휠과 전륜 포크의 만족스러운 반응성은 고속 주행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요철도 부드럽게 받아들인다. 후륜 서스펜션의 경우 고속 주행에서는 약간은 '통통 튀는' 느낌, 중저속에서는 '무르다'라는 표현이 알맞다. 물론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혼다PCX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강조한 것으로 판단되며, 부드러운 엔진, 곡선을 살린 디자인과 여러모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 혼다 PCX 듀얼 댐퍼 서스펜션(좌), 킴코 GP125Fi 싱글 댐퍼 서스펜션(우)
제동력은 기대 이상이다. 전후 연동인 콤바인드 브레이크를 사용해 원하는 장소에서 정확히 멈추는 성능을 발휘한다. 거친 환경에서의 14인치 타이어에서 발생되는 슬립 현상을 제외한다면 지적할만한 단점은 없다.
밤길 운행에 필수적인 헤드라이트는 일체형의 듀얼 할로겐 타입을 장착했다. 정면 아래에는 미등 그 위에는 방향지시등을 배치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디자인했다. 운행 중 발생되는 와류를 줄이기 위한 윈드스크린은 숏 타입을 달하 주행풍의 여파 피하는 것을 기대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물론 상체 포지션을 낮추면 해결되지만 편하게 타고자 한다면 갓이 긴 스크린의 교체가 필요하다.
이미 혼다 PCX는 정식 수입 전부터 병행 수입으로 널리 보급된 모델이다. 지난해 6월 1일 정식 판매를 시작했으며 300만원 후반 대에 구입가능하다. 이 가격은 병행 수입된 모델보다 낮은 가격으로 정식 수입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사후지원이나 추후 되팔 때 얻을 수 있는 메리트 등을 따져보면 월등한 이득이다.
| 소리 없이 강한 성능. 치고 나가는 가속도가 일품
우선 초반 가속의 경우 정지 상태에서 치고나가는 힘은 건조 중량(126kg) 대비 놀랍다. 누구나 인정하는 125CC 이하 초반의 절대강자 어드레스(85kg), 그와 필적하는 성능을 보이는 GP125(118kg)와 비교한다면 무게감은 확실히 있지만, 스로틀을 당겼을 때 부드러운 엔진 음과 달리 이미 상당히 앞으로 치고 나와 있는 모습은 만족 그 이상 이다. 기존 사용 모델이던 킴코 GP125 와 비교를 거부한다. 또한, 아이들링 스탑 기능과 초반 가속이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도 주요 포인트다.
아이들링 스탑 기능이 없는 기존 모델의 경우 신호 대기 중 본의 아니게 출발 시그널(녹색불)을 기다리는 상황에도 배기 음이 시끄럽게 들리지만, 홀로 아이들링 스탑 기능(엔진스탑)이 작동한 PCX는 주위 배기 음에 묻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유일하게 동작이 감지될 경우에는 녹색불이 들어옴과 동시에 아무렇지도 않게 툭 치고나가는 PCX를 보며 당황하는 옆 사람의 모습을 목격할 때다.
출발 이후 스로틀을 서서히 당기면, 80키로까지 거침없이 속도계가 올라간다. 하지만 80키로 이후부터 서서히 가속이 더뎌지며, 100km를 돌파하면 한계를 드러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80키로 이전까지 혼다 PCX의 주행 성능은 GP125 못지않다. 14인치 휠 때문일까, 오히려 더 시원시원한 느낌, 하지만 80키로 이후 눈에 띄게 가속이 느려지며 아쉬움을 남긴다.
게다가 80키로 이후 더딘 가속에 답답함을 느낄 즈음, 계기상 약 109km 전후로 속력이 오르지 않는다. 때문에 국내에 정식 발매된 PCX의 경우 최고속이 105km/h로 리밋(제한)이 걸려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행 성능에 대한 평가는 아주 주관적으로, 중저속 구간에서 보여주는 주행 성능은 만족, 80키로 이후 가속도는 아쉽고, 100키로 초반의 고속은 불만이다.
| 빗길 주행 시 CBS 작동으로 슬립 현상 감소
노면이 가장 미끄러울 때는 비가 많이 내려 완전히 적셔진 길이 아니라 오히려 막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이다. 그 이유는 먼지나 이물질이 노면에 남아있는데다, 빗방울로 인해 타이어가 지면과의 접지력을 잃고 미끄러질 수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 혼다 PCX의 아쉬운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던 14인치 휠의 90-100mm의 얇은 타이어 폭이 자주 거론됐다.
허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빗길 주행은 시야 문제도 그렇고, 노면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정확한 판단은 어렵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서 얻은 만족감을 해칠만한 요소는 전혀 없으며, PCX에 탑재된 연동형 브레이크 시스템(CBS)으로 인해 빗길에서 리어 브레이크 조작 미숙으로 발생할 수 있는 타이어 슬립 현상도 적다는 특징도 눈 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혼다 PCX에 채택된 연동형 브레이크 시스템(CBS)는 리어 브레이크 레버를 살짝 잡았을 때(약 10%까지)는 후륜에 드럼 브레이크만 작동하고, 이보다 강하게 레버를 움켜쥐면 후륜 드럼과 전륜 디스크 브레이크가 동시에 작동해 제동력을 일정부분 나눠서 처리해 타이어 슬립에 매우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아이들링 스탑으로 엔진이 정지된 상태에서 탠덤 자를 태우고 출발하는데도 분명 혼자 탈 때와 비교해 스로틀을 더 감은 느낌이 없다. 비교적 무난한 출발, 힘이 부족하다거나 엔진 음이 과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면목에서 화랑고가차도까지는 왕복 6차선으로 아스팔트 포장이 잘 되어 있어 노면 상태가 좋은 구간에서 80키로 이상까지 속도를 올리는데 혼자 달릴 때보다 스로틀을 더 당기지 않아도 가속도와 주행 성능은 만족스럽다.
알피엠도 혼자 탔을 때와 비교한다면 분명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혼자 탈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일정하게 상승한다. 또한 감/가속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알피엠과 엔진 음이 상승한다거나 울컥거리는 느낌도 전혀 없다. 고가 차도를 넘어갈 때 엔진 음이 상승하거나 힘겨워 하는 모습이 나타날까 염려했지만, 오르막을 오르는 와중에도 스로틀을 당기는 대로 꾸준히 가속이 이뤄졌으며, 엔진음의 변화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타 사용자는 혼다 PCX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내꺼 탈 때(100CC)는 탠덤하면 엔진이 죽는 소리 냈는데, 이건 소리가 부드럽고 똑같다"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 전혀~ 없고, GP보다 이게 훨씬 좋아 보인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 이기성 wlrls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