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 jeremy.H
니콘이미징코리아(http://http://www.nikon-image.co.kr/)
[2015년 05월 13일] - 시장에서 선호되는 브랜드로 손꼽힌다는 것은 성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마초적인 성향을 지닌 거친 남성에게 선호된다는 것은 내구성도 갖췄다는 의미다. 렌즈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오랜 역사를 지닌 제조사라는 의미다. 위에서 나열한 조건은 대중이 니콘을 평가할 때 공통으로 나오는 특징이다.
하지만 유독 외면받는 분야가 있었으니 ‘미러리스’ 되겠다. 카메라 명가로써 캐논을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임에도 미러리스 카테고리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힘을 못 쓴다. 이점은 캐논도 마찬가지 모습이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니콘이 미러리스 신모델이랍시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일종의 출시 효과를 본 덕분에 노출되는 빈도가 깨알같이 높아졌다. 판매량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추정컨대 수익은 저조했으리라.
심지어 네이밍을 J1과 V1으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기억될 수준으로 짧게 결정했음에도 이 또한 부질없는 짓. 아니 니콘이 될 거라 믿었던 꼼수가 모두 막혀버린 시장이 미러리스였을지도 모르겠다.
니콘은 그렇게 미러리스 시장에 좌절에 좌절을 거듭하는 가운데 미련을 버리지 못해 수없이 재기의 타이밍만 노렸고 그 실체가 드디어 공개됐다. 무모했던 지난 시절을 과오 삼은 니콘은 2015년 니콘1 J5를 차세대 주자로 선정. 바통을 넘기면서 시장에 ‘니콘’이라는 이름을 각인하고자 첫 걸음마를 시작했다. 이후 차기작에 분위기를 물려주면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을 노린 계산이다.
니콘이 노린 뜻대로 흐름을 전개하기에는 경쟁사인 ‘소니’와 ‘올림푸스’의 견제가 치밀하다. 분명한 것은 이번에 나온 제품은 여러 번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단단히 날을 세웠는데, 그 덕분에 디자인, 기능 면에서는 제대로 여심을 노린 기운이 풀풀 풍긴다는 것.
# 여심을 유혹하려는 흔적, 곳곳에 녹아
문제는 남친 추천 상품을 고른다는 현실.
니콘은 이점을 간과한 것인가?
카메라 하면 전통적으로 남성의 전유물이자 오덕의 종결 판이다. 니콘은 시장에 뿌리 깊게 박힌 오랜 편견을 피하고자 시작단계부터 대상을 한정 지었다. 바로 여성이다. 그러한 흔적은 곳곳에서 목격됐다.
먼저 무게는 렌즈를 포함해도 불과 300~400g에 불과하며 순수한 바디 본연의 무게는 265g에 불과하다. 이는 파우치 또는 핸드백에 무거운 물건을 담기 싫어하는 여심을 간파한 것. 설명서상 기재된 수치인 가로(98.3mm) x 높이(59.7mm) x 두께(31.5mm) 치수는 손이 작은 여성의 손에도 쏙 파지될 정도로 아담하게 느껴진다.
니콘1 J5가 여심을 노렸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또 있다. 후면에 배치한 큼직한 액정은 3인치 크기에 104만 화소 사양을 갖춰 선명도가 뛰어나다. 요즘 나오는 여타 미러리스와 견주었을 때 도드라지는 강점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어폐가 있으나 액정이 피사체의 시선과 마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히거나 회전한다는 것은 바로 셀카를 의식했다는 결저적인 정황으로 분석된다.
즉 의도적으로 설계했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인데 대충 디자인해서는 절대 구현되는 구조가 아니기에 더욱 확인이 선다.
또 다른 여심의 노림수는 무작정 찍는 기능에 충실한 단순한 동작 방식이다. 요즘 출시되는 카메라치고 성능이 부족한 제품은 없다. 감도는 ISO 기준 160부터 최대 1만 2,800까지 지원하는데, 이 중에서도 6,400과 1만 2,800에서만 노이즈 감소(Noise Reduction) 옵션이 은밀하게 제공된다.
엑스피드(Expeed) 5A 이미지프로세스와 노이즈 감소 기능의 절묘한 조화를 더해 퀄리티를 챙겼는데, 문제는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는 수치이기에 관심 밖이라는 것. 그렇지만 그 시도가 얼마나 대단한가! 니콘의 실험에 박수를 보낸다.
# 2,000만 화소 진입 장벽 넘은 니콘1 J5
4K 해상도(3,840 x 2,160) 동영상 촬영에 주목
피사체 포착 속도 진일보해 누르면 ‘찰칵’
미러리스의 진화가 DSLR을 잡을 수 있을까? 이의 궁금증을 니콘은 명쾌하게 풀어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조금 더 기다려달라.’ 는 결론으로 화답한다. 그렇다고 니콘1 J5가 몹쓸 제품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제품이 보급형이기에 스냅용도가 적절하다. 더구나 번들로 기본 제공되는 니코르(NIKKOR) 10-30mm f/3.5-5.6 피디줌(PD-ZOOM)'의 성능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경통 안에 있는 렌즈가 촬영할 때에만 돌출되는 침동식(沈胴式) 줌렌즈라는 것을 염두해도 번들을 통해 완성된 결과물은 아쉬움이 크다. 물론 렌즈를 교체할 수 있는 구조이기에 대안은 충분하다.
강점은 빠른 동작이다. 미러리스 제품답지 않게 만족스러운 피사체 포착 속도는 반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삐빅’하는 초점검출 완료 음과 함께 체감할 수 있다. ‘이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기에 ‘느려서 못 찍었다’는 핑계는 그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생뚱맞게 추가된 부가 기능인 ‘셀프 촬영 모드’는 참신하다. 스마트폰도 아닌 것이 스마트폰의 영역에 침투했고, 전유물과 같은 기능을 따라 하니 본질을 잃어버린 느낌도 있으나 이러한 시도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니콘1 J5는 미러리스의 혈통이며 실패를 결코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는 니콘의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 가격도 59만 8,000원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착한 것이 제법이다. 물론 이 가격에는 렌즈가 포함되어 있기에 추가로 갖춰야 하는 품목을 굳이 찾아야 한다면 액정보호 필름 정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