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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외교력 논란, 굴욕인가 졸속인가?

시사/정치/사회/트랜드/기획

by 위클리포스트 2011. 10. 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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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굴욕 외교” 비난
미 백악관 ‘축제분위기’ 한국 비준 ‘난황 예상’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에서 한국은 자동차 시장을 내주고, 양돈과 제약, 비자 분야 제재를 각각 2년과 3년 유예하는 것에 합의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FTA 협상 장면 (출처 : 외교통상부 자료실)

지난 4일 밤. 한국과 미국 간에 타결된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통과됐다. 일단은 자동차 분야를 내주고 농산물 일부를 양보 받은 모양새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에서 주요 쟁점을 일괄 타결함에 따라 이제 총대는 국회에 넘겨졌다. 하지만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 측의 거센 요구 대부분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굴욕외교라는 평가도 들린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줄건 주고 얻을 건 얻었다며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김종훈 본부장은 “우리가 주장을 해서 챙겨온 것도 있다”며, 청와대 홍상표 대변인은 “양국에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며, 한미 동맹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가 받은 것에 비해 내준 것이 너무 많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기상으로도 좋지 않았다. 연평도 사건 직후 이뤄져 경제적 손익을 따지기 보다는 정치적 논리가 우선시 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에서 이뤄진 협정으로 우리 정부가 이득을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것.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 것도 굴욕 외교를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했다.

| 자동차 분야 절대적 지위 얻은 미국

‘승용차 관세 4년 유지, 세이프가드 제도 도입, 미국 안전기준을 한국 안전 기준으로 인정’
협상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동차 특별 세이프가드 긴급수입제한조치이다. 지난 2007년 협상당시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 3000CC가 안 되는 차량에 대해 즉시 관세 철폐하고 초과 승용차에 대해서는 3년 이내에 2.5% 관세 철폐에서 이번 협상에서는 배기량에 상관없이 관세 2.5%를 5년 뒤 철폐로 시행시기가 늦춰졌다.

따라서 지난 2007년 조항을 따르면 일본차와의 경쟁력에서 우위가 되지만 이번 협상으로 불리해진 것. 또한, 미국 측이 요구하는 세이프 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항도 추가됐다. 예로 3000CC 미만인 아벤떼 차량이 5년 뒤 미국으로 수출이 급등할 경우 미국은 세이프 가드를 발동시키고 아반떼 수출을 중단시킬 수 있다.

전기차는 8%에서 4%로 발효일을 기준으로 즉시 인하되고, 4년 이후 한국 4%와 미국 2.4%가 균등하게 철폐되며, 화물자동차는 미국에 대해 9년간 25% 균등철폐에서 7년경과 후부터 한국과 미국 모두 균등하게 철폐되는 조건으로 변경됐다.

반면, 미국차 수출은 더 수월해졌다. 한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자동차의 자가인증 허용범위가 당초 6,500대에서 2만 5천대 이상으로 확대 됐다. 지금까지 미국산 차량이 국내에 수입돼 판매량 2만 5천대를 넘은 사례는 없다. 2010년 총 판매량이 2천대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국산 차량은 한국에 아무런 제약 없이 판매에 임할 수 있다. 

| 농산물과 의약품 분야 유예로 마무리
| ‘돼지고기 관세 철폐 2년 연장, 의약품 허가, 특허 연계 유예’


정부는 돼지고기 관세 철폐시점을 종전 2014년에서 2년 연장한 2016년으로 연장하기는 것에 미국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목살과 갈비살 등 냉동 돼지고기에 매기는 관세는 현행 25%에서 오는 2012년 16%로 줄인 이후 2016년까지 매년 4% 낮춰 수입된다.

의약품 분에서는 복제의약품 시판허가와 관련되어 특허 연계 의무 이행이 3년간 유예된다. 종전 협정은 시판방지조치 의무 이행에 대한 분쟁해결절차 적용이 18개월 유예되었으나 이번 협정으로 시기가 3년으로 늦춰진다.

반면 논란의 대상이던 쇠고기 문제는 차량 양보라는 핵심카드를 내놨음에도 거론되지 않았다. 애초부터 협상 안건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한국 협상단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만을 내세워 회피하는 모양새를 취한 반면 미국측은 쇠고기는 진행 중이라고 공식석상에서 밝히는 등 양측 의견이 엇갈림으로써 향후 이와 관련되어 충돌이 예상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쇠고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못 박았으나, 이와 다르게 미국 언론은 앞으로 수일 또는 수 주 내에 한국 측과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 하기로 합의 했다고 전하면서 쇠고기 문제는 추가 문제 발생 가능성을 남겼다. AP통신도 비슷하게 보도해 이 말이 사실일 경우 미국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쇠고기 문제를 요구할 가능성 높다.

마지막으로 미국 내 파견 근로자에 대한 비자(L-1)의 유효기간도 연장된다. 지사를 신규 창설할 경우 1년에서 5년으로 연장되고 기존 근무자도 3년에서 5년으로 늦춰진다.

| 이제 남은 것은 국회 비준

4년 6개월 만에 간신히 통과된 FTA 협상 타결에도 분위기는 여야로 나뉘어 국회 비준이 순조롭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또한 정부가 공언한 협정문을 고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농산물과 의약품 분야에서 양보를 이끌기 위한 최소한의 양보라는 핑계를 이유로 꺾이면서 스스로의 약속을 어긴 셈이다.

국민의 알 권리도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협상이 타결된 이후 양국은 ‘동시 발표’라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협상단이 귀국 비행기에 타고 있는 사이 USTR은 자동차 부분에 대한 주요 협상 결과를 4일 밤 전격 공개하면서 주요 언론이 앞 다퉈 보도한 것. 사전에 공개된 것에 대해 김종훈 본부장은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 달라”며, 언론 방어에 나섰지만 미비한 효과에 그쳤다.

FTA에 대해 여당은 전반적으로 환경하는 분위기이나, 야당은 비난의 목소리를 세우고 있다. 지난 2007년 합의에서 상당수 내용이 수정됨에 따라 국회 외통위에서 비준 동의안부터 다시 시작해야 될 상황이지만 야당의 반대로 순조롭게 통과될지는 의문이다.

민주당 김영록 의원은 “쇠고기는 별도 협의 가능성이 남겨져 우리가 얻어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냉동 삼겹살 관세 철폐 기간이 EU와는 10년인데 고작 2년에서 4년 연장한 것을 크게 얻어낸 것처럼 알렸다”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 의회는 대답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놨다. 오바마 미 대통령도 대단히 기쁘다는 환영성명을 내놔 전반적으로 성공적으로 내다봤다. 미 재계도 오바마의 승리. 라고 자축했으며, FTA를 반대하던 포드 자동차도 지지성명과 미 상공회의소 재계도 지지의견을 내놔 미국 내에서는 한국과의 FTA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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