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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먼지 측정기가 라돈 측정기? 라돈 침대 포비아 노린 코웨이 상술이 기막혀

시사/정치/사회/트랜드/기획

by 위클리포스트 2018. 10. 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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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공기청정기가 라돈 측정기?
라돈 침대 포비아 노린 코웨이 상술 주의




[2018년 10월 07일] - 최소 8시간 이상 뒹굴거나 때로는 뛰기도 하며, 누워서 책도 보고 밥도 먹는 등 일상에서 함께하는 침대에서 방사능이 검출된다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까? 물론 TV를 보며 남의 일이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그게 나만의 착각이라는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발견됐다.

올해 초여름,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사상 초유의 사건에 전국이 들썩였다. 유명 침대 브랜드 중 하나였던 대진 침대 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됐다는 건데, 쉽게 말해서 담배 다음으로 위험한 폐암 유발 1급 발암물질이 침대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실제 방사성 물질 중 하나인 라돈은 담배 다음으로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 있다. 인체와 가장 밀접한 접촉이 이뤄지는 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됐다 하니 전국이 들썩거렸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본인 또한 해당 뉴스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먹고사니즘에 바쁜 나머지 찜찜했지만, 신경은 쓰지 못했다. 하지만 5년 전 구매한 혼수 제품들 중에서 매트리스가 대진침대 제품이기에 안심할 수는 없었다. 다행이라고 여겼던 것은 최초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발표된 문제리스트에 소유한 제품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

그러던 것이 공포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진침대가 생산한 제품 가운데 최소 10년 전 생산된 제품부터 라돈이 검출돼 매트리스 전량 리콜 명령이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그 대상에 나 또한 포함됐다. 침대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바꾸고 싶다고 해서 마음처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설마 했던 니가 사람 잡았어~’ 라돈 침대 문제, 해결책 없어 발만 동동
5년간 발암물질 속에서 산 시간, 누가 보상해 줄 건가?


질병관리본부에서 권고하는 실내 라돈 농도 수치라면 유엔 방사능 영향과학위원회(UN SCEAR)의 결과를 토대로 ‘라돈 농도 40Bq/m3, 반감기가 짧은 방사능과의 형평 달성률을 0.4로 가정했을 때의 라돈의 연간 실효 선량은 1.0 밀리시버트(mSv)’ 미만이어야 한다.

물론 이 값은 ±30% 정도의 오차를 고려해야 한다 한들, 대진침대 제품에서 검출된 라돈 수치는 방사능 기준치를 최대 9.35배 초과하면서 오차도 의미 없게 됐다. 이렇게 된 마당에 당장 드는 생각은

“신혼의 단꿈에 설레는 마음으로 골랐던 제품이 건강을 해치는 제품이라니!”

여기에 대진침대가 10년 내 생산한 전 제품까지 리콜 대상에 해당한다고 하니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제야 남편에게 자초 지경을 말하고 침대를 새로 구매하자고 했더니, 돌아온 남편의 반응은

“5년 동안 별일 없었는데 괜찮지 않겠어?”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방사능이 검출되는 침대에서 생활하자고 하니 정 바꾸지 않고 쓰겠다면 나는 거실에서 자겠다고 선언하고 그 방을 나왔다. 직후 내가 한 것은 대진침대 쪽에 리콜 신청을 하기 위해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그 횟수만 족히 수십 번, 수백 번은 더 했으리라. 그러나 통화는 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간 대진침대 홈페이지에는 리콜 대상 모델 회수조치 건과 관련해 제공하는 조회서비스와 대상 모델만 있을 뿐, 해결책은 전혀 없었다. 고작 온라인으로 리콜 접수를 하고 동급의 제품으로 교환제품이 오길 기다리거나 천안 본사로 제품을 가지고 와서 접수하고 받아 가야만 빠르게 리콜할 수 있다는 안내 팝업인데 보는 순간 화가 났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빠르게 리콜 받았다는 사람도 라돈 검출량이 권고 수치보다 높게 나와 다시 매트리스를 바꾸려 한다는 성토의 글이 이미 널린 상태였다. 사태가 이 지경에 달했으니 법적 조처를 하겠다는 소비자 모임이 나온 것은 너무도 당연한 절차다.

물론 보상이 된다면 좋겠지만, 이번 사태로 망해가는 회사에 보상을 요구해봐야 세월아 네월아 해야 하는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기에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포기하는 편이 현명했다.


제품 교체 깜깜이 정책, 경쟁사는 소비자 눈속임으로 영업 전쟁 중
공기측정기로 영업하는 경쟁업체, 과연 믿을 수 있나?


때마침 정수기 렌탈 서비스로 유명한 코웨이 쪽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자사의 제품군을 이용하고 서비스 평가에 참여해 준 것에 대한 감사 의미로 매트리스 케어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마침 우리 집 침대의 정확한 라돈 수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던 참이라 바로 케어 신청을 했다.

접수하며 매트리스 제품이 대진침대 제품이라고 먼저 이야기했고, 이에 대해 코웨이 측에서는 케어는 불가능하지만, 라돈 수치를 점검해 드리겠다고 했다. 약속한 날, 방문한 담당자는 라돈 수치를 알아보자며 작은 기계를 꺼내 측정을 시작했다. 매트리스에 측정기를 올려놓는 순간 500이라는 숫자가 번쩍하고 떴다.

기가 막혀 사진을 찍어 두는 것도 잊었다. 급하게 환기를 하고 다시 측정을 해 본 결과 최저 43~46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남편에게 알려주기 위해 사진을 찍었고, 토퍼 교체가 가능한 매트리스로 일주일 내에 교체하기로 렌탈 약속을 했다. 대진침대 매트리스는 자신들이 직접 수거해 가는 조건이었다.


이후 개인 SNS를 통해 심경을 토로하던 와중, 지인의 댓글을 보고 잠시 말을 잊었다.
“기자님, 이거 미세먼지 측정 센서인데요?”

순간 뒤통수로 뭔가가 후려갈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정말 멍청했다는 생각과 분노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방사능 수치 측정 기기와 미세먼지 측정 기기도 분간하지 못하고, 체크하지 않은 나의 잘못에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대체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누구에게 들어야 할 것인가 고민했다. 또, 일반 소비자들 또한 나처럼 이렇게 렌탈 계약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트리스를 교체하던 날, 담당자와 담당 팀장이 같이 방문했다. 침대를 분해하고 새 매트리스를 설치하는 와중에 물어봤다.

“처음 라돈 수치 측정하셨던 기계요. 그 기계 알아보니 라돈 측정기가 아니라 미세먼지 측정기던데, 그 부분은 어떻게 된 거죠?”
여기에 대한 팀장이라는 사람의 답변이 기가 막혔다.
“미세먼지 측정기인 건 맞는데, 이미 대진침대 매트리스 전 제품이 리콜 대상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요?”

분명 몰랐다면 같은 상황에서 그 수치를 보고 계약을 안 할 자가 있었을까? 하지만 코웨이는 라돈 측정 요청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들이댔고, 추후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해 “그것이 무슨 큰 문제가 되느냐?”는 태도로 대응했다.


그 자세는 마치 ‘이미 넌 우리와 계약을 했고, 제품을 설치했으니 큰 문제가 없어’라는 의미를 연상케 했다. 떠나는 그 순간까지 눈속임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깨알 같은 영업멘트를 남겼다.

“고객님 가족분들도 대진침대 쓰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혹시 교체 의향 있으시면 저희한테 연락해주세요~”


제조사, 정부 모두 뒷짐 지고 나 몰라라… 소비자는 봉인가요?
안전한 매트리스 찾아 유랑하는 소비자는 계속 늘어간다.


이번 논란 직후까지 최애 침대 브랜드에는 늘 대진침대가 있었다. 나도 사용했고 친정도 똑같았다. 특히나 갓 돌 지난 조카를 키우는 동생까지 여지없이 대진침대를 선호했던 상황에서 공포에 가까웠다. 때마침 부모님 또한 매트리스 문제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하필이면 코웨이 쪽에서 연락을 받아 측정도 받아봤다고 했다.

그렇게 나온 결정에 주변 지인은 가격에 대한 부담 등을 고려해 이케아 매장에 방문해 직접 사 올 거라고. 그래도 여전히 주변 지인 중 대진침대 사용자는 널렸고, 아직 어떻게 바꾸었는지도 모르고, 언제 바뀌는 지도 모르고 오늘, 이 순간에도 대진침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나와 같이 단지 가족에게 안전한 침대 매트리스를 찾아 유랑하는 국내 소비자는 많다. 커뮤니티에는 안전하다고 했던 에넥스 매트리스에서도 라돈 검출 뉴스를 접하고 나니 이번 기회에 아예 침대 없는 생활을 할까도 고민하고 있다는 푸념이 급증했다.

사태가 이렇기에 비단 대진침대뿐만이 아닌 라돈 검출된 매트리스 제품을 수거해 놓은 야적장 근방의 지역 주민이 연일 농성을 벌이는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시민은 대한민국 정부가 이번일 또한 잘 해결하리라 믿고 있다. 하지만 대진침대를 비롯한 제조사와 정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뒷짐 지고 관망하는 상태다. 해결이나 될까?

어느덧 10월이다. 최초 보도가 이뤄진 지 6개월가량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휩쓴 라돈 침대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언제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모르고 충돌이 일어나는 곳은 점차 늘어가고 있으며, 명확한 해결책 또한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소비자의 고통을 기회로 보고 먼지 측정기를 들고 다니며 눈속임 영업에만 몰두하는 경쟁업체 태도는 더욱 불쾌하다. 대진침대는 실수였다고 쳐도 코웨이의 행위도 실수가 될 수 있을까? 지극히 악의적이며 고의적인 조작이자 눈속임으로 피해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가까워 보인다.


By 김미리 에디터 milkywaykim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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