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2016년 12월 18일 ] - “ㅇㅇ씨가 모르는 것 같아서 내가 특별히 가르쳐 주는데. 박 대통령은 잘못한 게 없어요. 주변에서 도와달라고 한 거 아닌가. 게다가 불쌍하니까 도와준 것인데 이렇게 된 것을 책임지라고 하면 쓰나. 사실 최순실 그년은 죽어도 싸지. 그년이 나쁜 짓을 해서 그렇게 된 거잖아.” - 박 만세(가명, 45세, 부동산업) 씨
박근혜(편의상 대통령 생략)의 지지율이 10% 미만으로 추락했다. 그녀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찍은 것. 친박이 분열하는 그 순간까지도 추락하는 지지율에 제동은 걸리지 않았다. 그 결과가 바로 마의 지지율이라 여기는 콘크리트 지지층 4%다. 좀처럼 깨지지 않다보니 지지율의 곤두박질은 박근혜를 지지하는 세력의 실존 여부로까지 이어졌다. 공통된 의견은 '박근혜를 지지하는 세력' 이 분열단계에 접하지 않았겠는가? 라는 추정이다.
그런데도 4%는 굳건하다. 오히려 콘크리트 지지세력 4%라고 불릴 정도로 더욱 단결력을 보이며 적은 숫자로 사회 곳곳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혹자는 이들이 일당 5만 원을 받고 동원되는 일종의 '알바'가 아니겠냐'고 추정했지만, 단순히 동원된 알바로 치부하기에는 물불을 안 가리는 모습이 가히 헌신적이다.
그렇기에 더욱 궁금한 나머지 4%의 세력을 수소문하기에 이르렀고. 자신을 4%라 주장하는 한 명을 만나 이야기 할 기회를 얻었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점심 일정에 만나게 됐다. 다만 4%의 배경을 듣고자 했으나, 일방적인 관념을 듣고 또 듣고 귀가 닳도록 들어 세뇌당할 정도로 반복해서 듣고 온 것이 전부다.
작금의 사회현상을 아니 여론의 향방을 모두 다 부정하고 좌파의 행위로 매도하는 불변의 4% 지지율. 그렇다면 굳건한 4% 지지자는 왜 이렇게 박근혜를 감싸는 것인가? 왜 이들은 박근혜 구하기에 사활을 걸고 나서는 것일까? 정말 아이러니한 4%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 실명을 거론하며 난리가 날 것 같아 부득이하게 가명을 씁니다.
평소 정치색을 전혀 보이지 않던 박만세가 돌변한 것은 점심 무렵이다.
JTBC 뉴스에서 박근혜에 관한 내용이 연달아 나오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평소 유쾌한 모습에 주변 지인에게 인기가 많던 모습과는 달리 이날은 “사장님 채널 돌려주세요.” 라며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주문했다.
당시에 마주하던 지인 한 명이 의아한 표정으로 “재미있는데~”라고 하자 박 씨의 표정이 더욱 굳었다.
사실 이날 함께 식사 자리를 한 두명은 지난주에도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석했다. 평소 박 씨는 본인만의 정치색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드러내지도 않았기에 주위에서는 중도라 여기던 상황. 하지만 그러한 모습은 이날의 점심과 함께 오해로 밝혀졌다. 최근의 여러 정황이 박근혜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박만세는 수시로 너무한 것 아니냐는 말과 함께 역정을 냈다.
# "일당 5만 원 받고 나온 애들 아니냐?"
작금의 사태에 대해 모두 감싸려 하는 일관된 논리
설득 보다는 강요로 일관하는 4%의 주장에 갸우뚱.
왜 이러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록 점점 미궁으로.
“우리 형이 지금은 목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전직 기자였어요. 기자일 때 일반인이 접하지 못하는 중요한 정보를 접했는데 제게 많이 알려줬죠.”라고 운을 떼는 박 씨. 그리고 그동안 어떻게 숨기고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말문이 터졌다.
먼저 광화문 촛불집회에 대한 박 씨의 의견은 이랬다.
“광화문에 촛불집회를 한답시고 나오는 사람들 다 일당 5만 원 받고 나오는 알바에요. 이건 몰랐을 거야. 유모차 끌고 나오는 젊은 사람들 있잖아. 그 위험한 곳에 애들까지 데리고 왜 나오겠나. 유모차 끌고 나오면 20만 원 준다니까! 나오는 거잖아. 여기에 나오는 사람 다 종북좌파야. 이들이 노리는 것이 뭔지 알아? 고려연방 재건의 시나리오라는 건데 이것을 위에서는 다 알고 있어.”
듣도 보도 못한 ‘고려연방’이 등장했다. 상당수 의견에서는 특정 방송에서 줄곧 언급하던 일부 세력의 모습이 박만세의 주장을 통해 투과됐다. 이어 전라도에 대한 의견이 뒤 이었다.
“OO 씨. 전라도 어떻게 생각해? 난 이렇게 봐. 전라도는 전부 다 빨갱이 소굴이야. 전라도 사람들 있잖아. 집에 가보면 벽에 김정일 초상화 하나씩은 다 걸려있어. 그런 그들이 지금 민주화가 어쩌고저쩌고 외치고 있는데 그거 다 숨기려고 하는 소리라고.
대통령이 탄핵에 몰려 국가가 분열되는 상황인데 다들 종북좌빨의 말에 현혹 대고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나쁜 놈이라고 몰아가고 있어. 이건 국가를 위해서도 잘못된 거라고! 국가를 전복하려는 음모라고”
시작부터 줄곧 범상치 않은 단어만 골라 설명하는 박 씨. 그 자리에 앞서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두 명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조용히 듣기만 했다.
물론 이야기가 오가는 중 “그걸 어떻게 알아요?” “왜 그렇게 생각을 하세요?”라는 질문을 몇 번 시도 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물어본 사람을 오히려 무안하게 만들었다. “이 사람이. 뭘 생각을 하긴 생각을 해. 내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고. 사실을 말하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말고 해. 사실이라고 이 사람아. 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 내가 말했잖아. 우리 형이 기자였다고.” 이렇게 반복되는 상황에서 대화가 이어질 수가 없었다.
박 씨의 주장은 약 한 시간가량 계속됐다. 반복된 단어를 몇 가지 추려보니 ‘종북좌파’ ‘세력’ ‘재건’ ‘고려연방’ ‘탄핵’ ‘알바’가 주로 등장했다. 그리고 모든 주장에 대해 본인이 한 말은 ‘사실’이라는 내용만 줄곧 강조했고, 의심에 대해서는 ‘내가 한 말이 진실’이나 믿을 것을 강요했다. 요약하자면 ‘4%와 대화를 해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 순진했구나!’ 는 것. 사전에 예상은 했으나 이 정도로 대화가 안될 것은 몰랐다. 결국 듣고만 왔다.
4%가 사는 세상은 다른 세상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