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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쓰로틀링 발열 감수하라굽쇼?

IT/과학/트랜드/기획

by 위클리포스트 2019. 8. 5.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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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올 여름 인텔8세대 CPU는 안녕하십니까?

너무 뜨거운 8세대 인텔 CPU, 쓰로틀링은 식히느라 욕본다.




[2019년 08월 04일] - 영상 편집이 대세라니 외면한 재간이 없던 참에 결국 맥미니를 들여온 지 2주가 되어간다. 성인 손 한 뼘 정도 크기의 작은 PC 심장에 자리한 것은 인텔 8세대 i5 CPU다. 맹렬한 기세로 남다른 위용을 뽐낼 것이라 기대됨은 비단 나뿐만이 아닌 맥미니에 관심 가져본 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심리다.

나름 신경을 쓴답시고 8GB 용량에 불과하던 메모리에 거금을 쏟아 32GB라는 여유까지 확보했다. 전원을 인가하자 체감으로 느껴질 만큼 향상된 효율은 금방이라도 영상 편집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 믿게 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기대를 접었다. 툭하면 발생하는 이상증세가 성능이라는 발목을 잡았다. 급기야 큰돈 들여 구매한 제품의 성능이 반 토막이 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맥미니 본체에 손을 올렸다가 한 차례 호들갑도 떨어야 했다. 아무리 열전도율이 우수한 알루미늄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뜨거울 수 있나? 싶은 마음에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고민 끝에 꽁꽁 얼린 생수통을 수건에 돌돌 말아 본체 위에 올려놓고 영상 편집을 간신히 이어갔다.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매번 이렇게 사용할 수는 없겠다 싶은 마음은 들지만, 별반 대안이 없다.

같은 시기 LG 그램 17인치 노트북도 시끄럽다. 분명 사용자는 큰맘 먹고 구매한 노트북인데 지나치게 뜨겁다는 이유다. 단순히 뜨거운 정도가 아닌 성능 저하를 야기하는 이슈 앞에서 오죽하면 i7 기종은 피하라는 것이 하나의 팁이란다. 그렇다고 i5가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i7보다는 i5의 성능 저하가 적다는 것. 150만 원 이상이라는 거금을 투자했건만 한 50만 원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네이버 검색만 해도 나오는 결과에 인텔 8세대 CPU는 여기저기서 문제의 원흉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뜨거워도 너무 뜨거운 나머지 발열을 다 식히지 못한 결과는 CPU가 손상을 막기 위한 보호조치를 가동한다. 바로 쓰로틀링이다. 온도를 낮추기 위해 전압을 떨어뜨리거나 혹은 성능을 강제하는 방식인데 결과적으로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이다.

과거라면 1년 이상 사용한 제품에서 드물게 목격되던 증상이다. 열을 전도하는 써멀그리스가 성능을 다해 새것으로 교체하면 대부분 해결됐다. 하지만 맥미니와 LG그램은 불과 1년도 아니 1개월도 안 된 최신 제품에서 연이어 보고되는 증상이다. 단순히 이들 두 제품에서만 나오는 증상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8세대 CPU를 사용한 모든 제품에 잠재한 문제라는 거다. 분명한 팩트라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

대서 더위에 염소 뿔도 녹는다는 우리 속담이 지목한 그 날이 지난 7월 23일이었다. 그리고 오는 8월 8일은 입추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시점을 마주하고 인텔 8세대 PC는 연일 무더위 앞에서 녹다운을 자인하고 있다. 그것도 신뢰성의 상징이라던 인텔이 고작 30도에 불과한 2019년 여름 기온을 버티지 못하고 뻗어 나가는 소식에 사용자 마음도 바짝 타오르며 바닥을 드러내더니 갈라지고 있다.

한때 전 세계를 호령하던 인텔의 헛발길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현재 진행형이다. 물리적인 설계 오류에 기인한 멜트다운 버그와 메모리 허점을 노려 해킹하는 스펙터 버그가 연이어 터졌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패치는 성능을 강제했다. 비싼 비용 들여 구매한 CPU의 성능을 낮춰 사용하라는 인텔의 현명한(?) 대처에 기가 막혔고 코가 막혔다. 하지만 그때도 사용자는 인텔이니까 라는 마음에 한 번은 눈감아 줄 요령으로 임했다.

그런데 달라진 모습 하나 없이 시간이 흘러 여름이 되니 이제는 낮아진 성능임에도 새롭게 불거진 쓰로틀링 문제가 시스템 정상 동작에 제동을 하는 형국이다. 이대로 조금만 더 버텨 날이 선선한 가을이 되고 추워지는 겨울이 오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잠해질 증상이긴 하다. 그러다가 다시 무더위가 기승을 떨치는 여름이 되면 스트레스를 반복해 안길 테고 그때마다 마주하는 모든 문제는 또 사용자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불거질 거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인텔은 한 마디 해명도 대응도 반성도 없다. 마치 천재지변은 보상하지 않습니다. 라고 약관에 명시한 것과 같은 자세로 말이다. 사용자가 문제의 원인을 파악했음에도 대안도 대책도 여전히 공허하다. 이러한 효과였던지 지난 7월 한 달 기준 시장에서 인텔 점유율은 약 49%까지 빠졌다. 만년 2위였던 AMD가 3세대 라이젠을 내놓고 51%로 일인자로 나서면서 2위로 밀려난 상황이다.

하지만 한때 PC의 표준이라며 콧대를 드높이던 인텔의 구김살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신뢰의 상징이던 인텔의 헛발길이 장기전으로 돌입하자 정부 기관도 인텔을 향해 등 돌리는 정황이 포착됐다. 수만 대 규모의 AMD PC 납품을 승인했고 이는 지금까지 없던 일이다.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면 대수롭지 않겠지만 유지보수와 신뢰성, 호환성까지 복합적으로 따져온 요건을 AMD가 충족했고 문제없이 통과했다는 건 지금까지 누렸던 풍요가 더는 인텔만을 향하지 않을 거라는 분명한 신호탄이다.

그나저나 올여름 거금을 들여 구매한 PC에서 발생한 인텔 8세대 CPU 쓰로틀링 문제는 어디에 하소연하고 보상받아야 하나?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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