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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속담의 유래와 배경으로 살펴보는 성평화




[2019년 02월 09일] - 흔히들 여성의 발언과 주체적 행동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용도로 우리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라는 속담을 사용하곤 한다. 실제로 전 대통령 박근혜의 국정농단 이슈가 국민들 사이에서 화두될 당시에도 빈번하게 들리곤 했다. 그러한 배경에 혐오성 다분한 속담에 대해 파헤쳐 보고자 한다.

암탉이 우는게 특별한건가?

새벽 해가 뜨기가 무섭게 목청껏 울어대는 수탉은 무슨 수로 아침이 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일까? 답은 수탉의 뇌 속에 있는 ‘송과체’라는 신경 덕분이다. 이 송과체는 닭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조류에게 있는 신경으로서 이 송과체 덕분에 조류들은 ‘빛’을 잘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닭의 눈을 가리면 바로 잠에 드는 것 또한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속담에서 언급될 만큼 유독 ‘닭 울음소리’에만 한정되었던 것은 닭이 그만큼 옛 선조들에게는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닭 무리 중 유독 수탉만 목청껏 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닭의 군집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수탉은 먹이를 먹을 때도 암탉과 병아리들이 먹고 나서야 먹는다. 암탉과 병아리들이 땅에 고개를 쳐박고 먹이를 먹을 때 수탉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외부를 경계한다. 이러한 수탉 중 대장수탉만이 아침을 알리는 자명종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탉이 아침에만 우는 것은 아니다. 낮에도 수탉은 무리를 보호하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적이 침입하면 즉각 자신의 울음소리로 무리에게 ‘경고’를 나타낸다. 도망치라는 신호가 떨어지면 암탉은 병아리들을 이끌고 도망쳐야 하며, 수탉은 무리를 보호하기 위해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수탉이 아닌 암탉이 운다는 것은 ‘무리를 지킬 수탉이 없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곧 무리의 존폐에 심각한 위협이 왔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가 아니라 ‘이미 망한 집이여서 암탉이 운다’ 라는 것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가
우리나라 속담이 맞나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말은 본디 ‘빈계지신(牝鷄之晨,암탉이 울어 새벽을 알린다)’에서 온 말로서 이는 고대 중국에서 유래된 말이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경전이자 역사서인 ‘서경(書經)’의 ‘목서편(牧誓篇)’을 살펴보면 그 유래에 대해 알 수 있는데 여색에 빠져 국정을 살피지 않고 향락과 사치에만 빠져 살았던 은나라의 ‘주왕’을 정벌하러 나선 무왕이 병사들에게 했던 연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제 무도한 은나라는 명운이 다하여 제군들의 창끝 앞에 멸망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된 것은 폭군 주왕이 나라와 백성을 돌보지 않고 요사한 계집의 치마폭에 싸여 오로지 방탕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동틀 녘에 암탉이 우는 것을 보았는가? 새벽에 우는 것은 오로지 장닭이다. 만약 ‘새벽에 암탉이 운다면 그 집안이 무너지지 않겠느냐’!” - [네이버 지식백과] 빈계지신 [牝鷄之晨] (고사성어 따라잡기, 2002. 5. 15., 구인환)

이는 주왕이 빠진 절세미녀 ‘달기’가 여성임을 들어 욕보이고자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공동체 구성원’을 비난하고자 하는 말로 볼 수 있다. ‘왕은 왕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자식은 자식답게’를 강조했던 유교의 정명 사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수탉과 암탉의 역할구분이 뒤바뀐 것을 비유적 표현으로서 이용했던 것이다.


당시의 시대상황을 고려하면 ‘암탉’은 ‘여성‘이 아니라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않고 본분을 벗어나 나라를 어지럽히는 존재로 해석해야 한다. 즉 성별이 아닌 역할로 이해해야 한다.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 말을 바꾸어 ‘수탉이 알을 낳으면 집안이 망한다‘ 고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달기는 여성이라서 욕먹은 것이 아니라 성품이 잔인하고 왕의 위세를 등에 업고 소위 ’국정농단‘ 의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뒤져봐도 무능한 폭군은 존재했다. 무능한 폭군은 대부분 여색에 빠져 국정을 피폐하게 하였는데 그때마다 백성들은 폭군을 혼란케 한 여색이 아닌 폭정을 일삼는 폭군 그 자체를 향해 비난을 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간혹 여색을 향해 직접 비난하는 백성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혐오 보다는 ‘원망’의 표현이었음이 더 설득력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혐’이 아니라는 건가요?

비록 그 유래가 우리민족 고유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지만 고대중국은 우리민족의 역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기에 저 속담이 순전히 ‘남의 것이다’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또한 여성을 혐오하기 위한 것이 아닌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었을지라 할지라도 그 표현이 본래 의미와는 다르게 여성 비하의 용도로 변형되어 사용되어 온 것은 사실이기에 ‘여혐이 아니다’라고 말하기에도 역시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올바른 역사인식으로부터 미래를 내다보아야 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것’이 앞서 ①에서 말한 것처럼 사실일 수는 있으나 그것이 여성의 사회참여와 발언을 억제하는 수단으로서 작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관용적 속담의 올바른 이해를 토대로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받아들이며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취해야만 한다. 인간은 닭이 아니다.

마누라가 남편을 쥐락펴락 한다고 해서 집안은 망하지 않는다. 여성지도자가 국정을 살핀다고 해서 나라가 꼭 망하는 법도 없다. 성군과 폭군에는 남녀의 구분이 없으며, 콩가루 집안에는 역시 남녀의 일방적인 잘잘못이 없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즘의 남녀의 역할구분은 예전과 비교했을 때 전혀 같지 않다. 확고했던 남녀의 역할구분은 갈수록 모호해져 왔으며,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인류의 인식 또한 변해왔다. 남성주부&여성직장인 부부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사회 또한 남녀의 역할구분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시대가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더욱 진일보 하고 있는 것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라는 말은 여성을 억압하기 위해 생겨난 표현이 아닌 ‘서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하며 우리 사회의 남녀구성원들은 상호간의 원만하고 충분한 합의를 통해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성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By 한국성평화연대 김윤수&노영진 공동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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