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8일] - 독일 자동차 브랜드 이름을 본떠 만든 주식회사 ‘비틀’(대표 오재관)은 미디어파사드, 홀로그램, 키네틱아트,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기술을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전시기획, 디지털사이니지 제작,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부산에 근거지를 두고 수많은 제품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는 창의교육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체험 콘텐츠 ‘종이와 크레파스’는 원하는 이미지를 스캐너에 올려두면 물고기, 동물이 그 이미지를 그대로 입고 화면에 나타난다. 모든 영상 콘텐츠는 360도 기준으로 이뤄진다. 화면에서 보이는 모습은 3차원이지만, 배경 이면에서 벌어지는 활동을 언제든 돌려보고, 예측할 수 있다.
코엑스 앱쇼코리아에서 만난 비틀 김성현 상무는 “통상적인 VR처럼 무언가를 쓰고 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두 눈으로 바로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해 주는 것”이라며 “체험을 넘어 창의적인 교육까지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비틀 제품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공간을 디자인적으로 풀어내는 비틀의 능력은 단순히 모니터 속에만 있지 않다. 모래시계 달력, 헬리콘 등의 아이디어 상품은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판매 중이고, ‘키넥트 라이트’라는 이름의 ioT 조명시스템도 출시 예정이다. 김 상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각각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사연을 갖고 융합되어 드림팀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상품들의 핵심적인 매력은 단순히 놀이기구를 넘어 과학적 원리를 배우는 데 있다는 점이다. 장난감이자 학습 교재인 셈이다. 가볍고 친환경적인 코르크 소재를 사용해 어린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심지어 보유한 기술력을 알아보고 손을 내민 것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정부다. 4대강 사업 당시 VR을 적용해 제작했고, G-20 정상회담에 참여했으며, 2014년 광안대교의 경관 조명작업도 모두 비틀의 손을 거친 것이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소프트웨어 융합 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서 1위를 거머쥐었으며, 현재는 말레이시아에서 해양리조트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와 같은 야망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목표하고 있는 교육사업이라는 큰 그림에는 화려한 비주얼 이상의 비전이 비쳤다. 그래서 이 말은 하고 싶었다고. 김 상무는 최근까지 크게 일었던 3D 프린터 열풍을 빗대 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3D 프린터 교육이 얼마 전까지 엄청나게 많았지요. 투자받은 회사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다수의 3D 프린터 교육 현장을 가보면, 설계를 구글링해서 내려받고 확장자를 적당히 바꾸고 출력한 후 이걸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이게 어떻게 교육일 수 있겠습니까? 교육이라는 건 원리를 이해시켜야 교육입니다. 양보다 질로 가야 합니다. 비틀은 조금 더디더라도 오래 남을 수 있는 교육을 추구합니다.”
그냥 해본 빈말이 아니다. 타협하지 않고 바른 교육 사업을 건사하겠다는 올곧은 끈기는 비틀의 프로그램 곳곳에서 녹아난다. ‘별자리 세상’에서는 각각의 별자리를 모니터 위에 보여주고 이름의 어원, 특징 등을 자세히 알려준다. 시각화되면서 동시에 교육자료를 제공하니 집중력은 높아지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
하루아침에 완성된 가벼운 결실이 아닌 만큼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당장 VR 프로그램과 관련해 협의 중인 곳만 기장 과학관, 김해 일루미아, 부산 영화체험박물관, 롯데시네마 등 4곳이며, 체험관, 키즈카페 등의 유수의 일반기관들, 해외 진출까지 일손이 딸려 대기 중인 상태다.
뼛속까지 과학과 놀이를 향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비틀. 덕분에 대외적인 활동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 비틀 주요 멤버가 메이커스 공식 강사이자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학생에게 가이드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 기업의 남다른 행각에 좀 더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VR 산업의 전망을 묻는 말에 김 상무는 산업의 융합을 강조했다.
“산업을 VR이라고 딱 잘라서 보는 관점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부디 산업 하나의 매출 등 숫자로만 보지 말고 좋은 아이디어로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VR 교육, VR 게임을 하나의 산업으로 묶기는 어렵잖아요. 좋은 기업이 지방에도 많이 있습니다. 서울, 경기, 부산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원해준다면 젊은 기업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김성현 상무와의 1문 1답〉
Q. ‘비틀’이란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처음 대표님이 창업할 때 한 명의 남성이 결혼하려면 3천만 원 정도가 든다고 했는데 그 당시 동명의 자동차 가격이 3천만 원이었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결혼자금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디자인회사였는데 점차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회사가 변화하고 규모가 커진 것이다.
Q. 과학과 미술의 만남이 인상적이다.
A.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회사였는데 그리다 보니 움직이면 좋겠고, 이왕이면 예뻤으면 좋겠고, 하다가 이렇게 확장되었다. 처음부터 어떤 것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이 일에 임했다. 우리가 자랑스러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외부에도 떳떳하지 않겠는가.
Q. 소프트웨어 융합이 화두다. 예비 인력들에게 조언한다면?
A. 우스갯소리로 ‘인간이 되어 오세요’라고 말한다. 소프트웨어든, 그래픽이든 취업을 할 거라면 회사의 룰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가짐을 가진 인간이 되어달라는 뜻이다. 실력이 없어도 괜찮다. 업무의 기본적인 대화만 가능해도 좋다. 나머지는 배울 자세만 되어 있다면 좋겠다. 어설픈 지식으로 회사의 철학에 녹아들지 못하면 유능한 인재가 되기는 어렵다.
Q. 교육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A.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성공하고 싶다면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지나왔던, 또는 실패했던 과거를 답습하지 말고 자신만의 설계를 하라고 말했다. 교육은 원리가 중요하다. 집어넣는 방식으로는 시대를 따라잡을 수 없고, 근본을 파고들어야 한다. 교수님들도 배울 자세를 가지셔야 한다. 아날로그 시대에 교수가 되어 디지털 시대의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엄청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누군가가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버려야 한다.
By 김신강 에디터 merrybun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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