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명품 있다. LG 프라다 3.0
- 평범한 스마트폰의 반란인가? 노력이 부족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인생은 한방이다"라고. 엘지는 적어도 휴대폰 분야에서 만큼은 이 말을 가장 확실히 증명한 기업인데요. 피쳐폰 시장에서 좀처럼 재미를 못 보던 시기 프라다와의 디자인 제휴를 통해 시장 진입을 노렸습니다. 그렇게 나온 프라다 첫 번째 시리즈는 마니아를 양산할 정도까지 큰 성공을 거둔 것이죠.
지금도 프라다 첫 번째 시리즈만 애용하는 사용자가 존재할 정도로 인기입니다. 당시에는 파격이라고 여겨지는 3인치 터치방식의 디스플레이에 DMB 수신 200만 화소 카메라 그리고 마이크로SD 메모리 장착 등의 지금에도 뒤지지 않는 기본기를 갖췄습니다.
이후 두 번째 시리즈를 내놨으나 실패라고 평가될 정도로 저조한 판매고를 거두면서 프라다의 이름값도 동시에 추락했죠. 2011년 하반기에 LG는 세 번째 프라다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매번 신규 모델 론칭을 통해 부족한 라인업을 완성했던 엘지는 첫 번째 피쳐폰, 두 번째는 스마트폰 구도를 갖췄습니다. 허나 한 번의 성공과 한 번의 실패로 재기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던 이때 두 번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하게 됩니다.
재기를 꿈꾸는 엘지의 과감한 도전.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된 1조원(신주 1900만주 = 1조 621억 원 상당)의 자금을 스마트폰 시장에 쏟겠다고 단언했고 그렇게 해서 출시된 프라다 시리즈가 세 번째 모델인 프라다 3.0입니다. 이번 제품에 기대가 모아지는 건 당연하겠지요.
그렇게 선보인 세 번째 프라다는 어떤 제품일 지 살펴봤습니다.
() 디자인
프라다 하면 손꼽는 명품이자 고혹적인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는 다소 보수 경향이 강한 브랜드죠. 모노톤의 색상을 내세우다 보니 검정과 회색 두 가지가 기본입니다.
직사각형 형태로 직선을 이용한 시원한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LG측에 따르면 미니멀리즘 이라고 합니다. 이는 기존 프라다 시리즈와의 패밀리 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텐데요. 후면부에 이르러 프라다 디자인의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라다의 가죽세공기법하면 사피아노 패턴 문양을 떠올리는데요. 프라다 3.0은 후면도 동일한 기법을 적용해 명품의 이미지를 시도했네요. 여기에 중앙에 위치한 프라다 로고 하나로 마침표를 찍었는데요. 누가 봐도 프라다 세 번째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 LG측은 측면 디자인을 플로팅 매스 기술이라고 평했다. 액정이 떠 있게 하여 더 얇게 보이게 하는 기술이라는 데 실제 화면이 넓고 제품 라인도 세련된 느낌이다.
두께는 기존 1과 2에 비해 대폭 얇아졌는데요 점차 얇고 가벼워지는 스마트폰의 변화 추세를 잘 반영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문제점도 발생했는데요. 두께가 얇아지다 보니 배터리 크기 또한 함께 얇아지는 부작용이죠.
배터리 용량이 1,540mA로 딱히 적다고 만은 할 수 없지만 실 사용 시 반나절 사용하면 배터리 교체 신호가 표기 됩니다. 게다가 배터리는 표준 외에는 대용량도 없기에 별다른 대안도 없습니다. 배터리 팩을 구입해라는 배려인가요? 개선이 필요합니다.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3G를 제외한 나머지 기능을 정지 시키면 됩니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아쉬움이 느껴지는데요. 특히 디자인에서 높은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는 타사 스마트폰 대비 세련미는 다소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디자인만 보면 세련이나 세련이 아니라는 호불호가 나뉘는 것임이 분명하지만 프라다 하면 떠올리는 형태는 후면 디자인 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마저도 보호 스킨을 사용하면 무색하게 됩니다.
() 기본기
앞서 출시된 두 가지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전작에 비해 고급스러워졌다는 느낌은 확실합니다. 입력 방식의 버튼을 정전방식의 터치로 만들어 디자인 일체감을 유지했고요. 동시에 백라이트 처리를 통해 사용할 때만 버튼의 형태가 도드라집니다.
세련미하면 떠오르는 프라다의 이미지를 최대한 답습하기 위한 디자이너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전반적인 평가를 한다면 프라다 세 번째 시리즈는 분명 많은 점이 개선된 것은 확실합니다. 터치감이나 속도까지 일취월장 했지만, 쿼드코어까지 도입해 속도 경쟁에 나서고 있는 최근 트렌드와 견준다면 경쟁사 대비 부족함이 많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프라다 3.0에 전원을 넣고 구동시켜보면 초기 화면에 통신사나 제조사 로고가 아닌 프라다 로고가 부각되는 것도 돋보입니다. 게다가 프라다 3.0은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먼저 판매된 것으로 주목해야 할 특징인데요. 과거 제조사의 기본기는 외국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고 뒤이어 한국에서 출시하는 형상입니다. 우는 애 달래는 것 마냥 스펙 또한 수출용에 비해 뒤진 것이 사실이죠.
허나 프라다 3.0은 어찌된 일인지 모양새가 다릅니다. 한국형 프라다 3.0은 두께가 8.0mm에서 0.5mm 늘어난 8.5mm 구요. 내장 메모리 또한 8GB에서 16GB로 향상됐습니다. 한국사용자만을 배려한 것임은 아닐테구요. 메모리 용량이 늘어난 것은 좋은데, 두께도 동시에 뚱뚱해졌으니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닌 상황입니다. 혹자는 DMB가 들어가서 그렇다고 하는데, 스마트폰을 DMB나 보려고 구입하셨나요!
() 써보니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프라다 3.0에는 진저브래드 버전이 올라가 있으며 사용된 CPU는 1.0GHz 속도의 듀얼코어 입니다. 초기 부팅은 프라다 로고 한 가지만 표기되며 비교적 빠르게 화면을 로딩 하는데요. 여타 스마트폰에 비해 하드웨어 사양은 뒤지지만 부팅 속도하나는 발군의 성능을 보인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LG측의 설명에 따르면 프라다 3.0은 향후 OS 업데이트까지 무난하게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게다가 스마트폰 시장 진출에 야심을 보인 회사인 만큼 향후 2-3년까지의 업데이트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하드웨어 성능이 뒷받침된다는 전제에서 말인데요. 사용된 TI OMAP 1GHz 모델인 4430은 45나노 공정에서 생산되는 CPU입니다.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1.5GHz와 비슷한 성능을 발휘한다지만 아쉬운 부분입니다. 기 출시된 LG 옵티머스 3D에 4430이 사용됐으며, 삼성 갤럭시 넥서스는 4460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더 좋은 칩셋에 대한 기대가 적잖았습니다.
프라다 세 번째 시리즈라는 기대에 부흥하고 스마트폰 시장의 반열에 합류를 원했다면 분명 더 나은 성능의 CPU 도입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을 텐데 구형으로 평가되는 CPU를 썼다는 것은 의아한 대목입니다. 안정성이 검증된 제품이 필요했다고 하면 말은 다르겠네요.
때문에 프라다 3.0에 대해서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프리미엄 모델답지 않은 사양은 CPU뿐만이 아닙니다. 4.3인치 IPS 방식의 액정패널은 글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나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닙니다. 대형 LCD 패널에서는 IPS라면 광시야각 패널로써 이름값을 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에서 IPS 패널이라면 이도저도 아닌 그냥 터치패널일 뿐이니까요. 물론 아이폰에 레티나디스플레이 라는 명칭으로 납품 되었읍니다만 그 제품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히려 경쟁사 AMOLED를 보란듯이 대적할 수 있는 OLED를 도입했다면 혹은 전력소모를 더 낮춘 패널을 도입했다면 좋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밝은 대낮 야외에서도 디스플레이에 표기된 문구와 사진의 시인성을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허나 이 제품에 있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전력효율성인데요. 반나절을 사용하면 배터리 교체 신호를 내보내는 상황에서 강점을 어떻게 어필할 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듯싶네요.
참고로 LG는 AMOLED와 IPS 액정을 비교하는 블로거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4.3인치 화면 가지고 그게 뭐하는 짓인가요? 게다가 여기에 호도당해서 IPS 가 '우왕굿. 최고입니다' 라고 외치신 열성 블로거님들... 정도껏 합시다. 4.3인치에서 블루레이 동영상 보실려구요?
기타 800만 화소 카메라와 프라다 고유의 UI를 적용한 것은 프라다 3.0의 선택 요건이 아닌 부가 조건인 만큼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한 줄 짚고 넘어가자면 프라다 UI는 시간에 쫓겨 급히 만들어낸 UI로 평가됩니다. 스크롤 전까지 눈에 보이는 회색 톤의 UI는 제법 묘한 느낌이지만 이후 일부 UI는 안드로이드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한 종류입니다. 색상만 다를 뿐이죠.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이므로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쓴 소리
2009년도에 출시된 프라다 2.0의 당시 출고가는 120만원 이었습니다. 손목시계인 프라다 링크를 함께 제공하는 조건이었고요 부가 액세서리로 블루투스 이어 셋이 있으나 국내 수입되려다 좌절된 바 있습니다. 최근 오픈마켓을 통해 당시 수입이 안 된 제품이 암암리에 판매되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판매량이 워낙 적다보니 판매가 안 될 가능성이 높아 정식 판매가 좌절된 것이죠. 프라다 3.0은 한 발 앞서 꼼수를 부렸습니다. 단말기 가격만 90만 원 선에 달합니다. 이통사의 리베이트에 대리점 리베이트가 더해지면 실 제품 구입가는 80만 원대 후반이구요. 2년 약정 계약에 5.4용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매달 6만원 초반의 비용에 구입 가능합니다. 대략 매월 61,250원으로 잡고 2년 하면 총 구매가격은 159만원에 달합니다.
전작인 프라다 2.0 보다는 월등히 저렴한 금액이지만 문제는 단말기 하나뿐인 가격이라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프라다 3.0은 별도의 충전링크와 블루투스 이어 셋이 별도 판매되는데요. 이 제품군의 가격은 프라다라는 브랜드가 더해져 2가지를 모두 구입했을 경우 50만 원 선에 달합니다.
고로 프라다 3.0의 금액은 200만을 약간 넘는 셈 입니다. 전작인 2.0보다 저렴한 가격을 책정했다고 내세우는 것은 제조사와 이통사가 판매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한 것이죠. 실제 모든 제품을 다 완비했다는 전제에서 계산하면 프라다 3.0은 결코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 총평
분명 스마트폰이 시대의 흐름이며 대세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을 두고 삼성과 LG그리고 팬택, 모토로라 등이 가세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겠구요. 소니에릭슨이 CES를 이후로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포기하겠다고 한 것은 시장의 포화로 마진확보가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LG는 이 상황에서 기업의 사활을 걸고 나섰습니다. 유상증자라는 반발이 예상되었던 결단을 통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해 스마트폰 사업에 쏟아 부은 것인데요. 그 첫 번째 제품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나 하고 갸우뚱 하게 만드네요.
최근 스마트폰 트렌드는 더 빠르고 더 강력한 성능입니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작업을 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배터리 효율 또한 무척이나 중시되고 있습니다만 이 점에서는 프라다 3.0이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프라다 3.0은 갤럭시 S2와도 경쟁을 해야 하지만 아이폰 4S와도 경쟁해야 합니다. 그리고 갤럭시 노트와도 경쟁 구도입니다.
초기 예판을 통해 겨우 2천대 넘는 수준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은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경쟁사 제품을 향한 인기와 1초에 한 대꼴로 판매된다는 갤럭시 노트의 판매량을 감안한다면 가격정책을 수정해야 할 필요와 보다 현실적인 제품 구성도 요구됩니다. 명품을 사는 이유는 명품다운 대우를 받기 위함입니다. 액세서리를 추가금을 주고 별도 구입해라면 대우와는 거리가 먼 셈이죠.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간신히 체면 유지 정도는 가능했지만 최근 출시되는 개성 넘치는 스마트폰과 견주기엔 하드웨어 사양부터 기본 구성까지 모든 점에서 부족한 점이 많아 보입니다. 다수 스마트폰은 사용자에게 단말기는 약정기간을 채워야 할 액세서리에 불과한 상황에서 프라다 3.0에게 차별화 요인을 내세워 달라는 것은 다소 억지일수 있습니다. 허나 프라다 첫 번째 시리즈에서 가능성을 타진한 LG는 사례를 묵인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김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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