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06일] - 국경없는의사회(MSF)가 호주의 무기한 ‘Offshore Processing Policy(난민 및 망명 신청자를 해외에 이주시킨 후 심사하는 정책)’으로 인해 나우루에서 발생하고 있는 극심한 정신건강 문제를 지적하는 최초의 독립적인 의학 보고서를 발표했다. MSF는 호주 정부가 기존 정책을 폐지하고 난민과 망명 신청자 전원을 나우루에서 즉각 대피시켜야만이 이들의 정신 건강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의학 보고서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Indefinite Despair)’에 따르면 나우루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신적 고통은 국경없는의사회가 고문 피해자 지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진행한 현장 지원 프로그램에서 목격한 것 중 가장 심각한 경우에 속한다.
임상심리학자이자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매니저인 크리스틴 루페너(Christine Rufener) 박사는 “발표한 의학 보고서는 우리가 나우루에서 목격한 가슴 아픈 현실을 입증한다”며 “내가 담당했던 환자들은 5년이나 기다렸지만 모든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들이 자살하지는 않을까 매일 걱정했다”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나우루에서 치료한 망명 신청자와 난민 208명 중에서 124명이 자살 생각을 했고 63명이 자살을 시도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했던 성인과 아동 12명은 먹거나 마실 수조차 없는 반혼수 상태에서 나타나는 ‘체념 증후군(resignation syndrome)’ 진단을 받았다.
치료받은 난민과 망명 신청자의 75%는 나우루에 오기 전 분쟁, 구금 등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다고 진술했지만 국경없는의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정신건강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나우루에서 맞닥뜨린 상황이었다. 망명 신청자, 난민 환자의 65%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고 느꼈으며 자살 충동에 빠지거나 주요 정신과 질환에 걸릴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루페너 박사는 “환자 중 다수가 트라우마를 겪었지만, 이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모든 희망을 앗아간 것은 호주의 무기한 난민 및 망명 심사 정책”이라고 밝혔다.
망명 신청자 및 난민 환자의 3분의 1 이상은 가족들과 떨어져 살게 됐다. 몇몇 식구가 치료를 위해 나우루에서 이송되면서(이송된 난민들이 나우루로 돌아가도록 호주 정부가 사용한 책략) 가족들과 격리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살 충동을 느낄 확률이 40% 높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나우루에서 11개월간 활동하면서 나우루 주민, 난민, 망명 신청자 등 285명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지원했다.
10월 초 나우루 정부는 국경없는의사회에게 나우루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당시 200여명의 환자가 국경없는의사회 지원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나우루 주민, 망명 신청자, 난민 등 현지에 두고 온 환자들이 지속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지 깊이 우려하고 있다.
나우루 주민의 정신건강 상태도 심각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나우루인 환자 절반가량은 정신병이 있었고 다수는 입원 치료가 필요했으나 현지에서는 이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한 나우루인 환자 절반 이상은 치료를 통해 정신건강이 호전된 반면, 망명 신청자와 난민 환자 중에서 상태가 호전된 사람은 전체의 11%에 그쳤다.
국경없는의사회 호주 대표 스튜어트 콘돈(Stewart Condon) 박사는 “망명 신청자와 난민 환자들은 나우루 주민들과 동일한 치료를 받았음에도 이들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이들은 호주의 무기한 심사 정책 때문에 끝없는 절망 속에 살고 있어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현재 나우루에서 나타나는 정신건강 위기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비극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5년간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은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호주 정부는 이 잔인한 정책을 폐기하고 나우루와 마누스 섬에 있는 난민, 망명 신청자 전원을 즉시 대피시켜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By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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