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미리 에디터 milkywaykim23@gmail.com
[2018년 09월 24일] -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주다. 그중에서도 식(食)에 대한 문화는 더더욱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에 중요하게 여겨 왔다. 그래서일까. 오래전부터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을 불문하고 여러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해야 밥을 잘 챙겨 먹고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구하고, 보여주는 것을 보는데 익숙해진 우리다. 먹방이나 미식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는 것 또한 현재 우리 삶의 모습이다.
하지만 피곤함에 쩔은 일상과 귀찮음이 한 번에 용솟음쳐 오를 때면 하얀 쌀밥과 반찬보다는 이런 생각이 먼저 들기에 십상이다. ‘아….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그렇다. 라면은 우리에게 있어 주식과 부식, 혹은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인 인스턴트 식품이다. 1963년 삼*라면 출시 이후, 2017년 말을 기준으로 라면시장의 규모는 3조 9500억 원 수준에 이른다. 이렇게 라면의 역사는 오늘도 변화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기호와 식성에 따라, 라면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음이라.
귀차니즘 폭발할 때 생각나는 그 맛, 아! 생각난다.!
보릿고개 달래주던 식품에서 간편식으로 진화
이렇게 라면이 사랑받는 이유는 대체 뭘까. 무엇보다 값이 싸고, 조리법이 간편하며, 식사 시간까지 단축해주니 일거양득. 여기에 요즘에는 짜파구리(짜*게티와 너*리를 같이 끓인 것)처럼 콜라보레이션까지 가능하니, 소비자들의 마음은 쌀밥보다 라면에 더 가까워져 있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알까. 라면은 한때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구호 식품’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실제로 어른들께 라면에 대해 여쭤보면 한 번쯤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경우를 들을 수 있다.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이니 라면은 혁신이었지. 밥 대신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 간편하기도 했고. 하지만 라면도 부잣집에서는 실컷 먹었지, 가난한 집에서는 라면은 한 달에 한 번 해 먹어도 좋았던 때가 있었다니까? 불려서 먹으면 한 녀석이 먹을 양으로 둘이 먹었으니까. 그리고, 요즘처럼 이렇게 다양하게 라면이 개발될지는 꿈에도 상상 못 했지!”
이처럼 부모님 세대의 추억 속에 라면은 전쟁의 상흔을 지나 하얀 쌀밥이 부족하던 시절의 허기를 달래주는 획기적인 식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얼큰한 국물이 일품인 일반적인 라면부터 짜장라면, 짬뽕라면, 비빔면 등 소비자들의 기호에 따라 각양각색이며, 밥을 먹기 싫다 칭얼거리는 아이의 마음도 사로잡아버리는 마성의 식품임이 틀림없다.
일명 ‘작업용 멘트’로도 자주 거론된다는 “라면 먹고 갈래?”라는 말이 탄생한 것처럼. 이외에도 라면은 외식문화의 발달에도 큰 역할을 했다. 탄탄멘이나 미소라멘 같은 일본식 라면(일본라멘)을 판매하는 가게는 국내 어디서든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일부러 맛있는 일본 라멘을 맛보기 위해 여행을 감수하는 사람들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기호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
우리나라 라면의 인기,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그렇다 해서 국내에서 시판되는 라면의 위상이 낮아졌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나, 재외동포에게도 라면은 ‘꼭 사가야 할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해외에 수출되고 있는 라면의 종류도 많다. 하지만 미세하게 맛이 다르고, 한국식 매운 라면을 맛본 외국인 여행객에게 ‘어! 이건 꼭 사가야 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고 하니, 그 또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재외 동포에게 라면은 ‘고향을 생각하게 하는 맛’이리라. 실제로 필자의 지인 중에서도 국내에 부모님을 뵈러 왔다가 다시 출국할 때, 관세가 추가로 붙더라도 라면은 꼭 사가야 한다며 라면을 대량 구매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봐왔다. 당시 마트 카트에 라면을 쓸어 담던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이거 사가서 친구들 한두 개씩 나눠주다 보면 금방 사라져~ 인기가 장난이 아니야~ 정작 내가 먹고 싶을 때 찾아보면 이미 다 가져가고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니까? 그래서 라면은 상자째로 사야 해! 내 라면은 사수해야지!”
이처럼 우리에게 있어 라면은 밥을 대신하는 ‘제2의 식사’이자, 문화가 됐다. 어른들에게는 보릿고개를 넘기며 먹어봤던 획기적 신문물로, 누군가에게는 한류 문화의 추억을 되새겨주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또 고향의 정을 느끼게 하는 소울 푸드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할랄 시장까지 진출한 우리 라면
건강한 라면 열풍에 역수입도 불사한다.?
한류 문화의 중심에 라면이 서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단연 맛이다. 그러나 다른 이유로 한국 라면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할랄이라면’ 때문이다. 할랄(Halal)은 이슬람법에 따라 식품이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말한다. 식품을 기준으로는 돼지고기나 술 등을 먹을 수 없고, 닭고기나 소고기 등 돼지고기 이외의 고기도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되고 가공된 것만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라면 업계에서는 할랄 라면의 수출을 위해 세계 3대 할랄 식품 인증인 말레이시아 '자킴(JAKIM)', 인도네시아 '무이(MUI)', 싱가포르 '무이스(MUIS)' 등의 취득과 할랄 식품 전용 생산 설비를 구축해 생산된 ‘할랄 라면’을 선보이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등 40여 개 주요 이슬람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물론 이 제품들이 우리나라에 역수입되는 기이한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건강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부분으로 입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이슬람권 국가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할랄 라면을 사들이기 위해 해외 직구도 불사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이미 할랄 라면을 개발한 농심과 풀무원, 삼양식품 등에서는 아직 할랄 라면의 국내 출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신세계 푸드 등에서는 해외 시장과 국내시장에서 동시에 할랄 라면을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할랄 라면을 맛볼 수 있게 될 시간은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리라.
이렇듯 라면의 환골탈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 우리 생활에서 라면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그리고 또 다른 의미가 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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