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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비즈니스, 그 평행이론에 관한 학문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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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클리포스트 2018. 10. 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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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비즈니스, 그 평행이론에 관한 학문적 고찰
그대가 잘하는 일을 사랑에 도입하는 도식




[2018년 10월 26일] - “어제는 사랑한다더니 오늘은 헤어지자고 하네.”
“그 남자와 있을 땐 너무 행복한데 너무 헷갈려.”


경영학의 피터 드러커, 심리학의 지그문트 프로이트처럼 학문은 각 분야의 ‘아버지’들을 보유하고 있다. 어떤 질문에 대해 정답이라고 신뢰할 만한 나침반을 제공하는 이론들, 그리고 사람들. 역사가 깊고 연구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과거에는 몰랐던 것을 현재와 미래에는 알 수 있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거늘, 경험 안 해본 사람이 없고 고민 안 해본 사람이 없지만, 정답이 없는 분야가 있다.


“연애. 사랑이란 이름으로 일어나는 갖가지 행동들.”
연애, 그 미지의 학문에 대하여


어릴 땐 한없이 설레고 세상 전부였으며, 어른이 되어서도 조금 노련해질지언정 삶의 큰 이유이며 힘이 되는 사랑이라는 것. 하지만 백 명의 사람에게 백 가지의 방식을 요구하고 이전 연애가 새 연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않을지 짐작조차 어려운 미지의 세계. 물론 연애가 하나의 연구대상이자 학문의 영역으로 전혀 진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수많은 연애 학개론 서적이 ‘관계’,’처세’ 분야에 포함되어 가판대에 올려지고, 픽업 아티스트라는 웃지 못할 직업 아래 학원까지 생겨나고, 바이섹슈얼, 폴리아모리 등 과거엔 금기시되던 소재에 대한 열린 토론이 일어난다. 많은 관점과 논쟁이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한 길에서 만난다. 우리는 연애를 잘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


연애, 사업에 대입하다


필자는 이제 ‘감히’ 연애를 잘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서론이 길었던 것은 필자의 주장이 누군가에게는 허튼소리이며, 조금도 써먹을 수 없는 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무심결에 남성 위주의 사고로 소위 ‘빻은’ 소리를 내뱉을지도 모를 일이다. 두려움을 충분히 깔았으니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자.

수많은 학문에 비해 연애와 사업이 가장 다른 점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공식도, 권위 있는 원칙도 없다. 연애를 사업에 비유해 풀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의 이유는 이 글이 겨냥하는 대상이 주로 일에 치여 사는 필자 또래의 20~30대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애를 어떻게 하면 잘할까 하는 고민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항상 일 잘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병행한다. 조금이나마 유익하게 읽히기를.


고객의 니즈 해결이 성공의 핵심이다.


그럴듯한 카피나 예쁜 연예인의 사탕발림으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잘 나가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바야흐로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시대고, 정확하고 직관적인 후기가 곧 광고인 시대다. ‘마약 베개’, ‘비타민샤워’ 등으로 유명한 블랭크코퍼레이션은 리뷰 중심의 동영상 콘텐츠와 고객 니즈를 예리하게 해결한 제품을 내세워 설립 3년 만에 추정 기업가치가 5천억 원에 달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이제는 굳이 경영학이나 마케팅을 전공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제품’ 말고 ‘고객이 좋아하는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상식적으로 안다.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성공하는 연애는 무엇인가? 고객은 정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 내가 좋아하는 여자.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그가 좋아하는 말을 하고, 그가 관심을 두는 주제에 대해 공부하고 대화해야 한다. 중심은 ‘나’가 아닌 ‘상대’에 있다. 남성은 특히 논쟁을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기질은 부디 일단 넣어두자. 우리 고객님 싫어하신다.

고객을 파악하고 고객의 취향에 맞추다 보면 고객은 내가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에 흥미를 느끼고 더 체험하고자 할 확률이 높다. 내 제품의 강점, 특징을 고객이 알게 하려면 정성이 들어가는 건 당연하다. 내 제품을 고객이 인지하고 만족하면 다음부턴 굳이 너무 애쓰지 않아도 재구매가 일어나는 원리와 같다.

웬만하면 무조건 참아야 하는 사업과 달리 연애는 그러지 않아도 될 권리가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내가 좋아했던 상대가 만나다 보니 너무 안 맞을 경우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마음이 식고, 더는 그는 나의 ‘고객’이 아니게 된다!

결국 최종 선택은 서로의 몫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너무 꼿꼿이 굴지 말고 상대의 니즈를 맞추자.


“내 제품이 아무리 좋으면 무슨 소용인가.
고객이 모르는 장점은 장점이 아니다.”
업그레이드 없는 제품은 결국 버려진다



우리는 누구나 영원을 바라고 꿈꾸며 연애를 시작하지만, 짧든 길든 대부분의 연애에는 수명이 있고, 권태나 바람이라는 이름으로 끝이 나고는 한다. 이를 비즈니스 제품에 비유하면 될 수 있으면 오래 잘 팔리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되도록 서로 질리거나 싫증 나지 않도록.

제품이 오래도록 사랑받으려면 그 제품의 매력이 오랫동안 유지되어야 한다. 자고 일어나면 신상품이 출시되는 세상에서 제품의 수명은 갈수록 짧아진다. 부지런하고 적절한 업그레이드가 늘 필요하다. AS는 기본이다. 이는 연애와 소름 끼치도록 닮았다. 처음에 매력적이었던 상대는 교제의 기간이 길어지고 함께 하는 일상이 단조로워질수록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편안함을 지나 자칫 없어도 괜찮은 단계에 이를 위험성을 가진다.

소위 밀당같이 유치한 머리싸움보다는 자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애는 자아실현의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들 하는데,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의 놀음이라 하더라도 의미가 있고 배움이 있어야 생산적인 연애가 가능하고 오랜 지속력을 갖는다. 옷이나 화장을 신경 쓰는 것도 하나의 업그레이드일 수 있지만 그건 일부일 뿐이다.

고객 만족을 위해 자신을 스스로 발전시키자. 결국 고객이 내 모습에 싫증이 나서 떠나거나, 반대로 내가 고객을 더는 모시기 싫어지는 순간이 와도 발전한 나는 남는다. 멈추지 않는 업그레이드가 연애의 생산성을 높이고 나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잊지 말자. 다음 연애에 당신의 출발점이 달라진다.


기억이 아닌 추억이 되는 제품이 오래간다.


어릴 때 즐겨 보았던 영화,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성인이 되어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면 그것보다 반가운 일이 드물다. 점차 성숙해지고 삶이 변하면서 나도 모르게 떠났던 대상이 불현듯 추억이 되어 나를 덮친다. 미키마우스와 슈퍼마리오는 그래서 불멸의 존재다. 이왕이면 연애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다분히 상업적인 캐릭터 상품도 추억이 되는데 나라는 사람과 살을 맞대고 함께 설렜던 사람에게 설령 연애가 끝나더라도 추억으로 남아줄 수 있다면 무척이나 예의 있는 마무리가 될 것이다. 물론 내가 고객을 먼저 떠날 때 추억으로 남길 바라는 건 현실적으로 욕심이다. 사랑은 시작할 때보다 끝낼 때가 훨씬 어려운 법이기 때문에 제품처럼 쉬이 버리고 끊어버리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연애가 끝나도 친구로 남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미련이라기보다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고객, 즉 연인에게 솔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고객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성을 갖게 하는 건 신뢰의 영역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사업과 결정적으로 연애가 다른 점은 고객 만족 못지않게 내 만족도 중요하다는 데 있다. 관계가 만족스러운 척도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나 다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 가면을 벗었을 때 안식감이 유지될 수 있는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솔직하려고 노력하는 것 외엔 사실 없다. 설령 그 솔직함 앞에 직면한 두 사람이 더는 함께 하기 어렵겠다고 결론 내려도, 그 관계는 추억으로 남을 확률이 높다. 신뢰는 깨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이나 서비스가 태어나고 죽는 과정은 연애가 시작하고 끝나는 과정과 이토록 닮았다. 그래서 어렵지만, 성공의 길은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연애도 잘한다는 말은 꽤 사실일 것이다. 팍팍한 세상이지만 둘 다 잘해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누군가에겐 분명히 무리한 요구다. 그러나 모든 이에게 이루고 싶은 요구였으면 싶다.

By 김신강 에디터 merrybun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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