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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남녀의 수줍은 사랑이야기, 판타스틱스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1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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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남녀의 수줍은 사랑이야기, 판타스틱스

인디안식 겁탈을 공모하는 두 가정이 있다. 각기 다른 가정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만 같은 외동딸과 외동아들이 한 명씩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들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청부업자까지 고용한다.
누구도 눈치 체지 못할 완벽한 시나리오를 꿈꾸는 두 가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이를 바라보는 자녀들에게 상대방의 아버지는 서로에게 철천지원수 사이.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절친한 죽마고우로 지내왔다.

알고 보니 오랜 시간 서로의 자녀에게 원수로 보이기 위해 철저히 꾸며진 삶을 살아왔다는 데. 급기야 마당 한 가운데 높은 담벼락도 쌓고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목소리까지 높이지만 속내는 영 딴판이다. 두 자녀를 혼인시켜 가족의 인연을 쌓기 위함이다.

이를 모르지만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서로에게 끌리는 두 자녀. 단지 배경을 모르기에 두 사람에게는 서로의 사랑은 금기시해야 할 행동인 것. 자칫 교제 사실이 알려졌을 경우 부모 눈 밖에 나기 딱 좋은 핑계거리가 되기에 행여 부모가 알까봐 숨죽인 데이트를 몰래 시작하는데.

1960년 5월 3일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인 뮤지컬 ‘판타스틱스’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공연장에 올랐다. ‘젊고 순수한 사랑’ 이라는 주제를 다룬 해당 작품은 지난 2002년 까지 무려 42년 동안 최장시간 공연되면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42년 동안 세운 공연 기록만도 무려 1만 7,162회. 한국에서는 추성웅, 남경주, 남경읍, 이정화 등 뮤지컬계의 쟁쟁한 실력가들을 거치면서 충분한 검증도 받았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연극의 기본을 ‘햄릿’으로 친다면, 뮤지컬의 기본을 ‘판타스틱스’라고 말 할 정도로 동종 업계에서는 손꼽히는 작품이라는 것.

2006년 마지막 공연 이후 2009년에 들어서 지난 11월 6일 첫 공연이후 오는 2010년 1월 17일까지 평일 1회, 주말 2회에 거쳐 무대에 오른다. 오랜 시간 검증된 탄탄한 스토리에 농익은 연기파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입담이 더해져 1시간 45분 ‘사랑 과 이별’이라는 주제가 걸쭉하게 다뤄진다.

특히 시작부터 잔잔하게 들려오는 ‘Try to remember'을 비롯해 총 14곡에 이르는 배경 음악은 보는 이를 더욱 감질 맛나게 하기에 빼놓고 감상할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다.


| 헤어진 그들, 서로를 그리워하는데……

자녀를 짝지어 주려는 두 아버지의 ‘음모’를 뒤늦게 알게 된 소년과 소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모티브를 딴 이번 작품 주인공의 이름은 스무살이 된 소년 마트와, 열여덟 살인 소녀 루이자. 두 아버지는 이들을 맺어주기 위해 일부러 만남을 방해하는 공작을 피지만 성인이 된 이들은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비밀스런 사랑을 시작한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결혼 정년기에 접어든 두 자녀를 혼인시키기 위해 두 아버지는 청부업자를 고용하고, 인디안식 겁탈 자작극을 성공적으로 끝내면서 ‘금지된 사랑’을 성사시키는 데. 문제는 범죄 공모에 들어간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두 자녀에게 내용이 전해지면서 결별로 이어진다는 내용.

결국 두 주인공은 서로의 사랑에 의문을 가진 체 서로를 떠나게 되고, 그 사이 청부업자가 소녀 루이자를 꼬드겨 함께 여행을 가면서 둘의 믿음은 조각나게 된다.

청부업자와 여행길에 나선 소녀 루이자. 자신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알고 무작정 배우의 길에 접어든 소년 마트. 루이자는 여행길에서 우연히 유랑극단을 들리게 되고, 그곳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하는 옛 연인 마트를 접하게 되지만 알아보지 못하고. 그렇게 꽤 많은 시간이 지나 청부업자는 소녀 루이자가 점점 싫증나게 되면서, 헤어지기 위한 수순에 착수하게 된다.

젊은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복선으로 작용하는 청부업자. 순탄한 곡선이 특정 사건에 맞닥뜨려지면서 문제를 만들어 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문제는 연인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연쇄 작용으로 이어진다는 스토리. 마치 현대사회에서 ‘나쁜 남자’가 좋게 미화되며, 매력적으로 부각되는 그릇된 관념을 연극 속에서 옳지 않다고 지적하는 모습이다.

‘판타스틱스’는 이 복선을 시간이라는 힘으로 해결해 나간다. 서로를 오랜 시간 보며 자라온 두 주인공이 ‘나쁜 남자’로 인해 서로의 믿음에 금이 가고, 뒤 늦게 성숙해진 두 사람이 진실 된 사랑에 눈을 뜨면서 서로를 다시 찾게 된다는 내용.

어찌 보면 너무도 식상한 이야기이며, 진부한 스토리라고 치부되는 내용이기에 쉽게 질릴 수 있지만 전 세계 67개국에서 공연 됐으며, 국내에 처음 소개됐을 당시 객석 점유율 93%를 기록할 정도로 변함없는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누구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을 꿈꾸지만 현실 속에서 이 같은 사랑은 결코 이룰 수 없는 어려운 사랑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포기할 수도 없는 것 또한 사랑이다. 진실 된 사랑에 대한 의문은 누구나 들기 마련이지만, 뮤지컬 ‘판타스틱스’에서는 이렇게 표현되고 있다. “쉽게 포기하지 말고 쟁취하라”

한편, 해당 공연은 수험생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고 있다. 또한, 사전에 예약할 경우 프러포즈나 특별한 이벤트의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기에 연말 특별한 고백 이벤트가 필요한 연인이라면 노려보는 것은 어떨까!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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