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뮤지컬 렌트, ‘내일은 없어, 오직 오늘뿐’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9. 19. 01:28

본문

 

에이즈 환자에 약물중독을 다루고 있는 뮤지컬이다. 동성애와 에이즈, 마약에 트렌스젠더 등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입에 담기에 거북한 내용이 주축이지만  1996년 초연 이후 매년 관람순위 상위에 랭크될 정도로 브로드웨이와 국내에게 큰 성공을 거뒀다. 

배경은 뉴욕 이스트 빌리지며, 이곳에는 총 8명이 거주한다. 보통 같으면 삶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미래를 꿈꿔야 하지만 미래란 없는 이들이다. 오직 현재만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운명이란 이들을 두고 하는 말임이 분명하다. 

집에 틀어박혀 기타 줄이나 튕기고 있는 로저를 상대로 치마를 올리고 엉덩이를 보이며 갖은 수를 쓰며 유혹하는 미미,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콜린은 거리의 부랑아에게 옷을 빼앗기고 여장 남자인 엔젤을 만나 한 눈에 사랑에 빠진다.  

남부럽지 않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조앤은 행위예술가인 모린을 만나고 있지만 둘은 여성이다. 이 들은 모두 마크를 알고 있으며, 마크는 이들과 친구이면서 비디오 아티스트를 꿈꾼다. 동시에 베니의 건물에 세 들어 살고 있으며, 베니 또한 서로를 알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하나같이 비관적이다. 

작품은 이들 8명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공동체를 통해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마크의 카메라는 8명의 삶을 녹화하고 보여주며 때론 3자의 입장에서 이를 대변한다. 오직 사실만을 전달하는 마크는 카메라를 통해 아픔과 슬픔 그리고 행복을 표현한다. 문제는 미래가 없는 이들에게 현재 또한 사치로 기억된다는 것이다. 

 

| 오늘을 즐겨라, 내일은 없다.

 

자극적인 내용이 배경으로 깔렸다고 해서 극이 다루는 소재에 집중하면 더욱 이해가 쉽지 않다. 혹자들이 렌트를 이해하기가 난해한 작품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면 렌트는 그저 방황하며 젊음을 허비하는 뉴욕 뒷골목에서 돈 없고 가난해 마약과 매춘으로 괴로움을 잊는 이들의 생활을 무대에 옮겨온 작품에 그친다. 그렇기에 관람 전 배경 이해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지금은 천재 작곡가로 주목받는 조나단 라슨은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적으로 변용해  줄거리와 형식까지 오마주했지만, 작품의 완성을 보진 못했다. 렌트의 마지막 리허설이 있던 1996년 1월 25일 그것도 36번째 생일을 앞두고 요절했으니 사실상 렌트가 그의 유작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작품은 수정과 보완이 덜 이뤄져  전반적으로 거칠며 때론 직설적인 대사가 그대로 녹아있다. 보완이 이뤄지는 순간 렌트가 아닌 새로운 작품이 되어 버리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다른 시선으로 보는 ‘뮤지컥 틱틱붐’ 또한 렌트와 상당부의 내용이 교차한다. 




렌트는 매년 무대에 올랐다. 그렇기에 매년 수정이 이뤄졌고 연출에 의해 전달하고자 했던 작품의 ‘맛’이 결정됐다. 이번 작품을 두고 유독 거칠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것은 연출의 의도가 충실히 반영된 결과다. 박칼린 연출은 “원작에 충실하고자 했다”는 말로 모든 이유를 일축했다. 가장 원작에 충실한 작품을 보고자 했다면 2011년 작 렌트가 그 대안이다. 

그렇기에 아무런 수식이나 과장이 없다는 것에 대해 이보다 더 정확할 수는 없다. 한 가지 더 렌트에는 원작자의 시선이 여과 없이 그러졌다. 조나단 라슨이 바라본 미국 사회 게다가 미국의 중심이라고 여겨지던 뉴욕의 1996년은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지배하던 세계였다.  

동시에 마크를 통해 자신의 암울한 세계관을 비쳤다. 아티스트를 꿈꾸던 성공 못한 지망생은 다름 아닌 조나단 라슨 자신의 분신이다. 렌트를 설명할 때 거론되는 “노 데이, 벗 투데이(No day, but Today)”는 단순한 대사 한 구절이 아닌 조나단 라슨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서 방황하던 동성애자와 트렌스젠더 그리고 마약중독자 등 터부시 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작품을 팔아가며 근근하던 조나단 라슨의 생활은 다르지 않았다. 다른 이의 눈에 비춰지는 것은 그저 껍데기 일뿐 조나단 라슨은 근본에 호소했다. 등장인물 8명에게 미래는 없지만 오늘은 있었고, 조나단 라슨에게도 내일이 아닌 당장 오늘의 삶이 더 중요했다.

 

 

| 11년 맞은 렌트, 그래도 어렵다.

 

박칼린 연출에 코드를 맞춘 가수 브라이언과 배우 김지우의 합류로 시작 전부터 눈길을 모은 렌트. 그래도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형식도 오페라 라보엠의 원작 줄거리뿐 아니라 형식까지 오마주하고 있다. 말로 하는 대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레치타티보(대사에 음정을 붙여 노래하듯 처리) 방식을 따와 단순한 대화 한 마디도 쉴 새 없이 노래를 해야 하기에 연기자도 쉽지 않은 작품이다. 게다가 한국어로 변환된 대사는 어색함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불편할 정도다. 

이를 제외하면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는 것에는 합격점을 줘도 흠잡을 데 없다. 내용 면에는 다소 이해하기에 난해함이 여전하지만 퍼포먼스와 진행되는 줄거리만을 보면 렌트가 줄 곳 강조하는 ‘Notday, but today’ 대사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이 더 절실한 약물 중독자에 에이즈 환자인 미미의 감정이 교차하며, 중간 중간 젖소 퍼포먼스로 관객을 배꼽 잡게 만드는 모린의 몸짓은 오랜 시간 기억에 남는다. 트렌스젠더로 등장해 죽음을 맞는 엔젤은 초반에 빨간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관객에게 폭소를 터트리게 만들며, 후반에 뭉클한 감동을 안기고 사라진다. 아티스트로 등장하는 마크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방관자 입장에서 관객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마치 “너 라면 어떻게 했겠냐?”고 질문을 남긴다.

다수 뮤직을 통해 강조됐듯 뮤지컬 렌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렬하고 확실하다. 미미, 로저, 쿨린, 엔젤, 조앤, 모린, 마트 그리고 베니 까지 작품 속 여덟 명의 주인공이 복잡하게 얽혀 삶의 의미를 풀어냈다.  

올해로 한국공연 11년째를 맞은 2011 뮤지컬 렌트는 오는 10월 9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 오른다. 박칼린 연출 아래 R&B 가수 브라이언과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를 통해 실력을 뽐낸 김지우가 실력을 뽐낸다. 이 외에도 강태을, 윤공주, 김지우, 김경선 등의 뮤지컬 스타와 런, 조형균, 박주형, 이든 등이 출연했다. (문의: 1544-1555)

 

김현동 cinetique@naver.com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