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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 사랑을 장식한 감성적 시구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9. 1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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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여학생의 감수성을 자극했던 원태연 시인의 감상적인 시구가 뮤지컬로 태어났다.

남녀의 서로 다른 시각차가 빚어낸 사연에 원태연 시인의 감상적인 시구가 더해져 완성된 작품은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라는 작품이다.

극중 배경은 20대에 첫 사랑을 만나는 과정에서 발생된 오해로 헤어지게 된 두 사람이 14년이 지난 34살에 다시 만나 발생되는 사건에 맞춰져 있다.

사랑하지만 서로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헤어지게 되지만 마음 속 한편에는 서로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간절함이 두 개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다.

마음속 이야기가 입안에만 맴도는 남자는 만나고 있어도 허탈해 하며 여자를 상대로 끊임없이 구애한다. 반면 여자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뮤지컬 제목 치고는 제법 감상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에피소드에서 비롯됐다. 변함없이 여자를 생각하는 남자. 반대로 가끔 남자를 생각하는 여자. 결국 두 사람은 오해를 극복하지 못해 첫 사랑을 떠나보내고 아픔을 겪으면서 성숙한다.

| 그땐 그랬지.

어린 시절의 손가락 걸고 영원 하자던 맹세를 성인이 된 20~30대에게 회상해보라면 십중팔구 쑥스럽다고 말한다. 세월의 흐름에 바래 잊혀진지 오래인 기억을 되새기는 것은 적잖은 용기도 요구되지만 당시의 티 없이 맑고 해맑던 생각을 어른이 된 머리는 세상 물정 모르던 아이의 장난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쩌면 다행인지 모른다. 순수했던 감정이 영원하지 않기에 우리는 과거를 잊고 현실에만 충실할 수 있다.

뮤지컬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의 두 주인공인 철수와 영희도 그렇게 지난 과거를 잊고 현실에 충실했다. 어린 시절 주목받았던 주특기는 뒤로한 채 성인이 된 두 사람은 현재에 충실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누구보다 바쁘게 지내지만 마음 한 편의 공허함은 계속되고 누군가에게 쫒기 듯 일상은 반복되어 간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과 사장님이지만 마음속 외로움을 달랠 길은 좀처럼 멀게만 보인다. 지금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안식처였다.

| 서로를 잊지 못한 두 사람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다. 첫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고 지내야 했던 두 사람에게 사랑이란 또 다른 상처를 시작하는 계기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면 그 것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지난 세월 철수와 영희는 서로에게 소중한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서로를 멀리해야 했던 남녀 이상의 의미가 없다.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되지만 그 또한 스쳐간 인연이었을 뿐 마음에 담지 않으려 애쓴다. 그런데 자꾸 끌리는 것은 왜 일까?

철수는 영희를 아직도 잊지 못했다. 겉으로 표현은 못하지만 영희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건 잘 나가는 CEO와 보잘것없는 출판사의 편집장이라는 두 사람의 배경이다. 과거의 순수했던 만남을 가로 막는 것이 사회가 만들어 버린 신분과 능력이 갈라버린 직책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벽이기에 두 사람은 갈등을 겪는다.

과거에는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라며 닭살 코드를 연발했던 두 사람이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







| 14년만의 재회

나이는 세월이 만들어낸 숫자가 아니었다. 20대 첫 사랑이던 두 사람에게 34세라는 나이 또한 벽으로 등장했다. 시작은 달콤했지만 끝은 무척이나 썼다. 잘 나가던 모델 지망생을 상대로 하기에는 미래가 없는 운동선수라는 직업은 벅찼다. 그래서 더욱 쉴 수 없었던 철수에게 세상은 충분한 보상을 안겼다.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지금은 과거 연인이었던 영희에게 자신을 인정받을 기회다.

사소한 오해에서 빗어낸 다툼이었지만 결코 극복하지 못하고 겪어야만 했던 이별. 둘 사이의 골은 너무 깊었고 그 아픔으로 14년간 누구도 만날 수 없던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할 텐데. 과거에 철수와 영희는 그렇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너무도 사랑했기에 서로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은 이가 얼마나 될까? 과거 한 차례 헤어진 전력이 있던 만큼 부디 이번만은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 공감대 이끈 감성 작품

감수성이 짙은 시구 이전에 안타까움이 먼저 관객의 마음을 자극하는 뮤지컬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는 그렇게 안타까움을 더한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떠내고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사연에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20대 시절에는 푸릇푸릇한 젊음을 살렸고 30대 시절에는 성숙미를 더해 차이점을 드러냈다. 여기에 원태연 시인의 순수함이 마침표를 찍었다.

극복하지 못한 슬럼프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가야만 했던 철수가 보인 것은 타임캡슐. 변함없는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결실을 맺는다. 시간이 지나면 변할 것만 같았던 20대 시절의 서툰 사랑을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었던 철수는 타임캡슐을 통해 자신의 사랑은 영원할 것이라는 것을 영희에게 입증하며, 원태연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닭살 코드를 남발한다.

남학생에는 닭살 코드로, 여학생에게 감수성을 자극해 90년도 인기 코드로 부각됐던 원태연의 시를 모태로 한 뮤지컬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는 그렇게 관객을 끌어안았다. ‘新복고’ 를 바탕으로 순수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되는 스토리 라인에 감성적인 시구가 더해져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중간 중간 짧게 스쳐가는 문구 하나 하나에 참된 사랑이란 것에 의미를 더해 마침표를 찍는 감성적인 작품이라는 것. 철수役에 조휘, 김승대, 이창용, 영희役 안유진, 최유하 멀티남役 원종환, 오의식. 멀티녀役에 이세나, 유정은이 열연한다. 오는 11월 13일까지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만날 수 있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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