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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XE의 발전을 지켜봐주십시오” NHN 고영수 과장

IT/과학/인터뷰/칼럼

by 위클리포스트 2008. 4. 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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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8일] - 아마 블로그나 미니홈피와 같이 개인 사용자용 웹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전, 개인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제로보드’나 ‘그누보드‘, ’테크노트‘ 등의 웹게시판 프로그램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가운데 네이버에서 수집한 외부 웹문서 통계 결과,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웹게시판이 있다면 믿겠는가? 하나의 게시판이 웹 문서 통계의 30%를 차지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수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제로보드(Zeroboard).

국내에서 PHP 기반 BBS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제로보드가 네이버의 운영사인 NHN의 지원 아래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통해 종합 웹사이트 구축 솔루션으로 재탄생했다. 이에 웹생태계의 발전이라는 명제와 함께 등장한 ‘제로보드XE’의 개발자 고영수씨를 만나봤다.

/ 제로보드XE 개발자, NHN CMD본부 UIT센터 고영수 과장

| “혼자 쓸 생각으로 만들었던 제로보드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1999년 첫 선을 보인 제로보드는 배포를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닌,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사용할 게시판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고영수씨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당시 국내에는 설치형 게시판에 대한 인식이 전무후무한 상태. 하지만 제로보드는 입소문을 타고 홈페이지에 방문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이후 수정과 보완을 거쳐 배포용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지금 보면 부족한 점도 많고 회사일을 하면서 틈틈이 만든거라 문제도 많았지만, 아낌없는 격려와 더 발전하라는 의미로 채찍질해주신 사용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1년 4월, 공식 배포된 제로보드4는 게시판 기능은 물론 특화된 회원 관리 기능을 필두로 나만의 홈페이지를 꾸미고자 하는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고영수씨 역시 생업을 위해 제로보드에만 매진할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보안 및 문제점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보안에 대한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제로보드4를 처음부터 싹 뜯어고치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있고, 사용자분들이 제작한 다양한 스킨과 모듈이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네오위즈 ‘쥬크온’의 서비스 및 서버 개발자를 거쳐, 검색엔진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첫눈’의 개발자로도 유명한 고영수씨는 이 시기에 비로소 ‘웹생태계 발전’을 위해 제로보드 차기버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5년 만에 제로보드4 기반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zb5를 개발해 베타버전을 배포하기 시작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시점이었고, 정리되지 않은 무수한 생각과 개발 컨셉으로 인해 아쉬움을 남긴 채 개발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고영수씨는 제로보드 개발과 함께 이 자리에 있기까지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도 참 많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하지 않았는가? 고영수씨가 근무하던 ‘첫눈’이 NHN에 인수되면서 한 순간에 국내 최대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 자리하게 됐다.

| 제로보드XE 프로젝트 발표 직후 쏟아진 말·말·말…

이렇게 자리를 옮긴 고영수씨는 한동안 제로보드와는 연관이 없는 검색 개발팀에서 근무하다가 '웹생태계 발전‘이라는 명제에 동의한 NHN이 제로보드 개발에 대한 지원을 약속함에 따라 ’제로보드XE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때 아닌 논란이 발생했다. 그 핵심은 ‘제로보드가 NHN에 팔렸다’라는 것.

“제로보드의 브랜드 및 도메인(상표권)을 NHN이 인수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로보드XE는 GPL 라이센스를 따르는 오픈소스이며, 오픈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되기 때문에 NHN이 절대 제로보드를 독점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제로보드XE에 관한 전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NHN은 제로보드를 인수하고 상표권만을 갖는다고?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다.

이에 대해 고영수씨는 “개발자인 내가 어느 날 갑자기 NHN을 나가서 또 다른 제로보드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참 아이러니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기업으로써는 별도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인수’라는 형태로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유쾌하게 설명했다.


| NHN이 제로보드 계약 당시 내 걸었던 조건 中

제로보드의 모든 결정과 진행은 PM인 고영수 과장에게 있으며, 제로보드의 모든 코드는 오픈소스이고 GPL 라이센스를 유지한다. 또 NHN에 종속적이거나 제한적인 기능을 구현하지 않고 오픈 API를 통한 연계만 가능하도록 지원하며, 개발에 필요한 디자인, 번역 등의 NHN 보유 인력이나 장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다른 업무를 하지 않고 전일 오픈소스 개발자로 근무…


이렇게 NHN에서 전무후무한 ‘풀타임(전일) 오픈소스 개발자’로 자리매김한 고영수씨는 다른 업무 없이 오직 제로보드(오픈소스) 개발에만 몰두 할 수 있게 됐다. 이후 1년여의 시간이 흘러 2008년 2월 제로보드XE 정식버전이 공개됐다.

“제로보드XE는 무엇보다 손쉽게 개발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기존 제로보드처럼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제로보드XE는 게시판 기반인 제로보드4와 제로보드5 보다 발전한 형태의 종합 웹사이트 구축 솔루션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모듈 방식을 사용하여 확장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적용하는 것을 체계화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제로보드4는 스킨을 적용하거나, 기능을 확장하기 위해 php 코드를 직접 고쳐 쓰는 사용자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제가 보안패치를 내놓더라도 적용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로보드XE는 모듈 방식을 사용해 사용자가 메인 소스를 직접 손보는 일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수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큰 틀을 제공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은 개발자의 바램이 느껴지는 대목. 물론 이 덕분에 업그레이드가 용이해졌으며, 호환성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 제로보드XE의 원동력, 오픈소스

이렇게 7년여 간 제기된 제로보드에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한 제로보드XE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GLP 라이센스를 따르는 오픈소스라는 것이다.

“제로보드XE는 누구나 자유롭게 개발에 참여할 수 있고, 개발자나 비개발자 모두 손쉽게 사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공개된 오픈소스입니다.”

사실 국내의 경우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참여해 외국처럼 네임벨류를 인정받거나, 자신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특히 NHN의 경우 ‘웹생태계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제로보드XE 사용자가 점차 늘어날수록 자사의 DB가 더욱 풍부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면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제로보드XE를 공개한지 두 달이 채 안됐지만, 이미 한글 이외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에스파냐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 다국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통해 나타난 결과물입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 발표 직후 너무나 많은 분들이 개발, 번역, 문서화, 버그리포팅 등에 동참해주셔서 새로운 원동력을 얻은 기분이었다고 표현한 고영수씨는 제로보드XE를 계기로 국내에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보다 자율적으로 활성화됐으면 하는 생각을 내비쳤다.

“제로보드XE는 결코 저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통해 뜻있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제로보드XE의 발전을 지켜봐주십시오.”

블로그나 미니홈피의 활성화로 개인사용자를 위한 웹서비스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이를 활용하여 제2의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포털 서비스의 움직임이 차츰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제로보드XE의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글·사진 김현동 cinetique@naver.com / 이기성 wlrl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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