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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세부린 치킨, 실패한 피자

시사/정치/사회/행사/취재

by 위클리포스트 2011. 10. 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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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통큰치킨, 8일천하로 꼬리 내려
천차만별 치킨 값, 자영업자 살리자고, 1만 6,000원 내라 굽쇼?

이마트가 피자 가격 인하에 나선 것에 이어 롯데마트는 치킨을 들고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8일천하로 막을 내려야 할 상황이다. 이에 앞서  두 대형 마트는 라면과 삼겹살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가격 인하로 수혜를 본 것은 다름 아닌 마트 이용객. 생필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먹을거리를 사이에 두고 잇달아 가격 인하가 이뤄지자 가계비용 중 식비 지출이 상당부분 절감되었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반면 동네 마트는 정반대의 표정이다. 지나치게 늘어난 대형마트에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는 현 시국에서 가격 인하 경쟁까지 더해지면 그나마 유지되던 단골도 등을 보이지 않겠냐는 것이 그들의 시론이다. 또한, 누적된 적자로 인해 가계 임대료를 내기에도 벅차다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급기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높였다며, 대형마트를 향해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처럼 계속되는 대형 할인점의 잇따른 동네상권 진출로 뿔난 영세 상인의 거센 행동이 결실을 맺었다. 일각에서 나온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꼴이라는 지적에 대해 영세 상인은 계란으로 바위를 쳐 계란 껍데기가 나오더라도 우리의 주장을 전달할 것이라며 취하던 강경한 입장에 대해 꿈쩍도 않던 마트측이 갑자기 이 같은 행동을 선택한 것에 다양한 추측이 들리고 있다.

동시에 그토록 말 많고 탈 많던 치킨의 판매 중단으로 치킨 파동은 2차전을 예고했다. 5천원에 판매되던 치킨과 1만 6천원에 판매된 치킨 평가에 실 구매자는 전자에 손을 들었다. 두 제품 간의 가격 차이만큼이나 맛은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기에 대형 프랜차이즈는 황제치킨만을 공급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 통큰치킨 패러디 봇물 '역세권'에 버금가는 '닭세권'의 '버뮤닭 삼각지대'와 통큰치킨 추모열풍 등 개성 넘친 패러디물이 통큰 치킨 판매 중단을 안타까워하고  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9일, 롯데마트가 전국 82개점에서 연일 300마리 한정으로 자사 브랜드를 부착한 치킨 판매를 알리면서 시작됐다. 통큰 이라는 브랜드를 부착한 롯데마트 치킨은 연일 매진 사태를 기록했으며, 치클러, 치킨언트, 치킨 개미지옥, 닭머리 지도, 닭세권, 얼리어닭터 등 인기를 빗대어 다양한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10시 오픈되는 마트에서 치킨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8시부터 줄을 서는 기현상도 목격되었으며, 매장 오픈과 동시에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당일 판매 물량이 마감되는 등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롯데측은 13일, 한 마리당 5,00원에 팔아온 ‘통큰치킨’의 판매를 오는 16일부터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재벌이 ‘쩨쩨하게’ 치킨까지 팔아 골목 상권까지 문을 닫게 해서 되겠냐는 여론과 정치권의 압력 여기에 시민단체의 성난 반대까지 더해지면서 가중된 부담에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을 접은 셈이다. 동시에 청와대 고위당국자의 볼멘소리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진석 정무수석은 트위터를 통해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매일 600만원의 손해를 보면서 하루에 닭 5000마리를 팔려고 한다”며 “통큰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전략이 아니냐”고 비판한 바 있다. 치킨이 미끼상품이라는 프랜차이즈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급작스런 청와대의 이 같은 반응에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은 문자메시지를 보내 “조만간 사업을 접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 알려지면서 통큰치킨의 판매 중단이 예고 됐다. 그리고 13일 롯데 측의 공식적인 성명이 공개됐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롯데측이 청와대의 심기를 거슬려가면서까지 사업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 황제 치킨 만들던 프랜차이즈, 논란은 이제부터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 시장에 진출했던 롯데 측의 치킨 판매 중단까지는 이제 3일밖에 남지 않았다. 롯데측은 판매에 앞서 필요한 재료의 양을 사전에 계산해 대량 주문함으로써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량도 기존 상품보다 30% 늘렸으며, 사전 테스트에서 1주일에 10만 마리가 팔렸던 것을 바탕으로 월 평균 60만 마리, 연간 720만 마리 판매를 목표로 정했다. 그 결과 점포별로 하루 최대 300마리 판매라는 수량이 정해져 지난 9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5,000원은 순수 치킨 가격만 해당하는 것으로 무와 샐러드, 소스 등은 별도 구매해야 하는 조건이지만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일단 판매 중단 선언에도 문제는 일단락되지 않았다. 오히려 롯데마트가 마리당 5천원에 판매하던 통큰치킨의 판매를 중단한다면 더 거센 역풍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맹점 업주와 달리 다수 시민은 롯데마트의 가격 인하 경쟁에 손을 들어줬다.

대형 프랜차이즈 마크를 부착한 대가치고는 한 마리에 1만 6,000원이라는 가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동시에 청와대 정무수석의 서슬어린 한마디에 쉽게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 현 정부가 추구하는 서민을 배려한다는 정책인지 의구심도 남겼다.

자신의 발등을 찍힐 위기에 쳐했음에도 골목 상권은 롯데의 철회 의사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사를 밝혔다. 동시에 롯데 통큰치킨 판매 중단선언에도 아랑곳 않고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이마트 피자에 대해서도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신세계 측은 판매 중지 계획이 없다고 밝히는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개의치 않겠다는 자세를 꺾지 않았다.

| 너무 비싼 프랜차이즈 치킨, 소비자가 뿔났다

실제 치킨 등 자영업자로 구성된 치킨오리외식협의외 회원 40명은 롯데마트 영등포점에서 치킨 판매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단체행동도 불사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피자나 치킨 등을 대형마트에서 싸게 파는 것은 이끼 상품에 불과하지 않는 다는 것. 일부 상품을 싸게 팔되 다른 상품까지 덩달아 구매해 가는 것을 노린 전략이라는 것이 이 같은 파격적인 가격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를 부당한 저가 판매 행위로 간주하고 제소할 방침까지 세웠다. 하지만 롯데의 판매 중단 결정이 나오는 13일, 공정위 신고를 철회하기로 결정 내렸다. 반면 치킨업체가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를 해소할 홍보 활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반대다. 자칫 프랜차이즈 업체가 역풍을 맞은 가능성도 생겼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월 착수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격담합 조사가 진척될 것으로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 10월 착수한 프랜차이즈 업체 가격 담합조사는 뚜렷한 정황을 확보하지 못해 2개월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에 머문 바 있다. 치킨 업계의 볼멘소리도 공정위에게는 먹혀들지 않았다. 하루 판매량을 300마리로 제안했으며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공정위의 칼날은 롯데마트가 아닌 프랜차이즈를 향했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이성남 의원(민주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독과점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200여개가 넘는 치킨 프랜차이즈사업자 중 또래오래, BBQ, 교촌, 굽네치킨, 오븐에 빠진 닭 등 상위 5개 사업자는 지난 2009년 말 기준으로 56.8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상위 10위권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67.42% 수준에 달해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격 단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뒷받침 한다.

네티즌은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를 중지할 경우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의 불매 운동을 제안하는 등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유명 업체의 치킨 가격이 큰 변동 없이 고르게 유지되고 있으며, 실제 시중에 판매되는 가격 또한 프라이드치킨은 1만 6,000원, 양념치킨은 1만 7,000원에 판매 되는 등 비슷하다는 것이 이 같은 추측의 이유로 지목된다. 청와대 게시판에도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담합과 부당이득에 대한 조사를 청원한다”는 글이 등장하는 등 치킨 업계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2차전의 시작을 예고했다.

| 한 마리에 1만 6천원 “비싸도 너무 비싸다” 

치킨과 피자 모두 인기 있는 먹을거리에 속하지만 시장 평가는 상반됐다. 일단 치킨은 안 되고, 피자는 되는 상황이다. 조직 결속력에서도 두 상권은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1998년 조직된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중소기업청 산하 사단법으로 BBQ, 교촌, 굽네치킨, 또래오래, 페리카나 등 10여개 업체 가맹주가 연합으로 방어전에 나선 것과 달리 피자업계는 미스터피자, 피자빙고, 빨간모자 등 3개 업체에 불과해 규모면에서는 단체 행동이 불가능한 상황.
 
그렇기에 혈연, 지연, 학연으로 끈끈하게 연결된 한국적인 문화에서 치킨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반면 피자는 다르다. 가맹점도 불과 3개에 불과하며 한국문화에 어울리는 서민 음식으로 인식되는 치킨과 달리 피자는 외국 음식이라는 성향에 고급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업계의 호응을 끌어내는 것은 실패했다.

규모면에서도 피자는 외국계 대형업체 위주로 구성하고 있어 생계라는 단어와 연결 짓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치킨 업계가 골목상권, 서민 먹을거리 그리고 생존권과 연관지어 시민의 설득력을 끌어낸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 금테 두른 치킨 값, 가격 인하 요구 거세

이제 남은 것은 가격 논란이다. 롯데마트가 하루 판매량을 계산해 가격을 최대한 낮출 수 있었다며 제시한 금액은 5,000원. 하지만 동네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격은 이보다 3배가 비싼 1만 6,000원에 달한다.

전국에만 5만개 개가 넘는 치킨 집의 평균 판매 가격이면 롯데마트 치킨을 3마리 구입하고 탄산음료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에 상응한다. 이 때문에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는 통큰치킨이 손해 보며 파는 미끼 상품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MBC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시중에 판매되는 1만 6,000원에 판매되는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 가격에는 생닭 4,300원에 기름과 파우더에 1,800원, 무와 소스 그리고 콜라가 1,500원을 차지하며, 인건비와 배달비 등 기타 부대비용으로 6,000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소비자가 생닭을 직접 구입해 집에서 튀길 경우 닭 값 5,000원에 밀가루와 기름 등 재료비 3,000원을 더해서 최소 8,000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치킨 업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따라서 1만 6,000원이라는 가격은 비싸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의 치킨 값 참여에 귀족 통닭 판매업자의 단체 행동과 볼멘소리가 더해져 진흙탕 싸움이 되어버린 치킨 논쟁. 출시한 지 나흘 만에 무려 10만 마리가 넘게 팔려나갈 정도로 뜨거웠던 통큰치킨은 이제 3일 뒤인 16일이면 판매가 중단된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 할인마트의 잇따른 가격 경쟁 인하가 만들어낸 부작용이라는 측면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으나, 청와대의 느닷없는 참여로 경제가 정치논리로 풀린 모양새를 남겨 볼상 사나운 꼴이 됐다. 적정 판매도 중요하지만 먼저 이뤄져야 할 것에 대해 소비자는 적당한 가격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프랜차이즈 업체가 내세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 지금의 통큰 치킨을 만들게 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posting data. 201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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