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1월 24일] -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넷플릭스 하다(netflixed)’라는 신조어가 있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하였을 때 사용하는 말인데, 넷플릭스가 ‘혁신’의 아이콘이 되어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1997년 DVD 렌탈 사업으로 시작해 전 세계 1억 3천 9백만의 회원을 확보한 명실상부한 원톱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한 넷플릭스. 유료회원 비중이 미국 외에서 60%를 차지하여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도 공고히 하고 있으며, 지난 2016년 한국에 정식으로 선보인 후 국내에서도 수많은 ‘넷플폐인’을 양산하며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가 사활을 걸고 전사적으로 집중 투자하고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는 유료 회원 확보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24일 넷플릭스는 서울 소공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트너 생태계 구축과 제품 혁신, 스토리 발굴 부분에서 소비자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특히 이날은 내일 공개 예정인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킹덤’의 편집본이 언론에 공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 역시 유료회원 가입을 늘리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요즘 비즈니스 대다수가 그러하듯 넷플릭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혁신에 집중하는 부분은 역시 ‘개인화’다. 와이파이 환경에 연결되면 자동으로 시청하던 시리즈의 다음 에피소드를 내려받아서 데이터 사용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마트 다운로드’, 같은 화질의 영상을 내보내면서도 네트워크 대역폭을 64% 절감시킨 ‘다이나믹 옵티마이저 인코딩’ 등은 모두 개인화를 위해 넷플릭스가 개선해 나가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좋아하는 넷플릭스 작품을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유하고, 친구들은 터치 한 번으로 바로 공유된 작품을 넷플릭스 앱에서 시청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용자마다 다른 넷플릭스의 초기화면이다. 앤디 로우 넷플릭스 프로덕트 디자인 디렉터는 “같은 콘텐츠라도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수십 개의 다른 이미지를 제공한다.”며 “완벽한 개인화야말로 넷플릭스가 지속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25일 공개될 한국 첫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킹덤’은 사실상 이날 넷플릭스가 미디어 행사를 진행한 진짜 이유다. 총 6부작으로 제작됐으며, ‘시그널’, ‘싸인’의 김은희 작가와 ‘터널’,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손을 잡아 일찌감치 화제에 올랐다. 넷플릭스는 킹덤의 글로벌화에 큰 기대를 걸고 대규모의 투자를 감행했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는 “대표작인 ‘하우스 오브 카드’의 경우 7개 언어로 공개된 반면 킹덤은 27개 언어, 12개 음성으로 공개된다.”며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되어 한국 콘텐츠의 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옥자’, ‘범인은 바로 너’, ‘YG전자’ 등의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는 김 디렉터가 킹덤의 성공을 자신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최근 성공작들이 미국 외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최근 가장 많은 넷플릭스 뷰를 기록한 5개의 시리즈 중 미국 작품은 ‘버드 박스’ 단 하나뿐이다. 스페인, 터키, 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작품들이 글로벌 사용자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스튜디오 드래곤’과 합작한 ‘비밀의 숲’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7년 10대 인터내셔널 드라마로 뽑혔고, ‘미스터 션샤인’은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가장 핫한 ‘Sky캐슬’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서 즐길 수 있다. 김 디렉터는 “한국의 좋은 콘텐츠들을 더 많은 세계인이 볼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넷플릭스의 사명”이라며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폭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더욱더 많은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날 넷플릭스가 공개한 확정 작품은 ‘범인은 바로 너 시즌 2’,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좋아하면 울리는’, ‘보건교사 안은영’ 등으로 이미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콘텐츠들이 대기 중이다. 최근에는 ‘좋아하면 울리는’데 김소현 등 주요 배역에 대한 캐스팅 완료 소식이 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성공적인 한국 시장 안착과 달리, 케이블 TV와의 수익률 분배, 망 사용료 문제 등 민감한 이슈에는 답변을 피해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넷플릭스 경영진과의 1문 1답〉
Q. 넷플릭스는 얼마나 좋은 회사인가
A. (제시카 리 부사장) 정말 좋은 회사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30년간 일하며 느낀 것은 넷플릭스는 가장 흥미롭고 기분 좋아지는 회사라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프로세스를 따지지 않는다.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 소비자 경험 혁신에 집중한다. 그만큼 책임도 주어진다. 파트너들과 어떻게 잘 일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자세라 하겠다.
(나이젤 뱁티스트 디렉터) 넷플릭스는 지금도 배우는 회사다. 완벽한 회사가 아니라는 마음가짐이 있다. 실수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기에 계속 배워나가며 모두 다 함께 잘해나갈 거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Q. 기존 한국 콘텐츠들의 해외 시장 성과가 궁금하다
A. (김민영 디렉터) ‘범인은 바로 너’의 경우 예능의 파급력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는데, 이 콘텐츠를 보고 가입한 태국 유저가 있다. ‘YG 전자’도 아시아 유저 유입에 기인했다.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으나, 범인은 바로 너의 시즌 2를 조기에 확정한 것도 성공했다는 자체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Q. 어떤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A. (김민영 디렉터) 숫자적인 목표보다는 좋은 스토리 발굴을 위해 노력한다. 글로벌적으로 성공하려면 소재 자체보다 글로벌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의 흐름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킹덤’의 경우도 해외 유저들이 어떻게 하면 더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담았다. 단순히 언어적인 수준을 넘어 생각한다.
Q. 최근 미국에서 가격 인상이 있었는데, 한국도 인상 계획이 있는가?
A. (제시카 리 부사장) 없다.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웃음). 최근 미국에는 인상이 있었지만, 한국에는 현재 전혀 인상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Q. 한국 유저들이 좋아하는 ‘빅뱅 이론’, ‘섹스 앤 더 시티’ 등 기존 시리즈가 없어 빈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A. (김민영 디렉터) 넷플릭스는 고객에게 제공하기보다 고객이 ‘발견하는’ 문화를 지향한다. 고객들이 많이 찾으면 당연히 보강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라이센싱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콘텐츠를 실을 수는 없다. 대신 경쟁사에는 없는 ‘프렌즈’, ‘워킹 데드 무삭제판’ 등이 있지 않은가. 오리지널 시리즈에 투자하는 이유도 ‘모두 보여줄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보여주자’는 접근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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